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537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5화
2. 계획이 있구나(2)
같은 시각.
풍선껌.
“하 씨…….”
그는 약 10명의 아이들과 함께 울상을 짓고 있었다.
그들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어떤 무리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는데.
그 무리는 5반 아이들이었다.
-야 껌. 너 납치된거야.
-이걸 이렇게 당하누 ㅋㅋㅋ
-캬 하드캐리(역방향)
-형 ㅠㅠ 좀 제대로해봐 ㅠㅠㅠ
채팅창의 타박으로 미뤄보아 뭔가 상황이 잘못돼도 한참은 잘못된 것 같았다.
“야. 너네.”
5반의 선두에서 걸어가던 사람이 뒤를 슥 돌아보며 말한다.
“너네 이제부턴 5반이야. 잘 알아들었지?”
그의 각목엔 시뻘건 핏자국이 가득 묻어 있었다.
풍선껌의 아이들 중 몇은 이곳저곳 멍든 부위가 많았다.
그렇다. 이들은 5반에 패배했다.
풍선껌은 아이들을 이끌고 본관 뒷문으로 갔었는데.
그곳이 마침 5반 무리가 점거한 지역이었다.
서로 좋게좋게 넘어가면 좋았겠지만.
5반은 자기들 무리에 합류하라고 강요했고, 풍선껌과 아이들은 처음엔 당연히 거절했다.
그러나 숫자 차이는 압도적이었다.
도망갈 수조차 없이 패배해서 더 큰 피해를 보기 전에 일단 합류할 수밖에 없었다.
[아. 이제야 알겠네요. 왜 5반이 숫자가 늘어나고, 3반은 확 줄었는지! 풍선껌 무리가 5반에 흡수됐습니다!]중계 카메라도 현재 이쪽 상황을 비추고 있었다.
숫자 현황을 봤을 때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났다는 게 명확했기 때문이다.
[합류요? 그럴 수가 있군요?] [예. 상호 동의를 맺으면 일단 그쪽으로 합류한 것으로 쳐줍니다!] [아…… 도, 동의를 한 거 맞죠? 전혀 그런 표정이 아닌데요?!]-상호 동의(물리) ㅋㅋㅋ
-을사조약식 동의 ㅋㅋ
-누가 동의하라고 칼들고 협박함? // ???: 네!
-사실상 고기방패로 쓸 거같은데……
[그런데 의문인 게 어떻게 5반은…… 저런 짓을 쉽게 한 걸까요? 아이들의 사기에 영향을 끼칠 텐데.] [아. 그게 반마다 약간은 특성이 다르거든요? NPC들조차도요.] [아 그렇습니까?] [예. 왜 학창시절에도 어떤 반은 축구를 잘 하는 애들이 많고, 노는 애들이 많다거나 이런 게 갈리잖아요.] [아 그럼 5반은…….] [소위 전투민족이 많은 반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사이아행성이냐곸ㅋㅋㅋ
-반 자체가 일진 ㅅㅂㅋㅋㅋ
-아…… 저긴 그럼 너무 유리한 거 아냐???
-운빨 겜이었누
이렇듯 좀비 스쿨 멀티 모드는 마냥 공평하게 상황이 주어지는 건 아니었다.
각 반마다 약간의 특성 운빨이 있는데.
이걸 주어진 대로 잘 활용하는 게 실력일 수 있었다.
[그럼 지금 합류된 3반은 5반에 비해 나은 게 뭔가요? 여태 본 바로는 전투적인 능력은 별로 느껴지지 않던데.] [아, 예. 공격성에 있어서는 그냥 학생들 평균이구요. 아이들이 착하다? 단결력이 있다? 이걸로 보는 게 좋겠습니다.]-애는 착해……ㅋㅋㅋㅋ
-ㅅㅂㅋㅋㅋㅋ그게 뭔데
-쓰레기아냐?
-볼 점유율! 조직력! 정신력!
-인성도르 ㅋㅋㅋㅋ
한마디로 풍선껌네 3반이 5반과 정면으로 맞닥뜨리면 승산이 없단 말이다.
