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538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6화
2. 계획이 있구나(3)
쿵. 쿵.
시뻘건 피 칠갑을 하며 문에 몸을 비비는 좀비들. 이 좀비들은 미닫이문을 열지 못한다.
굳이 잠가야 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그들에게 이걸 여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과연 이 미닫이문을 열지 못하는 게 좀비들뿐일까? 우습게도 인간들도 이 미닫이문을 열지 못한다.
굳이 잠겨 있지 않아도, 그들은 열지 못한다.
그리고 이 미닫이문이 한 개씩 닫힐 때마다, 그들은 고립된다.
문이 닫히는 숫자만큼 작은 사회가 생겨난다.
지금 화장실로 향하는 1층 복도 옆, 3학년 1반 교실에 갇힌 풍선껌이 그렇다.
그는 미닫이문이 닫힘과 동시에 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한 사회로 편입되었다.
마치 아이가 자기 의지로 나라를 정해서 태어나는 게 아닌 것처럼.
“야. 넌 왜 명찰이 없냐?”
이 사회에서 그는 최하층민이다.
그를 포함한 그를 믿고 따르던 이들도 함께 최하층민으로 전락했다.
“…….”
“새끼…… 잃어버렸냐? 뭐 상관없으니까. 일로 와라.”
상류층인 5반.
그중에서도 포식자로 군림하는 김진혁의 말이다.
풍선껌은 다가가지 않을 수 없었다.
김진혁은 풍선껌에게 라이터를 던지며 말했다.
“붙여봐라.”
담배를 문 입을 내밀며 기다리는 김진혁.
“…….”
풍선껌은 망설였다.
[반의 사기가 떨어집니다.]3반의 사기가 떨어지고 있다.
자신의 이 행동 때문인 것 같았다.
-존나 ㅋㅋ 굴욕주네
-시발련
-npc도 가지각색이구나 ㄹㅇ
이게 김진혁의 방식이다.
적의 리더에게 굴욕을 주는 것이다.
풍선껌 하나를 복종시킴으로써 3반 전부를 컨트롤할 수 있다는 걸 아는 것이다.
새파랗게 어린놈이 이런 일에만 사리가 밝다.
‘그래도 이름 안 들킨 게 어디냐.’
풍선껌은 그나마 잘 풀린 점을 생각하며 화를 삭인다.
여기서 싸워서는 전혀 승산이 없었다.
5반엔 플레이어 3명이 건재하게 지키고 있고, 그들은 아주 냉철한 눈으로 저기 창가에 서서 이 상황을 관찰하고 있었다.
만약 싸움을 건다면 저들에게 이쪽을 공격할 명분만 제공하는 꼴이다.
그리고 숫자도, 힘도, 지략도 없는 3반의 풍선껌 조는 참패할 것이다.
치익.
라이터 불이 피어올랐고.
“쓰으으읍.”
김진혁이 숨을 깊게 한 번 빨아들이자 담배 끝에 빨간 점이 타올랐다.
그는 책상 위로 대자로 뻗어서는 연기를 내뱉는다.
“하아아. 달다. 달아.”
3반 아이들의 표정이 심상치 않아졌다.
우울. 좌절. 절망…….
불을 붙인 건 풍선껌인데.
그의 행동 하나에 이렇게 모두가 영향을 받는 것이다.
김진혁의 뒤에 포진한 날티 나는 학생들이 웃는다.
“김진혁 저 새끼 영화 너무 많이 봤네. 네가 이정재냐?”
“아~ 존나 멋있는 척하지 말라고~”
김진혁은 그들에게 밖을 가리킨다.
“야. 지금 밖에 봐라. 우리 인생이 더 영화야. 이정재보다.”
“씨발 말은 잘해요.”
“아. 근데.”
스윽.
김진혁은 상체를 일으켜 세우더니.
담배를 든 손을 흔들어 문 앞에 선 3반을 불렀다.
“거기 3반. 다 일로 와. 너넨 아까보니까 주제 파악이 좀 안 된 것 같더라.”
