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547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15화
6. 호두 대전(2)
3반이 3층에 왔을 땐. 아무도 없었다.
아무도 없는 게 사실 문제 될 일은 아니다.
“아까 걔네 올라갔나 봐.”
“아무도 없는데? 그냥 4층 고.”
이렇게 단순하게 진행하려 했으나.
타코가 제지한다.
“형님. 저 알았습니다.”
“뭘……?”
“가면 안 돼요. 아직.”
풍선껌은 이해가 안 됐다. 아몬드한테도 물어봤지만, 아몬드도 그냥 가면 안 된다고만 할 뿐이다.
“아니. 걔네가 먼저 가면 어떡하려고?”
“걔네 먼저 안 갑니다.”
“뭐?”
“발자국 보고 알았어요.”
타코의 근거는 바로 2층의 난간 발자국.
“걔네 가스 배관을 타고 온 건 확실한데. 2층 난간에 아무런 발자국도 없더라구요.”
발자국이 없어서 문제다? 어렵다.
“그게 뭐? 발자국이 있었다면 모를까, 없는 걸로 왜 뭐라 해? 없까네 이거 완전.”
-없까 ㅋㅋㅋㅋ
-엌ㅋㅋㅋ
-말하기 전에 생각했나요?
-껌까 ㅋㅋ
“없는 게 더 이상하거든요. 1층부터 3층까지 배관을 타는 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배관이 얼마나 좁은데요. 형님 피지컬이라면 아마 3번은 죽었을 겁니다.”
“그렇긴 하지.”
“근데 중간에 유일하게 쉴 수 있는 2층 난간. 그 숫자의 학생 중 아무도! 그 큰 지지대를 밟지 않는다는 게 정상입니까!?”
“……듣고 보니 그렇네.”
“이건 일부러 안 밟은 겁니다.”
시빌 엠파이어 숙련자들은 발자국과 흔적에 예민했다.
2층에 적이 있다는 걸 알아챘기에 모두에게 발자국을 남기지 말고 바로 3층으로 가라 오더했다.
“왜 일부러 안 밟았지? 강하게 키우려고?”
“우리가 있다는 걸 알고 있는 거죠.”
“!”
그렇다.
2반은 3반의 존재를 진작에 눈치챘고.
흔적 지우기 작업에 착수한 지 오래였다.
그러니 3층에 사람 그림자도 없는 것이다.
“자, 그럼 여기서 문제.”
“아. 내지 마.”
“지금 걔넨 어딨을까요~?”
“…….”
-바로 내지말랰ㅋㅋ
-풍선껌 속마음: (설명 그만하고 그냥 빨리 시켜)
-(그냥 이겨줘 문어새끼야)
풍선껌은 잠시 고민했다.
“4…… 4층?”
“…….”
잠시의 침묵.
“아니죠. 우리 모두의 목적지가 옥상이잖아요. 그럼 우리도 4층을 당연히 갈 거고. 걔넨 어떻게 되겠습니까? 형님이 이 전술로 5반 전멸시켰잖습니까?”
“아……! 샌드위치 당하는구나!?”
“예. 그걸 알고 있죠. 그쪽도.”
모두의 목적지가 옥상인 이상, 너무 쉽게 도출되는 결론이다.
“게다가 4, 5층엔 좀비들이 있다는 게 거의 확실하니까. 더 기피했을 겁니다.”
“그럼 어디지?”
“모릅니다. 어디 숨었겠죠. 흔적이 안 보입니다.”
“……?”
풍선껌은 황당한 표정이 됐다.
“아니. 그럼 어쩌라고?”
“형님. 저희도 머리를 써야죠.”
“너 머리 다 썼잖아? 지금 네 머리 위에 그건 가짜야. 까먹었어?”
“…….”
-엌ㅋㅋㅋㅋ
-???: 너 탈모잖아!
-아 존내 얄미웤ㅋㅋㅋ
-ㅅㅂㅋㅋㅋ
“후우. 일단. 계획을 설명해 드리죠.”
