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536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4화
2. 계획이 있구나(1)
‘좀비?’
좀비가 나타났다.
피 냄새도 나고, 소란도 피웠으니 좀비가 찾아오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으, 으아아악! 도망쳐!”
“튀어! 꼴뚜기가 튀래!”
덕분에 1반 놈들도 전부 물러가게 됐고.
이건 분명 위안이 될 일이다.
[지쳐 있음]아몬드의 캐릭터도 현재 지쳐 있는 상태이기에, 더 이상 싸움을 강행했다간 탈진 상태가 됐을 수도 있다.
좀비의 등장은 그러니까, 호재인 셈인데.
“크아아아아아!”
문제는 아몬드는 퇴로가 없다는 것이다.
앞엔 1반, 뒤엔 닫힌 화장실 문.
1반에 섞여서 같이 도망가면 되지 않느냐고?
‘뒤에 애들은 어쩌고.’
그건 곤란했다.
이 게임은 혼자 살자고 하는 게임이 아니다.
화장실 안엔 3반 아이들 10명이 있다.
아몬드가 여기서 도망치면 이 아이들은 플레이어도 없이 NPC들끼리만 방치되게 된다.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었다.
안 그래도 많은 학생들을 잃었는데.
여기서 더 잃는 건 무리다.
“크아아아아아!”
“크어어……!”
그렇다고 지금 다시 화장실로 들어간다면, 앞서서 40 대 1로 혈전을 벌인 게 무의미해지긴 한다.
‘완전 무의미는 아닌가.’
그는 아까 깍두기가 떨어뜨린 오함마를 바라본다.
‘얻었으니 됐어.’
오함마를 집어 든 후, 문을 두들기며 외친다.
“얘들아! 문 열어!”
아몬드 목소리에 아이들이 반응한다.
“어? 아, 아몬드야?”
“어. 나야! 문 열어!”
드르르륵.
문이 열리고.
“히익……!”
아이들은 눈이 휘둥그레져 기겁하는 소리를 낸다.
“닫아!!”
아몬드는 빠르게 화장실 안으로 뛰어 들어간 후 문을 닫아버린다.
마구 달려오던 좀비들이 가속이 붙은 그대로 문에 들이박는 소리가 들려온다.
쿠웅! 쿠궁!
“……뭐, 뭐야 저 좀비들은? 왜 이렇게 많아?”
“1반은? 어떻게 된 거야? 설마 너 혼자 싸웠어?”
아이들은 질문 공세를 퍼부었다. 문밖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파악하기가 힘들었다.
아몬드가 휴지로 문구멍을 막기까지 해서 틈새로 훔쳐볼 수도 없었으니까.
“아. 걔넨 좀비들 와서 도망갔어.”
그러니 아몬드가 대충 둘러대도 반박할 순 없었다.
“……그, 그래?”
하나 아이들도 바보가 아닌데. 대충 소리로만 들어봐도 정말 좀비 때문에 도망간 것만은 아니라는 걸 알고는 있었다.
“진짜 좀비 때문에 도망간 거…… 맞지?”
송기태라는 학생이 묻는다.
조금 똘똘해 보이는 녀석이다.
“왜. 안 믿겨?”
“아, 아니…… 좀…… 그러니까…… 심증이…….”
“나가서 한번 확인해 볼래?”
“아, 아니야! 믿어! 믿지!!”
굳이 심증 따위로 사실관계를 자세히 파헤칠 필요가 있을까?
송기태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저으며, 그러지 않기로 한다.
때론 모르는 게 나은 것도 있는 법이다.
-???: 어이. 송기태. 사탄 들렸어?!
-쒕지타이 ㅋㅋㅋㅋ
-풍선껌 필요없는데?ㅋㅋㅋㅋ
-통솔력(물리)
-나가서 확인ㅋㅋㅋ 대체 뭘?ㅋㅋㅋ
* * *
중계진은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40 대 1로 싸웠는데 40이 36계같이 줄행랑!?”
“이, 이게 진짜 벌어진 일입니까!?”
