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556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24화
10. 내게 달리기는 살인이다(1)
사실 챌린지 포인트 1등의 최종 보상은 천만 원이 아니다.
백만 원이다.
딱 하루 정산해서 주는 상금인데, 천만 원은 과한 금액 아니겠는가?
상현도 그렇게 생각은 했었다만, 시청자들이 작정하고 속여먹기로 하는 데 장사가 없었다.
-ㄹㅇ임
-ㅇㅇ 방송 가즈아
-챌린지 ㄱㄱ
-이번 상금 역대급이라고함.
-ㅋㅋㅋ표정 ㅋㅋㅋㅋㅋ
어찌나 단합이 좋던지.
채팅 치는 사람 중 극히 일부도 제대로 된 정보를 주는 사람이 없었다.
-천만원 ㅇㅈㄹ ㅋㅋㅋ 만원임.
-ㄴㄴ 10만원임
-천원임. 내가 봤음.
적게 부르는 사람들은 지나치게 적게 불렀고, 대부분은 천만 원이라고 선동해 버리는 상황.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후원까지 지원사격에 나선다.
[가지묶음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이번에 릴 RPG 레전드 테일 시연 부스에서 스폰 겁나해서 천만원됨 1등 상금]“가지묶음…… 님. 감사합니다. 아. 그렇군요? 하루에 천만 원이면 엄청난 건데요.”
-진짜 천만 원인데 ㅂㅅ들ㅋㅋ
-이번에 역대급임ㅋㅋㅋ
-ㄹㅇ?? 와
-가지 묶음 ㅇㅈㄹ ㅋㅋㅋ
-가지묶음은 뭐여 ㅋㅋㅋ 정관 수술임?
후원은 채팅보다 훨씬 더 선전효과가 큰 매체였다.
게다가 릴 RPG와 엮어서 말하니 뭔가 상당히 그럴듯해 보이는 게 아닌가?
상황이 이러니, 잘 모르는 시청자들은 이미 천만 원이라고 알게 되어버렸다.
그들은 이게 진짜 정보라고 믿는 거다.
-천만원인데 아만보들 10만원 뭐임ㅋㅋㅋ
-릴 RPG 시연 때문에 1000만원 됐다구요 뭔 10만원ㅋㅋㅋ
-천만원 버려!? 천만원 버려!?
지금 뭘 되게 잘 아는 듯 채팅 치는 자들.
이들은 사실 지스타가 뭔지도 몰랐던 사람들이라 하면 믿겠는가?
이런 채팅들이 나오기 시작하면 이미 여론은 끝났다고 봐야 했다.
‘천만 원이구나.’
스트리머 입장에선 의심할 여지가 없다.
“다음 챌린지 갑니다.”
상현은 이미 눈이 돌아갔다.
-ㅋㅋㅋㅋㅋ캬
-이게 남자지
-ㅋㅋㅋㅋㅋ고고
그를 말려줄 주혁은 이미 다른 부스로 가서 영업을 뛰고 있었으니.
그야말로 폭주기관차가 출발하는 셈이었다.
* * *
그는 여러 부스를 돌아다니며 시청자들에게 물었다.
“포인트 제일 높게 주는 곳이 어디예요?”
-그거 아마 젯펌이었을듯?
-최초 혹은 유일 승
-릴 RPG아닐까? 메인 스폰인데
챌린지 포인트를 높게 주는 기준은 간단했다.
ONE & ONLY
이 말에 가까울수록, 포인트를 높게 준다.
유일하거나, 가장 먼저이거나.
혹은 둘 다이거나.
“아. 젯펌프드가 되게 높은 거구나.”
젯펌프드 ‘니가 해라 개발자’ 같은 경우는 딱 한 번 있는 챌린지인 데다, 무조건 최초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상당히 높은 포인트를 자랑했다.
더군다나 책정 난이도도 상당히 어려운 편이라, 아마 이번 지스타에서 가장 높은 포인트를 줬을지도 모른다.
즉, 상현은 이미 가장 높은 포인트는 하나 챙겨둔 셈이다.
“그럼 그냥 바로 할 수 있는 것부터 할게요.”
어차피 시간이 얼마 없어서, 참가가 가능하냐 아니냐가 중요한 상황이다.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라는 거다.
그는 챌린지 초대장을 하나하나 살펴보기 시작했는데.
“오.”
[런가이즈 격투 모드 출시! ‘내게 달리기는 살인이다’ 챌린지! 즉시 참여 가능!]예전에 풍선껌과 해봤던 런가이즈라는 게임의 신규 모드가 나온 모양인지. 챌린지 초대가 와 있었다.
무엇보다 런가이즈는 한 번에 수십 명이 진행 가능해서 즉시 참여 가능하다.
“음…….”
아몬드는 조금 고민됐다.
솔직히 런가이즈는 그의 취향에 맞는 게임은 아니었는데.
