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56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56화
20. 폭탄 발언(1)
박성태는 멋들어진 턱수염을 매만지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풍선껌 매니저 5년 차다.
지금껏 별로 없던 상황을 마주했으니, 조금은 당황스러울 법했다.
‘보통 이렇게 한 번 마주친 거로 이슈가 되는 경우는 없는데…….’
박성태는 5년 차지만, 풍선껌은 경력 10년이 넘는 스트리머다.
그 10년간 정해진 휴일을 제외하고는 방송을 한 번도 쉬지 않았다.
한 번 앉으면 늘 8시간 가까이를 게임하는 사람이다. 자연스럽게 다른 스트리머들과 마주치는 빈도도 꽤 높다.
일일이 세기도 힘든 만큼 마주친다. 그러니 한두 번 만난 거로는 이슈도 안 된다.
‘근데 왜 이 사람만…….’
근데 아몬드라는 이 사람을 딱 한 번 마주쳤다고 이렇게 이슈가 된다니?
뭔가 특별한 계기라도 있는 걸까.
“항상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게 이 직업의 매력이긴 하지.”
박성태는 커뮤니티에서 아몬드에 대한 검색을 해보기 시작한다.
기본적인 프로필은 금방 획득할 수 있었다.
‘30대……. 잘 생겼고, 실력이 좋다. 그리고…….’
음?
위의 화려한 스펙 아래, 정말 물음표가 절로 붙는 항목이 하나 있었다.
‘가상현실 게임이란 걸 시작한 지가…… 이제 3주 차?’
심지어 배틀 라지는 겨우 2판째라고 한다.
‘잠깐. 근데 이 사람…… 총알을 화살로 튕겨내지 않았던가?’
박성태는 풍선껌과 마주쳤던 그 문제의 영상을 다시 재생해 봤다.
마침 방금 올튜브에 올라온 영상이 있었다.
적절하고 세련된 편집이 가미된 영상이다.
“편집 죽이네.”
편집으로 인해 영상이 훨씬 멋있어 보이지만, 어찌 됐든 실제 벌어진 일로 만든 영상이다.
카앙.
공중에서 맞부딪히는 화살과 총알. 박성태가 봤던 게 확실히 맞았다.
화살로 총알을 맞히다니.
놀라울 정도의 감각, 그리고 담력이다.
우승을 눈앞에 두고 저런 플레이를 누가 할 수 있을까?
댓글 반응도 의견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
-뭔 일이냐, 방금.
-저게 가능해?
-이거, 주작이야. 시발 말이 되냐 ㅋㅋ
-주작이라기엔…… 상대가 풍선껌인데?
-풍선껌이 주작을 하겠냐.
-껌 형은 그런 거 안 한다…… 그냥 못할 뿐이다…….
-주작 아님!? 아니면 CG거나. 이거 편집본이잖아.
-에바야 ㄹㅇ ㅋㅋㅋ
-연속으로 세 번을 저러는 건 에바잖아. 영화라도 안 믿어~~
다들 짜고 친다거나, CG를 쓴 게 아니냐 의혹을 품고 있었다.
‘그럴 리가.’
박성태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전혀 그렇지 않다.
일단 풍선껌이 상대인 이상 짜고 치는 일 따위는 없다. 만약 그런 의심을 한다면, 10년간 아무런 문제도 일으키지 않은 스트리머를 우습게 보는 거다.
그렇다고 저게 CG냐? 하면…….
그 또한 아니다.
편집자가 저런 플레이를 굳이 CG로 만들 이유가 없다.
트리비 플랫폼에 가서 다시 보기를 돌려보면 금방 탄로 날 일을 속인다니. 그건 나락으로 가는 급행 티켓이다.
짜고 치는 것도 아니고, CG도 아니다.
그럼에도 믿기지 않는다.
‘저게…… 두 판째라고?’
아몬드가 배틀 라지를 겨우 두 판째 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허…….”
박성태는 혀를 내둘렀다.
부정하고 싶었다. 자신이 관리하는 풍선껌의 실력과 비견해 보자면 머리가 어질해질 지경이다.
이게 같은 인간이라는 범주 안에서 태어난 자들의 간극이라니.
하늘도 무심하시지.
“이거 물건인데.”
