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564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32화
12. 저격충(물리)(3)
한 번에 성공하라고?
“추천…… 이라면 굳이 안 그래도 되는 거잖아.”
아몬드는 이 저격을 한 번에 성공할 거라고 생각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한나는 고개를 저으며 한 번 더 말한다.
“자사에서 ‘강력히’ 권고하고 있습니다. 요원님의 신변은 자사의 재산입니다.”
“…….”
-니네 회사 요원 A 죽었을 땐 그냥 쿨하게 아몬드한테 넘기던데??
-자사의 권고 맞니 한나야?
-지극히 개인적인 권고 같은뎈ㅋㅋㅋ
“대답해 주세요. 요원님의 확인이 필요합니다.”
이건 그냥 알았다고 대답해야 게임이 진행될 것 같았다.
“알았어.”
한나는 미세하게 입꼬리를 올리는 듯했다.
“오퍼레이터 03. 사이드킥 한나. 요원 아몬드. 작전 진행하겠습니다. 방식은 포인트 8에서부터 타격 지점까지 저격 후 첫 탄 실패 시 도주하여 생환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오퍼레이터가 뭐라 뭐라 말하는지, 한나는 잠시 듣고 있더니.
“예. 생환입니다.”
치지지직.
그러자 아몬드의 인이어로 곧장 음성이 들려온다.
[여긴 오퍼레이터 03. 요원 아몬드. 타깃을 죽…….]“현 시각부로 집중을 위해 인이어 통신을 차단합니다.”
갑자기 통신을 차단해 버렸다.
-??
-왓?
-ㅋㅋㅋㅋㅋ역시
-한나가 살리고 싶은 거네
-캬
-씹덕들 망상 자제해라~
* * *
실제 초장거리 저격은 단순히 총을 잘 쏘는 것을 한참 넘어선 경지가 필요했다.
호흡을 조절하고 완벽한 견착으로 방아쇠를 당기는 것은 당연히 갖춰야 할 요건이다.
몇 시간이고 기다릴 수 있는 인내심과 몸 안에서 벌레가 한참을 기어 다녀도 미동도 안 할 만큼의 의지가 필요했다.
어디 이뿐인가?
총을 쏘는 위치를 잡는 것만 해도 힘들다.
총알은 직선으로 날아가는 듯해도 미세한 포물선을 그린다.
이게 가까운 거리에선 별 상관이 없다.
총의 가늠쇠 보정만으로 충분히 직선이라 생각하고 쏴도 된다.
하나 1킬로 이상의 거리에서 쏜다면 어떤가?
총알이 아니라, 작은 포탄을 날린다고 생각해야 했다.
저격수는 스스로 이 각도를 계산하거나, 옆에 계산해 주는 병사가 붙어야 한다.
여기서 또 문제가 생긴다.
이 계산에 너무나 많은 변수가 들어간다는 것.
고도와 거리는 당연하고, 바람의 세기와 방향, 이에 따른 총알의 속력, 심지어 지구의 자전과 미약하게나마 온도와 습도까지.
이 모든 요소는 단거리 사격에선 그다지 의미 없으나, 저격에선 엄청난 변수가 된다.
총알이 여행해야 하는 거리가 길어질수록, 이들이 주는 영향력이 배가 되기 때문이다.
물론, 게임에서 이 모든 걸 고려하라고 플레이어에게 요구하진 않는다.
그랬다간 정말 아무도 성공하지 못할 테니까.
“기본적인 계산은 제가 해드려요.”
우선, 기본적인 사격 점을 한나가 잡아준다.
그러니 플레이어가 고려해야 할 사항이 훨씬 줄어든다.
“다만 바람은 실시간으로 바뀌기 때문에 직접 반영하셔야 합니다. 적의 위치도 바뀌었을 경우 직접 반영하셔야 하구요.”
저격수가 고려할 변수는 바람과 적의 이동 정도이다.
