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568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36화
14. 지스타 총결산(1)
아몬드의 챌린지 포인트가 정산된 후.
히트맨 시뮬레이터 부스는 시끌벅적해졌다.
“……와.”
“이거 칼퇴하게 생겼네. 허허.”
“하아. 3.5 실패했을 때 좋아했었는데…….”
3.5㎞도 절대 성공해서는 안 되는 거리였는데. 무려 4.1㎞ 저격을 성공시켰다.
“그걸 살아남아서 다시 저격을 시도할 줄이야. 원래 이게 되는 거냐?”
저격에 실패했으면 원래 죽어야 하는 게 정상적인 흐름이다.
“뭐, 이론상 안 될 거 없죠.”
“아니, 생각보다 저격 이후에 쫓아오던 놈들이 약하던데. 한 방에 쓰러지잖아.”
“아무리 강하게 세팅해도 머리에 총 맞으면 죽게 해놨죠. 이게 무슨 괴물이랑 싸우는 게 아니잖아요.”
그렇다.
움직임이 날래다거나, 숫자가 많다거나, 상대의 조준력이 높을 수는 있으나.
머리에 총을 맞았는데 죽지 않게 세팅할 순 없다. 그건 게임 전체의 장르를 바꿔 버리는 짓이다.
아몬드는 마치 그걸 노렸다는 듯이 머리만을 쏴서 전부 처리했다.
“그, 그게 다 머리에 맞은 거였어?”
“예.”
호텔에서 나오면서 장난처럼 드르륵, 드르륵 연사로 긁었던 게. 알고 보면 다 헤드샷이었다.
“걔네도 다 정예여서 챌린지 포인트 겁나 털렸어요.”
여기서도 이미 부스는 좌절했었다. 안 털려도 될 포인트를 계속 털리는 것 같은 느낌에.
그러나 그다음에 벌어질 일에 비하면 그건 약과였다.
“심지어 그 후에 4.1킬로 거리에서 경호원들까지 다 죽일 줄이야…….”
4.1킬로 거리에서 요인 한 명만 암살해도 엄청난 포인트가 쏟아지는 마당에, 추가로 경호원들까지 전부 처리했다.
“흐아.”
이젠 더 이상 내일까지 영업할 것도 없었다. 그냥 아몬드가 나간 후 바로 부스를 정리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추가로 구매…… 안 되죠?”
“얌마. 그게 됐으면 진작에 했지.”
챌린지 포인트는 맥시멈이 정해져 있다.
“됐다. 우리 같은 월급쟁이들이 뭔. 그냥 광고 모델을 빨리 찾았다고 생각해.”
“예~”
그들은 그렇게 스스로를 위로하며 마음을 추스린다.
월급쟁이로서 생각해 본다면 그리 나쁜 상황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퇴근도 일찍 하지, 광고 모델을 못 찾은 것도 아니지.
애초에 이 부스의 존재 의의가 광고 모델 찾기였다면. 그들은 임무를 너무 빨리 달성해 버렸을 뿐이다.
물론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서.
“근데…… 과장님 왜 안 나오시지? 매니저는 한참 전에 나갔는데.”
그들은 그제야 회의실 쪽을 일제히 돌아본다.
과장은 테이블 가장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고개를 멍하니 치켜들고 혼이 나간 사람처럼 그저 계속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
직원들은 이게 대체 뭔 일인가 싶어 서로를 바라본다.
그리고 용기 있는 누군가가 들어가서 과장에게 말을 걸어본 후.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다시 나오는데.
“저…….”
“?”
그는 고개를 푹 숙이며 과장의 말을 전달헀다.
“저희 전부 회의실로 들어오랍니다.”
* * *
치이이익.
이윽고 캡슐이 열리고 상현이 걸어 나왔다.
그는 입가에 웃음이 만발한 상태였다.
아니, 터져 나오는 웃음을 어떻게든 감추고 있는 표정이었다.
말 그대로 행복에 겨운 표정.
