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55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27화
11. 히트다 히트(1)
돈이 이상하게 많이 나간다면 의구심을 품을 수 있지만, 돈이 이상하게 많이 들어온다고 의구심을 품는 경우는 드물었다.
상현도 딱 그런 케이스였을 뿐이다.
‘오. 오늘 수금 운이 좋네.’
간만에 야외방송에 지스타라는 축제 특수까지 겹쳐서 돈이 터지나 보다.
그냥 이렇게 생각하고 넘어가는 게 당연했다.
‘이러면 진짜 금세 이사 갈 수 있나.’
서울에 조금 살 만한 지역 집값을 생각한다면 조금 설레발이긴 하지만.
그의 머릿속엔 의구심보단 새로 이사 갈 아파트의 풍경이 더 크게 자리 잡았다.
햇살이 잘 들어오는 남향에 강줄기가 보이며 통풍까지 잘되고…….
이웃들도 전부 부자에 멋진 사람들이겠지.
등등.
할머니가 하셨던 말씀들까지 다 겹쳐져 잠시 꿈나라에 갔다 와버린다.
‘뭐. 지금 집도 나쁘진 않아.’
사실 그냥 생활 공간으로서 지금 집은 괜찮은 편이었다.
할머니와의 추억이 있으며, 나름 마당도 있고 개인 집이라 소음 걱정도 없으니까.
다만, 수명을 다해 부서져가는 내부 마감재, 말도 안 되게 가파른 계단, 산 쪽에서 들어오는 벌레 군단, 제멋대로인 가로등과 완전범죄 꿈나무들이 성지로 삼을 법한 나몰라식 치안, 주변에 하나씩 껴 있는 불법 판자촌…… 등을 제외하면.
좋은 집이었다.
‘……맞나?’
아무튼, 그렇게 생각하며 살아야지.
안 그럼 네가 어쩔 거야? 돈 벌어서 아파트로 이사 가든가!
……라는 할머니의 호통이 귓가에 울리는 듯했다.
‘할머니. 이제 정말 이사 갈 수도 있어요.’
할머니의 영혼을 달래는 혼잣말을 되뇌며, 상현은 캡슐에서 나온다.
치이이익.
“이번 게임은 따로 축하 같은 건 없네요.”
나와보니 딱히 진행자가 와서 인터뷰를 걸 기색도 없고 바로 다음 챌린지 참가자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아무래도 런가이즈는 워낙 간단하게 진행하는 게임이고, 이 챌린지 자체가 챌린지 포인트 외 크게 걸린 게 없는 작은 챌린지여서 그런 듯했다.
-뭘 바라누
-축하? 루비소드가 해줬잖아 임마
-여기서 또 받으려고!? 욕심 무엇……
-어이. 유상현. 사탄 들렸어!?
시청자들은 이미 후원을 받은 것이 보상이라고 주장했으나.
일부 시청자는 그들의 악랄함에 혀를 내둘렀다.
-ㄹㅇ 악마새끼들 ㅋㅋㅋㅋ
-아니 그건…… 그, 그건 그거잖아!
-사탄: 진도가 너무 빠릅니다. 트수 형님들.
-ㅅㅂㅋㅋㅋㅋㅋ
-잔금 누가 채우려고 이렇게 막지르냐고 ㅋㅋㅋ
-ㄹㅇ 책임없는 쾌락 ㅋㅋ
상현이 후원을 많이 받은 건 그가 100만 원 상금을 1,000만 원으로 착각하고 있기 때문이니까.
상현은 잠시 챌린지 부스들을 다시 쭉 둘러보며 중얼거린다.
“음. 뭐…… 빠르고 재밌고 나름 괜찮은 게임이었네요. 시간이 남는데…….”
런가이즈가 워낙 짧고 강렬한 게임이라, 다른 챌린지를 할 시간이 있었다.
‘점수 제대로 뽑을 거 뭐 없나.’
이제 마지막 게임이 될 확률이 높은 만큼, 점수를 크게 먹고 싶은 상현이었다.
-이 남자 갑자기 적극적이되었다?
-또 한다고? 개혜자네 오늘
-오빠 무리하지마……(덜렁)
‘기왕이면 하는 만큼 먹는 게 좋은데.’
그가 원하는 건 승리하면 얼마 준다 방식의 미션이 아닌, 킬당 미션 같은 걸 원하고 있었다.
“제가 아까 뭘 본 거 같은데. 잠시만요.”
그는 도착한 메시지들을 열어본다.
이 중에서 괜찮은 챌린지를 본 것 같았다.
[히트맨 시뮬레이터] [적들을 제거하고 임무를 완수하라! 제거한 적 1명당 챌린지 포인트 지급!]한 만큼 주는 챌린지.
여기 있었다.
‘저격……? 총으로 하는 건가?’
