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535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3화
1. 본관 점거(3)
이쯤 되면 플레이어들은 대부분 눈치챘을 터다.
“각 팀에는 전략책, 전투 요원, 리더 이렇게 세 가지 포지션으로 나뉘어있습니다.”
이 좀비 스쿨 멀티 모드엔 각자의 역할군이 있다는 것.
“예. 이번 챌린지는 각각 플레이어들의 특성을 인공지능이 파악해서 포지션을 부여했지만, 아마 정식 런칭하면 스스로 고를 수도 있거나 랜덤이겠죠?”
“그렇습니다.”
이 말을 근거 삼아 3팀에 적용해 본다면 역할군은 이렇게 분배되어 있었다.
아몬드 – 전투
타코야끼 – 전략
풍선껌 – 리더
다른 플레이어들의 특성은 아직 한 가지 정도만 드러나고 있었지만.
아몬드만은 거의 다 파악된 상태다.
초반부엔 전투 담당자가 역할을 할 게 많은 편이기 때문이다.
“게임 초반엔 아무래도 전투 능력자가 상당히 중요합니다!”
“그렇죠. 다들 제대로 된 무기도 없고 감정 동요가 클 때거든요.”
아몬드는 전투 시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에 대한 페널티가 없으며, 신체 능력 스탯도 다른 플레이어들보다 뛰어나다.
그러니 스스로도 생각했다.
‘내가 해야 되는 일이야.’
이 갈등을 해결할 사람은 아몬드 자신뿐이라고.
“셋!”
드르르륵──
아몬드가 셋을 세는 순간 화장실 문이 열렸고.
탕!
문이 다 열려 끝자락에 닿았을 때.
순간적으로 시야에 깔린 인파가 느껴졌다.
‘이렇게 많았구나.’
예상은 했지만, 막상 온전한 한 반을 다 보게 되니 압박감이 느껴졌다.
하나 그것이 전투 능력에 영향을 줄 만큼은 아니었다.
“오. 드디어 나와주셨네?”
선두에 선 학생이 조소를 띄우며 묻는다.
겉모습으로는 판단하기 힘들지만, 목소리로 미뤄봐선, 처음에 문구멍으로 눈을 들이밀고 협박하던 놈이다.
그의 아이디는 ‘깍두기’로 챌린지 사냥꾼 팀 중 하나다.
“그 뒤에 애들도 나오─”
──쿵!
아몬드와 사전에 협의된 대로, 문은 다시 닫혀 버린다.
“……?”
깍두기를 포함한 1반의 플레이어들은 다들 조금 황당한 눈치였다.
“뭐야? 버려졌어?”
“아하하하하하! 애들 관리를 어떻게 한 거야!?”
그들의 입장에선 3반이 아몬드를 버린 것으로 보이는 거다.
그도 그럴 게 이렇게 많은 인원이 대치 중인 곳에 혼자 나왔다.
심지어 안쪽의 아이들은 문을 닫아버렸다.
버린 게 아니라고 생각하는 쪽이 상상력이 풍부한 자들이다.
“그런 거 아닌데…… 우리 애들 착해.”
-애들은 착해……ㅋㅋㅋ
-애는 착해……
-응~ 곧 애들 챱할 예정~
1반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
“버린 게 아니면 뭔데? 애들이 너만 떠밀어서 내보내고 문 닫아버렸잖아?”
“그건 내가 닫으라 했어.”
푸하하하하하.
박장대소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그래. 그렇게 생각하고 싶겠지.”
“진짠데…….”
아몬드는 말로 시간을 끌며 슬며시 휴지를 꺼내 문구멍을 막았다.
“그래 진짜겠지. 그래. 근데 너 우리 반으로 넘어올래?”
“뭐?”
“이쪽에 붙으라고.”
“…….”
깍두기는 씨익 웃는다.
‘역시 플레이어군.’
그는 자신의 추측을 확신으로 바꾼다.
놈은 플레이어다. 여기서 제거하면 무조건 유리해진다.
그가 고민해야 할 건 제거할지 말지가 아니라, 어떻게 말하고 제거해야 아이들이 납득하냐는 것이다.
‘상처 같은 게 하나라도 있을 테니.’