김진혁은 이제 3반 전부를 통솔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들의 리더급인 풍선껌에게 굴욕을 줬으니 말이다.
“야. 빨리 안 와?”
3반 아이들은 뻘쭘해하면서도 천천히 일어나서 그의 명령대로 앞으로 왔다.
“야 3반. 너넨 여기 꼽사리 낀 거야 새끼들아. 알아? 근데 조잘조잘 떠들어서 좀비를 불러?”
아이들 대부분은 말을 못 꺼내는데.
지훈만이 뭔가 반발하려 했다.
“그, 그건…….”
뻐억!
옆에 있던 다른 학생이 지훈의 뒷통수를 후려갈겼다.
“이 새끼야. 뭘 그건이야. 그건은.”
아하하하하.
옆에 있는 여학생들이 웃는다.
“이상호. 적당히 해.”
“야 얘네 냅두면 또 트롤한다니까?”
지훈의 말문이 막히자, 다시 진혁이 담배 연기를 뿜으며 말한다.
“어이. 너. 한번 말해봐라. 네가 어떻게 할 말이 있냐? 우리가 무기 찾고 문 막고 할 때 너넨 어디 있었는데? 어? 한 것도 없으면서 우리랑 똑같이 들어오려 하던데? 이거 말 되는 거냐?”
오지훈은 대답할 수 없었다.
원래도 그리 머리가 좋진 않은 놈인 데다가, 지금 분위기에 바른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앞으론 말 잘 들어라? 어? 뒤지기 싫으면.”
그는 고개를 돌려 담배 연기를 풍선껌에게 후하고 뿜어대며 말을 마쳤다.
“특히 너도 이 새끼야. 넌 눈빛이 뭔가 맹~ 한 게 마음에 안 들어.”
희뿌연 연기가 매워 풍선껌은 눈을 감으며 중얼거렸다.
시청자들한테만 들리는 채널로.
“김진혁. 이상호. 박지연. 곱게 못 죽습니다…….”
-아니 그러니까 그걸 저기에다 말하라구요 ㅋㅋㅋㅋ
-나만 아는 데스노트 ㅋㅋㅋ
-아 개웃겨 ㅋㅋㅋㅋ
-선임들 이름 외우는 이등병의 모습입니다~
-ㅂㄷㅂㄷ
-찐의 정석ㅋㅋㅋㅋ
-풍리아 스타크 ㅋㅋㅋ
* * *
문구멍 틈에 있는 눈동자가 커졌다.
‘어?’
아몬드는 의아해했다.
‘어디로 간 거야?’
화장실 앞에 구름같이 몰려 있었던 좀비들이 사라졌다. 갑자기 어디로 어그로가 끌린 것이다.
“……얘들아. 지금 좀비들이 다 어디로 갔는데?”
문구멍으로만 보는 입장에선 좀비들이 어디로 갔는지까진 확인하기 어려웠다.
“지, 진짜야?”
“응.”
“그럼 우리 양호실로 진입할 수 있는 거야?”
“음…….”
그건 모르겠다.
만약 좀비들이 달려간 방향이 양호실 쪽이면 그건 곤란할 것 같았다.
“아니. 바로 양호실로 갈 순 없을 수도 있어. 교실만 들어가도 자는 덴 문제 없을 거야.”
사실상 아몬드의 첫 번째 안은 양호실보단 교실이었다.
현재 굳이 양호실의 침대 정도로 좋은 잠자리가 필요한 게 아니었다.
그저 바닥의 냉기만 피할 수 있어도 충분했다.
‘문제는…….’
문제는 아몬드의 부상이다.
[긁힘 – 오른팔] [긁힘 – 왼다리] [오른발 인대 부상]아직은 악화되지 않았으나.
[출혈 32%]출혈 수치가 차오르고 있었다.
이게 100%가 되면 무조건 지혈을 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과다 출혈로 즉사한다.
지금도 사실 위험한 수준이다.