[과장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상현 씨~ 오늘 표정 좋아 보이네~? 좋은 일 있나 봐?]-과장님ㅋㅋㅋ
-아 순간 회사 생각나서 흠칫 ㅋㅋㅋ
-ㅋㅋㅋㅋㅋ
-아, 좋지요~ 과장님 월급을 한 큐에 받았는데요~ ㅋㅋㅋㅋ
-ㅅㅂㅋㅋㅋㅋ 오피스 만담 뭔데
“아. 예, 과장님. 오늘 후원이 좀 터지네요.”
어지간해선 후원이 어쩌고 언급을 잘 하지 않는 아몬드지만.
오늘은 남다른 날이었다.
-ㅋㅋㅋㄹㅇ
-왜터지는걸까? 진짜모름.
-원래 날이 있는거여~
이런 날조차 언급을 안 하고 넘어간다면, 그게 오히려 이 악물고 무시하는 처사로 보일 지경이었다.
후원이 많이 들어와서 기쁘면 순수하게 기뻐해 주는 것도, 후원을 주는 사람 입장에선 보기 좋은 일이다.
“역시 활이 아니라 총이 인기가 많나…….”
아몬드는 나름대로의 이유를 생각해 보며 머리를 긁적인다.
-앗……
-활에게 배신당한 아몬드 ㅋㅋㅋㅋ
-유상현씨? 양궁 선배님들이 두눈 시퍼렇게 뜨고 보고 계십니다
-ㄹㅇㅋㅋㅋㅋ 활보단 총이긴하지
-아까 화끈한 총맛 함 보고 뻑 간거 다 안다~
별생각 없이 중얼거린 발언인데 시청자들이 재미로 마구 물고 늘어지기 시작한다.
띠링.
[가지볶음 님이 3천 원 후원했습니다.] [자신이 맨날 흐접 중세 무기만 튕기다가 자본주의 화약 냄새 낭낭한 최신 무기 쏘니까 살 것 같은 아몬드면 개추~]-ㅋㅋㅋㅋㅋㅋㅋㅋㅋ개추!
-ㅋㅋㅋ가볶 쉑 ㅋㅋㅋ
-이 새킨 맨날 고봉밥으로 꽉꽉 채워넣어서 후원함 ㅅㅂ ㅋㅋㅋ
-흐접 중세 무기 ㅇㅈㄹㅋㅋㅋ
띠링.
[루비소드 님이 10만 원 후원했습니다.] [활 든 아몬드 vs 총 든 가볶]-닥 1
-닥전~
-답정너 아니누?ㅋㅋㅋㅋ
-가볶이 아이언맨 슈트 정돈 입어야 황밸임ㅋㅋㅋ
-1111
“아. 루비소드 님. 무려 10만 원 후원 또 감사합니다. 닥전~”
-엌ㅋㅋㅋ
-닥전ㅋㅋㅋ 얘가 말하니까 개웃기네
-닥전이죠~ ㅋㅋㅋㅋ
-가볶은 왜 후원 대답 안해죠 ㅋㅋㅋㅋ
-그나저나 오늘 후원 ㄹㅇ 미쳤네
[가지묶음 님이 5만 원 후원했습니다.] [본인이 남들 다 만원 단위로 쏘는데 꾸역꾸역 눈치 없는척 천원으로 고봉밥 쏘는 가지볶음이면 개추~]-개추~
-ㅅㅂㅋㅋㅋㅋ
-너무하넼ㅋㅋㅋㅋ
-가볶운다 울어
띠링.
[매니저: 주의하세요. 친목 닉언은 밴입니다]주혁이 채팅창에 갑자기 공지를 띄운다.
-앗…….
-이런
-저게 친목……?
-선넘지 마라 애들아ㅉㅉ
시청자들끼리 서로 닉네임 언급을 자주 하게 되면 친목질로 번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오. 뭐야. 보고 있었구나.’
상현은 주혁이 어딘가에서 보고 있다는 걸 알게 되니 왠지 안심이 됐다.
어쨌든 친목으로 번지는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고.
후원자들끼리 서로 견제하기까지 하면서 후원금은 폭발적으로 치솟기까지 했다.
“가지묶음 님 후원 감사합니다. 개추~”
-개추 ㅋㅋㅋㅋ
-ㅅㅂㅋㅋㅋ
-본인 가볶이여?