-36계같잌ㅋㅋ
-엌ㅋㅋㅋㅋ
-이게 뭐다냐
-놀랍게도 감동 실화
“아니, 액션 게임도 아닌 이 게임에서 이런 영화 같은 액션이 나오네요!?”
“생긴 것도 완전 배우상이잖아요!”
“예. 그것도 참 한몫하는 것 같습니다! 타코야끼가 저런 싸움을 했다면 조폭들 나와바리 싸움처럼 보였겠죠?”
-ㅋㅋㅋㅋㅋㅋㅋ
-ㄹㅇ 대머리 조폭 ㅋㅋ
-너무하누 ㅋㅋㅋ
“1반은 지금 2층으로 도망 중이죠? 옥상에선 가깝긴 한데. 지금으로선 좋은 선택일지 모르겠습니다!?”
카메라는 이제 3반 아몬드 팀을 떠나, 도망치고 있는 1반으로 옮겨간다.
1반은 2층으로 올라가 방화문을 닫으며 좀비들을 밀어내고 있었다.
개중엔 제대로 뛰지 못하거나 피를 흘리는 학생들도 많았다.
“아. 이게 지금 당장 살아남는다고 해도, 아몬드가 1반에 입힌 피해가 엄청납니다. 죽은 학생만 없을 뿐이지…….”
아몬드는 인명피해는 입히지 않았다.
벌써부터 사람을 죽였다간 사기 저하와 정신 이상으로 게임이 정상 진행되지 않을 확률이 높으니까.
그래서 아몬드는 1반에 더 좋은 선물을 선사했다.
부상이다.
“부상이 더 무섭거든요? 원래 전쟁에선?”
“특히 이 좀비 스쿨에선 부상을 치료할 방도가 얼마 없어요. 유리창에만 긁혀도 서서히 죽어갈 수 있습니다!”
생존에 집중하게 만든 좀비 스쿨의 특성상 아주 작은 상처도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자연환경에서도 파상풍 등의 세균 감염으로 아주 작은 상처도 아무런 조치를 취해주지 않는다면 사람이 결국 죽게 된다.
문제는 여기서 그 사람이 과연 홀로 곱게 죽느냐는 것.
“차라리 빨리 죽으면 나은데. 이게 이 사람이 죽을 때까지 주변에서 엄청 고생해야 합니다. 붕대도 구해주고, 불편한 부분 지지도 해줘야 하거든요.”
“지금 그런 불편을 일으키는 인원이 1반에 무려 13명이나 있습니다.
40명 총원 중 부상 입은 자들이 무려 13명.
3분의 1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는 말인데.
“좀비 스쿨에선 현실 시간으로 치면 2분마다 한 번씩 새 붕대로 갈아야 되는데…… 13명이면 이게 감당되나요?”
-2분 ㅋㅋ
-13명이 2분마다 하나씩 새 붕대 ㅋㅋ
-ㅈ망이누
“커튼 같은 걸 찢으면 천이 꽤 나오긴 하는데…… 1반은 아마 결국 다시 1층의 양호실을 노릴 것 같죠?”
중계 화면에 비친 1반은 양호실이 있는 복도 쪽으로 달리고 있었다.
“예. 아무래도 침대도 있고, 붕대도 충분한 양이 있을 테니. 그쪽을 노릴 수밖에 없습니다. 심지어 소독도 가능할 테구요.”
“예. 그럼 이쯤 해서 각 반의 남은 인원 한번 보겠습니다.”
생존자가 공개되자 관중들은 술렁거렸다.
-???
-뭐야
-3반 무슨 일이냐
-엥?
-존나 줄었네 ㄷㄷ
-뭔 일 터졌나본데?
“아…… 일단 3반이 무려 9명이 사라졌어요.”
“어? 잠시만요! 3반도 3반인데…….”
중계 카메라가 미처 잡지 못한 어떤 사건이 있었던 것 같았다.
“5반은 왜 인원이 늘었습니까?!”
-??
-엥?
-늘 수도 있어?
-헐
-뭐지
“5반이 본관 후문 쪽으로 돌아갔었죠?”
“예. 그리고 3반의 풍선껌도 후문 쪽을 닫으러 갔었습니다.”
