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533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1화
1. 본관 점거(1)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할까요!? 그렇게 불리해 보이던 3팀, 한 명도 안 죽었어요!?”
3반의 아이들은 본관으로 무혈입성하는 데 성공한다.
처음 풍선껌의 실수로 수많은 학생들이 무더기로 죽어버린 것을 생각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였다만.
“하아…… 하아…….”
문제는 사기 저하다.
우선 아이들이 심하게 지쳐 있었다.
“시, 심장 터질 거 같아.”
운동장에서부터 본관까지 전력으로 달렸기 때문이다.
그까짓 달리기 좀 하면 뭐 어때서, 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뒤에서 좀비가 따라 뛰어오는 와중에 달리는 것과, 아침 새소리를 들으며 조깅하는 건 매우 다른 이야기다.
근육에 쓸데없이 힘이 많이 들어가니 부상을 입기 쉬우며.
부상을 입어도 알아차리지 못해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우, 우에에에엑!”
지금 보듯이, 학생들은 이제야 부작용을 느끼고 있었다.
“으윽…… 속이 뒤집어지네.”
과도한 달리기로 배가 땡기는 걸 넘어 속이 매스껍다.
“흐으으윽…… 흑흑.”
“진짜 다 죽은 거야?”
이는 단순히 급박한 와중의 전력 달리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자신들의 손으로 친구들을 밀어내야만 했던 순간의 기억.
그 죄책감이 속을 헤집고 다녔다.
[반의 사기가 저하됩니다.]플레이어들의 시야엔 이런 메시지가 뜬다.
-ㄷㄷ
-살았는데도 사기 저하되네
-뭐라도해야하는거 아님??
-가만히 있으면 사기 계속 떨어짐ㅇㅇ
극한 상황에선 이렇게 시간이 많아지는 걸 경계해야 한다.
생존에만 집중해서 잡생각을 없애야 했다.
“자. 얘들아. 본관 문이 여기가 끝이 아니야.”
타코가 먼저 일어나서 말을 꺼냈다.
그의 말은 틀린 게 없었다.
“다른 문도 순차적으로 막아야 한다. 아직은 좀비들이 돌아올 생각이 없지만, 곧 냄새를 맡고 돌아올 수도 있어.”
현재로선 좀비들이 한 방향(운동장)에서만 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니 본관 정문 셔터를 내리는 것만으로 충분히 막아낼 수 있었다.
이제 곧 좀비들이 다른 피 냄새를 맡기 시작할 것이다.
이걸 대비해 다른 문도 다 봉쇄하자는 게 타코의 생각이다.
이 말 자체에 이상함은 없었는데.
“…….”
“으음…….”
아이들은 긴가민가하다는 듯 반응이 없었다.
‘엥?’
타코는 원래라면 맨질거렸어야 할 머리를 문지른다.
당혹스러울 때 자주 나오는 그의 습관이다.
‘뭐야. 이 자식들.’
아이들은 타코의 말을 신뢰하지 않고 있다.
‘내가 언제 이렇게 신뢰를 잃은 거지?’
이 또한 역할군의 특징 때문일까?
타코의 캐릭터는 통솔력 스탯이 낮은 걸까?
아니면…….
‘설마, 내가 껌 형을 버리자고 해서?’
아이들은 다 풍선껌을 바라보고 있었다.
“풍선껌. 넌 어떻게 생각해?”
“풍선아. 입구 다 막는 게 좋아 보여?”
마치 껌 부장님의 입에서 결재가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는 샐러리맨들 같았다.
-풍선껌 인싸력 뭔데 ㅋㅋ
-우리는 풍선껌의 시대에 살고있다.
-버기형 플레이어 ㅋㅋㅋ
-ㅈ버기겜
“아…….”
풍선껌은 잠시 타코의 눈치를 살핀다. 아무래도 타코의 판단이 보통 맞았을 테니.
그대로 읊기만 해도 반은 가리라.
