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554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22화
9. 추억의 스타 리그(2)
덩그러니 푸드 트럭에 혼자 남은 최사랑.
그녀는 매우 곤란해졌다.
“나 이거 할 줄 모르는데…….”
그녀가 아는 건 고기 뒤집는 타이밍뿐이다.
맛을 망친다며 애초에 팝콘이 다른 건 손도 못 대게 했다.
그녀를 데리고 나온 이유가 정말 일을 도와달라는 게 아니라, 이렇게라도 밖으로 나와서 힐링을 하라는 취지였으니.
근데…….
“와! 오빠! 저거에요!”
저 멀리 키 큰 핑크색 머리 여자가 여기를 열정적으로 가리키고 있다.
“매니저님이! 저기 맛있다고 했다구!”
늘씬한 모델 같은 여자 하나, 몽땅한 아저씨 하나, 체격 좋은 대머리 하나.
희한한 조합이다.
“그분이 백종원이야? 뭘 그리 맹신해?”
“아니. 미국에서 살다 왔다니까요?”
“그러니까 미국에서 살면 백종원이냐고.”
“하씨……! 쿠바샌드위치가 미국 거라구요!”
“뭐? 쿠바 거지 그게 어떻게 미국 거야.”
“어? 그…… 그렇네.”
“룬스타 충들. 어휴.”
“갑자기 결론이 왜 그거야?!”
무엇보다 굉장히 시끄럽고 왁자지껄한 3인방이다. 최사랑이라는 사람하고는 전혀 맞지 않는.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설마 주문하려는 건가.’
저들은 명확하게 이쪽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이 자식은 장난으로 튀었으면 빨리 와야지.’
팝콘은 어딨는지 올 기미도 안 보인다.
본인도 화장실로 갔나?
[사랑: 야. 어디야. 손님 왔어.] [튀긴 옥수수: ㅋㅋㅋ] [사랑: 진짜야 이번엔] [튀긴 옥수수: ㅋㅋㅋ] [사랑: 매크로야?] [튀긴 옥수수: ㅋㅋㅋ]미친…….
앞서 팝콘이 화장실 갔을 때 장난쳤던 탓인지 믿질 않는다.
“안녕하세요~!”
핑크색 머리 여자가 붙임성 좋게 인사하며 다가온다.
“저희 쿠바 샌드위치 3개에 무알콜 모히또 3잔에…….”
주문이 들어온다.
“…….”
뒤에서부턴 갑자기 들리지가 않았다.
“새…… 샌드위치 3개에 모히또…… 그, 그리고 뭐였죠?”
“과콰몰리 나쵸요.”
“아…….”
띵!
결국, 결제까지 끝내고 번호표를 내주게 되는데…….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기다려달라는 말이 설마 주인장이 오는 걸 기다려달라는 말일 거라곤 상상도 못 할 텐데.
그녀는 잠시 테이블에 자리잡은 손님들을 바라본다.
‘그냥 내가 해야 되나.’
팝콘이 하는 거 계속 보지 않았던가?
‘나도 할 수 있을 거야.’
워크샵에 가면 팀원들 중에 유일하게 식사 당번 열외 판정을 받았지만.
모두가 ‘악마의 재능’이라고 불렀던 요리 실력이지만!
이건 재료는 다 준비되어 있고, 그냥 구워서 겹겹이 쌓아서 내주기만하면 되잖아.
턱.
그녀는 자신 있게 준비된 돼지 어깨살 구이를 꺼내 잘라냈다.
‘이거부터 굽고.’
이 어깨살 구이는 통으로 햄처럼 구워낸 것이기 때문에 따로 슬라이스 하면 안쪽이 다 안 익은 상태다.
슬라이스한 후, 그 안쪽 면을 구워서 마이야르 반응을 일으켜주는 게 첫 번째다.
치이이이익.
‘그리고 이 초록색 모호……? 소스.’
모호라고 불리는 소스를 이 구운 어깨살 햄과 버무려줘야 하는데.
