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553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21화
9. 추억의 스타 리그(1)
“어. 매니저님!”
톡톡.
발랄한 목소리와 함께 조심스러운 손길이 느껴진다.
“뭐가 그렇게 재밌어요?”
“아. 미호 님?”
미호였다.
닌자 코스프레를 한 모습이다.
이렇게 복장의 닌자가 암살을 다니면 스치듯이 본 목격자도 다 기억할 거 같긴 하지만…….
“혼자서 웃고 계시길래. 물어봤어요.”
“아…… 웃긴 걸 봐서요. 이제 부스 모델은 끝났나요?”
“아, 아뇨. 잠시 시간이 나서 밥 먹으려구요!”
“아.”
이미 점심은 한참 지났는데.
“고생이 많으시네요.”
“고생은요! 재밌어요. 사람들이 사진도 엄청 찍어주고.”
헤헤.
웃는 모습이 그저 입발린 소리가 아닌 듯했다.
“와! 그거 다 뭐예요?”
잠시 방심한 사이, 미호가 주혁이 손에 들고 있던 걸 발견한다.
아까 잠시 세어보느라 꺼내놨던 광고 계약서들이다.
“설마…… 광고예요? 이게 몇 개야? 제 매니저 안 하기로 한 게. 이렇게 한탕 땡기려고 그런 거구나!?”
미호의 칭찬(?)에 발그레해지는 주혁.
“아하하…… 거절 그건…….”
주혁은 저도 모르게 헤벌쭉 웃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지아가 이 꼴을 봤다면 아마 후계동 달동네 계단에서 문짝으로 스무 번은 처맞게 되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갑자기 냉정을 되찾았다.
“크흠. 그건 제가 모델 일을 잘 모르고. 부담스러워서 그런 겁니다. 예.”
“에이~ 어차피 상현 오빠도 모델 일 하게 될 텐데요?”
“예?”
“뭘 예?에요~ 이미 몇 번 했잖아요. 광고 모델.”
“그건 어쩌다 한 번이죠.”
“상현 오빠 같은 스타일에 제의 안 들어오겠어요?”
“아. 들어오긴 했죠.”
“견적이 안 나와서 안 하셨죠? 이미지 하락되거나, 별로 도움 안 되는 브랜드들만 들어온다고 생각하셔서.”
뭐야. 정확히 알고 있네.
“……예. 그렇죠.”
“헤헤. 다 안다니까~ 근데 오빠 정도면 이미지 조금 다듬으면 명품 브랜드에서도 올 수도 있어요.”
“그, 그래요?”
“물론 그건 서로 이미지적으로 윈윈 경우에만 가능.”
확실히 미호가 이쪽으론 밝구나.
“근데 그게 매니저님이 좋아하시는 돈 되는 일은 아니에요. 의외로.”
“아…… 예. 그쵸. 그래도 돈 외에 얻는 게 있으니까요. 장기적으로.”
근데 난 왜 돈 좋아하는 사람이 된 거야? 맞긴 하지만…….
“네. 맞아요. 장기적으로. 부동산 투자처럼.”
“오. 딱 그런 느낌이네요. 미호 씨 아는 게 엄청 많으신데요?”
“제 직업인데요. 뭘~ 매니저님은 식사하셨어요?”
미호의 기분이 꽤 좋아 보인다.
잘생기고 이쁜 것들은 머리 좋다고 칭찬받는 걸 좋아하는 모양이다.
“아, 예. 아까 했습니다. 저쪽 쿠반 샌드위치 트럭에서요. 맛있더라구요. 하쿠바마타타인가? 거기.”
꺄아!
미호가 갑자기 돌고래 소리를 냈다.
“그거 그거 아냐? 아메리칸 쉐프에 나온 거? 맛있어요? 얼마나? 그러고 보니 미국에서 생활하셨잖아요?”
먹을 거에 관심이 많은 모양이다.
“예. 그거 미국에 있을 때 먹은 거에서 80퍼 정도는 구현된 거 같더라구요.”
그걸 만들고 있는 팝콘도 미국에서 프로 생활을 오래 했었으니까.
맛의 구현은 꽤 잘된 편이었다.
“와! 대박! 감사합니다! 오빠들한테 메뉴 그걸로 바꾸자 해야지~”
미호가 휙 떠나려 하는 순간.
“아, 잠시만요.”
“?”