탁. 탁.
번쩍이는 고급 만년필로 자신의 머리를 치는 박성태.
그가 고민할 때 나오는 버릇이다.
‘콘텐츠 하나가 그려지긴 해.’
이런 기회를 놓치고 싶진 않았다. 심지어 명분도 좋다.
방송의 포맷이 머리로 그냥 그려진다.
‘대체 그 ‘활맨’이 누군가?’라는 포맷으로 일단 시작하면 자연스러울 거다.
하지만 자연스러우면서도 뭔가 아쉬운데…….
그것이 알고 싶다도 아니고.
조금 맥이 빠진달까.
“킥. 킥이 없어.”
딱 꽂히는 느낌은 없다.
잘 관리해 놓은 턱수염을 쥐어뜯듯이 쓰다듬기 시작하는 박성태.
“아……!”
잠시 후, 뭔가 생각난 듯 노트에 빠르게 적어내기 시작했다.
* * *
[아 풍선껌 개웃겨 ㅋㅋㅋㅋ] [세 발 다 튕겨 나갔을 때 표정ㅋㅋㅋㅋ] [풍선껌은 원래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웃긴 무친 팡대임 ㅋㅋㅋ] [풍선껌식 저격.gif] [풍선껌 VS 아몬드 재능의 격차 눈물이 난다…….]커뮤니티 반응들을 내리며, 상현은 미소 지었다.
‘진짜로 반응이 오고 있다.’
풍선껌 팬 페이지뿐만이 아니라, 다른 커뮤니티에서도 슬슬 입질이 오고 있었다.
‘내가 풍선껌이랑 같이 언급되다니.’
10년 차 스트리머 풍선껌.
지금은 트리비의 원 톱 스트리머이자, 국내에서 거의 최정상급의 광고비를 받고 있지만.
처음부터 잘나가던 스트리머는 아니었다. 누구나 그렇듯이 말이다.
아니, 오히려 누구나 그랬던 것보다도 못한 스트리머였다.
그는 잘하는 게 없었다.
잘하는 게임도 없었다. 그렇게 게임이 여러 가지인데도.
그가 갖고 있던 거라고는 누구나 있을 법한 약간의 유머 감각과 친근한 이미지 정도.
심지어 이마저도 독보적인 것도 아니었다.
그에게 독보적인 게 하나 있다면 그것은 ‘끈기’다.
실력도 없고 그렇다고 다른 뛰어난 재주도 없는 그가 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오직 끈기, 성실, 책임감이었다.
항상 날 실망시키지 않는 동네 형.
평소엔 바보 같아도 내가 무슨 일을 당하면 득달같이 달려와 줄 것 같은 그런 형.
그게 풍선껌이라는 사람의 참된 면모였다.
게임을 조금 못하면 어떤가?
학교가 끝나고 놀이터에 가면 늘 그 자리에 기다리고 있는 넉살 좋은 동네 형.
할머니와 즐겁게 지내던 유년 시절의 향기를 느끼게 해주는.
그런 형이었다.
그런 형이 옆에서 힘들 때 함께 소리치고, 기쁠 땐 웃어준다면.
그것만으로도 행복이다.
아니, 어쩌면 그게 삶의 진정한 낙이다.
상현은 그래서 풍선껌을 존경했다. (물론 실력은 존경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의 방송을 좋아했다.
그런 그와 함께 언급된다는 건, 상현에겐 큰 의미가 있었다.
“이야. 신기하다. 네가 그렇게 좋아하는 연예인도 있고.”
옆에서 밥을 먹던 주혁이 넌지시 말한다.
“연예인은…… 아니지. 솔직히.”
“저 정도면 연예인이지. 실시간 5만 명이 웬 말이냐. 캬, 대체 얼마나 벌까?”
“의외로 검소하게 살아. 애들이 둘 있는데, 걔네한테 투자를 많이 하는 것 같아.”
“…….”
술술 나오는 정보에 주혁은 잠시 당황했다.
“그나저나 영상을 진짜 잘 만들었어. 이래서 다시 이슈가 됐나 봐.”
서지아가 만든 올튜브 영상도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그는 한 장면을 계속 반복해 돌려 보고 있었다.
풍선껌과 만나는 장면이다.