-엌ㅋㅋㅋ
-가볶좌 ㅠㅠ
상현은 끝까지 가지볶음을 놀리고 싶었으나.
“여튼 가지볶음 님도 감사합니다~”
그래도 몇천 원씩이라도 매번 쏴주는 단골인데. 더 놀리고 싶진 않아 인사를 하고 끝낸다.
-여튼 감사요~ ㅋㅋㅋㅋㅋ
-여튼 감샄ㅋㅋㅋ
-가볶이 이니시 덕에 더 벌었으니 고마운 건 맞지 ㅋㅋㅋ
-얘들아~ 가볶한테 잘먹겠다고 해야지~?
-가니시에이팅 ㄷㄷ
-그래도 인사해주네 ㅋㅋㅋ
-가니시ㅋㅋㅋㅋ
띠링.
또 후원이 터진다.
[김첨지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운수 좋은 날]-ㅁㅊ ㅋㅋㅋㅋ
-쉿!
-얌마!
-닥쳐라 ㅉㅉ
-눈치 챙겨라
대놓고 놀리는 후원이지만.
상현은 그저 싱글벙글이었다.
“예. 김첨지 님. 운수 좋은 날입니다.”
-정보) 예체능은 국어시간에 자는게 국룰이라 운수좋은날이 뭔지 모른다
-김첨지 ㅅㅂㅋㅋ
-아아가는 아무것도 몰라~ 수업시간에 자서 몰라~
이만 히트맨 시뮬레이터 부스를 가로질러 나가는데.
‘음?’
뭔가 이상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중소 게임은 축하 세레모니 같은 게 없는 거야 런가이즈 때 이미 경험해서 알고 있었다만.
‘뭐야. 이 초상집 분위기는.’
묘하게 어두컴컴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그리 눈치가 좋지 못한 상현조차 뭔가 이상함을 느낄 정도면, 다른 유저들은 이 분위기에 압도되어 들어오다가도 발걸음을 돌릴지도 모른다.
-??
-부스 정리중?
-곧 장사 접을 것 같누 ㅋㅋㅋ
-이제 거의 끝나서 그런거 아님?
“아.”
채팅을 확인하고서야 상현은 이유를 추측해 본다.
“이제 곧 최종 정산 시간이네요.”
현재 시각 8시 23분.
9시에 모든 행사가 종료되고 최종 결산이 있었다.
물론 부스의 분위기가 초상집인 건 지금이 곧 최종 결산인 것과는 전혀 상관없었지만.
대충 시간대적으로 원인 결과는 맞기에 아몬드도 시청자들도 별생각 없이 받아들였다.
아몬드는 휴대폰을 펼치며 말했다.
“그럼 호두랑 만나서 함께 가 보겠습니다.”
주혁과 함께 결산 행사장으로 가려는 것이다.
[상현: 어디냐?] [주혁: 나 이미 행사장임. 일이 있어서 나왔다가 여기서 그냥 기다리는 중] [상현: 아. ㅇㅋ] [상현: 근데 그게 어디임?]주혁이 채팅을 치는 것보다 방송이 흘러나오는 것이 먼저였다.
띵딩동~
[참가자 여러분께 알려드립니다. 30분 후인 9시 정각에 오늘의 챌린지 포인트 총결산이 시작됩니다. 행사 장소는…….]* * *
행사장으로 가는 길에도, 곳곳의 스피커에서 안내 방송이 퍼져 나온다.
[……행사 장소는 H34 스테이지입니다. 오늘 모은 챌린지 포인트를 사용하여 각종 물건 구매가 가능합니다. 챌린지 포인트 순위권은 큰 선물이 기다리고 있…….]상현은 우르르 결산 장소로 몰려가는 인파 틈에서 아쉬운 듯 중얼거렸다.
“와. 이제 다 끝나는 분위기네요. 맨날 지스타였으면 좋을 텐데~”
-ㅁㅊㅋㅋㅋㅋㅋ
-아 너무 귀여워 ㅋㅋㅋ
-이러니까 후원을 받지.
-얘는 걍 돈 쏘는 맛이 있음
-아직 결산 남았잖어!