[수능 포기함 님이 미션을 등록했습니다!]챌린지 제목이 재밌다고 생각했는지, 누군가 이런 미션을 건다.
[우승하고 ‘내게 달리기는 살인이다!’ 외치기] [20만 원]-수능 포기 ㅋㅋㅋ
-ㄹㅇ 수포좌네 ㅋㅋㅋ
-ㅋㅋㅋㅋ수포함좌
-ㅁㅊ 저거 하나?
상현은 결정을 내렸다.
“그럼. 이걸로 가 보겠습니다.”
* * *
런가이즈.
아주 옛적에 국내 TV쇼로 흥했던 ‘출발 드림팀’의 게임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편한데.
다른 게 있다면 그 출발 드림팀을 무려 수십 명이 함께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생각해 봐도 손쉽게 난장판이 될 거라는 걸 알 수 있다만.
그 난장판을 헤쳐나가는 재미로 하는 게임이었다.
그런데 이번 신규 모드는 그 난장판을 더 어지럽게 만드는 요소를 넣어놨다.
“런가이즈의 신규 모드! 격투 모드입니다! 달리면서 얻는 각종 아이템들로 서로 싸우면서 상대방을 떨어뜨릴 수 있죠!”
달리는 와중에 상대를 밀쳐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여기서 달리는 중간 얻은 아이템으로.
“와. 재밌겠다.”
“미친. 이거 돌았네.”
“꿀잼각.”
대부분의 도전자들은 재밌어 보인다며 희희낙락거리는 표정으로 캡슐 안에 들어갔으나.
-이분 독립운동하러감?
-왤케 진지하누 ㅋㅋㅋ
-견과류 머릿속에 지금 천만원 뿐임
-엌ㅋㅋㅋㅋ 누가 런가이즈를 이렇게 하냐고 ㅋㅋㅋ
-표정은 거의 뭐 릴드컵 결승 ㅋㅋ
캡슐 안에 들어온 아몬드의 표정은 진지하기 그지없었다.
그는 자신을 놀리는 시청자들은 아랑곳 않고 저 혼자 브리핑을 시작한다.
“지금 설명을 들어보니까. 옛날 카트라이더 혹은 마리오 카트 아이템전 같은 건데.”
-맞음
-호두 고속 스핀ㄷㄷ
-오 맞네 ㅋㅋㅋ
-다 씹고 겜얘기 ㅋㅋㅋ
“제가 카트라이더를 잘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한번 해보겠습니다.”
아몬드 세대에선 아주 어렸을 적에나 해봤던 캐주얼 레이싱 게임들.
그는 특히나 게임 같은 취미와는 거리가 먼 운동선수 생활을 했기 때문에, 그리 잘하는 편이 못 됐다.
‘여기선 다르지.’
그러나 VNS 수치가 적용되는 이 가상 공간에선 다를 것이다.
[Guys? You Ready?]런가이즈 시작 전에 나오는 특유의 음성이 흘러나오며 시야가 암전하더니.
와아아아아아……!
이내, 폭신폭신한 쿠션 같은 전신 보호구를 입은 사람들이 대거 등장했다.
-ㅋㅋㅋㅋ개웃겨
-강낭콩이 된 아몬드 ㅋㅋㅋ
-앜ㅋㅋㅋ
-이거 아몬드 코스튬 없음? 개웃길거같은데
런가이즈는 특유의 코스튬으로 유명한데. 얼굴 빼고 전부 다 가려버리는 보호장비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걸더러 강낭콩이라 불렀다.
뿅. 뿅.
아몬드는 잠시 강낭콩처럼 되어버린 자신의 신체를 시험하듯 제자리에서 뛰어본다.
우스꽝스러운 코스튬에 진지한 얼굴이 섞이니, 시청자들은 더 폭소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앜ㅋ
-미치겠다 ㅋㅋㅋ
-견과류 코스튬 기원 1일차!
이 런가이즈엔 각종 코스튬 보호구를 판매하는데.
모양이 꽤나 파격적이다.
아예 바나나가 되어버린다거나, 파인애플 속에 들어가 있다거나.
혹은 거대한 콜라캔, 감자튀김 모양 등.
꽤나 굵직한 디자인들을 자랑하며 콜라보레이션도 자주한다.
예를 들면 환타와 콜라보해서 환타 캔 코스튬을 발매한다거나.
만약 (먹는)아몬드 회사인 그린다이아몬드와 콜라보한 제품이 있다면, 아몬드 속에 들어가는 코스튬도 있을 테지만.
그런 게 있지는 않은 것 같았다.
[5초 후 달리기 시작]그런 걸 굳이 찾고 있을 겨를도 없었다.
이제 곧 달리기가 시작된다.
[40/40]총 40명의 참가자들이 출발선 앞에 긴장한 채 서서 한마디씩 중얼거린다.
“후아. 고고.”
“어후. 이 옷은 진짜 불편하네. 언제 입어도.”
[4] [3].