“지아 씨 실력이야, 원 톱이지. 암!”
주혁은 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바로 조회 수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럴 때 아니면 언제 말하겠나 싶어서다.
“조회 수가 벌써 8만이 넘었더라. 이제 겨우 5시간 정도 지났는데, 이러다가 기록 제치겠는데.”
“기록이 뭐지?”
“24시간 기준으로 20만 넘은 게 기록이지. 우리 채널에선. 이대로면 30만 선까지 안착이다.”
“그래?”
상현은 대충 호응한 후, 다시 커뮤니티 반응을 보고 있다. 그런데 가만히 쳐다보던 상현의 얼굴이 점점 굳었다.
싱그럽게 올라가 있던 입꼬리는 점차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었다.
그야, 모든 커뮤니티가 그렇듯 좋은 이야기만 올라오는 곳은 아니다.
[풍선껌 좀 팼다고 재능충? ㅋㅋㅋㅋ 4천만 국민이 다 재능충이여!] [아몬드가 무슨 ㅋㅋㅋ 재능충ㅋㅋㅋ 이제 겨우 두 판 해놓고 호들갑은] [세상에 스톤즈를 빠는 날이 오네 X발] [하여간 찐 새끼들 종교 만드는 거 개극혐] [아몬드갘ㅋㅋㅋㅋ 전자파랑 겨뤄?ㅋㅋㅋ] [그만 올려쳐 씹새들아. 아몬드는 그래 봐야 스톤즈임] [전자파는 시작하고 한 달 만에 다이아 찍음. 아몬드가 가능하겠냐?].
.
.
슥.
화면 위로 주혁의 손이 끼어든다.
“야. 그런 걸 뭘 다 보고 그러냐? 걔네 그냥 너 깎아내리는 거다.”
주혁은 이미 한참 전에 아몬드 관련 반응들을 다 본 참이다. 대충 무슨 글들이 올라오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알아.”
“근데 왜 봐?”
“이게 다 내 전투력이야.”
“……?”
“난 그래도 가족은 없어서 가족 욕 먹어도 그냥 그렇네.”
주혁은 그제야 다시 체감했다. 한때 프로 양궁 선수였던 놈의 멘탈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솔직히 무섭기까지 했다.
왜 박 부장이 유상현을 그렇게 싫어했는지 알 만도 했다.
단순한 지적질과 적의로는 이놈에겐 아무런 타격이 없었다.
어쩌면 박 부장은 사실 유상현을 무서워했던 거다!
“그나저나 내가 아직 랭크가 없는 게 문제인 것 같네.”
“당연히 없지. 이제 겨우 두 판 아니냐?”
“아무래도 하루 방송 시간을 좀 늘리긴 해야겠어. 아무리 감질나는 컨셉이라고 해도.”
“하루에 몇 판씩 때리게?”
가상현실 게임은 체력 소모가 엄청나다. 특히나 상현의 경우엔 유별나게 심했다. 그 문제로 사실 주혁은 병원까지 알아봤었다.
별로 권하고 싶진 않았다.
“무리하는 거 아냐?”
“무리는 스톤즈가 천재 컨셉인 게 무리지.”
“크흠…… 인정.”
상현은 남은 김치찌개에 밥을 싹 다 비벼 먹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직후 컴퓨터에 앉아서 바로 공략 영상을 시청한다.
“적어도 다이아 될 때까지는 판 수를 늘려보자고.”
아무렇지 않은 듯 보였으나 상현은 지금 타오르고 있다.
조용히 활활 타고 있다.
그 수많은 악담과 무시가 상현의 승부욕에 불을 붙인 거다.
심지어 거기에 기름을 부어버리는 사건도 생겼다.
“어? 야. 내 계정으로 메일이 왔다!”
늘 하던 대로 메일을 체크하던 주혁이 외쳤다.
“뭔 메일?”
“풍선껌 매니저래.”
“!”
덜컹──
급격하게 돌아간 상현의 의자가 휘청거렸다.
“뭐, 뭐라는데?”
“무슨 콘텐츠를 제안하신단다.”
[안녕하세요. 스트리머 풍선껌의 매니저 박성태입니다.]이런 제목으로 시작하는 메일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극단적 재능 대결…… 풍선껌 구제 프로젝트…….”
