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566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34화
13. 뜻밖의 팀플레이(2)
“얘기 진전이 없을 것 같아 조금 까놓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저라면 이렇게 안 할 것 같거든요.”
뭐? 까놓고 말해?
이 건방진…….
과장은 입술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야, 열이 뻗친다.
빌어먹을 매니저는 이쪽 사정을 다 파악하고 있었다.
어떻게 된 게 멍청한 부하 직원들보다도 방금 만난 이 녀석이 더 잘 알고 있단 말인가?
회의 때 지금 사정을 몇 번이고 있는 그대로 설명해도, 못 알아들어서 되묻던 놈들이 태반이었는데…….
세상 참 불공평하다.
능력이 차이 나도 이렇게까지 차이 난단 말인가?
“하아.”
그의 입에서 절로 한숨이 나왔다.
열을 식히며 곁눈질로 스크린을 확인한다.
놈이 저격 미션을 실패해서 그나마 다행이지.
‘그래도 밀어붙여 보자.’
이 이상 털리면 계약 안 한다는 생각으로 버텨볼 수라도 있게 됐다.
아예 가능성이 제로가 아니다.
그런데 전략을 바꿔야 했다.
“주혁 씨 말이 맞습니다. 저희 회사 사정이 이렇습니다…….”
동정심을 유발하고, 부탁하는 저자세로 나가야 한다.
저런 똑 부러지는 사람들이 의외로 이런 것에 약한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이 이상으로는 쓰기 힘듭니다!”
“그럼 그냥 하지 마시죠.”
“예, 예…… 그렇게 배려해 주시니 감…… 예!?”
뭐라는 거야 지금.
하지 말자고?
세게 나오네?
“예. 아까 안 하신다면서요, 이 이상으로는. 저희도 이 조건으로는 힘듭니다.”
“하……?”
과장은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아몬드에게도 분명 이건 좋은 조건인 거 뻔히 아는데. 이 양반이?
“딱히 결이 맞는 게임도 아니고, 광고 스타일도 스트리머로서의 격이 사는 것도 아니고…… 그저 돈만 보고 할 수밖에 없는 광고인데. 돈이 안 맞으니 못 합니다.”
“……아, 아니. 이 조건은 그러니까……! 스트리머 표준 아닙니까?”
주혁은 고개를 저었다.
“스트리머 표준이 아몬드 표준은 아니니까요. 위에 계속 말씀드렸던 이유로, 이미지 소비에 대한 비용이 책정되지 않았다고 느껴집니다.”
“…….”
아니, 그게 책정된 거라니까?
그러나 할 말이 없었다.
이 자식이 그렇게 못 느낀다는데.
뭐라고 하겠는가?
게다가 광고를 안 하겠다는데.
자기의 사랑 고백을 계속 거절하는 사람더러, 왜 나랑 안 사귀어주냐고 대판 소리라도 지르란 말인가?
그냥 싫다잖아!?
‘이럴 수가.’
내 조건이면 싫을 수가 없을 텐데?
나 차도 있고, 집도 있고, 다 있어!
근데 그냥 싫단다.
물러나는 수밖에는 없는 것이다.
‘이럴 수가.’
과장은 다시 한번 똑같은 말을 되뇌며 인상을 찌푸렸다.
정신 차려. 이건 사랑 고백을 거절하는 것과는 다르다.
이건 고도의 심리전이다.
더 많은 걸 얻어내려는.
그래, 더 세게 나가.
그냥 부스 밖으로 보내 버려.
‘그런데 그 리스크를 네가 감당할 수 있어?’
저놈 말대로다.
이미 날아간 포인트만 해도 무지막지해서 다음 스트리머가 누가 올지, 어떤 놈이 올지도 모른다고.
사장은 지스타에서 반드시 쇼부 보라 했었고.
실제로 지스타만큼 서로서로 윈윈 하는 계약을 할 수 있는 자리도 드물지.
‘그래도 눈 질끈 감고. 해보자.’
왠지 지기 싫다.
그래, 치기라고 해도 좋다.
저 덩치에 안 맞게 약아 빠진 놈에게 지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타앙!
그때, 과장의 눈이 저도 모르게 또 스크린으로 돌아간다.
‘또?’
저격 실패한 거 아니었어? 또 쏘는 거야?
히트맨 시뮬레이터.
이 게임은 살아만 있다면 계속 기회가 있다.
그래, 살아만 있다면.
‘저격 미션이 실패하고 살았다고?’
살아 있다는 거 자체가 이상했다.
금세 죽을 줄 알았는데.
놈은 살아남았고, 심지어 또 저격 미션을 수행하고 있었다.
