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57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57화
20. 폭탄 발언(2)
다이아몬드 랭크.
배틀 라지에서 상위 0.5%의 도달한 사람들이 받는 랭크였다.
사실상 아마추어들의 최고 랭크다.
그 위로는 마스터와 그랜드 마스터가 있지만.
그건 배틀 라지에 인생을 바치지 않고서야 도달할 수 없는 영역이다.
바꿔 말하자면, 아마추어들도 재능이 있다면 도달할 수 있는 영역이 다이아 랭크인 것이다.
그래서 상현이 다이아 랭크에 도전한다고 해도 그리 이상할 거까지는 없었다.
다만.
“시간은 2주 정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발언이 문제였다.
-????
-예?!
-아니 뭐라는 거야 ㅋㅋㅋ
-헐…….
-형 수습 가능해?!
-미치겠다…….
-ㄷㄷㄷ 낮술 하셨나요! 형님!
이 시대 게이머 중에서 최강자.
모든 게임의 끝판왕이라고 불리는 ‘전자파’가 배틀 라지 다이아 랭크를 찍는 데에 한 달이 걸렸다.
물론 주 종목도 아니고, 그의 모든 방송 시간을 투자했던 것도 아니다.
그냥 숨 쉬듯이 자연스럽게 달성한 기록이었다. 그게 놀랍게도 업계에선 신기록이었을 뿐이다.
마치 우사인 볼트가 자기 뒤를 돌아보는 여유까지 갖고서도 세계 신기록을 세웠던 것처럼.
그만큼 전자파의 게이밍 능력은 압도적인 것이다.
“네. 2주 안에 해보겠습니다. 계산해 봤더니 가능하던데요?”
그런 전자파의 기록을 반으로 줄인 시간, 2주.
2주라는 시간으로, 지금 신기록 격파에 도전하겠다는 말을 하고 있었다.
이제 배틀 라지를 겨우 두 판 해본 신인 스트리머 아몬드가.
‘알고 있어.’
아몬드도 멍청한 사람이 아니니까 알고 있다.
이게 얼마나 말이 안 되는 것처럼 들리는지.
그 이상으로 자신의 실력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훈련 튜토리얼에서…… 내가 전자파보다 기록이 앞서 있었다. 그 친구가 얼마나 열심히 임했는지는 모르지만.’
상현은 늘 그렇듯이 자신의 실력을 신뢰하고 있었다. 심지어 데이터도 그렇게 말해주고 있다.
세계 신기록?
고등학교 때부터 세계 신기록과 다투던 게 유상현이라는 사람이다.
그걸 깬다는 전제가 그에겐 당연한 것이다.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이다.
쉽게 말해 기록이라는 무게 앞에 전혀 주눅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가 계산했을 때, 생각해 봤을 때 되는 일이면, 된다.
그게 상현의 지론이다.
-전자파가 한 달 걸렸는디…….
-킹론상 가능ㅋㅋㅋㅋ
-이론상 전부 탑 텐 안에 들면 가능하긴 할지도 근데 그럼 하루에 7-8시간은 하셔야 할 듯?
-이걸 뭘 진지하게 생각하누 ㅋㅋㅋ 그냥 보셈
-걍 재밌으라고 하는 말에 다들 진지 빠네.
상현의 말을 반쯤은 장난으로 받아들이는 자들도 많았다. 그럴 만하다.
어느 날, 한 무명 선수가 자기가 마이클 조던의 기록을 깨보겠다고 하면 누구나 비웃을 거다.
이 또한 당연한 세상의 이치다.
상현도 예상한 반응이다. 그것에 상처받지도 않았다.
‘도전해 본다는 게 어디야.’
도전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할 뿐이다. 양궁은 도전조차 해보지 못했었으니까.
까드득.
저절로 턱에 힘이 들어갔다. 괜시리 오른손이 저린 것 같기도 했다.
이건 분노일까?
아니다.
두근.
설렘이다.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게 됐다는 설렘.
거기서 오는 짜릿한 긴장감.
“그럼 일단 첫판 시작할까요?”
늘 상현이 원하던 것.
* * *
“미쳤구나. 이 새끼가…….”
주혁은 상현의 폭탄 발언을 듣고 인상을 팍팍 구겼다.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냈다.