‘어째야 하나.’
풍선껌은 골머리를 썩이지만, 풍선껌의 팬들은 풍선껌이 지는 걸 훨씬 좋아하기 때문에 신이 났다.
-껌 형 또 하드캐리 (역방향)
-“방송 천재”
-이걸 아몬드 들고 꼴지하냐?ㅋㅋㅋ
-ㅋㅋㅋㅋㅋ이게 껌이지
‘하…… 이 자식들…….’
채팅을 보는 풍선껌은 참담한 심정이었다.
채팅창 분위기가 업 되면 업 될수록 그의 패배 확률은 올라간다.
‘그래도 죽으란 법은 없지.’
물론, 그도 아예 희망이 없는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녀석들은 내가 NPC인 줄 알고 있어.’
너무나 완벽한 연기력(?) 때문이었을까?
5반은 이 안에 플레이어가 한 명 섞여 있다고 생각을 못 하고 있는 듯했다.
앞장서서 가고 있는 5반 놈들끼리 얘기하는 걸 들어보면 확실하다.
“와. 우리 운 좋다. 3반 애들도 다 얻고.”
“그러게.”
“이런 식이면 이거 꼭 반 애들만 구해야 하는 건 아니네?”
“그치. 다른 팀들은 몇 명이나 구했으려나.”
“흠. 다른 서버에서 하고 있으니 알 수가 있나.”
다른 서버.
그렇다.
이들은 아직 멀티 모드의 의미를 오해 중이다.
좀비 스쿨 멀티 모드는 플레이어들끼리의 협동뿐 아니라 대결이기도 했다.
‘나야 좋지.’
저들의 오해가 풍선껌의 생명을 연장시켰다.
드득.
풍선껌은 조용히 커터칼을 꺼내 자신의 명찰을 뜯어내 바닥에 버렸다.
‘이름이 풍선껌이니까 바로 들킬 거야.’
풍선껌이라는 이름은 스트리머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다.
NPC 이름이 풍선껌이라고 하면 5반 플레이어들이 바로 눈치챌 터다.
반대로 말하면 이 이름만 잘 가리면 한동안은 안 들킬 거다.
애들이 이름만 안 부른다면…….
“야. 풍선껌……!”
에라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오지훈’이다.
아몬드랑 매점 갔던 놈.
풍선껌한테 빵을 얻어먹곤 열렬한 팬이 된 그 녀석이다.
“야. 풍…… 우웁?!”
턱!
오지훈의 입을 틀어막아 버린 후.
“조용히 해. 짜샤. 이름 부르지 마.”
“뭐, 뭐? 왜? 나랑 친구 하기 싫다 이거야?”
“하아. 그게 아니라…… 근데 갑자기 왜 불렀냐.”
-친구하기 싫냐니 ㅋㅋㅋ
-커엽ㅋㅋㅋ
-나라 잃은 표정 뭔데
“아, 아니 난 그냥 궁금해서.”
“뭐가?”
“우리 얘네 계속 따라다녀도 되는 거냐?”
따라다녀도 되냐고? 이 자식은 뭐라는 거야. 나보다 멍청하잖아?
“아니. 멍청아. 되겠냐고~”
“왜, 왜?”
“그야 얘넨 우릴 자기편 취급 안 해줄 거니까.”
“뭐? 왜? 우리도 이제 5반이라며.”
-ㅋㅋㅋㅋ절레절레
-풍선껌 미러전 인가요?
-리틀 풍선껌 오지훈
풍선껌은 그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똑바로 설명해 줬다.
“어이. 오지후이. 너 같으면 굴러들어온 돌을 잘 취급해 주겠어? 음식도 제일 나중에 주고, 나중에 위험할 때 우릴 고기 방패로나 쓸걸?”
사실 이건 풍선껌의 의견일 뿐이다. 아직 그렇게 할지 말지는 모른다.
“고, 고기방패……? 그렇구나. 제기랄. 개새끼들……!”
꽤나 단순한 친구인 오지훈은 곧바로 욕을 해댔다.