약간 마음에 걸리는 게 있다면, 총을 쏘는 게임이었다.
소년가장 군 면제에 빛나는 이력과 양궁계는 대대로 총 쏘는 놈들과 상종을 안 한다는 이상한 문화 때문에 뭔가 꺼림찍한 상현.
그래서 배틀라지에서도 굳이 총이 아닌 활로만 싸워왔던 그였다.
‘활로 하는 건 뭐 없나.’
이런 생각으로 메시지함을 더 뒤져봤지만, 딱히 활로 하는 걸로 보이는 게임은 없었다.
‘하기사…….’
스포츠라면 몰라도 게임에서 활은 늘 비인기 소재이다.
그는 잠시 고민하더니, 시청자들에게 말한다.
“다음 게임 갈게요.”
* * *
그는 스스로 되뇌었다.
양궁계 떠난 지가 언젠데.
양궁계의 유망주 유상현보다, 아성의 유 대리가 더 친숙하게 느껴지는데.
고작 게임이 뭐라고 총을 거부하는가?
물론 그라는 인간의 뿌리가 양궁이라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지만.
‘천만 원은 어쩔 수 없지.’
천만 원이라는 금액도 어쩔 도리가 없는 것이다.
그래, 어찌 됐든 그는 지금 스트리머다.
그가 챌린지 포인트 1등을 노린다고 말한 이상, 시청자들은 1등을 기대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까 런가이즈에서도 그렇게 많이 쏴주신 거야.’
그런 기대감 때문에 런가이즈 같은 짧은 게임 이후에도 엄청난 후원이 들어왔던 것이다.
그게 부족한 900만 원을 채우려는 후원인 줄은 전혀 모르는 상현은 그렇게 생각하며 챌린지 부스로 향했다.
“어. 아몬드다.”
“아몬드도 이 챌린지 하려나 봐.”
그를 알아본 몇몇 참가자들이 수군거렸다.
이 챌린지는 딱히 경쟁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에 그를 경계한다거나, 그의 참가를 불쾌하게 여기는 시선은 아니었다.
“근데 이건 포인트밖에 안 주는데.”
챌린지 포인트밖에 안 주는 이 챌린지를 굳이 하러 왔다는 게 신기했고.
“아몬드도 챌린지 포인트 노리나?”
“와. 이것마저 가져간다고?”
고작(?) 100만 원의 상금을 타기 위해 이런 데까지 찾아왔다는 데 감탄했다.
“와…… 얼마나 가져가려나.”
“근데 아몬드 총 쏠 줄 알아?”
모르는 사람들의 시선과 뒷말.
꽤 유명해진 뒤부터는 익숙해진 일이었다. 하다못해 김치찌개집 가도 알아봤었는데.
여긴 게임 스트리머라면 거의 다 알아보는 환경이기에, 상현은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진행자에게 향했다.
“오! 아몬드 님!? 맞죠?! 챌린지 참여 원하시나요!?”
진행자는 곧바로 아몬드를 알아보고는 반가워한다.
“아니. 이런 누추한 곳에 귀하신 분이! 이리로 오세요!”
이 히트맨 시뮬레이터라는 게임은 신작인 데다가, 그리 유명한 게임사에서 만든 것도 아니었다.
그런 상황에서 이런 유명한 스트리머가 참여해 주면 그들로선 감지덕지인 것.
-캬 월클대우
-국빈급 대우 ㄷㄷ
-캬 이게 대기업!?
-아성 같은 대기업을 왜 나왔냐구요? 내가 대기업이니까!!!
-ㅋㅋㅋㅋㅋ중소 게임오니까 대우 쩌네
“여기입니다.”
안내받은 캡슐 안으로 들어간 아몬드.
잠시 눈을 감고 쉬고 있으니, 알아서 히트맨 시뮬레이터가 실행됐다.
그는 시간을 확인했다.
“세 시간 정도 남았는데요.”
챌린지 포인트 합산까지, 정확히는 2시간 43분 남았다.
“이 게임 설명 듣기론 제가 죽지만 않으면 계속 할 수 있는 모드로 들어간다고 했거든요.”
히트맨 시뮬레이터는 스토리 모드, 미션 모드, 챌린지 모드 이렇게 세 가지가 있는데.
지금 실행되는 건 당연히 챌린지 모드.
이미 앞의 두 모드에 질린 사람들이 자신의 실력 한계에 도전하는 그런 ‘무제한’ 모드인 셈이다.
[히트맨 시뮬레이터] [로딩 중…….]* * *
으하하하.
부스 쪽에서 관계자들이 좋아하는 소리가 바깥까지 들려왔다.
“아몬드 님이 오셨다고?”
“이야. 우리 게임 부스까지? 대박.”
“야. 내가 뭐랬어! 초대 메시지 보내보자 했잖아!”
그들은 아몬드에게 초대 메시지를 보낼까 말까마저 고민했었다.
