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55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55화
19. 뜻밖의 관심(2)
꼬르륵.
서지아의 배에서 알람이 울렸다.
오늘 제대로 먹은 끼니가 없었다.
“…….”
그러나 미동도 없다.
어두컴컴한 방 한구석에서 그녀는 계속 모니터에 시선을 고정해 두었다.
배가 고프다는 느낌도 어차피 머지않아 사라질 것이다.
이 세상 모든 아픔들이 그렇듯이.
그저 이렇게 방송을 보고 있으면, 모든 게 사라졌다.
날 지옥으로 몰아넣었던 그 새끼도.
사라졌다.
“와…….”
뿌연 빛의 모니터 속.
아몬드의 슈퍼 플레이가 펼쳐진다. 그에 따라 서지아는 감탄을 연발했다.
실제 유상현과 가상현실에서의 유상현은 정말이지 많이 달랐다.
찰칵-
그녀는 아몬드가 4명을 드리블로 제치는 플레이에 편집점을 체크해 둔다.
그 후, 노트를 펼쳐 뭔가를 적는다. 간단한 시놉시스와 콘티들이다.
스스슥-
마치 자동으로 움직이는 AI가 탑재된 것마냥 움직이던 펜.
그것이 갑자기 멈춘다.
[불굴의 투사 님이 무려 ‘150만 원’ 후원하셨습니다!]후원금 알람 때문이다.
‘……뭐?’
서지아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녀는 얼른 다른 창을 켜서 아몬드의 후원자 목록을 체크했다.
1. 불굴의 투사
2. 서지아
.
.
.
2등이다.
서지아가 2등이었다.
마우스는 어느새 [후원하기] 버튼 바로 위로 향해 있었다.
포인터가 좌우로 떨린다.
‘난 편집자인데?’
지아는 얼어붙은 듯 가만히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있던 그녀는 그냥 책상 위에서 무너지듯 엎드렸다.
마구 흐트러진 머리가 면사포처럼 얼굴을 가렸다.
눈이 감긴다.
* * *
잠시 후.
서지아는 다시 일어났다.
‘일은 해야지.’
그녀의 마우스가 휘리릭 움직인다.
딸깍. 딸깍.
아까 잡아둔 편집점들을 기준으로 영상을 펼쳐서, 이리저리 붙였다가 떼어본다.
‘이번 거. 좋네.’
편집자의 입장에서, 이번 영상은 느낌이 좋다.
굳이 손을 대지 않아도, 자체적으로 뛰어난 플레이가 한두 개가 아니었다.
저프레임의 움짤로도 이미 커뮤니티 이슈 글에 줄을 세우고 있다.
즉, 화제성은 이미 보장되어 있었다.
여기서 적절한 편집까지 가미하면, 그야말로 대박이 터질지도 모른다.
“터뜨려야지.”
단순히 라이브보다 보기 편한 정도가 아니라 이미 라이브를 봤던 사람들조차 혀를 내두르며 다시 볼 정도로 만들 것이다.
이젠 후원이 아니라, 그게 내 일이니까.
그런 일념으로 해가 떠오르고 있는지도 모른 채 작업이 계속 이어졌다.
마침내…….
[배틀 라지 EP.2 이게 다 한 판에 나온 플레이?]이런 제목의 영상이 하나 만들어졌고.
짹, 째액──
이제 창밖에서 새소리가 들려온다.
이미 거의 무너져가는 눈꺼풀을 억지로 버텨내며 창밖을 바라보니, 햇살이 비추고 있었다.
그렇게 게으르다는 초겨울 아침조차 이미 찾아온 시간.
“흐아아아암.”
지아의 작은 몸이 부르르 떨며 기지개를 켰다.
[영상 업로드 중 43.2%]털썩.
서지아는 녹듯이 침대 위로 몸을 던졌다.
스륵.
필름이 끊기듯이 잠에 들어버렸다.
* * *
아침 9시.
아몬드의 채널엔 이런 알림이 뜬다.
[배틀 라지 EP.2 이게 다 한 판에 나온 플레이?] [5분 후 최초 공개!]최초 공개 시스템답게, 시청자들의 입장이 시작됐다.
-좃초 공개 누가 알려줬어!!!
-아몬드!! 아몬드! 아몬드!
-나와아아아아아!
-으아아아 나 변신한다! 얼른 틀어줘!!