여기서 빵이랑 치즈 피클 등을 미리 준비해 놔야 했었다.
사랑의 손길이 이리저리 바빠진다.
“하씨…….”
어디가 어디였더라. 그녀가 잠시 인상을 찌푸리는데.
“와. 맛있겠다~”
테이블에 앉아 있을 줄 알았던 핑크색 머리가 트럭 앞에 와서 구경을 하는 게 아닌가?
“저 구경해도 돼요?”
“아…… 하하. 네.”
사랑은 느꼈다.
자신의 등에 땀이 삐질 흘러내리는 땀을.
“와. 냄새. 대박.”
딱히 방해하는 것도 아닌데. 저 초롱초롱한 눈을 앞에 두고 있자니, 부담스러워서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핑계 대는 게 아니라 진짜다.
“대박! 야! 너 예전에 시빌 엠파이어 하지 않았냐?!”
쿵!
갑자기 누군가 트럭 위로 훌쩍 올라탔다.
이 목소리가 이렇게 반가울 줄이야.
“그거 아몬드가 하던 거 있잖아. 그거 지금 챌린지 하는데. 지휘관만 참여한대. 키마로 하는 거. 내가 그거 신청하고 오느라 늦었어. 너 걔가 하는 게임이라면 환장하…….”
“……야.”
그제야 손님이 앞에 있다는 걸 안 팝콘.
“……이야! 이렇게나 아름다운 손님이 이런 누추하지만 힙한 곳에!?”
팝콘이 합장을 하며 주문을 받는다.
“주문은 어떻게 해드릴까요?”
“아…… 저, 저분한테 아까 했어요.”
“아~ 그, 그러셨구나!?”
“샌드위치 3개. 과카몰리 나쵸. 무알콜 모히또 3개. 모히또는 내가 할게.”
팝콘의 관자놀이를 따라 식은땀이 주룩 흘러내린다.
“그래. 그러자…….”
하하!
그는 그때부터 말 한마디도 없이 요리에만 열중했다.
잠시 후. 미호가 음식을 다 받아간 후.
사랑이 넌지시 물었다.
“시빌 엠파이어? 그거 뭐.”
“아…… 너 예전에 그거 하지 않았어?”
“했지. 잠깐.”
다리에 무리 없이 키보드 마우스로 할 수 있는 게임이었고.
한국에선 별로 주목도도 크지 않았던 터라 사랑이 꽤 열심히 한 적이 있었다.
나름 지휘관 랭킹에도 올랐었는데.
“그거 아몬드도 한대. 알고 있냐? 국대로 나간대.”
“국대……? 난 릴 말고는 잘 안 봐서.”
시빌엠을 한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근데 그가 시빌엠을 국대로 나갈 정도로 준비한 줄은 전혀 몰랐다. 릴 관련 방송 말고는 잘 안 봐왔으니까.
“시빌엠도 국대가 있었나?”
그녀의 기억으로는 시빌엠이 국대가 있을 정도로 인기 게임은 아니었는데.
“아. 줄임말이야. 진짜 국가대표는 아니고. 국가대항전. 그거 아예 게임 자체에서 제공하는 컨텐츠라는데?”
“아. 기억나네. 그런 게 있었지.”
사랑이 지휘관 랭킹이 꽤 높았을 때, 그녀에게도 제의가 온 적이 있었다.
물론 거절했다.
총지휘관으로 나서는 게 아니고서야, 무조건 현장에서 지휘해야 했는데.
사랑에겐 무리였다.
그때부터 이미 다리를 쓰면 안 되는 상태였으니까.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다리를 쓰면 안 되는 상태여서 그 게임을 했던 거다.
비자발적인 은퇴 후의 적막한 마음을 달랬던 거다.
“너 그거 꽤 재밌어했었잖아?”
“…….”
그랬나.
하도 오래전에 해서 기억이 안 난다.
그땐 그저 정신없이 뭔가에 몰두해야만 했다. 안 그러면 머릿속이 망가져 버릴 것 같았다.