그만큼, 이곳에 유명 스트리머가 온다는 건 쉽게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아. 자리도 겁나 구석으로 배치해서. 진짜 네임드 아무도 안 오나 했는데…….”
돈을 쓴 만큼 좋은 부스를 받는다.
이들은 그럼 돈을 쓰지 않았나?
그렇지 않다.
있는 돈 없는 돈 다 끌어 썼지만, 진짜 제대로 투자받은 다른 회사 게임들의 자본을 이길 수 없는 것이다.
“근데 왜 오셨지?”
“그러게 저희는 시청자들한테 돌아가는 챌린지 상품도 없는데…….”
이들이 네임드 스트리머들이 오지 않을 거라 생각한 이유 두 번째다.
이들의 챌린지엔 치킨 기프티콘 100개 같은 시청자용 선물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안 그래도 이름 없는 게임사의 신작 작품인데, 시청자용 선물까지 없으니 스트리머들이 올 건덕지조차 없는 셈이다.
그런데 아몬드는 왔다.
우연히 들어온 것도 아니고, 제 발로 찾아서 들어왔다.
이상하다면 이상한 일이다.
솔직히 뒷광고로 오해받아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왜 왔는지가 중요한가?”
과장이 잔칫상에 재 뿌리는 말 좀 하지 말라며 일어선다.
“왔다는 게 중요하지. 이거 영상 싹 다 제대로 편집해서! 어? 계약도 똑바로 한번 추진해 봐!”
“아, 예. 물론이죠…….”
테이블에 앉은 모두가 끄덕인다.
남자의 말이 맞다.
아몬드가 왔으면 그 상황을 최대한 살려보는 게 좋은 거지.
왜 왔는지 고민하는 건, 별 도움이 안 된다.
하지만, 때론 왜? 라는 질문이 중요할 때도 있는 법.
“제가 잠시 살펴봤는데요. 아몬드 왜 왔는지. 금방 나오네요. 지금 커뮤니티에서 언급량이 많아진 상태라서요.”
동그란 안경을 낀 남자. 박 대리가 그 이유를 찾아낸다.
“뭐? 이런 거 오는 것도 일일이 커뮤니티에서 언급하나?”
“아…… 그건 얘기가 좀 긴데요.”
100만 원 상금을 1,000만 원으로 오해해서 눈이 돌아갔다는 설명을 굳이 보태지는 않는 박 대리.
“여튼 아몬드는 지금 챌린지 포인트를 최대한 많이 얻고 싶어 하고 있습니다.”
“오? 그래? 근데 우리가 그렇게 많이 걸었던가?”
“음…….”
박 대리도 그 점이 의문이었다.
그런데 그 답은 조금만 생각해 보면 바로 나왔다.
“포텐을 본 게 아닐까요?”
“포텐?”
“저희 챌린지 특징이 한 번에 얻을 수 있는 챌린지 포인트가 이론상 제일 높잖아요.”
“그래. 일부러 그렇게 했지. 사람들 좀 낚으려고. 근데…….”
과장은 이해가 안 됐다.
정말 그걸 얻으려고 왔다고?
말이 안 된다.
한 번만 해봐도 알 수 있었다. 이들이 왜 요인 암살 명수당 포인트를 걸 수 있었는지.
“……그것 때문에 왔다고?”
“그렇겠죠. 지금 상황을 정리해 보면.”
재차 물어도 그게 맞단다.
“그럼 뭐 문제없겠네.”
“예.”
순수하게 챌린지 포인트를 노리고 왔다니. 그야말로 기적 같은 일이다.
문제 될 게 하나도 없었다.
물론…….
“한 가지 빼구요.”
“뭔데.”
“챌린지 포인트 정산에 한계가 있잖아요. 그것도 다 저희가 돈 주고 사는 거니까.”
“…….”
과장은 지금 이 사람이 뭔 말을 하는 건가, 한참 쳐다보더니.
“……그걸 다 빼갈까 봐 걱정한다고?”
“다 빼진 못하더라도, 지스타는 앞으로 이틀을 더 해야 하는데…….”
“아니, 박 대리.”
과장이 허탈한 웃음을 터뜨린다.
“뭔 말도 안 되는 소리야. 그 사람 게임 잘하는 건 아는데. 무슨…… 무슨 그런 걱정을 해? 어휴…… 어차피 챌린지 모드에선 처음 오피스조차 빠져나가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야.”
하여간 분위기 싸하게 만드는 데 뭐 있다니까. 과장은 그렇게 여기며 괜찮다는 듯 그의 등을 두들기며 나간다.
“내가 매니저님 찾아서 만나고 있을 테니까. 아까 말한 대로 이 상황. 최대한 살려. 오케이?”
“예!”
모두 신난 분위기인데, 박 대리도 굳이 더 물고 늘어지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