여기선 적이 이동할 가능성이 거의 없으니 바람만이 변수인 셈이다.
거기에 에임 능력만 얹으면 되는 실제 저격에 비하면 매우 간단한 저격이다.
‘그렇다고 해도 어렵지만.’
소위 변수들의 ‘억까’만 없을 뿐이지.
FPS게임에서 최상급 고인물의 능력을 갖춰야만 성공할 수 있는 미션이었다.
3.5㎞ 저격이란 그런 것이다.
“타깃. 회의실에 앉았습니다.”
쌍안경으로 들여다보던 한나가 말했다.
“이제 조준을 시작해 주세요.”
아몬드는 조준경을 다시 들여다본다.
듬성듬성한 블라인드가 쳐진 창문 사이로 기다란 테이블이 보인다.
거기를 둘러앉아 있는 사람의 형체가 여럿이다.
‘뭐가 뭔지.’
렌즈의 왜곡이 너무 심해서 잘 구분이 안 됐다.
그 와중에 빨간 점이 하나 겨우 보인다.
‘……저건가.’
위성에서 위치를 파악하여 쏴주는 정보였다.
거기에 한나가 제안하는 사격 점이 표시된다.
녹색이다.
아몬드는 마른침을 삼켰다.
꿀꺽.
목젖의 이동과 그에 따른 미세한 안면 근육의 움직임만으로 조준점이 한참 빗나갔다가 돌아온다.
‘호흡.’
아몬드는 양궁에서 배운 호흡법에 따라 숨을 컨트롤한다.
들숨과 날숨.
그에 따른 조준점의 움직임.
이 패턴을 파악한다.
미동도 없이 있을 수 있는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무조건 움직임이 있다.
다만 이것을 패턴화시키고, 그 패턴 중에 가장 조준점과 가까운 타이밍에 쏘면 된다.
-긴장된다 ㄷㄷ
-와 씨…….
-되냐?
채팅마저 뜸해지기 시작한 어느 순간.
흡.
그가 호흡을 멈춘다.
그리고, 찰나의 망설임도 없이 방아쇠의 검지가 당겨졌다.
철컥.
* * *
사락.
서류를 넘겨본 주혁이 되물었다.
“그러니까…… 게임 플레이 광고가 아니라, 사실상 게임 대표 모델 광고네요?”
그가 예상했던 광고와 종류가 한참 달랐다.
“예. 그렇게 볼 수 있죠. 다만 광고 영상 자체가 게임 플레이 영상일 겁니다. 그러니까 딱히 촬영 스튜디오를 빌려서 거창하게 따로 광고를 만드는 건 아니구요.”
모델을 쓰는 광고에서 요즘 많이 쓰이는 방식이다.
스트리머가 자연스럽게 게임을 하며 소개하는 영상을 광고로 트는 것.
조금 싼 티가 나긴 하지만, 애매하게 거창하게 만든 광고보다 효과적이다.
‘어찌 됐든 광고 모델 방식인데.’
뭐가 됐든 간에 아몬드 얼굴이 이들이 뿌려대는 광고 영상에 박힐 거란 말이다.
그렇게 되면 아몬드의 이미지가 이들의 이미지와 같이 소비된다.
‘이런 방식이 돈은 더 되긴 하지.’
이미지는 소비되지만, 그만큼 페이도 높다.
그래서 이런 제안은 보통 연예인들한테나 들어간다. 연예인들의 이미지 가치가 훨씬 높으니까.
이렇게 스트리머들에게 오는 경우는 상당히 드문 편이다.
보통 스트리머들에겐 자연스럽게 게임을 플레이해 달라는 광고를 준다.
친밀감이 그들의 강점이니까.
근데 이들은 지금 아몬드에게 광고 모델을 제안하고 있다.
주혁으로선 이유를 알기 어려운 엄청난 대우였다.
‘계약서 살펴봐도 맞는데.’