근데…….
‘왜 이래.’
사랑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두근. 두근.
심장박동수가 올라가고 볼이 발그레해지며 생기가 돌았다.
시빌엠을 키보드 마우스로만 하는 대회는 여지껏 한 번도 없었다.
“가고 싶구나? 응?”
“며…… 몇 번인데.”
팝콘은 이미 챌린지에 등록해 놨다고 했다.
“너. 23번.”
피식.
사랑은 애써 먼 곳으로 시선을 돌렸으나.
팝콘 눈엔 기대하는 게 다 보였다.
‘그래. 넌 이런 사람이야.’
최사랑.
그녀가 옛날에 태어났다면, 수도 없는 전쟁터만 떠돌아다니는 용병이었을 거다.
한 전쟁을 이기면 또 홀린 것처럼 다음 전장을 향해 떠나는…….
숨 막히는 대결에서 오히려 숨통이 트이는 그런 사람.
그런 사람을 집과 병원만 들락날락거리게 만들면.
뭘 해도 죽는 거다.
그녀는 스스로를 천천히 죽이고 있었다.
일부로 독한 술과 독한 담배를 피워대며.
계속 망가뜨려왔다.
‘오늘은 한 대도 피우지 않았어.’
줄기차게 피우던 담배도 격투게임 이후로 피우지 않았다.
술도 찾지 않았다. 마음만 먹으면 맥주가 바로 옆에 있는데도.
알콜 의존증에 가까웠던 그녀가 한 번도 손을 대지 않았다.
아예 존재조차 잊은 듯했다.
지금도 냉장고가 아닌, 어딘가에 있을 시빌엠 부스를 향해 눈을 돌리고 있지 않은가?
* * *
시빌엠 부스에 도착한 제시와 상현, 그리고 주혁.
그들을 반기는 건 어딘가 촌티가 나는 거대한 플래카드.
[추억의 스타 리그]“아. 이거구나.”
띠링.
고글 한구석에 메시지가 떠오른다.
==== ====
목적: 키보드와 마우스만으로 지휘관의 역할을 다하여 적을 섬멸하라!
방법: 일반적인 지휘관 플레이처럼 하면 된다. 병사들은 시스템이 매칭해 주는 병사 그대로 쓰고. 매칭되는 상대를 계속해서 이겨내면 된다.
보상: 비비쿤 치킨 기프티콘 50개 혹은 각종 상품권
==== ====
제시가 무어라 말을 걸었고.
“제시는 너도 참가하냐는데?”
주혁이 옆에서 통역해 줬다.
“아…….”
키보드와 마우스 게임이라니. 상현에겐 쥐약이다.
마우스를 쥐는 손에 문제가 있으니 말이다.
아마 제시는 그것까진 모르고 있을 거다.
“아니. 난 못 하지. 난 지휘관이랑은 영 안 맞는다고 해줘.”
주혁이 옆에서 설명해 주니 제시는 충분히 납득된다는 듯 끄덕거린다.
-아몬드가 지휘관하면ㅋㅋㅋㅋ
-생각만해도 어질어질
-ㅋㅋㅋㅋㅋ피지컬 빼면 풍선껌 아님?ㅋㅋㅋ
“여러분. 피지컬 뺀다고 껌 형이 되는 건 아니죠.”
풍선껌이라는 채팅엔 반응하는 상현이었다.
[루비소드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아몬드님. 아몬드님. 오늘 또 어디 가요?]“아. 후원 감사합니다. 제시가 먼 데서부터 왔으니까. 여기서 몇 개 구경 좀 하고 헤어지면 될 거 같아요.”
-하긴 먼데서 오긴 했지
-덴마크면 많이 멀긴하네 ㅋㅋㅋ
-너 보러 온거 아닌데?!
상현은 잠시 주혁을 통해 제시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여긴 왜 왔는지, 얼마나 머무는지 등등.
그러던 중.