“미호 씨…… 매니지먼트는 아직 벌룬 엔터 맞죠?”
“아. 네. 근데 재계약은 아직 몰라요. 왜요? 슬슬 저 FA 대비하시려구?”
미호가 입꼬리를 올리며, 옷을 살랑거리는데.
주혁이 조금만 아마추어였다면 업계 최대 대우를 제시했을 것이다.
“크, 크흠. 저는 미호 님 값 감당 못 하죠. 근데…….”
그러나 주혁은 여전히 철통방어를 성공시키며 질문한다.
“벌룬 엔터면 대형 매니지먼트인 편이잖아요? 이 바닥에서.”
“어…… 그쵸?”
“어떤 것 같습니까? 중소형이랑 비교해서.”
“……아.”
미호는 이 질문의 의도를 알겠다는 듯 끄덕인다.
“대형 오면 일단 편하죠? 알아서 다 해주고…… 근데 광고 같은 게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건수가 있어서. 조금 자유도가 떨어져요. 회사도 먹고 살아야 하니까? 큰 회사일수록 많이 먹어야 하고.”
“아. 그렇군요. 자유도…….”
“네. 대신 나머지 케어 잘해주고 그 안에서 스트리머들끼리 인맥도 만들어주고…….”
미호는 멋쩍게 웃으며 마무리 지었다.
“사, 사실 전 대형만 있어 봐서 그 외엔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좋으니까 계속 대형만 있었겠죠?”
“아. 예. 그렇죠. 갈 수 있으면 당연히 대형이─”
“하지만 전 소수 정예도 분명히 메리트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미호가 진지한 투로 덧붙인다.
마치 무슨 고민을 하는지 읽은 것처럼.
“진짜예요.”
주혁은 잠시 침묵하다가 고개를 꾸벅 숙인다.
“감사합니다.”
“샌드위치 먹고 룬스타에 올릴게요! 좋아요! 부탁쓰~”
“아, 네. 하하. 아랏쓰~”
손을 흔들며 떠나가는 미호. 그녀의 화사한 미소는 언제 봐도 눈부시다.
“너. 뭐라고 한 거냐. 아랏쓰가 뭐야. 아랏쓰가.
찰싹!
주혁은 스스로의 이마를 후려치며 정신을 차린다.
“저건 훈련된 미소야. 공업적 최루탄 같은 거야. 필로폰 같은 거야.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사탄의 가래 같은 거야…….”
계단에서 내려오다 문짝에 처맞는 상상을 머릿속으로 여러 번 반복 재생하며 걷던 중.
상현에게 재차 온 메시지를 확인해 본다.
[상현: 어디야???] [상현: 아직 미팅 중?]아. 그러고 보니 답장을 안 했구나.
이 자식이 물음표를 3개나 쓰다니.
어지간히도 급한 모양이다.
[주혁: 할 건 다 한 거 같음. 간다.] [상현: 와 ㄳㄳ]* * *
주혁은 알고 있었다.
유상현이 영어 쓰는 걸 굉장히 꺼림칙해한다는 거.
왜일까?
그가 영어를 못 해서?
아니다.
유창하다고까지 말할 순 없지만. 한국 평균보단 더 잘한다.
그럼, 자신감이 부족해서?
맞는데, 아니다.
이 말은 무엇이냐?
유상현이라는 인간은 절대 자신감이 없다 말할 수 없으나.
그가 영어에 대해선 유독 자신감이 없다는 거다.
왜냐?
그의 영어가 비교당하는 대상이 늘 같은 회사의 동료들이었기 때문이다.
아성 그것도 상사, 무역 파트의 사원들.
이들은 사실상 웬만한 원어민보다 영어를 더 잘한다.
원어민들도 이들보다 잘 말을 잘하려면 교육을 잘 받아야 할 정도.
그런 사람들 사이에서 영어를 쓰려니 상현이 자신감 떨어지는 것도 당연했다.
‘봐. 말 잘하네.’
반면, 그런 사람들이 주변에 있는 게 아니라면 상현은 영어로 곧잘 말하곤 했다.
지금처럼.
“마이 프렌드 이즈 커밍. 쏘…… 위 슈드…… 오! 여기!”
상현은 세상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손을 흔든다.
‘들켰군.’
멀리서 좀 더 고통받는 걸 지켜보려 했는데 아쉽게 됐다.
그는 잠시 뒤로 돌아, 습관처럼 자신의 볼을 한 대 쳐준 후.
