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560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28화
11. 히트다 히트(2)
눈 앞을 가린 건 매캐한 연기다.
콜록. 콜록.
이건 내 기침 소리인가?
[치이이이이익…….]귓가에 들려오는 이상한 노이즈.
한 손은 입을 막고, 한 손은 허공을 휘저어본다.
연기를 흩어낸다고 귀가 잘 들릴 리는 없는데.
[여긴…… 치이이익…… 란다…… 치이이익.]일단 앞으로 나아가 본다.
철근이 다 드러나 부서져 있는 바닥이 보인다. 그 위로 덮쳐진 콘크리드 덩어리들.
깨진 액자, 유리장, 유리 테이블…… 그리고, 사방이 훤하게 트여 있는 커튼월.
여긴 오피스인가?
콜록. 콜록.
기침 소리와 함께 더 걸어 나가 보니, 보인다.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었던 명함.
‘이사 한중구’
여긴 임원실이다.
뭐가 들이박은 건지, 전부 산산조각 나서 잘 보이진 않지만.
머릿속으로 얼추 원상 복구 퍼즐을 맞춰본다면 여긴 고층 오피스의 임원실이다.
가구들도 하나같이 꽤나 고급진 것들이었겠지.
그때 들려오는 목소리 하나.
“살아 있는 타깃이 있다.”
누가 봐도 이쪽을 말하는 듯했다.
휘날리는 콘크리트 가루 때문에 한 치 앞은 안 보이지만. 놈이 사용하는 듯한 이상한 빨간 불빛은 잘 보였다.
여기가 임원실이라면, 놈은 임원실 로비쯤에 자리 잡고 있었다.
“생포하나? 제거? 제거. 라져.”
제거.
그게 상부로부터 떨어진 명령인 모양이다.
아몬드는 본능적으로 허리춤을 살폈다.
‘권총 하나.’
총기에 대해 잘 모르니, 뭔 종류인지까지는 모르지만.
그에게 주어진 건 권총 한 자루였다.
추정되는 적의 장비에 비하면 너무나 허접한 것이다.
최소한 방탄조끼에, 기관소총 혹은 저격총을 들고 있는 데다가 적외선까지 쓰지 않을까?
반면 이쪽은 그냥 평범한 샐러리맨 복장에 권총 한 자루가 끝이다.
그리고 계속 아까부터 시끄럽게 구는 인이어에서 들려오는 소음.
이게 아몬드가 가진 전부였다.
그런데─
[치이익…… 당장 모든 목격자를 사살해라…….]신기하게도 이 명령만 제대로 들려왔다.
“이게 첫 미션인가 보네요.”
아몬드는 임원의 고급진 책상 뒤에 몸을 숨기며 중얼거렸다.
시청자들이 들으라고 한 말인데.
“어. 뭐야.”
채팅창도 안 보이네.
이 상황에 대한 연출인지 뭔지, 채팅창도 구현이 안 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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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 욕하는 것처럼 보이잖아.’
아몬드는 괜히 떨떠름한 기분을 느끼며 현 상황에 집중해 본다.
‘모든 목격자라면, 일단 저놈 포함이겠지.’
당장 자신의 존재를 알고 죽이려고까지 하는 자가 하나 있다.
그놈부터 죽여보기로 한다.
‘근데 이거…… 그냥 방아쇠 당기면 나가나?’
아몬드는 권총을 바라본다.
군필자들이 하는 말에 따르면 무슨 조정간 안정이 어쩌고저쩌고…… 복잡하던데.
‘조준은 배웠지.’
아몬드에게 있어 어쩌면 권총이라 다행이다.
권총 사격은 올림픽 종목이다.
사격용 총으로 선배에게 억지로 끌려가 배운 적이 있지 않던가?
양궁부의 정신을 더럽히기 위해 그에게 알려줬다고, 양궁부 선배들은 주장했으나.
사실 그냥 재미로 알려준 것이다.
그게 그건가?