잘못 이해한 건가 한참 살펴봤으나, 역시나 이상한 점은 없다.
“페이는…….”
“아. 여기 있습니다.”
스스슥.
쪽지에 따로 적어주는 숫자.
“……음.”
주혁은 잠시 고개를 갸웃거린다.
‘업계 표준보다 좀 낮아.’
아무래도 회사의 사이즈나, 아몬드라는 방송인의 규모를 생각하면 맞는 금액이긴 했다.
말했듯, 이거 원래 연예인들이 하는 거다.
‘솔직히 우리 입장에선 너무 좋은 수준…….’
업계 표준이고 나발이고 이쪽 입장에선 상당히 괜찮은 제안이었다.
그러나─
“업계 표준보다 한참 못한데.”
탁.
주혁은 기분이 나쁘다는 듯 계약서를 내려놓는다.
“예…… 예?”
너무나 단호한 어투에 뜨끔하는 표정을 짓더니, 이내 그 역시 표정을 굳힌다.
“크흠, 아니, 매니저님. 이렇게 나오실 줄은 몰랐는데…… 스트리머 조건에 맞춘 건데요.”
조금 기분이 상한 듯 보인다.
연출인가? 아니면 진짜인가?
어느 쪽이든 크게 이상하지 않다.
실제로 저들이 내민 이 조건은 스트리머치고는 괜찮은 조건인데.
마치 얼토당토않은 걸 내놨다는 듯 대했으니까.
주혁이 이런 스탠스를 취하는 데에는 물론 이유가 있다.
‘더 가져갈 수 있을 것 같아.’
그는 냄새를 맡은 거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이 계약을 너무 원하고 있어.’
사랑싸움도 결국 더 좋아하는 사람이 져준다고 하지 않던가?
계약도 마찬가지다.
더 원하는 놈이, 더 내게 되어 있다.
그러니 이 딜은 주혁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했다.
다만…… 왜?
주혁의 눈이 사방을 관찰한다.
‘왜냐. 왜…….’
이제 여기서 저 사람들이 왜 이걸 원하는지만 알아낸다면, 더 밀어붙일 수 있을 텐데.
‘그냥 물어볼까?’
대놓고 물어봐도 좋을 수 있다.
「왜 우리에게 광고 모델을 제안하는 겁니까? 스트리머에겐 보통 안 하잖아요.」
이렇게 말이다.
단도직입적이고 얼마나 편한가?
하지만 뉘앙스가 문제다.
‘왜 우리에게 이런 좋은 대우를 해주냐고 묻는 셈이니.’
너무 좋은 대우입니다. 깎아도 됩니다.
……라고 해석될 여지가 있다.
‘그러면…….’
말을 조금만 바꾸면, 그런 뉘앙스를 전부 빼고도 원하는 답을 찾을 수 있다.
주혁은 말을 조금 돌려보기로 한다.
“히트맨 시뮬레이터…… 아몬드 이미지를 같이 소비시키기엔 적절하지 않은 게임 같습니다. 그것도 고려해서 페이를 작성하신 겁니까?”
아몬드와 이미지가 맞지 않다.
고로 페이를 더 올려야 한다.
이런 주장을 하는 것처럼 들리지만.
여기에 대답을 하려다 보면 말할 수밖에 없다.
“이, 이미지가요?”
“예. 아몬드는 ‘활’이 메인인데. 이건 대놓고 총만 쏘잖아요. 심지어 무슨 국정원 요원도 아니고 히트맨이라니. 살인 청부업 아닙니까?”
“…….”
이들은 왜 아몬드가 이 광고에 어울리는지 말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왜 그들이 아몬드를 모델로 선택했는지, 그 답을 말할 수밖에 없었다.
* * *
‘하아. 그야…….’
이 과장.
사실 그에게도 사정이 있다.
「우리 회사가 애매하잖아. 솔직히 어느 정도 규모는 있는데. 인지도는 낮고. 이러면 투자자들도 괜히 좀 꺼려 한다고.」
히트맨의 제작사 대표가 했던 말 때문이다.