“와. 계획. 좋죠.”
아몬드는 계속 딴청 피우다 그제야 다가와 귀를 기울였다.
-ㅁㅊㅋㅋㅋ 얘 뭔뎈ㅋ
-ㅋㅋㅋㅋㅋ아몬드는 아예 다른 곳 보고 있었눜ㅋㅋㅋ
-아몬드 어딨다 이제오냐곸ㅋㅋ
-막타 장인
“일단 4층으로 가는 계단을 올라가.”
* * *
“올라간다.”
3층 창문에서 훔쳐보던 제시가 중얼거렸다.
“4층으로 간다. 우리도 가야 돼.”
그녀는 빠르게 다시 배관을 타고 2층으로 내려와서 설명했다.
“이제 출발할 거야. 놈들의 뒤를 잡고. 좀비들을 유인하게 소리를 질러. 그럼 걔네가 좀비들을 치울 수밖에 없어. 우린 여유롭게 기다렸다가, 적당한 때에 같이 협공해서 다 죽이는 거야.”
“아주 좋아.”
“에이맨!”
이쪽은 3반과는 다르게 설득하고 설명하는 시간이 거의 없었다.
제시가 선두로 2층 복도로 나선다.
“가자.”
2반 아이들도 잔뜩 긴장한 채로 우르르 따라나왔는데.
긴장은 했지만, 겁을 먹은 학생은 없어 보였다.
그도 그럴 게 보통내기들이 아니다. 본관 밖 지옥에서 살아남은 자들.
이들 입장에서 고작 적이 머릿수가 더 많다고 하는 건 그리 겁먹을 이유가 되진 못했다.
“출발.”
제시가 신호하자, 일사불란하게 아이들이 움직였다.
사사삭!
발소리 하나 없이 복도 벽에 딱 붙어서 움직이는 것이 꼭 군사 훈련을 방불케 했다.
실전만큼 좋은 훈련은 없다고 하니, 이들도 군사 훈련을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2반! 움직입니다!?]현재 중계진의 관심도 온통 2반의 움직임에 쏠려 있었다.
곧 벌어질 2반과 3반의 대면이 챌린지의 승패를 갈라버릴 테니까.
[뒤를 잡는 전략이군요.] [3반은 지금 4층으로 가는 계단에 들어갔는데. 타이밍이 거의 완벽하게 맞습니다?] [이건 제시라는 플레이어가 계속 염탐해서 만들어낸 타이밍이죠.] [예. 말씀드리는 중에 벌써 3층 도착!]제시를 필두로 모든 2반 학생들이 3층에 올라왔다.
들키면 끝이나 다름없는데.
거침없는 움직임이다.
“우트.”
“알았어.”
우트가 바닥에 귀를 댄다.
[아? 저게 시빌엠 고유의 어떤 탐색 방식입니까? 아몬드도 저렇게 하던데.] [그런가 봅니다?] [저게 뭐가 들리나요?]우트는 이번 멤버들 중에서도 지략가 포지션을 맡아 높은 감각 스탯을 받은 상황인데.
설상가상으로 원래부터 시빌엠에서도 탐색 쪽으로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으니, 효과는 배가 되었다.
“……반대편 계단이고. 거의 다 올라갔군. 올라가면 판이 바뀌어서 진동이 안 들려.”
“오케이.”
휙.
제시를 필두로 전부 움직이기 시작하는 2반.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어?”
“문이 닫혔잖아.”
계단으로 향하는 문이 닫혀 있다.
수군수군.
속삭이는 크기로 의견을 주고받는다.
“어쩌지?”
“글쎄…….”
제시도 의아했다.
이걸 닫아놓고 다닌다고?
그랬다가 좀비한테 밀려서 쫓겨 도망 오면 다시 들어오기 불편할 텐데.
“우트?”
제시가 우트를 부른다. 소리를 들어달란 뜻이다.
“아. 응…… 음…… 안 들려. 같은 바닥에 있는 게 아니야.”
“그럼. 그냥 열어볼게.”
