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543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11화
4. 포기(2)
초토화.
현재 5반을 그보다 잘 설명할 단어가 있을까?
충격적인 건 이게 단 1명의 소행이라는 거다.
“끄응…….”
“으어어…….”
바닥에서 뒹굴며 신음하는 수많은 학생들.
딱히 죽은 사람까진 없었으나.
‘그건 그냥 봐준 거고.’
상대가 죽일 줄 몰라서, 혹은 죽일 능력이 없어서 안 죽인 게 아니라는 걸 김망고는 알고 있었다.
사람을 죽이는 건 아직 리스크가 큰 행동이라 굳이 죽이지 않은 것이다.
살해 장면을 본 학생들의 멘탈이 어떻게 될지 미지수니까.
무엇보다 죽일 필요가 없었다는 게 주요하게 작용했을 터다.
여기서 5반은 남은 부상자들만 케어하다가 자연스레 챌린지에선 탈락될 것이다.
전쟁에선 사상자보다 부상자가 더 무서운 법이다.
그러니까, 사실상 이들은 전부 죽은 거나 마찬가지다.
‘아니. 그보다 못하지.’
김망고는 결국 천천히 양손을 들어 올렸다.
“항복.”
완전한 패배였다.
다시 도전하고 싶지도 않을 정도로.
“재밌었습니다.”
-빠른 인정 ㅋㅋ
-수고~
-그래 잘가라-
그는 그 말을 남기고 로그아웃해 버렸다.
* * *
“아~ 지금 챌린지 포기인가요? 김망고?”
캐스터는 다소 당황한 듯 되묻는다.
“이렇게 그냥 항복하네요?”
치이이익.
5반 플레이어들이 있던 쪽의 캡슐이 연달아 열렸다.
게임에서 아예 나와버렸다는 뜻이다.
“엄청나게 빠른 판단!”
-역시 지략가 ㅋㅋㅋ
-빛의 속도네 ㄹㅇ
-진짜 판단이 빨랐음 아몬드 얼굴만 보고도 도망쳐야지 ㅋㅋ
“지금 거의 비슷하게 궤멸당한 1반은 아직 게임 포기 안 했는데. 5반은 바로 포기하네요?”
“예. 그렇군요.”
“이건 좀 안타까운 결정 아닐까요? 해설위원 어떻게 보십니까?”
“사실 저는 이해가 가요! 저 같아도 게임 하기 싫거든요!”
-ㅋㅋㅋㅋㅋㅋㅋㄹㅇ
-ㅈ같아서 게임하기 싫거든요! 인줄 ㅋㅋㅋ
-그래도 중도 포기는 좀 ㅋㅋ
“아. 그렇습니까? 그래도 아직 반 아이들도 다 살아 있고. 다시 재기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아니죠. 아까도 사실 5반이 다 이긴 싸움이었거든요?”
“그랬죠.”
“갑자기 웬 견과류가 나타나기 전까진요.”
“아…….”
-ㄹㅇㅋㅋㅋ
-하지만 드라군이 나타나면 어떨까?(물리)
-견과류 ㅋㅋㅋ
“예! 싸움 다 이겨놨더니! 갑자기 한 놈이 나타나서 ‘이 전쟁을 끝내러 왔다’ 이러고는 정말 다 끝내버렸어요! 다시 게임 할 맛이 나겠습니까? 어차피 또 만나면 다 몰살당할 텐데?”
“아~ 그러니까. 아몬드 선수랑 만나는 순간 어차피 또 다 잃게 될 거라는 거죠?”
“그렇죠! 단순히 맞닥뜨리는 것만으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거예요! 개연성이 없다 아닙니까? 개연성이! 뭔가 대비할 수가 없다구요! 무력감을 느낀다 이 말입니다!”
-ㅋㅋㅋㅋㅋㅋㄹㅇ
-자연재해급
-맞말이긴하네 ㅋㅋㅋ
-듣고 보니 납득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다 살아 있긴 한데요. 어떻게 안 됐을까요?”
“아이고! 캐스터님! 아몬드가 못 죽여서 살려둔 게 아니거든요?”
“아…….”
“챌린지 내내 애들 부상이나 치료하다가! 고통받다가 등선해라! 뭐 그런 겁니다 지금!”
“그렇죠. 저 많은 아이들을 치료하고 돌봐주면. 등선…… 가능할지도요!?”
“등선이라도 하면 다행이죠. 대부분은 열받아서 주화입마에 걸릴 겁니다!”
“앞길이 온통 가시밭길이었군요. 근데 1반도 상황이 마찬가지란 말이죠?”
중계 카메라가 1반을 비춘다.
붕대를 만드느라 커튼은 다 찢어져 있고, 아이들은 하나같이 기운이 없어 보인다.
제대로 먹은 것도 없고, 제대로 잠을 자지도 못했던 것이다.
심지어는 시름시름 앓다가 친구들이 한 명씩 죽어가니 우울증까지 걸린다.
“보시죠. 1반은 5반보다도 먼저 아몬드라는 괴물을 맞닥뜨렸습니다. 그래서 지금 누구보다 빨리 이 꼴이 났죠.”