「이럴 때야말로 이름 있는 광고 모델 기획이 있어야 하는데…….」
그래, 연예인 광고 모델.
그거 하자는 거다.
근데, 연예인은 있어야 하는데.
돈은 없다.
「이건 어때? 이번에 지스타에서, 영상 제일 잘 뽑아주는 거 같은 스트리머랑 계약해. 제일 인지도 괜찮고, 실력도 좋은 멀끔한 사람으로.」
그랬다.
대표는 지스타에서 방문해 준 스트리머들 중에서 계약을 해보자고 나온 것이다.
‘하아. 대표님. 선택권이란 게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지금 아몬드란 놈이 찾아와서 챌린지 포인트를 다 날려 먹게 생겼다.
이러면 스트리머들이 올 일이 없다. 뭐라도 얻을 게 있어야 오지 않겠는가?
「우린 돈은 없지만, 머리는 있잖아? 약간 유혹하는 방식으로 포인트를 짜는 거야…… 화끈하게…….」
난이도, 그리고 킬당 챌린지 포인트를 지급한다고 하자. 맥시멈이 엄청 높아 보이게. 근데 막상 도전하려면 잘 안되게.
이게 대표의 아이디어다.
‘대표님 나이스샷입니다. 예.’
그렇다.
대표는 정말 화끈하게 날려 먹었다.
이제 대표가 한 말을 따르려면, 아몬드와 계약하는 수밖에 없고.
대표는 이번 지스타를 빌미로 괜찮은 광고 모델을 잡아 오라고 엄포를 내놨었다.
‘나한테 어쩌라고.’
“과장님?”
과장이 한참 대답이 없자 주혁이 한 번 더 묻는다.
“크흠. 아…… 음…….”
과장은 뭐라 말해야 할지 고민했다.
“그…….”
있는 그대로 말할 순 없다.
‘저 자식 보통이 아니야.’
이쪽이 궁지에 몰렸다는 걸 알려주기엔, 앞에 선 녀석이 너무 악랄하다.
솔직히 이 조건이면 다른 스트리머들 매니저였으면 절하면서 가져갔을 거다.
근데 놈은 뭔가 눈치챈 것처럼, 전부 다 뜯어가려 한다.
지금 게임하고 있는 저 놈처럼!
‘진짜 문제는 우리가 다 뜯겨도 별수 없다는 거지.’
잠시 말을 정리한 과장은 일단 주혁의 공격에 대한 방어만으로 문장을 꾸미기로 한다.
“그러니까 저희는 살인 청부업자를 연기해 달라는 게 아닙니다. 저희도 그런 이미지 소비에 대해 고려하여 게임 플레이 영상으로 대체…….”
나름 잘 풀어 말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타아앙!
“!?”
스크린에서 들려온 총성에 저도 모르게 과장은 눈이 돌아갔다.
‘설마 성공했나? 아님, 실패?’
3.5킬로미터 저격을 한다는 건 스크린에서 계속 들려오는 소리로 알고 있었다.
한참을 뜸을 들이더니 이제 그 저격을 시도한 것이다.
이게 실패했다면, 솔직히 기회는 더 있을 수도 있다.
다른 스트리머가 올 가능성이라도 있는 것이다.
근데, 성공했다?
‘그럼 끝인데.’
그는 직원 패드에 쓰여진 챌린지 포인트를 봤다.
그럼 그냥 오늘 장사 접는 게 맞았다.
그가 이 일련의 생각을 한 것은 아주 찰나였다.
아몬드가 쏜 총알이 날아가는 시간.
그 정도뿐이었다.
그런데─
‘아차…….’
씨익.
매니저가 웃고 있었다.
‘눈치챘어……?’
총소리에 저도 모르게 시선을 준 두 곳.
매니저는 하나도 놓치지 않고 보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