[빈혈] [시야가 어지러워지고 반응 속도가 더뎌집니다.] [절뚝거림] [이동 속도가 저하되고 착지 시 고통을 느낍니다.] [지쳐 있음] [힘이 저하되며 명중률이 떨어집니다.] [배고픔] [힘이 떨어지며, 상처 회복이 더뎌집니다.]위의 부상으로 인해 실제 전투 능력에도 영향을 받고 있었다.
1반과의 전투가 굉장히 무리였던 모양이다.
‘움직여야 하는 시간이구나.’
아몬드는 이만 이 화장실을 떠날 때가 왔음을 직감했다.
“곧 움직일게. 다들 좀비들 없는 틈에 화장실 갔다 오고. 화장실 다시 못 올 수도 있거든.”
그는 본인도 화장실 문을 열며 말했다.
-유경험자의 조언이다 잘 새겨들어라.
-역시 배변킹 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얼리억세스 때 생각나네.
* * *
쏴아아아아아.
물 내리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아이들이 모두 준비가 됐다는 눈빛으로 화장실에서 나왔다.
“그럼…….”
아몬드는 미닫이문을 조심스레 열었다.
“일단 정찰 좀.”
나가는 타이밍은 지금이 맞는데. 문제는 어디로 향하냐는 것이다.
좀비가 어디로 갔는지가 중요했다.
‘교실 앞에 바글거리네.’
아몬드는 좀비가 여기서 가장 가까운 교실 앞에 바글거린다는 걸 확인했다.
‘그렇다면…….’
아몬드의 표정이 밝아졌다.
이건 호재였다.
지하로 가는 계단은 노마크 상태다.
지하로 가면 교실보다 훨씬 중요한 매점으로 가는 루트가 뚫린다.
물론 거기에도 뭐가 있을지 알 순 없지만.
현재 상황을 봤을 때 지하로 향하는 게 베스트였다.
탁.
아몬드는 다시 문을 닫은 뒤.
아이들에게 현 상황을 설명한다.
“……그렇게 해서 우린 지하로 간다.”
아이들은 모두 수긍했다.
일단 모두 죽도록 배가 고팠기 때문이다. 현재 게임 내 시간으로 이미 이 사태가 시작된 지 15시간을 넘기고 있었다.
여름이라는 설정이라, 몇 시간 후면 해가 뜰지도 모른다.
한참 성장기 아이들이 죽도록 뛰어다녔으니 당연히 배고픔도 굉장한 수치를 기록 중일 것이다.
[배고픔]이는 아몬드도 마찬가지다.
출출함을 넘어 배고픔으로 넘어간 지 한참이다.
여기서 굶주림으로 바뀌는 순간 온갖 디버프가 걸릴 터다.
“신호하면 출발한다.”
아몬드는 마지막으로 물을 마셔 목을 축인 뒤, 다시 문고리를 잡았다.
“하나. 둘…….”
드르륵.
문이 당겨졌다.
동선은 쉬웠다. 문을 열자마자 바로 앞에 보이는 계단으로 가면 되는 거였으니.
단, 소리를 최대한 내지 않고 움직인다는게 조건일 터다.
“조용히.”
아몬드는 오함마를 꽉 쥔 채 아이들을 향해 손짓했다.
아이들이 줄지어 조용히 따라왔다. 모두 자세를 한껏 숙인 후 벽에 밀착하여 최대한 노출을 줄였다.
저벅. 저벅.
아주 미약한 발소리만 울려 퍼졌을 뿐이다.
오히려 저쪽 교실 앞에서 난리 치고 있는 좀비들의 괴성이 훨씬 더 시끄러웠다.
이렇듯, 소리를 죽이는 전략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그들은 지하 계단을 쭉 내려가 코너를 돌았다.
“매점…… 하아…… 드디어…….”
3반 중 누군가가 홀린 것처럼 중얼거린다.
덩치가 꽤 좋은 통통한 남자아이다.
배가 많이 고픈 모양.
“대혁아. 닥쳐.”
“…….”
중간에 있던 여자아이가 그를 조용히 시킨다.
사실 저 정도 속삭임은 이젠 꽤나 멀어진 좀비들 무리에 들릴 리는 없었다.