-ㅋㅋㅋㅋㅋㅋ 위에 새끼들 다 개빡쳐 있누 ㅋㅋㅋ
-절대 못 참지!!
-못 참아아아아아!
-미니 난 참을 수 있음. 근데…… 메가 나는 못 참아아아아 크아아아!
-아몬드 형님 사람들이 다 병신 중입니다! 최초 공개고 나발이고 그냥 올려주세여!! 제발여!
만약 올튜브 채널에 문이 있었다면 때려 부수고라도 들어올 기세다.
쿵. 쿵.
문을 두들기는 환청이 상현의 귀에 아른거릴 정도다.
‘이렇게나 많이?’
본인 채널이지만, 대체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려고 안달 난 건지 신기했다.
[1분 후 최초 공개]꿀꺽.
1분이 남았을 시점.
상현도, 옆에서 지켜보는 주혁도 마른침을 삼켰다.
[서지아 : 영상 올렸어요. 저는 잡니다.]이런 간단한 메시지만 남기고 올려 버린 영상.
주혁과 상현도 대체 어떤 영상인지 보지도 못했다. 그들에게도 지금 이 영상이 ‘최초 공개’인 셈이다.
그러니 떨리는 것도 당연하다.
[총 1,450명 시청 중]게다가 최초 공개치고는 상당한 숫자가 들어와 있었다. 상현이야 그냥 덤덤하게 있었지만.
“……잘했겠지?”
주혁은 불안을 감추지 못했다.
“자신 있으니까, 자고 있겠지.”
상현의 무신경한 대답과 함께.
두둥!
드디어 최초 공개가 시작되었다.
오늘 사용된 배경 음악은 경쾌한 뉴에이지 느낌의 곡이었다. 뭔가 이런 하드 보일드 액션과는 잘 안 어울릴 것 같지만.
아몬드의 움직임이 워낙 가볍고 부드러운 터라 묘한 조화를 이루었다.
마치 클래식 음악을 배경으로 싸우는 근미래 로봇 전투물을 보는 듯했다.
가벼운 전주로만 음악이 이어지다가, 확 긴장을 올리는 연출이 들어갔다.
「컴파운드 보우」
아몬드의 시그니처 무기가 발견됐을 때. 순간적으로 줌인이 들어간 것이다.
쿵! 쿵!
거기에 웅장한 드럼 소리가 얹어지기 시작했다.
애초에 단순히 경쾌한 피아노 반주만 들어가는 음악이 아니었던 것이다.
두두둥──
아몬드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봐도, 지금부터 뭔가 시작된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쾅!
아몬드가 어깨로 문을 거칠게 열어젖혔다.
동시에 활시위가 촤르륵 당겨진다.
「어?!」
상대의 놀란 얼굴이 클로즈업되고, 화살의 끝을 쥔 아몬드의 손이 교차한다.
이내, 그의 손이 시위를 부드럽게 놓았다.
파앙──
상대의 얼굴이 다시 한번 클로즈업되고.
그 정중앙에 화살이 꽂힌다.
마치 카메라 렌즈에 꽂힌 것 같았다.
시청자들은 고개를 돌리고 싶을 정도였다.
-끄으…….
-히익
-미친 끔살ㅋㅋㅋㅋ
-깜짝이야.
-와, 무슨 다 보고 있는 것처럼 플레이하누.
-저번에 신고 먹을 때보다 잘하는 것 같은데???
첫 킬부터 상당히 반응이 좋았다.
“와…… 무슨 액션 영화 같다. 야.”
주혁이 상현의 어깨를 두드렸다.
“속도감이 있네 확실히.”
실제 게임보다 훨씬 더 박진감이 넘쳤다.
첫 킬 이후. 영상은 다음 슈퍼 플레이까지 빠르게 스킵되었다.
「파밍으로 아무것도 얻지 못한 아몬드…….」
대충 이런 텍스트와 함께 꽤 많은 시간이 지나간 것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몬드식 파밍…….
-견과 ‘류’ 파밍 ㅋㅋㅋㅋㅋ
-운은 모지리도 없누.
-총을 안 쓰니까 사실 파밍할 게 한정적인 탓도 있지.
-꾸준한 활 사랑…….
-ㅋㅋㅋ엌ㅋㅋㅋ 몇 분이 스킵된 거여
그러다가 두 번째 블루존 축소가 일어난다.
파지지직.
아몬드를 포함한 총 일곱이 블루존을 피해 도망치고 있었다.