방법은 간단했다.
이 사달이 났었고, 미친 듯이 몸을 굴리다 보면 잔 상처 정도는 나게 마련.
그걸 좀비에게 긁힌 상처라고 몰아가면 그만이다.
이거 너무 쉽게 가겠는데?
“?”
……라는 생각으로 아몬드의 전신을 뚫어져라 훑어보던 깍두기.
그의 눈이 물음표로 변한다.
‘뭐야.’
왜 상처가 하나도 없는가?
설마 한 번도 어디에 긁히지조차 않고 본관까지 달려왔다고?
‘피는 꽤 묻었는데.’
피는 묻었다. 그 말은 좀비와 전투도 했다는 건데. 어떻게 된 게 옷이 찢어진 곳은 한 군데도 없다.
‘대충 피 묻은 곳으로 말해야 하나.’
이건 NPC들의 완성도에 따라 판단이 갈릴 것이다.
일반적인 학생들이 옷에 피가 묻은 것과, 진짜 상처가 있는 걸 구분하는 건 어렵다.
만약 현실적으로 만들었다면 학생들은 아몬드가 상처가 있다고 주장해도 납득하리라.
그러나, 0과 1의 언어로 상대의 상태를 체크하는 AI적인 방법으로 세팅되어 있다면?
아몬드가 체력이 1도 닳지 않았다는 걸 알 것이다.
‘판단은 보류.’
아직 NPC들이 어떤 방식으로 상황을 해석하는지 알지 못한다.
그렇기에 그는 대신 아몬드를 더 떠보기로 했다.
“원하는 게 뭐야? 네 말대로 네가 의도해서 나왔고, 의도해서 문을 닫았다면…… 그 의도가 뭐냐고.”
“나온 건 너희들이 무기를 갖고 있길래.”
“?”
보통 무기를 갖고 있으면 안 나오지 않나?
-반대로 말하는거 아님?ㅋㅋ
-상대방 어리둥절ㅋㅋㅋㅋㅋ
-견과류식 화법 ㄷㄷ
“닫은 건 그 무기를 갖고 싶어서.”
“?”
순간 깍두기의 눈이 커다래진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갑자기 날아든 뭔가 때문.
──촤아아악!
‘언제?’
날카로운 잘린 마대 자루의 절단면이 그의 목을 스쳤다.
[치명적인 일격!] [체력 70%]미친.
급소를 맞아 순식간에 날아간 체력.
문제는 이것뿐이 아니다.
[불안함] [치명적인 부상] [큰 출혈] [세균 노출]여러 가지 상태 이상이 따라온다.
이 게임은 유리 조각 하나만 손에 박혀도 죽을 수 있는 게임이다.
“오. 피했네.”
어이없고 황당한 와중에 태연하게 중얼거리는 아몬드.
그는 자신의 상태 이상도 체크해 본다.
‘역시 없고.’
예상대로 사람을 공격해도 별다른 거부감을 못 느끼는 캐릭터다.
이 캐릭터는 전투를 위해 만들어진 게 분명했다.
“개자식이!”
후웅!
깍두기는 오함마를 힘차게 휘둘러버렸다.
슥.
아몬드는 순간 자세를 낮춰 머리 위로 흘린 뒤.
대걸레 자루로 찔러 올렸다.
촤아악!
“윽!”
깍두기는 고개를 틀어 피했으나.
코끝이 날아가 버린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노린 건 얼굴 쪽뿐이 아니다.
아몬드가 정면을 빠져나가며, 슥 돌아 강하게 로우킥을 차버린다.
퍽!
오함마의 무게로 휘청거리던 깍두기는, 땅에 곤두박질치고 만다.
그와 거의 동시에 아몬드의 대걸레 자루가 그의 머리를 강타했다.
쾅!
날카롭게 깎인 방향이 아니라, 머리가 뚫리는 대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
커헉!
거품을 뱉어내며 뻗어버린 깍두기.
그는 의식을 잃음과 동시에 코에서 쌍으로 피가 흘렀다.
[기절]-캬~! 속이 뻥!
-깍두기 국물 흐르는거 보니 깍두기 맞네요!