-ㅁㅊㅋㅋㅋㅋㅋ
-5반은 졸지에 하지도 않은 일로 욕먹었누 ㅋㅋ
-바로 설득 ㅋㅋㅋ
-근데 아주 틀린 말은 아님
풍선껌은 이왕 이렇게 된 거 비장한 투로 속삭였다.
“그러니까. 지훈아. 네가 애들한테 똑바로 전해라. 정신 꽉 붙잡고 있으라고. 언제든지 내가 신호하면 뒤통수치는 거야. 알았지?”
“그래. 의리의 3반 아니겠어? 준비해 놓을게. 풍선껌.”
“아, 내 이름 말하지 마. 애들한테도 내 이름 절대 말하면 안 된다고 전해.”
“아니, 대체 왜?”
“그런 사정이 있어. 반란에 성공할 때까진 부르지 마.”
“그, 그럼 뭐라 해?”
“앞으로는 날…….”
그러게. 뭐라고 하지?
-생각을 안해놨냐고 ㅋㅋ
-날 조커라고 소개해줄래요? 홍홍홓
-엌ㅋㅋㅋㅋ 걍 부르지 말라해
“야!”
헉.
풍선껌은 헛숨을 들이키며 말을 끊었다.
“뭐라 중얼중얼 해쌌냐? 어?”
딱 봐도 불량해 보이는 NPC가 고개를 돌리며 인상 쓴다.
5반 학생 중 하나이다.
“뭐 이리 말이 많냐고.”
“아…… 아무 말도……”
풍선껌은 저도 모르게 시선을 떨구며 말을 얼버무렸다.
그러자─
“야, 이 3반 새끼들아.”
띠용~
그는 풍선껌의 이마를 밀어버린다.
“살려줬는데 고마운 것도 모르고.”
띠용~!
또 민다. 꼭 오뚜기처럼.
“조잘조잘 떠들기나 해? 좀비 밥으로 던져줄까? 어?”
새, 새파랗게 어린놈이…….
[어지러움]어지러움 상태가 뜨는 풍선껌.
하지만 개길 수 없다.
저 앞부터 5반 놈들이 수십 명이다.
“미, 미안…….”
부들부들.
풍선껌은 굴욕을 준 상대의 명찰을 확인한 후.
“김진혁. 기억해 놨습니다.”
시청자들에게만 들리는 채널로 속삭였다.
-기억하시면…… 뭔가 달라지는겁니까?
-엌ㅋㅋㅋㅋㅋ
-학교에서 맨날 처맞다가 집에와서 18 대 1 결투 풀시뮬 돌리는 찐 같습니다 형님.
-그냥 이름만 외웠다는거죠? ㅎㅎ
그때였다.
“쉿!”
선두로 가던 그룹이 주먹을 들어 올리며 모두를 조용히 시켰다.
“좀비다. 코너 돌아 끝에 화장실.”
순식간에 복도는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크으으으…….
미약하게 들려오는 좀비 소리.
‘좀비?’
‘헉 진짜야.’
‘미친 왜 이렇게 많냐.’
꿀꺽.
마른침 삼키는 소리가 들려올 정도로 깊은 적막.
가장 선두에 선 플레이어가 속삭이는 말이 들려왔다.
“화장실 앞이야. 하필.”
“숫자가 꽤 많은데.”
“화장실 확보해야 하는데.”
“무기가 더 있어야 돼.”
그들은 손가락으로 옆의 빈 교실을 가리키더니.
“안 되겠다. 화장실은 못 가. 여기서 무기 만들어서 가자.”
선두에 가던 자가 조용히 빈 교실문을 열었다.
그런데─
“?!”
──쨍그랑!
요란한 소리를 내며 뭔가가 떨어졌다.
“캬아아아아!?”
화분이다.
화분이 문에 기대어 있었던 모양이다.
“뭐해! 씨발 빨리 열어!!”
이미 소리를 안 내기엔 늦었다.
선두는 있는 힘껏 문을 당겨 버린다.