제시는 어차피 확인해야만 끝나는 문제라 여겼는지, 문손잡이를 당겨본다.
끼익…….
“열리네.”
문이 열린다.
잠가놓진 않은 모양이다.
‘소리가 거슬리긴 하지만.’
제시는 뒤쪽으로 싸인을 보낸다. 올라간다는 뜻이다.
방화문은 고정발이 없다.
제시가 방화문에서 손을 떼면 다시 닫힐 것이다.
“이거. 잡아.”
“바톤 터치로 잡아.”
턱.
뒤따라오는 사람이 한 명씩 문을 잡아주면서 들어가야 한다.
턱. 턱.
그렇게 모든 인원들이 들어간 후.
마지막 인원이 문을 다시 조용히 닫는다.
끼익…….
문의 마찰음이 다시 한번 경종을 울린다.
‘뭔가 걸리는데.’
제시는 직감적으로 뭔가 잘못될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걸 느끼면서도, 정확히 찾지 못했다.
“최대한 소리 나지 않게 좀 해.”
일단 이 소리를 최대한 줄이는 게 맞다고 여겼는데. 웬걸.
──철컹!!
“……!”
모두가 놀라 문 쪽을 바라본다.
왜 이렇게 세게 닫아?
마지막 학생 하나가 어안이 벙벙해져 손을 내젓는다.
“아…… 아, 아냐. 난 이러려고 한 게…….”
“하아. 됐어. 어차피 저쪽도 반응은 없어.”
제시는 쿨하게 넘어가고 위로 올라선다. 애초에 이런 일을 NPC한테 맡긴 게 잘못이었다.
그런데─
‘!?’
──터억!
갑자기 뒤로 쏠리는 무게중심.
누군가 머리채를 잡고 당겼다.
“우트? 무, 무슨…….”
그는 우트였다. 다급하게 속삭인다.
“제시. 위에 누군가 있어. 소리가─”
그러나, 이미 늦었다.
──쿠웅!
검은 인영이 앞으로 떨어졌다.
“어이. 쥐새끼들.”
다소 건방진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그는 씩 웃으며 팔짱을 낀다.
풍선껌이었다.
“아주 찍찍찍~ 찍찍찍~ 요란하게도 오네.”
“너…….”
풍선껌은 그들이 반박할 타이밍을 주진 않았다.
그가 손뼉을 치며 외쳤다.
탕!
“자. 개같이 멸망!”
그의 말과 동시에 발자국 소리가 수도 없이 울려퍼진다.
──타다다다다다다!
삽시간에 수십 명의 인원이 계단 위에서 나타나, 앞길을 가로막았다.
-ㅋㅋㅋㅋㅋㅋㅋ
-캬 퍼포먼스 원툴ㅋㅋㅋ
-이게 리더지
-엌ㅋㅋㅋ
-쥐라더니 왜 개같이 멸망함? 진짜 모름.
순식간에 대치하게 된 두 반.
“으하하하하! 너네 계획 다~ 알고있었다! 이 말이야!”
풍선껌은 기고만장하여 폭소했다.
이 녀석들 놀라 까무러쳤지? 라는 듯한 표정으로.
그러나 막상 적의 반응은 시원찮다.
“아. 다 들켰구나?”
제시는 장난치다 들킨 사람마냥 피식거릴 뿐, 동요하는 모습은 없었다.
헝클어뜨린 빨간 머리를 다시 묶어 올리는 데에 오히려 더 신경 쓸 정도다.
-와 예쁘다 저 사람 ㄷㄷ
-엥? 근데 외국인?
-뜬금 존예보스 뭐임??
-하나도 안놀라네ㅁㅊ
-좀 무서운데
“어? 뭐…… 뭐지.”
풍선껌은 ‘이게 아닌데’라는 듯 뒤를 돌아본다.
“난 쟤네 놀라서 윈드밀 할 줄 알았는데. 외국산 쥐라 다르네.”