-ㅈㄴ 통쾌하네 ㅅㅂㅋㅋㅋ
-아이 시원해 이게 아몬드지
순식간에 처리(?)되어 버린 깍두기를 보며 1반은 당황한다.
“……미, 미친.”
“뭐야 방금?”
“헐 깍두기가?”
그렇게 강해 보이던 녀석이 너무 손쉽게 기절해 버리니 얼떨떨할 만했다.
-깍두기 닉값 못하누 ㅋㅋㅋ
-여기서 일어나면 오뚜기로는 인정해줌
-이게 조선의 김치입니까?
저도 모르게 한 발씩 물러나는 학생들.
그때였다.
“미친 선빵을 날려!? 잘됐구나! 죽여!!”
뒤쪽에서 명령을 내리는 역할을 하는 누군가가 외쳤다.
이제 명분이 확실하다는 거다.
그의 목소리에 아이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비겁한 놈!”
“우릴 죽이려 들어!?”
“3반 새끼들은 축구도 더럽게 못 하면서!”
-축구 뭐임ㅋㅋㅋㅋ
-아 축구 못하는건 못참지~ ㅋㅋㅋ
-???: 저희가 볼 점유율은 높습니다만?
아이들은 저마다 인신공격을 하며 달려들었다.
“끄아아아아!”
선두를 달리는 학생이 쇠파이프를 휘두른다.
‘왼쪽.’
훙!
당연하다는 듯 헛방이다.
그리고 아몬드의 반격은 당연하다는 듯 적중한다.
촤악!
상처가 깊게 파이며 피가 흩뿌려진다.
‘긁기만 해도 여기선 거의 죽는 거나 마찬가지.’
아니, 죽이는 것보다 긁어놓는 게 오히려 사기 저하에 특출나다.
그 녀석을 위해서 붕대를 새로 가져오고 계속 치료해야 하기 때문에 인력 낭비가 더 심해지거든.
“이, 이 새끼가!”
“찔러!”
양옆에서 거의 동시에 들어온 합동 공격.
‘좌우 동시.’
텅!
아몬드의 양손에 든 마대 자루가 막아낸다.
양쪽 공격을 동시에 다 막은 것이다.
“……!”
-ㄷㄷㄷ
-캬 이거지
-인간시대의 끝이 도래했다! 견과류의 시대가 온다!
-ㅅㅂㅋㅋㅋ
-포즈가 진짜 인간 시대 끝 도래했다인데?ㅋㅋㅋ
휘릭.
그는 엇박자로 대치하던 힘을 풀며 빠져나가더니, 오히려 아이들이 있는 쪽으로 달려들어 마대 자루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촤아악!
촤악!
“끄아악!”
“어, 어어어!?”
한 명이 40명을 휘저어놓는 광경.
[자, 잠깐만요 3팀 화면에서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죠!?]잠시 다른 곳을 보던 해설들도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진다.
[지금 1팀?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1팀을 상대로 혼자 전투를 펼치고 있습니다!!!] [아니, 무슨 3류 학원 액션물인가요!? 전투에 개연성이 없습니다!]-박태준식 액션ㅋㅋ
-공장식 액션 영화식 액션…… 근데 진짜인.
-무쳤네ㄹㅇ
-이거 그러니까 좀비들이 팀 먹고 아몬드를 이겨야하는 게임이죠?
-ㅁㅊㅋㅋㅋ
아몬드가 우글거리는 학생들 사이로 들어가자, 순식간에 서너 명이 바닥에 누워 버렸다.
퍼억!
아몬드는 마대 자루뿐 아니라, 팔꿈치, 무릎 주먹 등 타격점이 될 곳들은 전부 무기화해서 애들을 패고 있었다.
퍼어억!
퍽!
“커헉!”
“잡아! 씨발 팔다리를 잡아아아!”
반항을 안 한 건 아니다.
처음엔 눈에 불을 켜고 빗자루라도 들고 때리려 하지 않았던가.
텅……!
뭘 휘둘러도 저놈의 마대 자루에 막혀 버리고, 뭘 잡으려 해도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니.
전투 의지가 사라질 뿐이다.
빠각──
“으아아아악!”
그리고, 아이들은 슬슬 깨닫기 시작했다.