스크린에선 이미 총알이 날아가는 연출이 나오고 있다.
* * *
총알이 날아간다.
실제의 속도보다 훨씬 천천히.
플레이어가 충분히 감상할 수 있는 만큼의 속도로.
-이번엔 되나?
-가즈아아아!
-제발 ㅠㅠ
-410만원 짜리 총알ㅋㅋㅋ
슈우웅…….
총구의 불과 함께 뿜어져 나온 총알은 완만한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다.
빌딩이 빼곡한 도심의 하늘을 빠져나간다.
점점 아래로.
내리꽂힌다.
목표 지점은 현재 신호 대기 중인 차.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 중인 요인이 타고 있는 그 차였다.
요인은 차의 3열에 누워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오오오
-된다
-대박
총알은 정확히 날았다.
요인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빨간 점을 향해서.
파앙!
총알이 정확히 빨간 점을 강타한다.
3열의 유리창이다.
-ㄷㄷ
-캬
-와!
-쉣
빠직……!
유리창이 수백 개의 조각으로 갈라지더니.
“?”
빠각!
총알이 찌그러진다.
그 후, 튀어나와 버렸다.
-???:이거 방탄 유리야!
-ㄹㅇ 방탄이네
-아니 글고보니 타이어 맞히기로했잖아
-ㅈ됐네 ㄹㅇ 방탄이네
방탄유리였다.
쌍안경으로 들여다보던 한나가 일어나 타박한다.
“요원님! 타이어 쏘는 거 아니었어요!?
유리가 방탄으로 예상된다며 타이어를 쏘라 제안했었다.
그 말을 들은 게 아니었단 말인가?
그런데─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퍼억!
아모드가 연이어 쏜 총알들이 있었다.
두 번째 총알이 창문에 박혔다.
똑같은 위치였다.
총알구멍이 있는 정확한 그 위치.
쩌적……!
끈적하게 서로 달라붙어 있던 유리 조각들이 점차 흔들린다.
-ㄷㄷ
-와
-설마 ㅋㅋ
-안쪽 표정 경악ㅋ
두 번째 총알이 박히고, 세 번째 총알이 박히는 데까지는 찰나뿐이 걸리지 않았다.
말 그대로 총알 같은 속도로 날아가는 중이니까.
퍼엉!
펑!
두 발의 총알이 순식간에 같은 자리를 추가로 강타한 순간.
“!”
다음 총알은 다른 소리를 내었다.
피융!
-미친ㅋㅋㅋ
-그거 알아? 총알은 유리를 뚫어
-이걸?
순식간에 안에 들어가 있던 경호 인원 하나가 쓰러지고.
“컥!”
피유웅!
연이어 또 쏘아진 총알에 다른 인원도 쓰러진다.
차 안쪽은 아수라장이다.
아니, 아수라장이 되려 했다.
아수라장을 만들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아몬드는 열댓 발의 총알을 한 번에 몰아 쐈었다.
첫 총알 이후, 나머지 14발의 총알이 박히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약 5~6초 남짓.
갑작스러운 상황에 인간이 뭔가 하기엔 너무 짧은 시간이었다.
“액셀 밟아!”
“그냥 앞으로 가라고!”
“끄어억!”
피융!
피유웅!
두어 명이 더 쓰러진 후.
결국 누워 있는 환자와 아몬드의 총구 사이를 가리는 존재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퍽!
총알은 붉은 점이 그려진 요인의 이마를 정확히 꿰뚫어 버렸다.
퍼버버벅!
그 이후로도 더 많은 총알이 요인의 얼굴로 파고들며 아예 형체도 못 알아보게 박살 낸다.
“…….”
쌍안경으로 이 광경을 지켜보던 한나는 덜덜 떨며 일어나 아몬드를 쳐다본다.
“대박!”
-대박ㅋㅋㅋㅋ
-대박이긴함ㅋㅋ
-???: 믿고있었다고! 넌 우리 마을의 영웅이야!
-역시 요원님 ㅇㅈㄹ ㅋㅋ
-캬
한나가 처음으로 흥분한 듯한 목소리를 내며 외쳤다.
“미, 미션에…… 성공하셨습니다. 요원님. 무려 4.1킬로 저격 성공이에요! 기록입니다!”
한나의 물개박수에 잠시 시선을 빼앗긴 그때였다.
빠바바밤!
요란한 트럼펫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빅son 님이 무려 410만 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투척~]듣도 보도 못 한 액수의 후원이 들어왔다.
* * *
[……4.1킬로 저격 성공이에요! 기록입니다!]이 말을 스크린을 통해 듣게 된 과장은 하늘이 무너지는 듯했다.