어찌 됐든 아몬드는 그때 배운 대로 권총을 쥐어본다.
기왕이면 한 손 사격으로 쏴보기로한다.
그렇게 배웠으니까.
‘이 권총은 좀 다르겠지만.’
물론 올림픽에서 쏘는 그 총하고, 실제로 오로지 살상만을 위해 제작된 이 총하고 위력은 천지 차이겠으나.
그래도 이 총의 디자인으로 미뤄보아 그리 무식하게 파워에 치중한 것 같진 않다.
말 그대로 요원들이 쓰는, 암살에나 최적화된 듯한 모습.
“진입한다. 진입.”
타다닥…….
한 명이 아닌 발소리들이 울려 퍼진다.
‘여럿이구나.’
아몬드는 고민해 본다.
이 총을 미리 쏴볼까, 말까.
쏘는 순간 위치가 노출될 텐데. 그렇다고 안 쏴보면 중요한 순간에 헛방칠 거다.
‘그래도 되는지 안 되는진 알아야지.’
어차피 적들이 이쪽 위치를 알고 있을 거다. 그렇게 생각을 정리한 후, 아몬드는 샹들리에스러운 조명을 조준한다.
타앙──!
총이 불을 뿜는 것과 동시에 조명이 터져 나갔다.
다가오던 적들도 반사적으로 총을 난사한다.
타당! 타아앙!
샹들리에는 완전히 산산조각이 나면서 요란하게 전기 스파크를 이곳저곳에 뿌려버린다.
“젠장. 그만 쏴. 조명이다.”
‘오.’
아몬드는 이걸로 의외로 많은 걸 알게 됐다.
‘잘 안 보이나 봐. 쟤네도.’
일단 적들도 시야 확보가 어렵다는 점.
그렇지 않고서야 갑자기 샹들리에에 대고 사격을 해댈 리가 없다.
그리고, 이 총은 그냥 방아쇠 당기면 알아서 나가는 총이라는 점.
[치지지직…….]스스로 다 알아내니까 인이어 보이스가 그제야 또 들려온다. 이젠 얄밉게까지 느껴진다.
[여긴 오퍼레이터 03이다…… 치지지직.]오퍼레이터?
[치지지직…… 요원…….]“아오.”
툭.
아몬드는 그냥 인이어를 빼버리고 무시한다.
집중하는 데 상당히 거슬리는 데다가, 이제 와서 이쪽이랑 대화해 봐야 생존 확률이 올라갈 거 같진 않았다.
이미 적들이 너무 근접한 상태다.
“그냥 갑니다.”
그는 계속 숙이고 있던 상체를 일으켜 엄폐에서 벗어난다.
‘배운 대로.’
스윽.
권총을 쥔 손을 꼿꼿이 앞으로.
선 자세는 권총과 배가 30도 안으로 나란히.
어깨는 솟구치지 않고 편안히.
팔과 일직선으로.
목표물을 향해.
철컥.
‘저기다.’
뿌연 먼지 속에서 적이 움직이는 동태가 보인다.
‘흡.’
호흡을 살짝 머금으며 온 신경을 집중시켰다.
심장박동마저 느려질 정도의 고요함.
늘 이 상태다.
그가 화살을 놓을 땐.
이번엔 그게 화살이 아니라, 총알일 뿐이다.
팔 관절의 어떤 곳도 힘이 들어가지 않은 채─
딸깍
─그의 손가락이 방아쇠를 슬며시 눌렀다.
잠시 후.
총구에서 불꽃이 천천히 피어올랐다.
휘몰아치는 납탄의 머리가 잉태되듯이 세상에 자신을 드러냈다.
타아앙──
쏘아진 것이다.
참았던 숨을 내쉰다.
“하아.”
그가 숨을 내쉬자.
──핑!
총알은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진 후 적의 머리를 터뜨렸다.
퍼엉!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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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라는진 몰라도 채팅이 급속도로 빨라졌다. 감탄사일 것이다.
“목표물! 발견!”