그렇다. 상현은 잘 모르고 있지만, 최종 결산 역시도 지스타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이벤트였다.
그러니 이 많은 사람들이 몰려가는 것이다.
“근데 결산에 가는 사람이 엄청 많네요.”
상현은 인파들을 보며 의아해했다.
그가 아는 결산은 챌린지 포인트를 많이 모은 사람들한테나 의미가 있는 것인데.
“오!”
“와. 드디어 시작이냐?”
“너 얼마 모음?”
모든 사람들이 들뜬 마음으로 서로 떠들고 있다.
-결산에 하는게 많은걸로 알아용
-경매도 하고 별거 다 함
-견과류는 모은 포인트로 아이패드 에픽버젼으로 3개 정도는 살 듯 ㅋㅋㅋ
결산은 행사의 종료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무언가의 시작.
챌린지 포인트는 단순히 합산해서 1등은 100만 원, 2등은 50만 원씩 주기 위한 게 아니었다. 사실 그건 덤일 뿐이다.
그 외로 챌린지 포인트로 할 수 있는게 굉장히 많았다.
각종 기념품을 구매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값비싼 전자 제품까지도 구매 가능했다.
그러니 각 게임 부스가 지스타로부터 비싼 돈을 주고 챌린지 포인트를 구매해야 했던 것이다.
“아. 그래요? 이게 돈이었구나.”
-ㅋㅋㅋㅋㅋㅋㅋ그저 돈
-이것도 환전해버리죠? 인싸답게.
-수상할 정도로 눈이 커진 유상현씨……
그의 말대로 챌린지 포인트는 돈이나 마찬가지였다. 아니, 게이머에게 있어선 어쩌면 더 좋았다.
지스타에서만 파는 게임사의 한정판 굿즈, 전자 제품들의 한정판 에디션 등을 고려한다면.
어쩌면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것들을 살 수 있는 화폐였다.
그러니 이 순간만을 기다려온 마니아들도 분명 존재했다.
“왔다. 총결산.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와씨. 경매 개떨린다.”
“저번에 코앞에서 놓쳤는데…… 이번엔…….”
이런 이벤트 때문에 스트리머가 아닌 게이머들도 눈에 불을 켜고 챌린지를 했던 것이다.
이 제도를 도입한 이후 지스타는 전투적으로 임하는 게이머들로 넘쳐났고, 그러다 보니 행사 자체의 재미가 높아졌다.
게임 회사들에게 받은 참가비를 참여자들에게 되돌려줌으로써, 행사 자체의 활기를 더하는 시스템인 셈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사고 싶은 물건만큼만 포인트를 모으면 나태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지스타는 챌린지 포인트 순위 보상까지 만들었다.
1위 보상은 늘 특별한 것이 따라왔는데.
“그나저나 이번 1위는 누가 되려나.”
그렇기에 사람들은 1위가 누구일지도 궁금해했다.
“1위 상품 뭔데?”
“상금이랑, 신작 게임 드롭스.”
“와. 드롭스? 스트리머들이면 쓸 만하겠네.”
“1위 거의 항상 스트리머임.”
챌린지 포인트 자체가 돈이나 마찬가지이기에, 보상은 보통 돈보다는 방송에 도움이 되는 혹은 게이머에게 특별한 것들로 주어진다.
물론, 누군가는 돈을 더 원할 수도 있지만…….
“어. 저기다.”
시끌시끌 떠드는 인파를 따라 걸어간 끝에, 상현은 행사장에 도착했다.
멀리서 주혁과 본투비가 손을 흔들었다.
“여기!”
“여기예요!”
상현도 마주 손을 흔들며 자리를 찾아갔다.
얼마나 시간이 걸렸던지, 도착하니 벌써 8시 50분.
마지막 결산 쇼가 시작되기 직전이었다.
“천만 원 받으러 가 보겠습니다.”
상현은 시청자들에게 이렇게 속삭이며 자리로 가 앉았는데.
채팅창은 묘하게 잠시 아무도 말이 없었다가, 짧은 문장들만 몇 개 올라온다.
-ㅎㅎㅎ
-가즈아~~
-암 받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