그런데─
“?”
툭.
갑자기 아이들이 우르르 부딪힌다. 도미노처럼.
“미, 밀지 마.”
“왜 안 가?”
“모, 몰라.”
가장 선두에 선 아몬드가 멈춰서 일어난 일이다.
아몬드가 천천히 일어나 아이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잠겼어.”
끼익…….
아몬드가 방화문의 손잡이를 돌려보지만, 꿈쩍도 하지 않는다.
-ㄷㄷㄷ
-헐 매점 누나가 설마 벌써? ㅋㅋㅋ
-ㅈ됐다……
-얼른 다시 화장실로 ㅠㅠㅠ
이미 지하로 연결되는 통로를 누군가 막아버린 것이다.
아몬드는 자신의 손에 쥔 오함마를 내려본다.
‘이걸로 내려쳐?’
일전에 방화문을 억지로 열던 백준수 패거리가 생각났다.
오함마가 있으니 불가능한 건 아닌데.
여기서 이걸 내리치면 좀비들이 우르르 달려올 것이다.
그럼 탈출구마저 막힌 상태로 싸워야 했다.
‘그전에 뚫을 수 있어.’
이론상 오함마로 이 문 손잡이를 부숴 뚫고 들어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1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좀비들이 이 소리를 듣고 여기까지 달려오기 전에 이 문을 열고 들어갈 수 있다.
“뚫을게. 다들 좀비 오는 거 대비해.”
아몬드는 그렇게만 말하고 오함마를 번쩍 들어 올렸다.
“뭐, 뭐?”
“야. 안──”
──까아앙!!!
쇠와 쇠와 부딪히는 무지막지한 소음이 울려 퍼졌다.
“미친 좃됐다.”
“야, 야 위에 막아 이미 조졌어 여기 뚫고 가야 돼!”
아이들은 무기를 들고 이제 계단 위 쪽을 바라봤다.
좀비들이 몰려올 것이 뻔했다.
그전에 매점 방화문을 뚫느냐, 아니면 좀비들이 오느냐의 싸움이다.
까아앙!
까앙!
아몬드는 무서운 속도로 손잡이를 타격했고.
“크아아아?”
“캬아아아아악!”
교실 앞에 몰려 있던 좀비들이 이 소리를 듣고 반응하기 시작했다.
우당탕……!
저 멀리 복도 쪽에서 마구 달려오는 발소리가 들린다.
“빨리! 빨리!”
맨 뒤에 선 아이가 울먹이며 말한다.
그때─
땡그랑!
동그란 쇠 손잡이가 바닥에 떨어져 굴렀다.
“!”
역대급 속도로 손잡이가 부러져 떨어져 나갔다.
채 15초 남짓도 걸리지 않았으니. 아이들조차 놀랄 정도다.
“버, 벌써?”
“씨바…… 살았다.”
-빨리!!
-휴ㅠㅠㅠ
-와 심장 ㅠㅠ
아몬드는 빠르게 손을 넣어 잠금을 해제한 뒤, 문을 밀었는데.
“!”
끼이이…….
미약한 쇠긁는 소리만 날 뿐.
문이 열리지 않았다.
“야! 씨바 뭐 해! 왜 안 열어!?”
사납게 생긴 친구, 박의준이 부르짖었다.
“우리 다 죽이려 그러냐!? 좀비들 코앞이야!”
누가 일부러 안 열겠냐?
아무리 힘을 줘 밀어도 열리지 않았다.
문 구멍 틈으로 보고나서야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바리케이트……?”
문 뒤에 수많은 책상과 책장으로 바리케이트가 쳐져 있었던 것이다.
“막혔어.”
* * *
[초보자 Tip: 알고 계셨나요? 성경엔 이런 말이 있다고 합니다. “남에게 예를 다해 환대하지 못한자, 그 또한 환대받지 못할 것이다.” 여러분 상황에 딱 맞는 말 같다구요? 그야 성경엔 이런 말이 없고 제작진이 지어낸 말이기 때문이죠!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