“어. 여기?”
상현은 이게 어느 파트인지 바로 알아봤다.
주혁도 고개를 끄덕인다.
“여기 거기네. 그 4 대 1 드리블!”
“3인칭으로 보니까 진짜 바보 같네.”
블루존을 피해서 죽어라 뛰는 일곱 명의 바보들 같았다.
심지어 저 중 대부분은 실제로 바보들이다.
서로 공격을 하지 말아야 하는 이때. 누군가가 자신의 목숨까지 내걸며 공격을 시작했다.
투두두두둥!
갑작스러운 돌변.
아몬드도 싸움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다.
순식간에 아몬드 근처 둘이 죽는다.
이 덕분에 적들이 아몬드의 실력을 눈치챈다.
남은 넷은 이런 눈짓을 보낸다.
「저 새끼 잘하는데? 쟤부터 죽일까?」
딱히 적들이 정말로 했던 말은 아니지만.
적절한 편집으로 마치 정말 그 넷이 저런 말을 주고받았던 것처럼 연출이 되었다.
사기를 치는 건 아니다.
모르긴 몰라도, 정말 저런 생각으로 아몬드를 다굴친 게 맞을 테니까.
-어우 트롤쉑들ㅋㅋㅋ
-으어 ㅋㅋㅋㅋ
-저기서 서로를 친다고?!
-스톤즈란 이해할 수 없는 곳임미다……
-답답해 뒤지겄네 ㅡㅡ
-고구마……
멍청한 네 명이 팀을 먹자, 멀쩡한 한 명이 위험해지는 상황. 말 그대로 목이 턱턱 막히는 고구마 같은 상황이다.
그러나 이내 시원한 탄산이 치고 온다.
휘익……!
아몬드의 유려한 허리 놀림과 함께.
영상은 슬로우로 재생된다.
아몬드의 동작에 포커스가 가면서, 앞으로 벌어질 일이 이 간단한 동작 한 번 때문이라는 걸 강조했다.
이게 그 문제의 페이크 동작이다.
「히익!」
「뭐……?」
「쏴, 쏴야 해!」
트롤 넷의 머리 위에 이런 텍스트가 지나가고.
성급하게 서로를 향해 총질을 시작한다.
투두두두두두두두두!!!
난사에 가까운 사격이 서로를 향해 불을 뿜었다.
맞았다간 곧바로 벌집이 될 만큼의 총탄이지만.
척!
예상했다는 듯 이미 넙죽 엎드려 버린 아몬드에겐 아무 피해도 없었다.
결국 넷은 서로 쏴 죽이게 된 셈이다. 서로를 향해 난사한 총알은 서로를 터뜨렸다.
퍼엉!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코미디네 ㅅㅂㅋㅋㅋ
-왘ㅋㅋㅋㅋ
-와 개간지 ㅠㅠㅠ
-이게 그 드리블이구나 미쳤네 진짜로 ㅋㅋㅋ
-개트롤 대환장파티 ㅋㅋㅋ
-와 아몬드 ㅋㅋㅋ
-좃간지다 ㄹㅇ……
-나도 저런 거 하고 싶다…….
-와, 4 대 1 드리블이구나 이게 ㅋㅋㅋ 오진다
뜨거운 반응들이다.
주혁이 상현을 툭 쳤다.
“반응 좋은데?”
“어…… 확실히 그렇네.”
생방송 때 보던 채팅들과는 또 다른 맛이 있었다.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고 해야 하나.
이 사람들이 조금 더 평소에 볼 수 있는 그런 사람들 같았다.
“오. 이제 그 수류탄 나온다.”
이젠 주혁이 더 흥분해서 머리를 들이밀었다.
그의 말대로 다음 장면은 풍스나와의 수류탄 접전이었다.
파밍을 하고 있는 아몬드의 시야 한쪽.
어렴풋이 풍스나의 실루엣이 잡혔다.
「네임드 악질 패작러 : 풍스나」
이런 텍스트가 쿵, 하고 박히더니.
그 아래에 연표처럼 그간 풍스나의 만행이 주르륵 적혀졌다.
상현은 여기서 묘한 쾌감을 느꼈다.
-어??
-풍스나 저 새끼 ㅡㅡ
-와 풍스나를 만났네
-다이아인데 패작하는 씹새ㅋㅋㅋ 어떻게 아직도 살아 있누?