극단적인 재능의 차이.
신이 편애하는 자와, 증오하는 자의 콜라보다.
한쪽이 다른 쪽을 가르치며 구제해 주는 콘텐츠.
쉽게 정리하자면 ‘과외 컨텐츠’
“어. 네가 풍선껌을 가르치는 콘텐츠인가 봐?”
“그래?”
상현의 얼굴에 화색이 돈다.
그러나 주혁이 그 앞에 손바닥을 들이밀었다. 아직 좋아하긴 이르다는 듯.
“아. 근데 조건이 있다. 괜찮다면 네가 다이아 랭크를 단 후에 진행하고 싶대.”
“다이아?”
상현은 잠시 멈칫했다.
다이아 랭크는 결코 만만치 않으니까.
“물론 싫으면 그냥…….”
“아냐! 할게.”
상현은 곧바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만만치 않다고 안 할 거냐?
절대 아니다.
그는 되레 간만에 활활 타오르는 느낌이었다.
“어차피 다이아 갈 건데. 뭘 빼.”
* * *
오후 3시.
지아가 올린 영상 조회 수가 이제 막 13만 정도를 돌파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갑자기 트리비 라이브 방송 알림이 울렸다.
[아몬드 님이 스트리밍을 시작했습니다!]띠리링.
아몬드의 채널에 알림 설정을 해둔 시청자들이라면 누구나 받게 되는 알림.
-??
-오후 3시인데여?
-이 시간에 오는 건 ㄹㅇ 오랜만이네.
-뭔 일 있나?
대부분 시청자들은 어리둥절한 채로 들어왔다.
유입된 수는 당연히 1천 명 이하였다.
그의 시청자층은 대부분 직장이나 학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었기에.
이런 애매한 시간에 짬을 낼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는 소위 말하는 ‘0군’들뿐이었다.
[현재 시청자 : 891]그래도 거의 1천에 육박하는 숫자가 몰려온다는 건, 그만큼 아몬드는 마니아층 역시 탄탄하다는 뜻이겠다.
-아니, 이거 사고 아님?
-ㅋㅋㅋㅋㅋ 아몬드라면 ㄹㅇ 그럴 수도
-제발 캡슐 좀 바꾸십시오, 형님.
-후원을 해
다들 방송 사고가 아닌가 하며 잡담을 나누고 있던 그때.
치지지직.
화면 전체가 노이즈가 일어나더니, 인트로 음악이 나오기 시작했다.
-어? 진짜임?
-ㄷㄱㄷㄱ
-상상도 못 한 시간! ㄴㅇㄱ
-오우 개꿀.
-이럴려고 취업 안 했지 씹ㅋㅋㅋ
핑!
아몬드의 얼굴이 화면 한구석에 등장하며 씩 웃었다.
“트하!”
그가 반갑게 인사하자 채팅창의 스크롤이 쭈욱 올라간다.
-ㅇㅎㅇㅎ
-아하!
-ㅎㅇㅎㅇ
-형 왤케 일찍 왔어!
-반가워요 ㅠㅠㅠㅠ
-헐 나 지금 학교 째고 방송 보는 중 ㅋㅋ
-뭐지? 일단 아하!
-와 개쌉이득.
-인생 0분 손해.
-포브스 선정 가장 가치 있는 오후 3시.
-왤케 일찍 오셨어요? 오늘 뭔 일 있나? ㅎㅎ
인사말들 사이엔 참지 못한 궁금증들이 섞여 있다.
왜 이런 이른 시간에 방송이 켜졌냐는 것.
그 대답은 곧바로 튀어나왔다. 약간의 폭탄 발언과 함께.
“오늘부터 다이아몬드 가려구요.”
-????
-예?
-ㅋㅋㅋㅋㅋㅋㅋ폭탄선언!
-ㄴㅇㄱ 상상도 못 한 목표!
-아몬드 죽는다구요?
-드디어 죽는 거야?!
“다이, 아몬드 말고. 다이아 랭크 갑니다. 시간은…… 한 2주 정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2주.
최고의 플레이어라고 칭송받는 전자파의 기록이 한 달이었다.
그걸 2배 차이로 돌파하겠다고 선언한 거다.
이제 겨우 2판 해본 초짜 스트리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