“본관 다른 출입구들 일단 다 봉쇄해야지. 당연한 거야.”
척.
그는 마치 지휘관이 된 양 자리에서 일어나 명령을 내리기 시작한다.
“좀비들이 하나라도 침입해 오면 상당히 껄끄러워지니까 한시라도 빨리 전부 막는다.”
아이들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인다.
“역시 풍선껌!”
“크. 의리의 풍선껌!”
타코는 어이없다는 듯한 눈으로 그들을 바라본다. 이렇게나 말이 잘 먹힌다니.
역시 이제 중요한 명령은 풍선껌을 통해 하는 게 좋아 보인다.
“잠깐. 무작정 본관 문을 닫으러 가기 전에. 근데 여기 우리 반밖에 없어?”
반장 ‘안경훈’이 안경을 치켜올리며 말을 꺼낸다.
“응?”
“그게 왜 중요한데?”
“아마 그렇지 않을까? 다들 운동장에 나가서…….”
아이들이 저마다 고개를 갸웃거리는데.
타코도 빠지지 않았다.
그는 아이들과는 좀 다른 이유다.
‘이 녀석은 풍선껌 형님 말에 휘둘리지 않는다?’
반장의 반응이 특이하다고 생각했다.
풍선껌 말이라면 껌뻑 죽는 애들과는 다르게, 그는 뭔가 사안을 좀 더 냉철하게 보는 듯하다.
아까 다른 반 친구를 밀고 셔터를 내리는 판단을 한 것도 그렇고.
조금 특별한 캐릭터다.
‘캐릭터들 성격 특성을 파악해 놓는 것도 중요하겠어.’
얼리억세스 시절에도 NPC들은 저마다 기질이 있는 듯했다.
어쩌면 정식 버전에선 더 확실하게 그 기질이 드러날지도 모른다.
반장같이 좀 심성이 뒤틀린 놈들은 풍선껌의 말에 감화되지 않고, 더 설득이 필요할 수도 있는 것이다.
“다른 반 아이들이 있는 게 왜 중요하지?”
타코가 반장을 떠보듯이 물었다.
반장은 조금 떨떠름한 이야기를 왜 하게 만드냐는 듯 그를 되돌아보는데.
“……그야 위험하다구.”
“위험?”
“저길 봐.”
반장이 셔터 너머를 가리켰다.
“크으으…….”
“캬아아아!”
철컹! 철컹!
좀비들이 아직 열심히 철창을 두들기고 있다.
그들 중 하나는 반장의 친구였다. 서로의 어머니와도 친분이 있다고 했었던.
“우리 반은 다른 반을 전부 버렸다. 다른 반 애들이 우릴 인정하겠어?”
“…….”
“아마 기회가 되면 우릴 죽이려고 할지도 몰라.”
지금으로서 이 말은 반장의 망상일 수도 있겠으나.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이게 본관 입구를 틀어막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 되진 않는다.
“그래서 본관을 막으러 가지 말자고?”
“아니. 막아야지. 단, 최소 열 명씩 나눠서 움직이자.”
다섯도 아니고 열 명씩이나?
하기야, 다른 반 아이들은 30명씩 몰려다닐 수도 있으니 말이다.
-반장 똑똑하누ㄷㄷ
-헐 다른 반 애들이랑 벌써 이렇게된다고?
-설마 다른 반이라고 싸울 일이 있나? 일단 좀비가 있는데
-ㅈㄴ 냉정하네
-근데 아몬드는 지금 혹시 자고 있나요?
타코는 고개를 끄덕였다.
풍선껌은 타코를 쳐다보다가 똑같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동의한다. 안경훈.”
-한 귀로 쭉 듣다가 동의 ㅋㅋㅋ
-ㅋㅋㅋㅋ엌ㅋㅋㅋ
-숟가락만 얹네 ㅋㅋㅋ
-버스 타기 장인
“그럼 10명씩 조를 나누자.”
“형님. 그럼 저희 셋이 일단 흩어지는 게…….”
“어. 그래.”