-아몬드는 패작러로 정지 먹고 저 새끼는 살아서 돌아다니네 ㅋㅋㅋ 참된 세상…….
-이게 나라냐!?
시청자들의 욕이 한바탕 쇄도한 후.
풍스나가 비열한 미소를 머금으며 수류탄을 굴린다.
데구르르─
일명 암살 수류탄이라고 불리는 고급 기술.
그 수류탄을 본 아몬드의 눈동자는 콩알처럼 쪼그라들어 버렸다.
“와…… 내가 이렇게 놀랐었나.”
그 놀란 눈에 이런 텍스트가 떠오른다.
「뒤로 도망 VS 발로 차기」
그와 동시에 화면이 멈췄다.
아몬드가 처한 딜레마를 순간적으로 알려주는 연출이었다.
상현은 여기서 혀를 내둘렀다. 훌륭한 기법이다.
-ㄷㄷ 둘 다 애매한데
-빌어먹을 패작러 ㅡㅡ
-저게 괜히 암살 수류탄인가 걍 뒤져야 함
-뭘 골라도 애매…….
최초 공개 참여자들도 방법을 찾지 못한다.
팅!
다시 영상이 재생되더니, 이런 텍스트가 떠오른다.
「활로 쏘며 뒤로 가기!」
-???
-뭔 소리
-예……?
-웬 활?
아몬드가 빠르게 뒤로 몸을 날린다. 동시에 활로 수류탄을 조준한다.
언뜻 보면 수류탄을 터뜨리려는 줄 알겠으나.
-터뜨리면 피해 입을 텐데
-ㄹㅇ…….
-뭐지?
팅!
쏘아진 화살은 교묘한 각도로 수류탄을 빗겨 맞혔다.
튀어 오른 수류탄은 다시 풍스나에게 날았다.
「뭐……?」
풍스나는 이런 말만을 남기고 그대로 폭사해 버렸다.
-와아아아아
-개통쾌하넼ㅋㅋㅋㅋ
-진짜 돌앗눜ㅋㅋㅋ
-하 저 패작러 새끼 뒤져서 속이 시원ㅋㅋ
풍스나가 치워졌다.
“키야. 시원하다? 야. 그치?”
“어…… 그렇네.”
영상은 다시 빠르게 넘어간다.
대망의 풍선껌까지.
여기선 상현도 몸을 움찔했다.
「스트리머 : 풍선껌」
풍선껌이 저격 소총을 들고 아몬드를 기다리는 장면이 나온다.
익살스럽고 통통한 그의 아바타가 저격 소총을 들고 있는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라이브 당시엔 풍선껌이 아몬드를 만난 것 자체가 별로 이슈는 안 됐었는데.
‘이번엔 어떨까?’
올튜브 플랫폼은 조금 반응이 다를 수도 있었다.
상현은 채팅창을 주목했다.
-ㄷㄷㄷ 풍선껌
-풍형ㅋㅋㅋ 거긴 안 돼!
-미친ㅋㅋㅋㅋ 실력 차 오지겠누
-헐 풍선껌이랑 만났었음?
-풍풍풍풍!
-헐 풍형ㅋㅋㅋㅋ
-풍선껌 ㅠㅠㅠㅠ
-하필 만난 게 아몬듴ㅋㅋㅋㅋㅋ
-어우 쒯ㅋㅋㅋㅋ
-아, 이거 개웃기네 ㅋㅋㅋㅋ
-운명의 장난이누 ㅋㅋㅋ
‘반응이…… 좋아?’
상현의 입꼬리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혹시 올튜브에서 다시 이슈가 되려나?
그 순간, 주혁이 옆에서 툭툭 건드렸다.
“야. 이거 봐.”
주혁이 보여준 건, 풍선껌의 팬 페이지와 배라31 게시판의 상황이었다.
[풍선껌이랑 아몬드 대결] [극한의 에임 실력 간의 대결 ㅋㅋㅋ] [풍선껌 씹ㅋㅋㅋㅋ 개웃기네ㅋㅋ] [왤케 웃기지 저거]라이브에선 묻혔던 풍선껌과의 조우가 다시 주목받고 있었다.
어쩌면 이건 서지아가 아몬드에게 주는 선물일지도 몰랐다.
* * *
풍선껌의 매니저, 박성태.
그 역시 주혁이 봤던 것과 같은 화면을 보고 있다.
턱수염을 쓰다듬던 그가 중얼거렸다.
“이게 터질 줄은 몰랐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