-그건 형님만 가능한 고유 스킬입니다 ㅎ
-그걸 아무나하는줄 아냐곸ㅋㅋㅋ
-윈드밀ㅋㅋㅋㅋ
-외국산 쥐 ㅋㅋㅋㅋㅋ
뒤에 있던 타코가 앞으로 나온다.
“너네. 일부러 뒤를 잡은 거냐? 우릴 다 죽이려고?”
놈들의 의도를 파헤쳐서 아군의 사기도 돋울 겸, 자신의 전술이 얼마나 맞았는지 확인하려 한 건데.
제시는 배시시 웃으며 끄덕였다.
“응. 미안~”
“…….”
-할 말이 없누 ㅋㅋ
-응. 살인하려했어. 고멘
-이럼 봐줄 수밖에!
“요, 용서하겠…… 아니.”
본전도 못 건졌다.
크흠.
타코는 숨을 가다듬고 다시 무게를 잡는다.
“자신만만해 보이는군. 믹키마우스들…….”
-외국인이라 믹키마우스여?ㅋㅋ
-엌ㅋㅋㅋ
-쥐새끼에서 진화했네
“하지만 언제까지 그럴 수 있을까?”
타코가 신호하자, 방패를 든 학생들이 점점 앞으로 나서기 시작한다.
쿵! 쿵!
“호오.”
곧 전투가 벌어진다.
제시는 창을 고쳐 쥔다.
장난기가 사라진 눈이 예기를 품고 3반을 훑었다.
역시, 숫자가 훨씬 많다. 하지만 무장은 이쪽이 낫다.
지형만 극복해 내도 할 만한 싸움.
“마속. 계단 아래에서 싸울 순 없어. 퇴로 확보해서 복도에서 싸운다.”
“알았어.”
계단 위아래 구도가 아니라 복도에서라도 싸워야 했다.
너드킹은 슬금슬금 후방으로 가서 문을 밀었는데.
덜컹. 덜컹.
“……어?”
문이 안 열렸다.
“우리나라 속담에 이런 게 있지. ‘독 안에 든 쥐’라고.”
타코야끼가 참았던 웃음을 터뜨리며 설명해 줬다.
-k 티배깅ㅋㅋㅋ
-멋진 문화네요!
-마우스 인 독 크으
쿵. 쿵.
연이어 열어보려 하지만, 문은 굳건하다.
대체 어떻게 했길래.
“우리 팀에 바리케이드 전문가가 있거든. 그거 아마 한동안 안 열릴 거야.”
현아와 수현이 화장실에서 몰래 대기하다가 바로 잠가버린 것이다.
-크! 제갈현아 ㅋㅋㅋ
-she is korean
-제갈현 대체 몇 번을 캐리하누
-마속이 있는 곳에 제갈현이?! 앗……
-읍참마속 재현ㅋㅋㅋㅋㅋ
“젠장. 그럼 NPC가 실수한 게 아니었단 말이야?”
우트가 혀를 내둘렀다.
“이거 진짜 안 열리는데? 어떻게 바리케이드를 이렇게 빨리 쳐?!”
바리케이드라는 게 만들기 그리 쉬운 게 아닌데.
타코가 그에 대해 답해준다.
“제갈현 가라사대. 대걸레 자루 하나만 걸어놔도 문이 10분은 버틴다고 하더군.”
“……자루?”
지금 대걸레 자루 하나로 버티고 있는 것이다.
“이거 발로 차! 그럼 나갈 수─”
“물론! 처음에나 대걸레로 막았지. 이젠 아냐.”
──끼이이이익.
그러자, 문 밖에선 대놓고 들으라는 듯 책상 옮기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미 너무 늦었다.
책상까지 동원되기 시작한 이상, 그냥 힘으로 뚫을 순 없다.
“하?”
퇴로가 막히고 앞엔 압도적인 머릿수의 적들.
제시의 얼굴에서도 이젠 여유가 사라졌다.
“조졌네?”
* * *
[초보자 Tip: 실제 전쟁에선 보통 적의 퇴로를 확보해 준다고 합니다. 그래야 쥐가 고양이를 물지 않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