플레이어가 한쪽에 몰려 있으면 안 되기 때문에 일단 각자가 10인대의 수장이 돼서 움직이는 것으로 정했다.
현재 중앙 현관이 서쪽인데, 본관의 문은 네 방향으로 되어 있었다.
풍선껌은 가장 가까운 동쪽, 아몬드는 남쪽, 타코는 북쪽으로 향한다.
각자 10명의 학생들과 함께.
* * *
[출출함] [목마름] [피곤함]이 게임을 하다 보면 익숙하게 만나게 되는 상태이상 창을 무심하게 쳐다보며.
아몬드는 학생들을 이끌고 남쪽으로 향했다.
-엇. 아몬드 있었냐?
-회의할 때 자는 타입ㅋㅋ
-견과류쉑ㅋㅋ 내가 볼 땐 자다 일어남
-말 좀 하세요 ㅎㅎ
머리를 쓰는 일을 할 땐 쥐 죽은 듯이 있는 편이라 잤다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보인다만.
잔 건 아니다.
“흐아아암.”
정말이다.
-ㅋㅋㅋ하품ㅋㅋ
-하품몬드 커엽 ㅠㅠ
-좀비 나오는 거 아니지? 갑툭튀 개싫은데
[발암은 늘 내곁에 님이 4천 원 후원했습니다.] [다음 중 잘못한 사람을 고르시오. 1. 하품하는 아몬드 2. 최선을 다하는 풍선껌]-22222
-2222
-ㅋㅋㅋㅋㅋㅋㅋ닥 2
-ㅅㅂ 너무하네 ㅋㅋㅋ
-엌ㅋㅋㅋ
“흐암…… 발암 님. 감사합니다.”
지금 졸린 게 이 캐릭터가 졸린 건지, 아몬드 본체가 졸린 건지.
‘모르겠네.’
아몬드는 구분이 되지 않았다.
다른 아이들은 딱히 졸리진 않은 건지, 걸으면서 저들끼리 잡담을 나눴다.
“으…… 배고파.”
“우리 매점부터 털까?”
“벌써 거의 밤이야. 엄마 어떡하지…….”
좀비 스쿨은 시간이 매우 빠르게 흐르게 설정되어 있어, 조금만 지나도 하루가 넘어간다.
운동장에서 본관까지 뛰어오고 좀비들 못 들어오게 막았다고 벌써 저녁 8시였다.
“여기 닫고 다 닫으면 본관 우리 거니까 매점 털 수 있…….”
“쉿.”
그는 잠시 아이들을 조용히 시킨다.
‘뭐지.’
그는 조용히 앞에 펼쳐진 광경을 가리켰다.
“!”
“……헐.”
처음 보는 광경은 아니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계속 보고 있던, 익숙한 풍경이다.
철컹……! 철컹……!
내려간 셔터 철창을 의무적으로 쳐대며 그르렁거리는 좀비들.
피바다가 된 복도.
수많은 길로 퍼진 발자국.
“누, 누가 있었어…….”
이미 여기도 본관 정문과 비슷한 꼴이 났던 것이다.
달리 말하면 다른 어떤 무리가 이미 이곳 문을 봉쇄하고 어딘가로 움직였다는 말이다.
“……우리 반만 있는 게 아니네.”
아몬드는 그리 중얼거리고는 귀를 바닥에 대어본다.
탁…… 타닥…….
발걸음 소리가 들린다.
‘좀비인가.’
좀비가 본관 안에 침투했다면 그건 그것대로 재앙인데.
쭉 들어보니 아닌 듯했다.
‘제대로 걷고 있어.’
좀비치고는 끌리는 소리가 너무 없다. 대부분의 좀비들은 잘 걷지 못해 발을 질질 끌면서 오는데.
이건 그렇지 않았다.
분명 살아 있는 사람이다.
“다른 반이 있다.”
아몬드는 이렇게 결론을 내려 버린 뒤. 휴대폰으로 메시지를 보낸다.