“기록이라는데요?”
매니저란 녀석은 사정을 다 알고 있으니 실실 웃으며 긁어댄다.
“4.1킬로 저격이면 대체 얼마가 나오나요? 도주하면서 죽인 숫자도 추가되어서…….”
타다다닥.
대신 계산기를 두들겨 주는 주혁.
‘저 자식…… 이거 포인트 계산할 줄도 알아?’
여기 데려오려고 교육시킨 지원 놈들보다 낫네.
“이야. 이러면 차라리 아까 3.5킬로 성공하는 게 나을 뻔했네요.”
“…….”
과장은 아무런 말도 못 하고 주혁이 긁어대는 소리를 가만히 듣고만 있어야 했다.
틀린 말이 하나 없었다.
3.5킬로 미션 실패했다고 신나서 조건 밀어붙여 보려 했다가, 본전은커녕 시드머니도 못 건지게 생겼다.
뿌리째 뽑힌단 말이다.
스윽.
주혁이 싱글벙글 웃으며 다시 쪽지를 내밀었다.
“심란하실 텐데. 제가 딱 정해드렸습니다. 이 가격에 해주시죠. 양쪽 고려해서 잡았습니다. 어설프게 더 높게 부른 가격 아니구요.”
과장은 멍한 눈으로 그가 내민 쪽지를 들여다봤다.
‘양쪽 고려는 개뿔…… 이런 순 사기꾼 새…….’
하지만, 이미 힘이 다 풀려 버린 그는 대꾸할 정신력조차 없었고.
그냥 저도 모르게 손이 나가 사인을 해대고 있었다.
어. 그래. 네 말이 맞지.
이게 맞는 숫자 같아.
그저 편하게 쉬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해서 주혁의 편을 들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계약이 끝나 있었다.
주혁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부스를 나왔고, 과장은 배웅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의자에 기대어 뻗어버렸다.
“하아.”
대표님한테 전화라도 해볼걸.
그냥 다 엎자고.
뒤늦게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말 그대로 뒤늦게다.
이미 한참 늦었다.
* * *
“와……! 무려 410만 원! 후원 감사합니다! 빅손 님!”
사실상 단일 후원으로는 기록이었다.
물론 아몬드 방에 한정된 기록이지만. 하여튼 엄청난 돈이다.
-ㄷㄷㄷ
-와 내 월급이 저기에…….
-미쳤다
-아들! 꼭 커서 아몬드가 되거라! 아들! 꼭 커서 아몬드가 되거라! 아들! 꼭 커서 아몬드가 되거라!
-캬
-킹갓제네럴엠페러충무공빅손~
-아들! 공부 못해서 커서 아몬드가 되야지? 아들! 공부 못해서 커서 아몬드가 되야지? 아들! 공부 못해서 커서 아몬드가 되야지?
큰 후원이 한 번 터져 버리자, 또 작은 후원들이 잇따라 들어왔다.
[루비소드 님이 10만 원 후원했습니다.] [그거알아? 사람은 저격을 당하면 죽어] [소룡포 님이 10만 원 후원했습니다.] [어이쿠 축하~] [풍스나 님이 3만 원 후원했습니다.] [거의 나 정도 저격 실력ㅋㅋ]-루비 공주님 ㅋㅋㅋ 저격을 당하면 죽어 ㅋㅋㅋ
-아이고 배야 공주님. 저 죽어요~
-풍스나 뭔뎈ㅋㅋ
-풍스나 찐임?ㅋㅋㅋ
-저격을 당하면 죽는거면 풍스나는 풍선껌을 대체 몇 번을 죽였누
-진짜 저격충ㅋㅋㅋㅋ
“다들 후원 정말 감사합니다.”
-캬 견과류 쉑ㅋㅋㅋ 10만원인데 ‘다들’로 퉁치기~
-이제 너네 이름은 다와 들이다. 알았냐?
-410만원 받았다이거제~~
“이렇게 많이 받아버렸는데. 그냥 지나갈 수가 없네요.”
아몬드는 간만에 뭔가를 보여주려는 듯했다.
-설마 ‘그거’하냐?
-와 얼마만이여
-견과류 리액션 싯가 현재 410만원! ㄷㄷ
-예~엣날엔 10만원으로도 보여줬는데 ㅋㅋ
-근데 뭘로하냐 활이 없는데
시청자들은 아무래도 그가 후원 리액션을 하려는 것이라 추측했는데.
틀린 추측은 아니었다.
“한나?”
“네?”
“무기 창고로 가자.”
다만 그전에 하던 리액션과는 뭔가 다른 버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