상현의 눈이 번쩍 뜨였다.
‘어?’
챌린지 매칭이 시작됐는데. 익숙한 실루엣이 하나 보이는 거 아닌가?
관중들이 수군거린다.
“휠체어 타신 분도 지원했어.”
“오…….”
“여자네?”
게임 대전엔 흔치 않은 휠체어에 여자이기까지 하니, 눈에 안 띄려야 안 띌 수가 없었다.
-어?
-앗 저 사람 포권에서 개바르던 사람 아님??
-ㅁㅊ ㅋㅋㅋ 시빌엠도 하나봐
-포권 일진녀?
시청자들 중 다수가 그녀를 알아봤다.
얼굴 팔리는 게 싫은 거 아니었던가?
‘그나저나 시빌엠도 하는구나.’
정말 다리만 안 쓰면 다 괜찮은 모양이다.
상현은 신기하다는 듯 저도 모르게 앞으로 한 발짝 다가갔다.
딱히 사랑과 눈이 마주친다거나 할 순 없었다. 애초에 여긴 거리가 상당히 멀게 세팅되어 있었고.
그녀는 누구보다 모니터에 집중하고 있었다.
“오오오. 남성 관중분들의 반응이 뜨겁죠? 참가번호 23번. 과연 실력도 출중할까요?”
“예. 제출한 아이디의 데이터를 보면 과거에 굉~~장히 높은 랭킹을 갖고 있었거든요?”
“오…… 근데 미공개를 요청하셨네요?”
“예. 심지어 아주 오랜 기간 플레이를 안 하셨습니다. 지금은 거의 휴면 계정이나 마찬가지예요! 그사이 게임이 많이 바뀌었기 때문에…… 어떨지!?”
“반면 상대하시는 2번 참가자는 현재 랭킹이 300위권 안에 든다고 합니다!”
오오오오.
300위권이라는 말에 사람들이 놀란다.
상현은 최사랑이 공개를 안 해서 그렇지 아마 더 높았을 거라 생각했다.
“룰은 문명전이죠?”
“그렇습니다.”
문명전.
이는 문명을 골라서 플레이할 수 있는 모드다.
컨셉은 좋은데.
플레이어 풀이 적어서 인기가 점점 없어졌다. 매칭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다.
병사들이 각 문명을 골라놓고 대기해야 했었는데.
모든 병사가 모든 지휘관에게 매칭될 수 있었던 기본전과는 다르게, 너무 세분화되는 바람에 매칭이 한세월이었다.
“자. 아셔야 될 게. 지금 시빌 엠파이어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테스트 서버이구요. 이 매칭 시스템을 쓰면 문명전도 충분히 원활하게 플레이할 수 있다고 합니다.”
테스트 서버였구나.
하기야 뭔가 새로운 게 나온 게 아니라면 지스타에 굳이 나설 필요가 없었을 거다.
“모든 병사 플레이어들은 자신이 어떤 문명으로 떨어질지 모르는 상태로 매칭이 돼서 들어오고 나서 지휘관에게 보직을 받는 방식입니다.”
“예. 아…… 참. 진작에 이렇게 바뀌었어야 했는데요!”
“그럼 시작해 보겠습니다.”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오며, 문명전 매칭이 시작됐다.
“2번 참가자. 아이디가 ‘문익점’이죠? 현재 3연승 중! 문익점은 ‘잉글랜드’ 문명 골랐구요!”
“예. 장궁병 러쉬가 골치 아픈 문명이군요.”
“23번은 아이디가 ‘최고다이순신’인데! 닉값한다고 하죠!? ‘조선’ 문명을 고릅니다!”
오오오오오!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조선 문명은 승리를 생각한다면 고르기 어려운 문명이었으니까.
그 경기를 관람하던 쿠키도 큰 관심을 보였다.
조선 문명 선택 때문만은 아니었다.
“……저 아이디 낯이 익은데.”
예전에 꽤 강렬한 기억으로 남았던 아이디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