.
.
삐이이이이이이!
[출발!]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오며, 모든 강낭콩들이 앞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시작됐습니다! 내게 달리기는 살인이다! 챌린지!] [예! 40개의 콩들이 마구 뛰는 모습! 아주 장관입니다!]-ㄹㅇㅋㅋㅋㅋ
-장관이 아니라 가관임 이 정도면ㅋㅋ
-개커엽ㅋㅋㅋ
와다다다다다!
아몬드는 아무 말도 없이 죽어라 앞으로 뛰었다.
강낭콩 같은 코스튬을 입고 얼굴만 쏙 내놓은 채 마구 달리는 모습이 조금 우스꽝스럽다.
‘이래서 하기 좀 그랬는데.’
그래도 미션이 20만 원짜리가 걸렸는데.
안 할 순 없다.
아몬드는 얼굴에 뜬 약간의 홍조 따윈 무시한 채 내달렸다.
-아 오늘 방송 개혜자넼ㅋㅋㅋ
-엌ㅋㅋㅋㅋ
-가자 몬드!!
-부끄몬드 ㅋㅋㅋ 개커엽 ㅠㅠ
부끄러움이고 뭐고 잡생각을 다 지워야 했다.
“비켜어!”
“으악!”
“죽어 인마!”
여긴 단순 레이싱이 아니라, 배틀로얄 수준의 장애물이 배치된 달리기다.
방심하는 순간 바로 떨어져 나가고, 뒤처진다.
‘아직 아이템도 없는데.’
아이템도 얻지 않았는데. 맨주먹 싸움만으로 이미 쓰러져 뒤처지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아몬드는 자신에게 달려드는 사람들을 요리조리 피해가며, 꽤 상위권으로 치고 올랐다.
[12/40]12등이었다.
‘관문이다.’
두둥!
[첫 번째 관문: 낭떠러지 콩콩 버섯!]깎아지른 낭떠러지에 솟아 있는 커다란 버섯들.
이번 관문은 저 버섯들을 밟고 낭떠러지를 건너가는 구간이다.
제대로 밟지 못하면 그대로 떨어져 부활까지 엄청난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
[자! 강낭콩들 버섯으로 돌진합니다!] [고소 공포증이 있다면 아주 아찔할 텐데요!]몇몇 플레이어들이 이미 앞서나가며 버섯을 향해 뛰었고.
아몬드도 뒤따라 뛰었다.
부──웅.
몸이 날아감과 동시에 아래를 보니, 그야말로 아찔한 풍경.
아몬드는 공중에서 몸을 이리저리 틀어, 정확하게 착지한다.
“휴.”
슈우우우…….
그가 착지하자, 버섯은 잠시 수축되었다.
잠시 후.
띠~용!
다시 팽창하며 튀어오른다.
당연히 위에 있던 아몬드는 저 위로 날아가 버렸다.
후우우우웅!
바람 소리가 귀를 어지럽히고 시야가 이리저리 흔들리지만. 와중에도 다음 버섯을 잘 밟아야 했다.
[이게 어떤 버섯을 밟느냐에 따라! 어떤 타이밍에 밟느냐에 따라! 속도가 정해지죠!?] [그렇습니다! 큰 버섯을! 최대로 수축했을 때! 딱 밟고 날아가는 게 가장 빠릅니다!]큰 버섯.
수축된 버섯.
이 두 가지 조건을 생각하며 탐색하는 아몬드의 눈.
‘저기다.’
아몬드는 그곳으로 착지하기 위해 공중에서 몸을 이리저리 비틀기 시작했는데.
“얍!”
옆에서 같이 날던 녹색 검은색 수박무늬의 강낭콩 한 놈이 발로 차는 게 아닌가?
“!”
뾰옹!
물론 푹신한 보호구 덕에 우스꽝스러운 소리가 나며 별다른 피해는 없었으나.
‘밀렸다.’
아몬드는 뒤로 살짝 밀려났다.
‘그럼 차라리…….’
그는 원래 착지하려 했던 버섯이 아닌, 그보다 뒤에 있는 작은 버섯에 내려앉았다.
그를 밀어낸 사람은 아몬드가 원래 가려던 큰 버섯에 앉았고, 도발도 잊지 않았다.
“예이~~ 먼저 갑니다아아!”
띠용!
더 큰 버섯의 반동인 터라, 더 멀리 날아가는 모습.
도발 탓인지 뭔지, 그가 입은 수박 줄무늬 코스튬이 이렇게 얄미울 수가 없었다.
“수박. 기억했습니다.”
그 이후, 아몬드의 눈빛이 바뀌었다.
-앗……
-엌ㅋㅋㅋㅋ살생부?
-치키챠 노트 on!
-풍선껌한테 못된것만 배운 아몬드 ㅋㅋ
-데스노트보다 무섭다는 치키챠노트ㄷㄷ
-수박무늬 모양대로 눈물 짜기 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