쓰러진 자의 동료들이 총구를 돌린다.
두두두두두두두두!!!
화려한 총알 불꽃이 피어올랐지만.
늦었다.
탄착군은 전부 그의 그림자 위에 형성됐을 뿐이다.
이미 아몬드는 다음 엄폐물로 몸을 날리는 중이다.
타앙!
와중에 들리는 단발의 총성.
“!”
푸슛……!
적들 중 하나의 머리에서 붉은 피가 터져오른다.
아몬드가 몸을 날리면서도 쏜 한 발이 맞은 것이다.
“……!”
리더로 보이는 남자가 잠시 죽은 부하를 쳐다보더니 말한다.
“적은 요원급으로 추정된다.”
사격 실력을 본 후 판단한 것이다.
일반적인 병사의 실력이 아니었다.
철컥.
무너진 콘크리트 벽 틈새에서 미세하게 마찰음이 들려온다.
“8시.”
휘익!
그는 곧장 방향을 전환하며 방아쇠를 당긴다.
투두두두두두!
빗발치는 총성 속, 세 발의 총성.
──타앙! 타당!
한 발은 철근에 맞아 튕겼으나, 두 명이 즉사했다.
“컥……!”
순식간에 부하가 전부 사라졌다.
남은 전투 가능 인원은 리더 하나뿐이었다.
“하아…… 하아…….”
그는 떨리는 눈으로 자신의 바로 앞에 있던 철근 구조물을 바라본다.
이게 아니었다면 이미 본인도 죽은 목숨.
그는 몸을 완전히 엄폐한 후.
보고를 수정한다.
“시정한다. 요원급이 아니다. 목표물은 정예 요원 이상급. 자사는 그에 상응하는 병력을 준비하길 바란다.”
* * *
한편, 졸지에 정예 요원까지 초고속 승진한 아몬드.
“이거 생각보다 잘 맞는데요?”
그는 의외로 권총이 사격력이 좋다며 좋아라 하고 있었다.
-ㅋㅋㅋㅋㅋ활보다야 낫지……
-활 버려?! 활 버려!? 활 버려?! 활 버려!? 활 버려?! 활 버려!?
-채팅 아직도 안 보이냐?
-지상 최악의 스트리머 아몬드! 지상 최악의 스트리머 아몬드! 지상 최악의 스트리머 아몬드!
-문명의 이기에 물들은 아아가……
-변절자 아몬드!
“어. 채팅 보인다.”
채팅이 안 보이는 줄 알고 도배하고 있던 시청자들을 향해 한마디한다.
“채팅 보인다구요. 도배하지 마세요.”
-앗……
-진짜네
-ㅋㅋㅋ
-봐줘 ㅠ
“일단 남은 한 놈 제거하고 이 건물에서 나가보겠습니다. 곧 무너질 거같이 생겨서.”
아몬드는 다시 게임에 집중하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는 일단 가장 기본적인 페이크를 걸어보기로 한다.
근처에 나돌아다니는 철제 수납장 같은 걸 멀리 던진다.
그것이 요란한 소리를 내자, 적에서도 반응이 왔다.
타당!
“?”
아주 짧게 몇 발 쏘는 것이다.
아몬드가 기대한 건 이게 아니다. 이래서는 주의가 다 끌린 게 아니게 된다.
“이게 아닌데…….”
-되겠냐 ㅋㅋ
-좀비인줄 아냐고 ㅋㅋ
-초보자 tip: 적의 호두가 당신과 같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ㅋㅋㅋㅋ단순
요즘 게임이 다 그렇지만, 적의 인공지능이 꽤 뛰어나다.
이러면 딱 한 가지 방법뿐이다.
“이 전략을 써야겠네요.”
-?
-또 전략 있는 척하네
-팩트) 그냥 쏘는거다
-뭔 전략
-아몬드식 전략: 다 피하고 다 맞힌다
“진짠데. 플랜 C2. 갑니다.”
-ㅋㅋㅋ진짜래ㅋㅋㅋ
-C8은 없음?