나도 이렇게 식은땀이 나는데. 저놈은 확실히 정상이 아니야…….
“이론상 가능은 개뿔. 한 판도 그냥 죽으면 안 되는 게 이론상 가능이냐!?”
아무리 외쳐봐야 캡슐 안의 상현에겐 전혀 들리지도 않지만.
주혁은 그냥 스스로에 대한 위안으로 소리를 질렀다.
쌍욕 하는 시청자들 쳐내는 매니저 입장도 생각해 줘야지.
그러는 사이, 화면 속의 아몬드가 완벽하게 낙하를 완료했다.
이제 다이아로 향하는 여정, 대망의 첫판이 시작된 거다.
주혁은 잠시 커뮤니티 반응으로 눈길을 돌렸다. 이제는 스트리머 관련 커뮤니티에도 아몬드 글이 나름대로 꾸준하게 올라온다.
[실시간 아몬드 다이아 랭크 격파 신기록 도전 중!] [2주 안에 간다 발언……!]흐아.
한탄의 숨이 절로 나온다. 주혁은 잠시 이마를 쓸어 올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래. 가 보자 이거야.”
어차피 한 번 폭탄 발언한 거.
마케팅으로라도 써야 한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주혁은 이 전략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가 기억하기론 상현이도 비슷했던 것 같은데.
늘 잘하지도, 못하지도 않는 조용히 묻어가는 삶을 지향했던 게 유상현이다.
그런데…….
‘이게 본 모습이구나.’
게임 속 아몬드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살아 있었다. 회사 내에서 보여주던 눈이 아니다. 내일이라도 죽을 것 같았던 혹은 그래도 상관없을 것 같던, 가라앉은 눈이 아니었다.
그 열기가 어찌나 강한지, 주혁의 심장에서 쓰러져 가고 있던 마른 심지에도 불이 옮겨붙을 정도였다.
아, 이미 한 번 그의 심지로 불이 옮겨붙었던 적이 있지 않던가?
캡슐방에서 울던 상현을 봤을 때.
그때의 감각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그래. 넌 할 수 있을 거다.’
주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타다다닥.
주혁은 자신이 직접 아몬드의 폭탄 발언을 퍼나르기 시작했다.
리턴 값을 키우기 위해, 리스크를 더 끌어올리는 거다.
회사였으면 미친 짓이라고 했을 테지만, 여긴 회사도 아니고, 주혁은 믿음이 있다.
아몬드가 해낼 거라는.
저런 눈을 하고 있는 유상현이라면 반드시 해낼 거라는.
‘그리고 나도…….’
그는 휴대폰에 부재중 통화 목록을 보며 이를 꽉 물었다.
[어머니 (3)] [아버지 (1)]“나도 할 수 있어.”
* * *
쿵.
가장 치열한 접전이 펼쳐진다는 ‘무기고’에 떨어진 아몬드.
-아니, 왜 무기고에 떨어짐? 어차피 활만 쓰면서
-무기고 에바야 ㅋㅋㅋ
-형, 한 판도 그냥 나가리 되면 안 되는 거 알지??
-오우, 쒯!
-미스 착륙인가?
무기고는 90등 밖으로 탈락하기 딱 좋은 스타팅 포인트다.
무기고 지하 가장 중심에 있는 방에 꽤 많은 상위 등급 무기들이 있는데, 그만큼 경쟁이 엄청나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표본이다.
그런데 아몬드에게 있어선 하이 리스크 로우 리턴인 구역이었다. 어차피 활만 쓸 테니, 여러 무기들이 의미가 없잖은가?
그런 면에서 정말 이해가 안 가는 선택이다.
-혹시 오늘은 활 안 쓰려나?
-오. 다이아 간다고 하니까 이제 활 안 쓸 수도.
-오오오…….
-총 든 아몬드 궁금 ㅋㅋㅋ
-에이. 활 안 쓰면 아몬드 아니지!
시청자들은 어쩌면 오늘 아몬드가 활을 고르지 않을 수도 있다고까지 생각했다. 그러면 이해가 간다.
그러나 아몬드는 활을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활 쓸 겁니다.”
그는 그렇게 짧게 대답하고는 얼른 무기고를 향해 뛰었다.