“그럼 두 세력이 만났다는 얘긴데.”
-ㄷㄷ
-뭐야 대체
-껌형 ㅠㅠㅠ
* * *
쿵. 쿵.
닫힌 문을 좀비들이 두들기는 소리.
익숙해질 법도 한데.
이 불규칙하고 살벌한 소리는, 정신이 약한 아이들에겐 꽤나 치명적이다.
“으…… 으…….”
“흐으윽…… 흑…….”
예전 세계 2차대전 때 마을로 불시에 폭격음을 계속해서 들려줬던 전략이 있었다.
언제 어디서 죽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계속 상기시켜주는 것이다.
쿵. 쿵.
그 폭격음이 지금은 좀비들의 무미건조한 노크질이다.
매 순간 죽음을 걱정하게 되는 인간은 정신이 무너진다.
“우리 여기 갇힌 거야?”
3반 학생들 중 하나가 묻는다.
“우리 못 나가? 여기서?”
아몬드는 고개를 저었다.
“잠시 숨은 거지. 갇힌 게 아니라.”
“……흐윽.”
그게 말이 되냐는 듯 울먹인다.
그때, 똘똘해 보이는 여학생이 일어나며 말한다.
“그래. 화장실에 자리를 잡은 건 다행인 거야.”
그녀의 이름은 ‘서연지’다.
“배변도 처리되고, 식수도 있잖아?”
연지의 말대로다.
좀비 스쿨에서 화장실은 꽤 괜찮은 공간이다. 비위생적일 것 같지만, 깔끔하게 배변처리가 가능하며 식수까지 있다.
“사람은 물 없이는 3일 이상 못 살아. 우린 적어도 3일은 살 수 있게 된 거지.”
1년 뒤에 있을 수능 시험을 걱정하던 아이들이 3일을 살 수 있게 된 걸 감사할 수 있을까?
누군가 연지의 말에 반박한다.
“식수랑 배변은 좋은데. 우리 잠은 어디서 자? 이 축축한 화장실 바닥에서 잘 순 없잖아.”
“왜 못 자? 지금 찬밥 더운밥 가릴 때야?”
“이건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고!”
아이들이 말다툼을 시작한다.
계속되는 스트레스에 예민해진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닌 거 같아.’
아몬드는 화장실에서 잘 수 없다고 생각했다. 습도가 높고, 바닥 타일은 차가우며 딱딱했다.
여기서 자고 안 자고는, 지금 반론하는 학생의 말대로 의지의 문제가 아니었다.
화장실에서 잤다간 저체온증에 걸릴 수도 있는 데다가 잠을 제대로 못 자 계속 피곤한 상태로 싸워야 할 터다.
푹신한 침대까진 바라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땅에서 떨어져 잘 수는 있어야 한다.
교실만 가더라도 책상을 연결해서 그 위에서 자면 될 것이다.
“하루 정도는 안 자도 되잖아? 여기서 버티면서 구조를 기다리자. 아까 애들이 신고도 했단 말이야.”
연지가 아이들을 설득했다.
“뭐? 구조? 밖엔 멀쩡할 것 같냐?”
“우리 학교에서만 좀비들이 생겼잖아? 밖은 아직 괜찮겠지! 군인들도 있고 경찰들도 있고…….”
“웃기는 소리 하지 마! 그 사람들이 우리를 구하고 자빠졌겠냐고! 우리가 뭐라고! 학교를 봉쇄하려 할걸? 좀비들 못 나가게!”
꽤나 사나워 보이는 인상의 남학생, 박의준이 흥분한다.
“여기서 나가서 식량이랑 다 확보해 놔야지! 아까 1반 새끼들 하는 거 못 봤어? 그게 구조를 기다리는 새끼들이냐?”
“그럼 넌 어쩌자는 건데! 밖에 좀비들 있잖아!”
“어! 있지! 앞으로도 계~ 속 있을 거야! 그렇다고 안 나갈 거야?! 아몬드가 하는 거 봤잖아. 마대 자루 들고 어떻게든 싸울 수 있을 거야!”
이쯤 돼서 아몬드가 끼어든다.