“차라리 특수 좀비 20마리랑 만났으면 더 챌린지 승률이 높았을지도 모릅니다.”
-엌ㅋㅋㅋㅋ
-“(아몬드로부터)생존 게임”
-ㅋㅋㅋ대참사ㅋ
“여튼!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지금 1반은 그래도 칼을 갈고 있다 이겁니다! 이 끈기를 보세요! 이게 스포츠맨십…….”
“아니, 그런데. 잠깐만요.”
카메라가 다시 아몬드 쪽을 비추기 시작했는데.
해설자는 뭔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챈다.
아몬드의 동선이 이상하다.
“아몬드…… 매점으로 가는데요?”
“예? 기껏 화장실을 탈환하더니. 매점이요? 갈 수는 있습니까?”
아몬드가 화장실이 아닌 매점으로 다시 향하고 있었다.
그것도 자신의 반 동료들을 전부 데리고.
“여전히 닫혔죠? 아니, 애초에 이 사달이 난 이유가 매점 문 닫혀서 아닙니까?”
단순히 문이 닫힌 게 아니라, 뒤에 바리케이드가 쳐져 있다.
그런데─
“저 바리케이드를 치울 방법…… 에에에에?!”
옵저버 덕에 매점 문 너머에 누가 있는지 알아챈 중계진은 깜짝 놀라고 만다.
“저희가 이걸 놓쳤군요?”
* * *
매점으로 향하는 지하 계단 앞.
“뭐야. 닫혀 있잖아. 또.”
“왜 오자고 한 거야? 나 여기 무서워.”
학생들이 투덜댄다.
일단 아몬드가 오자고 해서 다 따라는 왔는데.
그들을 반기는 건 여전히 굳건히 닫힌 문뿐이었다.
이에 아몬드가 방화문 바닥을 가리킨다.
“일단 이거부터 먹어.”
놀랍게도, 그곳엔 몇 개의 빵과 초코바들이 떨어져 있었다!
“미, 미친!”
아이들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이틀을 내내 굶었는데. 갑자기 바닥에 빵과 초콜릿이?!
말이 안 된다.
분명 아까는 없었는데?
“뭐야? 이거? 어떻게 된 거야?”
“나…… 나 이거 성경에서 본 거 같아. 하늘에서 음식이 막…….”
대혁은 눈깔이 뒤집혀 허겁지겁 뛰어가 집는다.
“이, 이거 진짜야? 진짜…… 빵이야?”
질문을 하긴 하는데.
이미 입에다 욱여넣은 뒤였다.
가짜 빵이면 어쩌려고.
“와씨 이 돼지 새꺄! 우리도 줘야지!”
“미친 돼혁…….”
거의 이틀간 먹을 것은 구경도 못 한 아이들이 성질을 박박 내며 앞으로 달려들었다.
“아, 아씨 내 건!? 내 건?! 너네 다 먹었어?!”
떨어져 있던 초코바는 순식간에 다 사라졌다. 늦게 도착한 몇몇은 포장지 디자인이나 감상해야 했다.
“아. 이건 너무한 거 아냐!?”
누군가 정색하려 하는 그때.
투둑.
“!”
뚫려버린 문손잡이에서 초코바가 더 튀어나온다.
갑자기 방화문이 스낵 자판기가 되어버린 셈이다.
이 배고픈 와중에도 황당한지 멈춰버린 아이들.
“무, 뭐야. 누구야?”
“이거 독 탄 거 아니냐?”
이에 익숙하고도 짜증 나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야. 너네 소란피우지 말고. 줄 똑바로 서서 받아가라.”
아이들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미친 안경훈?”
“진짜 반장이야?”
“헐.”
-반장쉑ㅋㅋㅋㅋㅋ
-캬~ 이게 누구야! 줄벽증 환자 반장 아냐?!
-줄 빌런
-반장이었어???ㅋㅋ
-줄벽증 씹ㅋㅋㅋㅋㅋㅋ
이 방화문 건너편에 진을 치고 있는 게 반장의 세력이었던 것이다.
“그래. 곧 열어줄 테니까. 그거 먹으면서 좀만 기다려. 여기 누가 바리케이드를 미친 사람처럼 만들어놔서…….”
끼이이익.
바리케이드를 옮기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진다.
그러던 중 풍선껌이 다가와 묻는다.
“잠깐. 반장이 여깄다는 건…… 타코도 여기 있는 거야?”
풍선껌이 아몬드에게 다가오며 놀란 듯 물었다.
“네.”
그랬다.
다 쓰러져가던 아몬드에게 초코바를 건네준 사람이 다름 아닌 타코야끼였다.
“제가 지하 계단에 반쯤 기절해서 쓰러져 있는데. 초콜릿에 비타민 음료까지 주더라구요.”
“와. 근데 어떻게 네 목소리를 알아챘지? 너 말도 잘 안 했을 텐데.”
“그러게요.”
아몬드도 그게 신기하긴 했다.
이 지하 계단에서 아몬드가 한 말이라곤 올라가자고 고함지른 거, 기절 직전에 끙끙댄 거 정도밖에 없었는데.