-???
-ㄹㅇ?
-ㅋㅋㅋㅋㅋ 근데 왜 무기고를 ㅠㅠ
-몬드 형 겜 몇 판 안 해보셔서 모르는 듯.
-견과류 쉑…… 건방지누.
쿵.
아몬드가 어깨로 무기고 문을 밀치고 들어가자.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아직 다들 무기도 뭣도 없는 상태다.
어떤 이들은 칼을 들고 휘두르고 있다. 그나마 칼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아예 맨주먹 싸움까지 벌어지는 곳이 바로 이 초반 무기고다.
“끄아아악!”
“비켜 이 트롤 새끼야!”
그야말로 인간 군상.
여기서 이긴 자가, 지하의 모든 무기를 차지한다.
1층에는 허접한 무기들뿐이다.
타다다닥.
그래도 아몬드는 날래게 몸을 놀려서 얼른 아무 무기나 집어 들었다.
“!”
그런데 손이 겹쳤다.
다른 누군가의 손이 아몬드의 팔을 붙잡는다.
“뭐야. 꺼져.”
무섭게 내리깔아 보는 상대.
그러나 여긴 어차피 전쟁터다.
퍼억!
아몬드의 발이 거침없이 위로 치솟더니, 상대의 턱을 박살 냈다.
-와오오오!
-키야!
-ㅋㅋㅋㅋㅋ 아우 시원해. 이게 배라지.
“크르그극……!”
혀를 깨물어버린 건지 상대는 제대로 말을 못하고 얼른 주먹을 내질렀다.
그러나 아까 함께 집으려던 무기가 아몬드의 손에 이미 들린 채다.
[투척 단검]상대도 잠깐 얼이 빠졌고.
아몬드도 잠시 망설였다. 처음 써보는 무기였으니까.
‘어떻게 던지지?’
그는 선수촌 시절을 떠올렸다.
야구 하던 선배의 오지랖을 기억해 본다. 억지로 끌려간 구기 종목 중에서 야구가 제일 무서웠다.
‘이거 맞으면 죽는다.’
그런 오그라드는 말과 함께 보여준 투구 폼.
거짓말은 아니었다. 정말 살인이 가능한 속력의 공이었다.
140㎞/h의 속력으로 던져진 공이 포수의 글러브에 감길 때의 그 쾌감이란…….
파앙……!
‘이걸 이렇게 쓰네.’
푸욱!
정신 차려 보니, 던져진 단검이 상대의 이마 정중앙에 떡하니 꽂혔다.
[아몬드 → 오우야맨] [처치하였습니다!] [97/100]-와!
-오진다. 저게 저렇게 맞네!?
-아, 무기고 왜 왔는지 알겠닼ㅋㅋㅋㅋ
-던지는 폼 뭔데 ㄷㄷ
-속도 개빨라;;
-야구 선수여??
-똥템 장인 아몬드 ㅋㅋㅋㅋㅋ
-아, 이 실력으로 총을 쏘라고 시발ㅋㅋㅋ
[알았다 님이 ‘5천 원’ 후원했습니다.] [아! 알았다! 어차피 똥템으로 싸우면 아몬드가 젤 유리해서 초반에 무기고로 왔네!]누군가 보낸 후원에 아몬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어차피 전 총을 안 쓸 건데. 총이 아직 없을 때 최대한 많이 죽여 놓으려고 왔어요.”
그야말로 기상천외한 생각이다.
무기고에서 벌어지는 초반 난전을 무조건 이긴다는 전제로 하는 전략이 아닌가?
-아니 ㅋㅋㅋㅋ
-생각의 방향이 남달라 ㅋㅋㅋ
-발상의 전환;;
-돌았누 ㅋㅋ
-씹ㅋㅋㅋㅋ
-어떻게 저렇게 생각하지?
애초에 초반 싸움은 대부분 운빨로 결정 난다.
누가 권총을 먼저 드느냐, 누가 샷건을 먼저 찾느냐 싸움이지 실력이 끼어들 여지는 5%도 채 안 된다.
그런데 아몬드는 그 5%를 믿는 거다.
‘생각해 보면 간단한데.’