찰싹.
밝게 웃으며 다가갔다.
“Hey~”
* * *
‘그러니까 지금 여기 있는 여자가 예전에 그 유명한 시빌 엠파이어 영상의 그 주인공인 그 여자란 거지?’
주혁은 스스로도 믿기지가 않아서 되뇌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어쨌거나 주혁은 통역으로 이야기를 전달해 준다.
“여튼, 이 제시란 분은 지금 너랑 지스타를 좀 더 구경하고 싶으시댄다. 특히 지금 시빌엠 부스로 간대. 거기 챌린지가 있다고.”
“시빌엠 챌린지? 시작했나 보네?”
주혁은 제시를 바라본다.
그녀는 끄덕이며 또 뭔가를 마구 말한다.
“아. 지휘관들만 참여하는 간략한 방식의 챌린지래. 그러니까 그거 보면서 너랑 얘기하고 싶은가 봐.”
“왜 같이 봐? 한국 전력 캐내려는 거 아니냐고 좀 물어봐.”
“야. 씨…… 그걸 어떻게 물어보냐?”
“너 영어 잘하잖아.”
“미친놈아. 그게 아니라.”
-ㅁㅊㅋㅋㅋㅋ
-엌ㅋㅋㅋㅋ
-이러려고 불렀냐고 호두 ㅋㅋ
-아 개웃곀ㅋㅋㅋ
시청자들은 진땀 빼는 주혁과 황당한 발언만 해대는 상현 조합에 웃겨 죽는다.
‘그래 그거면 된 거야…….’
어차피 이것도 방송의 일환 아니겠나?
“Jassey. umm…… he’s wondering why you wanna see the match with him.”
(제시. 상현이는 왜 자기랑 같이 보려고 하는지 궁금해하고 있습니다.)
“what?”
(엥?)
제시는 정말 모르냐는 듯 어깨를 들썩인다.
“cuz, he’s so cute? and I got no friends here?”
(그야 귀여우니까? 그리고 현지 친구도 없으니까?)
주혁은 잠시 침묵을 유지했다.
통역이 쉬운 일이 아니구나.
참 여러모로.
-쏘큐트좌 ㅋㅋㅋㅋ
-니체 관짝에서 다시 불러와 시발
-시밬ㅋㅋㅋ 이거 솔직히 유상현도 알아듣잖아!
-이미 웃참 중인 아몬드 개킹받네
“그러…… 그러니까…… 네가 귀여워서 보고 싶대. 그냥 그게 다인 거 같다.”
“아. 그럼 어쩔 수 없지. 오케이. 오케이.”
상현이 제시에게 오케이 사인을 보내고 제시가 웃는다.
-ㅋㅋㅋ킹쩔수 없긴해~
-내가 귀여운 탓인가? (진짜임)
-ㅅㅂㅋㅋㅋ
-아니 ㅋㅋㅋ
“And! I’d like some…….”
제시가 뒤에 추가로 덧붙인다.
주혁은 경청하더니, 아몬드에게 옮긴다.
“너랑 시빌엠 얘기를 좀 하고 싶나 봐.”
“설마, 우리 전략을 듣겠다고?”
“아니. 너네 전략을 듣겠다는 게 아니라. 그냥 시빌엠이란 게임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해주고 싶나 봐.”
“아…….”
“어? 야. 그러고보니 네가 국대인 것도 모르는 거 같은데?”
“!”
-??
-띠용~
-그렇넼ㅋㅋ 모르겠구낰ㅋㅋ
-아몬드 쉐도우 복싱 오졌네 혼잨ㅋㅋ
-ㅅㅂㅋㅋㅋㅋ
그녀가 본 아몬드는 완전 생초보 시절의 아몬드였으니.
그냥 그때보다 잘해진 시빌엠 유저일 뿐이지. 국대라고는 생각지도 못할 거다.
“말해?”
“아…… 아니. 아직. 갑자기 나한테 전략 훔쳐갈 수도 있어.”
“…….”
-오늘 컨셉 ㄹㅇ 킹받네 ㅋㅋㅋ
-ㅋㅋㅋㅋ미필놈이 뭔 통신보안이 이리 철저하누
-이분 국대가 아니라 국정원인가요?
-시빌엠이 아니라 CIA에서 오셨답니다. 글 내려주세요~
“후…… 그래. 그럴 수도 있지. 가자.”