먼저 공격을 시도한 놈부터 턱이 으스러지고 있다는 것.
객기를 부리다간, 그다음 차례가 자신이 될 수도 있다는 것.
“커헉……!”
“나, 난 아니야, 나 안 싸울…… 끄억!”
아몬드의 주먹 혹은 팔꿈치는 그들의 턱뼈 마디 사이로 정확하게 쑤셔박혔다.
“이 새끼들아! 도망치면 어떡해!?”
용기 있는 자부터 쓰러진다.
모두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되니, 아무도 용기를 낼 수가 없다.
“뭐, 뭐? 도망?! 방금 못 봤어?”
“네가 나가 싸워보든가!”
-니가 가라 하와이
-1반 쉑 ㅋㅋㅋㅋ 꼴좋누
-ㅋㅋㅋㅋ애들 표정 ㅋㅋㅋ
아이들은 군인이 아니다.
용기에 대한 보답이 죽음뿐이라면, 그들은 머뭇거릴 수밖에 없다.
[아이들이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계속 반복해 명령하면 좋지 않습니다! 사기 떨어져요!] [이게 지금 한 명이라고 해서 애들이 겁을 안 먹는 게 아니거든요!?]그렇다.
전쟁은 머릿수로 하는 게 아니다.
사람 대 사람의 다수 전투는 결코 숫자로 판가름 나지 않는다.
훈련된 조직력과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는 용기.
이 두 가지가 대규모 전투의 기본 요소다.
칼을 더 깔끔하게 휘두르는 방법 같은 건 부가적인 셈이다.
물론 아몬드는 그런 부가 사항도 전부 숙지한 자이며, 대규모 전투에 대한 이해도도 남다르다.
그렇기에 40명 안으로 파고드는 게 오히려 이득이라는 계산도 빨리 끝낼 수 있었다.
[아니, 아몬드! 들어보긴 했습니다만 진짜 이 사람 미친 거 아닌가요!? 저 무리를 상대로 뛰어들어서 몰아내기 직전!!!] [1반 설마 아몬드 하나를 상대로 후퇴합니까!?]중계진이 잔뜩 흥분한다.
지금 1명의 플레이어가 40명의 머릿수를 밀어내기 직전이니까.
1명이 40명을 몰아내다니.
신기한 일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 속을 들여다보면 당연해 보이기도 한다.
[아직은! 아직은 물러나진 않습니다!] [예, 아무리 그래도 40명이 도망치는 건 말이 안 됩니다! 1반 입장에선 버티고 몰아세우기만 해도 저 안에 10명 다 처리할 수 있구요!]1반은 자존심으로라도 물러나진 않으려는 듯 보였다.
그렇게 더 버티려는 듯했다. 몇 명쯤 정신이 나가더라도, 어쩔 수 없다.
이를 악물고 버틴다.
이렇게 의지를 다지고 있었지만…….
“크아아아아악!”
쐐기를 박는 사건이 생겨 버린다.
“크르……!”
복도 저 끝에서 소리가 들려온다.
인간의 성대를 통해 울려 퍼지나, 인간의 것이 아닌 소리.
“캬아아아아아아아!”
[조, 좀비! 좀비가 왔습니다!] [심지어 전부 뛰어옵니다! 이거 숫자가 꽤 많은데요!?]앞에는 아몬드, 뒤에는 좀비.
졸지에 샌드위치를 속재료 꼴이 나버린 1반.
그들은 결국 굴욕적인 판단을 내린다.
“이런……! 튀어! 2층으로 튀어!”
40명의 인원이 1명의 아몬드를 상대로 후퇴.
이게 그들의 결정이다.
[아아아!? 이거 실화입니까!? 후퇴!! 후퇴를 한다구요!?] [이제 아몬드 아들 낳으면 맨날 자랑해도 되죠! 아빠가 학창시절에 말이야! 40 대 1로 싸워서 이겼어!]-ㅁㅊㅋㅋㅋㅋ
-학창시절이긴해~
-ㅋㅋㅋㅋ학창시절(이진법) ㅋㅋㅋ
-0과 1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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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자 Tip: 좀비들은 시각보단 청각에 반응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