어차피 자기는 총을 안 쓰니까. 그 격차를 여기서 줄이고 간다는 게 옳은 판단이었다.
물론 그걸 실행으로 옮기는 건 또 다른 문제지만.
아몬드에겐 별로 어렵지 않은 일이다.
* * *
푹!
또 다른 사람의 이마에 단검이 시원하게 꽂혀 들어간다.
“끄아아아악!”
[아몬드 → tyis09] [처치하였습니다!] [93/100]그는 샷건을 들고 있었지만, 사거리 때문에 아무 짓도 하지 못했다.
[아몬드 → 오로치로치] [처치하였습니다!] [90/100]푹!
다음 희생자는 심장에 단검이 꽂혀 죽었다.
이 무기고 난전에선 방탄조끼도 방탄모도 없었다.
그야말로 맞히기만 하면 치명상 혹은 죽는 상황.
덕분에 아몬드의 단검에 희생되는 플레이어들이 점점 늘어났다.
[컴파운드 보우]심지어 아몬드가 컴파운드 보우를 찾은 후에는, 눈 뜨고 보기 힘든 대참사가 이어졌다.
-오우, 쒯ㅋㅋㅋ
-무기고라서 컴보는 금방 찾지 ㅋㅋㅋ
-아, 이 타이밍엔 안 그래도 센데, 좃됐네.
-여기 몇 명이더라 ㅋㅋ 쓰읍. 다 먹겠다ㅋㅋㅋ
-내 생에 컴보를 보고 이렇게 흥분이 될 줄이야
학살의 시작이었다.
나름 무기고라서 이제 슬슬 총을 갖춘 플레이어들이 많았지만, 머리가 무방비였다.
그들에겐 방탄모가 없었다.
여긴 무기고니까.
“컥……!”
거침없이 꽂혀가는 헤드샷.
[아몬드 → koklm901] [트리플 킬!] [88/100]“흐억!”
[아몬드 → 개머리판쓰] [쿼드라 킬!] [87/100]“악!”
모두가 비슷한 비명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심지어 대부분은 뭐에 죽었는지도 파악을 못했다. 활은 소리가 적으니까.
무기고에 남은 건 이제 한 명이다.
“죽어 이 새꺄!”
투두두두두두두!
마지막 적은 겨우 주운 AK47로 끝내 저항을 해봤지만, 홧김에 쏟는 난사로는 아몬드를 맞힐 수가 없었다.
여유롭게 기둥 뒤로 피해 있던 그는, 화살을 시위에 먹인 뒤.
철커덕.
장전 소리와 함께 몸을 돌려 쏴버렸다. 벼락같은 속도다.
푹!
정확도 역시 예외 없다.
모든 시체들과 똑같이 머리에 꼬챙이가 꿰여 버렸다.
[아몬드 → 연쇄난사범] [펜타 킬!] [85/100]털썩.
마지막 적이 쓰러졌다.
무기고는 결국 텅 비어버렸다.
그는 지하의 ‘그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 *
툭, 툭.
수많은 상위 등급 무기들.
그 무기들이 지하 창고 중앙에 계속해서 쌓이고 있다.
마지막 무기를 던져놓은 아몬드가 기름과 화염병을 꺼내 들었다.
“이거 원래 차에 넣는 기름인데……. 되겠죠?”
질문에 대한 대답은 화끈하게 타오르는 불길 소리가 대신해 줬다.
화르르르륵!!
-악랄하다 아몬드!
-지랄났다 아몬드! 지랄났다 아몬드!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뭐여 이게 ㅋㅋㅋ
-??? : 자 이번 판은 칼전입니다. 근데 난 활을 든.
-??? : 자, 지금부터 총은 없다!
-무기고 전멸 ㅋㅋㅋㅋ
-와우 ㅋㅋㅋㅋ
-내가 못 쓰면 다 못 써!!
“다음 장소로 갈게요.”
아몬드는 여유롭게 무기고 밖에 주차된 오토바이를 타고, 시동을 걸었다.
부르릉.
쏜살같은 바람이 치고 들어옴과 동시에.
콰과과광!
뒤쪽 무기고에서 대폭발이 일어났다.
그 후 아몬드는 이 게임에서 아주 쉽게 1등을 차지해 버렸다.
무려 50킬을 달성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