그렇게 주혁과 제시 아몬드는 시빌 엠파이어 부스로 향했다.
* * *
한편, 지스타 행사장 한편.
수많은 손님들이 쿠바 샌드위치를 먹고 있는 테이블 앞이었다.
자그마한 푸드트럭에 두 남녀가 대화중이다.
“너 격투 게임 챌린지 우승으로 받은 건 어디에 쓰려고?”
팝콘이 묻는다. 혼자 소비하기엔 피자 100판은 좀 많지 않느냐고.
“너 방송도 안 하잖아? 나한테 줘라.”
“안 하긴 왜 안 해. 켜면 하는 거지.”
사랑은 단호하게 거절한다.
“하? 뭐? 방송 켜서 눼눼~ 그 오락실 휠체어 여자가 전자파웨여~ 광고하게?”
부릅.
생각보다 큰 목소리였는지, 사랑의 눈초리가 날카롭다.
“아하하…… 야. 안 들려 안 들려. 이 소리에 들리겠냐?”
치이이이익.
고기를 뒤집으며 팝콘이 웃어넘긴다. 애초에 이 푸드트럭 주변엔 음악 소리도 시끄럽긴 했다.
“그래. 누님이 기분이 좋아서 넘어감~”
“오? 간만에 우승하니까 기분이 좋은가 보네? 천성이 프로게이머야~”
“아니. 우승도 우승인데. 음…….”
그녀는 키득대며 속삭였다.
“나 아까 아몬드 이겼다.”
“……?”
팝콘은 놀라고 말았다.
아몬드를 이겼다는 게 놀라웠던 게 아니라.
‘이렇게나 좋아한다고?’
사랑이 이렇게 해맑은 표정을 짓는 게 얼마 만인지 기억이 안 날 정도인데.
그게 아몬드 이겨서라는 거다. 그것도 격투게임에서.
이게 첫째로 놀란 거고 둘째는 그녀의 인성 때문.
뭐, 익히 알고 있던 인성이지만.
‘이런 미친놈. 인성 무엇…….’
아니, 손 불편한 사람 격투게임에서 이겼다고 이렇게 좋아할 수 있다니.
이 새낀 진짜다…….
보면 볼수록 진짜다.
“네가 하자 했어?”
“어. 네가 보냈지? 마침 와 있길래 내가 좀 꼬드─”
띠용~!
사랑의 머리가 갑자기 저 멀리 밀렸다가 돌아온다.
“아악?! 뭐, 뭐야!?”
“어휴. 이 새끼야. 넌 팔 불편한 사람 조이스틱 게임 시켜서 이기니까 좋냐?”
“……!”
사랑은 당황한 눈이었다.
“아…….”
그리 반응 속도 좋은 놈이 한 3초 뒤에나 입을 뗀다.
“생각을 못 했어. 겉보기엔 늘 멀쩡해 보이니까…….”
“쯔쯧…… 승부에 미쳐 가지고. 응?”
“으…….”
정말 흔치 않은 광경이다. 그녀는 잠시 시선을 내리깔며 반성하는 듯했다.
그런데, 고개를 들고 눈알을 빙글 돌리며 이리저리 둘러보기 시작한다.
‘어……?’
팝콘은 이걸 잘 안다.
릴의 필수소양.
남 탓을 하려는 전조현상이다. 그녀의 남 탓 실력은 게임 실력 못지 않다.
“아니, 근데 씨…….”
아니시에이팅이 시작됐다.
“네가 보냈다며? 너도 나랑 게임하라고 보낸 거 아니야? 애초에 네가 보내질 말──”
“워우워우어! 손님? 화장실이요? 아, 그건 디엠으로 문의하셔야 하는데! 특별히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후다닥 뛰어나가는 팝콘.
“야! 어디 가! 나 이거 할 줄 몰라! 마음대로 만든다!?”
사랑의 협박을 무시한 채 화장실까지 쭉 달리는데.
‘어?’
그는 뭔가 발견해 낸다.
사랑의 관심을 돌릴 만한 뭔가를.
펄─럭.
수많은 국기들 위로 올라온 거대한 플래카드 하나.
[추억의 (유사) 스타리그] [시빌 엠파이어 – 지휘관 대전]‘저거 아몬드가 하는 건데?’
아몬드가 하는 게임인데. 키보드 마우스만으로도 참여가 가능하다?
이거, 꽤 흥미를 당길 법한 챌린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