그걸 알아채서 구분하다니.
“야! 거의 다 치웠다! 곧 연다!”
설마 반장인가?
조금 똑똑한 캐릭터 같긴 했는데.
“우, 우리 이제 살았다…….”
“내가 살다 살다 안경훈 목소리가 반가울 줄이야.”
“하아. 다행이다.”
어찌 됐든 매점으로 가는 루트가 뚫렸다.
이제 곧 마음껏 음식을 먹을 수 있단 생각에 아이들이 안도한다.
끼익…… 쿵!
굉음과 함께 문이 열리고, 반가운 얼굴들이 등장한다.
“여어! 우리가 매점 먹어놓고 있었다고~!”
일단 타코야끼가 있었고.
-이산가족 상봉 ㅋㅋ
-어??? 제갈 현아ㅋㅋㅋㅋ
-크~
그 뒤로는 활기찬 표정의 여대생.
“와아! 너네 살았구나!”
김현아가 있었다.
통칭 매점 누나라 불리는 캐릭터다.
“어때?! 어때! 내가 말했잖아! 내가 쟤 목소리 안다고 했잖아!”
아몬드 목소리를 구별해 준 게 김현아였던 모양인지, 그녀는 자신의 말이 맞았다며 방방 뛰어다닌다.
-ㄷㄷ사스가 대갈현아
-무쳤네 ㅋㅋㅋㅋ
-“제갈현”
-헐 진짜 매점 언니야? ㅠㅠ
-와
-큰 일은 제갈현이 한다.
얼리억세스 시절의 현아도 아닌데. 대체 아몬드 목소리를 어떻게 안 걸까?
옆에 있던 학생이 묻는다.
“아니 누나 어떻게 알았어요? 아몬드 누군지 알아요?”
이에 현아는 뭘 당연한 걸 묻냐는 듯 대답한다.
“야. 여기 있는 XX 염색체 중에 아몬드를 모르는 애가 어딨어.”
“아…… 그, 그렇죠?”
“게다가, 난 존잘은 숨소리도 기억해.”
현아는 콧김을 뿜어대며, 굉장한 자부심을 표출한다.
어찌 됐든 결론은 잘생겨서였다.
또 한바탕 채팅에 욕설이 난무하겠다.
-최악의 스트리머 아몬드
-ㅅㅂ 또 너냐!? 페이스 아이디!?
-이젠 페이스 아이디도 아니고, 음성인식이냐??
-호두 빼고 게임 하다가도 할 땐 해주는 새끼…… 숨소리도 존잘인 새끼……
-ㅁㅊㅋㅋㅋㅋ숨잘러ㅋㅋㅋㅋ
아몬드의 눈에 현아 말고도 또 다른 반가운 얼굴이 보였다.
“어? 피자빵…….”
그도 모르게 그를 피자빵이라 부르며 손을 흔들었는데.
그는 바로 매일같이 피자빵을 먹는 소년, 박수현이다.
“?”
졸지에 XY 염색체를 가진 탓에 아몬드를 알 리 없는 수현은 인사에 답해주지 않았다.
오히려 ‘날 알아?’라는 듯한 눈으로 한발 물러날 뿐이었다.
-남자한텐 안통하네ㅋㅋㅋ
-페이스 아이디 성능 귀신같네 아주 ㅋㅋㅋ
-남자까진 무린가 아직?
“어쨌거나. 이렇게 다 모이게 됐네.”
타코가 3반의 인원들을 슥 둘러보더니 말한다.
-ㄹㅇ ㅠㅠ
-드디어 3반 어셈블
-몇 명이지?
-근데 25명만 살아가는데 어쩌냐 ㅠㅠ
“머릿수 좀 세어보자…….”
-머리카락 수는 0입니다 형님.
-머릿수를 왜 ㅠㅠ
-타, 타코의 머릿수? 눈물이……
숫자를 세어보던 중.
타코는 본래 맨질거려야 했을 정수리를 긁적거린다.
“어? 근데 저 세 명 누구야?”
그가 호명한 건, 포승줄에 묶인 포로처럼 질질 끌려온 셋.
김진혁, 이상호, 박지연이다.
“아…… 살생부에 적힌 사람들이야.”
“살생부요?”
“어. 그런 게 있다. 타코야.”
“음…… 예. 알겠습니다. 나중에 휴먼 실드로라도 쓰면 되겠죠.”
-휴먼 실드 ㅋㅋㅋ
-너무하네ㄹㅇㅋㅋ
-이게 아포칼립스다 이거야!
“그럼 인원 정비도 다 됐고. 다들 매점으로!”
“와아아아아아!”
아이들은 계주 선수처럼 뛰어서 매점으로 달려갔다.
“와. 간만에 점심시간 보는 거 같다.”
현아는 그들의 뒷모습을 보며 쓸쓸하게 중얼거렸고.
3반 아이들은 배를 터뜨려 죽고야 말겠다는 듯 음식을 욱여넣기 시작했다.
* * *
[남은 인원]1반: 26명
2반: 15명
3반: 30명
4반: 11명
5반: 기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