유리와 철이 갈리는 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졌다.
끼이이이잉……!
“캬아아아아아아아!”
“크아아아아!”
화장실 앞에서만 죽치고 있던 좀비들 중 몇이 갑자기 반응하기 시작했다.
절뚝이면서 걸어오는 좀비들도 있었지만.
“씨, 씨발 뛰어온다!”
타다다다다다닥!
사람과 비슷한 속도, 아니, 어쩌면 사람보다도 더 빠른 속도로 뛰어오는 녀석들도 있었다.
-ㄷㄷㄷ
-ㅅㅂ 뭐야??
-개무섭네
“뛰어오는 새끼가 있어!!!”
콰앙!
아이들이 비명을 내지름과 동시에 문으로 마구 밀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비, 비켜어어!”
“3반 새끼들! 너네가 마지막에 들어와!”
“5반부터 들어와!”
“뭐, 뭐 미친 새끼들아!? 우리도 5반이라며!”
퍼억!
5반의 일원들이 발로 차버리며 풍선껌을 밀었다.
“지랄하지 마!”
풍선껌도 쉽게 밀리진 않았다. 붙잡고 늘어지며 발악한다.
아수라장이었다.
입구는 좁고, 애들은 많고, 소리는 점점 커지고…….
-ㅁㅊㅋㅋㅋㅋㅋ
-나쁜놈들ㅋㅋㅋ
-이게 나라 잃은 설움 ㅠ
뛰는 좀비들은 이미 거리가 다 좁혀졌다.
“캬아아아아아!”
그들의 이빨 개수를 셀 수 있을 정도로 가깝다.
“으, 으아아아아!”
“빨리가! 빨리 들어가라고!!”
풍선껌은 다급했다.
결국 밀리고 밀려…….
‘이러다간…….’
3반이 제일 마지막에 들어간다.
3반 중 가장 앞에 있는 자신은 상관없지만, 제일 마지막은?
“꺄아아아아아아! 사, 살려──”
3반 여학생 하나가 소리친다.
‘이런 결국.’
좀비 하나가 그녀를 붙잡았기 때문이다.
찌이이익.
치마가 늘어지다 못해 찢어진다.
“떼, 떼어내!”
──퍼억!
남학생 하나가 달려가 발을 걷어찬다.
좀비는 잠시 뒤로 물러났으나.
좀비가 하나가 아니잖은가?
“크아아아아!”
덥석!
한 번 뒤로 처진 여학생은 다시 잡힐 수밖에 없었다.
긴 머리채가 잡혀 버린다. 비명을 내지르며 발버둥을 쳐봤으나.
콰드드득!
추가로 달려드는 좀비에게 물리고 말았다.
“닫는다아! 빨리 들어와!”
여학생을 구하려던 남학생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끌려가듯 교실로 들어갔고.
드르르르륵!
다시 한번 유리와 철이 갈리는 소리가 울려 퍼지며, 미닫이 문이 닫힌다.
쾅!
“……다, 닫혔어.”
좀비들이 달려오던 추진력으로 문에 부딪힌다.
쿵. 쿵.
피칠갑이 되어가는 유리창.
크으으으읅……!
카아아……!
안쪽의 소리와 바깥의 소리 사이, 먹먹한 막이 깔리고.
긴장이 풀린 아이들이 털썩 주저앉는다.
“하아…… 하아…….”
“미친…… 방금 죽은 거야?”
3반의 아이들은 모두 눈을 부릅 뜬 채로 바깥의 풍경을 멍하니 바라본다.
너무나 허무하게 친구를 잃었다.
그때, 살벌한 목소리가 드려온다.
“야. 거기.”
아까 풍선껌을 조용히 시켰던 5반의 김진혁이다.
“너. 이리 와봐.”
“……나, 나?”
그는 풍선껌을 정확히 가리키고 있었다.
“그래. 너. 이 새끼야. 넌 왜 명찰이 없냐? 이 새끼 이름 뭐야?”
헉.
순간 풍선껌은 저도 모르게 헛숨을 들이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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