“일단 지금 좀비들이랑 싸우는 건 위험해.”
“……뭐? 왜?”
흥분하던 의준이 반문한다.
“내가 피곤하거든.”
피곤하다고 표현하긴 했으나.
[긁힘 – 오른팔] [긁힘 – 왼다리] [오른발 인대 부상]40명과 싸웠으니, 아몬드의 몸이 마냥 멀쩡할 순 없었다.
‘인대 때문에 발이 조금 불편해.’
긁힘은 일단 방치한다고 해도 오른발 인대부상이 치명적이었다.
이건 부목을 덧대는 등의 치료가 반드시 필요한 부상이다.
결국 아몬드는 양호실로 향해야 했다.
이 사정을 모르는 채, 남학생이 반문한다.
“뭐? 네가 피곤하다고 못 싸운다니? 그게 무슨…… 우리가 다 같이 싸우면 되잖아? 넌 뒤로 가 있어.”
“다 죽으려고?”
-캬
-속이 뻥~
-ㄹㅇㅋㅋ
-맞아 ㅋ 지들이 어케 싸움ㅋㅋ
-아몬드 체력 회복이나 도우라 이 말이야 급식 쉑덜아
박의준은 아몬드의 말에 반박하지 못했다.
“그래…… 그럼 네 계획은 뭔데.”
-계획? 그런거 처맞으면 어차피 다 사라집니다 ㅎ
-유입이냐? 이새끼가 계획이 어딨냐 ㅋㅋㅋ
-없음 ㅋㅋ
‘지금부터 세워볼까…….’
아몬드가 잠시 계획을 즉석에서 만들어 보려 할 때.
지이이이이잉……!
모두의 휴대폰에서 강한 진동이 울려 퍼진다.
[긴급 재난 문자] [현재 일반 통신망과 전산 시스템이 마비되었습니다. 대한민국 정부는 비상 대책 위원회를 구성하여, 구조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시민 여러분은 최대한 많은 식량을 확보하여 안전한 공간에 머무시길 바랍니다.]아이들의 표정이 경악스럽다.
“어…… 지, 진짜 휴대폰이 안 되잖아?”
“헐. 뭐야. 카톡 안 돼.”
“미친.”
-ㄷㄷ 이제 시작이구만
-타코야끼랑 못만나???
-타이밍보소 ㅠㅠ
3반은 상당히 곤란했다.
통신에 의존해서 3조로 나뉘어 행동했는데.
이제 그게 안된다는 것 아닌가?
이에 한 번 더 전달되는 문자.
지이이이이이잉!
[지역별 긴급 재난 문자] [현재 구조 작전의 계획이 수립되었습니다. 시민 여러분의 협조를 위해 구조 시간과 장소가 적힌 지도를 공유합니다. 해당 시간에 해당 장소에 나와 구조를 기다리시길 바랍니다.]정부에서 시민들을 구하기 위해 지도를 공유했다.
그 지도엔 구조대가 도착할 예정인 날짜와 시간이 적혀 있었다.
아이들은 너 나 할 거 없이 지도를 켜서 학교 근처를 뒤졌는데.
“이, 있다. 우리 학교 옥상이야!”
[신곡 고등학교 본관 옥상 – 헬기 구조] [5월 8일. 오후 12시 30분] [상세 정보] [+더 보기]“5월 8일. 오후 12시 30분. 3일 뒤야!”
3일 뒤.
이 학교 옥상에 구조 헬기가 온다.
“근데…… 이거 뭐지? 최대 탑승 인원…… 25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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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 정보]예상되는 최대 탑승 인원은 25명입니다.
그 외의 인원은 후에 추가적인 계획을 수립하여 다시 구조할 것입니다.
현장에서 혼선이 없도록 미리 25명을 선발하여 대기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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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ㅠ
-에반데
-아 이래서 최대한 많이 살리는게 목적이구나
-ㄷㄷ
-이게 현실적이긴 하네……
아몬드가 기억하고 있는 3반은 30명이다.
‘이거…….’
아무래도 모두가 살아남을 순 없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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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자 Tip: 다수의 생존을 위해선 소수를 버리는 결단을 내려야 할 때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