-아아가는 전략가야~ 아무것도 몰라~
-진짜래잖아 믿어 ㅋㅋㅋ
그렇게 말하더니 아몬드는 불쑥 일어나서 적이 있는 것 같은 곳으로 총을 쏴댄다.
타아앙! 탕! 탕!
“?”
이제 여기서 적이 반응하면, 곧바로 반응속도 싸움으로 들어가 머리를 날려줄 생각이었는데.
적이 반응이 없다.
“…….”
한참을 보고 있어도 없다.
“그럼…….”
아몬드는 유리병 하나를 집어서 던져본다.
쨍그랑!
적은 여전히 반응이 없다.
아몬드는 엄폐 후 조금씩 거리를 좁혀보는데.
잠시 후, 적의 시체를 보고서야 알게 된다.
“아. 그냥 죽었네.”
처음 쏠 때 이미 죽었다는 걸.
그가 ‘여기쯤 있겠거니’ 생각하며 쏜 곳에 진짜로 있었던 것이다.
-쉐도우복싱ㅋㅋㅋㅋㅋㅋㅋㅋ
-ㅁㅊㅋㅋㅋㅋㅋ
-C2가 셰도우 복싱이란 말임?
-플랜 C2 무섭네요…… 유일한 아군(본인)까지 속이다니……
-플랜 C8로 바꾸셈. 저절로 그 말이 나옴.
“결과적으로 잘됐네요. 나가겠습니다.”
그는 그렇게 유유히 비상계단을 향해 걸어갔다.
-작전명 ‘결과적으로 잘됐네요’ 잘봤습니다~ 요원~
-십ㅋㅋㅋㅋㅋ
-이게 뭔데 ㅋㅋㅋㅋ
-이렇게 챌린지 포인트 벌어가도 되는거임? 진짜 모름.
* * *
한편, 이 챌린지를 지켜보는 직원 몇.
“와 이걸 원트에 나가네?”
이 첫 번째 공간, 임원실을 한 번에 벗어나는 도전자들도 몇 없었다.
애초에 이 챌린지는 여러 번을 도전해도 되기 때문에 그런 난이도로 설정하는 게 맞았다.
“근데 정예 요원 판정받으면 앞으로 나오는 애들이 장난 아닐 텐데.”
“아몬드가 게임을 워낙 잘해서 정예 요원 판정 정도는…… 받을 수도 있죠.”
앞서 아몬드는 정예 요원 판정을 받았다.
이러면 적의 지원병들도 그에 상응하는 난이도로 나오게 된다.
난이도가 올라가는 만큼 챌린지 포인트도 올라간다.
“문제는 챌린지 포인트 3배로 받아간다는 거죠.”
“아…… 하하…… 그러게?”
챌린지 포인트 한도 초과.
분명 아무도 걱정하지 않았던 사태였는데.
지금은 다들 ‘설마……’ 하는 얼굴을 하고 있다.
“크흠. 그래도 정예 요원이면 이 건물 빠져나갈 수 있을까? 이 건물 안에서 죽으면 한도초과는 무리야. 다시 도전해도 이미 클리어한 구간은 포인트 안 주니까.”
“뭐…… 그렇죠.”
재도전은 자유지만, 이미 한 번 클리어했던 구간에 대해선 포인트를 안 준다. 그전보다 더 나아가야 준다.
그런데 한 번 정예 요원으로 인식되면 계속 그 난이도로 나오기 때문에, 더더욱 클리어가 어려울 것이다.
이게 그들의 요점이다.
그런데…….
“어?”
“……엥?”
아몬드가 건물을 점점 내려가고 있다.
[타앙!] [타당!]스크린에서 총성이 들려올 때마다, 적들이 쓰러져간다.
정예 요원을 상대하기 위해 파견된 적들일 텐데.
마치 그냥 보통 난이도인 것마냥 쓰러진다.
“…….”
아무도 말은 안 했지만,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정말 한 번에 나가는 거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