[아몬드: 형 다른 반 애들 있는 것 같아요. 조심해요.] [아몬드: 아직 마주치진 않았는데. 왠지 느낌이 안 좋아요.] [타코야끼: 뭐? 진짜? ㅎㄷㄷ ㅇㅋㅇㅋ 문 닫혔으면 다시 중앙에 모이자 형님은?]풍선껌은 연락이 안 되고 있다.
메시지를 항상 주시할 순 없으니, 잠시 연락이 안 될 수는 있다.
‘음.’
아몬드는 일단 다른 반의 존재에 대한 대책을 생각해 본다.
아이들도 의견을 낸다.
“다, 다른 반이라고 해서 우리가 숨어야 하나?”
“그래. 서로 도우면 좋잖아.”
맞는 말이긴 했다.
그런데, 아몬드는 왠지 동의하기 어려웠다.
직감이었다.
‘다른 반 애들도 그렇게 생각할까?’
반장의 말이 핵심이었다.
우리 반도 이미 다른 반을 꼬리 자르기 하고, 그 시체 위를 밟으며 살아남았다.
다른 반도 그러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
얼리억세스 시절에도 결국 진짜 적은 인간이었다.
게다가 이건 경쟁이 붙는 멀티 모드 아니던가?
‘일단 살펴보는 게 좋지.’
아몬드는 마침 옆에 있는 화장실로 들어가기로 한다.
“일단 전부 화장실로.”
“화, 화장실?”
“그래. 지금 발소리가 가까워지고 있어. 다시 돌아오나 봐.”
아몬드는 그렇게 속닥이고는, 남자 화장실로 아이들을 전부 밀어 넣는다.
“나…… 난 여잔데…….”
“알아.”
-알아 ㅇㅈㄹㅋㅋㅋ
-누가봐도 여자잖아 ㅋㅋㅋ
-???: 난 사람이다 진짜……
“아니, 알아달라는 건 아니고…….”
“미, 밀지 마!”
여학생들의 얼굴이 벌게지긴 했으나. 아무도 진심으로 남자 화장실이라고 안 들어갈 생각은 없어 보였다.
저들끼리 여자 화장실에 갔다가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까.
드르르륵.
탁.
아몬드는 조용히 화장실 문을 닫았고.
다시 귀를 대어본다.
“없나?”
3반 아이들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밖에서 들리는 소리다.
-ㄷㄷㄷ진짜 있네??
-헐 언제 왔냐
-와 씹
본관에 가장 먼저 도착한 건 3반일 줄 알았는데.
다른 반이 있었다.
타닥. 탁…….
발소리는 점점 가까워졌고.
그들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목소리까지 들려왔다.
“하아. 여기 다른 애들도 있는 거 같지 않아?”
“그런 거 같아.”
“아. 설마 이거 팀 경쟁?”
“……그럴 수도.”
“우리 챌린지 연승 중인 거 이어가야 하는데…….”
이게 뭐야. 팀 경쟁? 챌린지?
NPC들이 할 만한 말은 아닌데.
설마…….
‘다른 플레이어들도 있는 거야?’
중계진이 일부러 설명하지 않은 챌린지 방식.
다른 챌린지 팀들도 같은 서버에 있었다.
즉, 이건 3명이서만 하는 멀티 모드가 아닌.
무려 열 다섯이서 하는 멀티 대전인 셈이다.
이럴 수가 있나.
이러면 게임의 방식이 아예 달라져야 한다.
아몬드는 얼른 이 소식을 전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주머니를 뒤적이던 중이었는데.
타닥. 탁.
발소리가 지나치게 빨라졌다.
‘어?’
좁은 문틈으로 내다보던 아몬드의 눈이 커진다.
“어이.”
두둥.
커다란 동공이 시야를 꽉 채워버렸다.
“거기서 왜 훔쳐보고 있어?”
* * *
[초보자 Tip: 정신을 무장하는 것이 실제 무기를 찾는 것보다 중요할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