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570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38화
14. 지스타 총결산(3)
잘못된 거 아냐?
이런 의심을 한 이유가 있다.
10등부터 쭈욱 호명되면서 알게 된 한 가지 정보 때문이다.
‘안 그래도 게임 개수가 밀려서 좀 이상한데.’
바로 다른 도전자들의 도전 횟수다.
현재까지 공개된 모든 플레이어들이 최대 30개에서 그래도 최소 12개 정도는 플레이했다.
반면 상현은 어떤가?
‘닌자 모드, 젯펌프드, 좀비 스쿨, 런가이즈, 히트맨…… 다섯 개.’
오락실 게임까지 합한다면야 얘기가 다르겠으나, 냉정하게 보면 다섯 개만 플레이했다고 보는 게 맞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그 다섯 개 모두 우승을 했거나, 우승이나 마찬가지인 포인트를 얻어냈다는 것이겠다만.
처음엔 상현도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너무 안일하게 했나? 따위의 생각이 들었다.
챌린지 포인트 상금에 대해 알지 못했을 때. 게임 시간을 굉장히 널널하게 잡고 했었다.
미리 알았다면 더 열심히 했을 텐데.
‘음?’
그런데 무려 2등까지 발표된 시점.
“2등! 무려 2,600포인트를 넘기면서 500포인트 이상의 격차로 2등을 차지합니다!”
2,600포인트.
3등이 2,001포인트인 걸 감안하면 큰 차이다.
실제로 채팅방에선 놀라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ㄷㄷㄷ
-와 여기서 또 이만큼 차이가 난다고?
-누구임? 대체?
-와 저렇게 하고 2등이라고?
채팅방뿐이 아니다.
웅성웅성.
관중들이 놀라서 떠드는 소리도 크게 울려 퍼졌다.
“와씨…….”
“넘사네. 넘사.”
“아니, 저게 2등이여?”
“간발의 차이로 2등인가 보다.”
다들 2등 점수가 너무 높다. 넘사다. 이런 식이니, 상현으로서는 괴리감이 든다.
‘허…….’
그야, 그의 고글 위에 적힌 숫자가 더 높으니까.
그냥 높은 게 아니라, 훨씬 더.
평소 별걱정 없는 상현이 이런 어이없는 걱정까지 하게 될 정도로.
‘잘못된 거 아니겠지?’
숫자에 에러가 나서 잘못 표기된 거고 자신은 사실 10위권에도 못 드는 게 아닌가? 따위의 엉뚱한 상상도 해봤다.
이런 단발성 행사에선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기도 하지 않던가.
뭐, 어찌 됐든 어차피 곧 있음 진실을 알게 될 것이다.
* * *
“올라오세요! 2등! 참가번호 19번!”
오오오오!
사람들의 환호성과 함께 등장한 도전자.
그의 신상이 공개되자 환호성이 이어지다가 물음표가 붙는다.
“오오오……?”
“앗…….”
“헐.”
환호긴 한데.
뭔가 반응이 기이했다.
“전 프로게이머이자! 스트리머! 단무지 님입니다!”
2등을 너무 자주 하는 사람이 또 2등으로 나오니 순간 관중들이 놀란 것이다.
-쟨 또 2등임??ㅋㅋ
-무관의 왕ㅋㅋㅋ
-이쯤되면 일부러다 ㅋㅋㅋ
-아니 여기서도 2등할 건 뭐냐고 ㅋㅋㅋ
-이런 작은 대회도 ㅋㅋㅋ
웃긴 건 이 대회(?)가 딱히 대단한 대회도 아니고, 그저 지스타의 흥밋거리인 수준이었는데.
그런 대회에서도 우연찮게 2등을 해버린 거다.
“아…… 제가 2등이네요?”
단무지는 이럴 줄은 몰랐다는 듯 머쓱한 표정이다.
“아. 1등을 노리셨나요?”
“아, 아뇨. 그런 건 아니고요. 그냥 별생각 없이 재밌게 챌린지했습니다.”
그는 흥미 위주로만 챌린지를 돌았던 모양이다. 그럼에도 2등이다. 그건 분명 괄목할 만한 성과였으나…….
“근데 3등 점수 보고는 제가 1등인 줄 알았죠.”
3등의 점수 발표 후 그는 1등임을 확신했던 탓에 조금 김이 새버린 것 같다.
-ㅋㅋㅋㅋㅋ그럴만도하네
-500점 차이니까 ㅅㅂㅋㅋ
-대체 1등 뭔데?
“그렇군요? 점수만 보면 1등 같은데. 저도 아쉽습니다.”
“아뇨. 아뇨. 2등이 재밌습니다. 전 이제, 오히려 3등 점수 보고 제가 1등하면 좀 어색할까 봐 걱정하고 있었어요.”
그의 유쾌한 대처에 관중석에서 웃음소리가 퍼져 나갔다.
-단무지는 사실 콩으로 만들어! 단무지는 사실 콩으로 만들어!
-유쾌하누ㅋㅋㅋ
-단무지는 2등이 좋긴해
-단단무무지지
“예! 단무지 님. 2등도 잘한 거예요!”
진행자는 그에게 추가 응원의 말을 보내고. 이제 대망의 1위를 발표했다.
“아. 이게 뭐라고. 조금 떨리는데요?”
미리 데이터를 확인한 그는 씩 웃으며, 이번 지스타의 최대 수혜자를 호명했다.
“1위!”
쿠구궁.
스피커에서 드럼 사운드가 흘러나온다.
“1위는 특별하게! 게임 횟수부터 공개가 되네요! 보겠습니다!”
챌린지 횟수부터 충격적이었다.
이게 맞게 나온 거야? 라고 생각될 정도의 숫자.
[6회]웅성웅성.
논란의 여지가 가득해 보이는 숫자였다.
삼십몇 회를 하고 10등을 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단 6회로 1등이라니.
“6회 했다고?”
“6회? 오늘 회식 메뉴를 써놓은 거 아냐?”
“우승을 다 한 건가? 아니…… 말이 안 되는데?”
우승을 거의 다 한 게 아니고서야, 이게 어떻게 1등이 가능하겠는가?
우승도 적당히 우승해서는 가능한 수치가 아니었다.
포인트가 크게 걸린 메이저 게임들로만 우승을 채워야 했다.
“자. 흥미로운 데이터입니다! 아무래도 우승을 하면 끝까지 남아서 게임을 해야 해서 플레이타임이 길어지거든요? 그래서 여러 게임을 하지는 못하는 경향은 있습니다만……! 6회는 좀 충격적입니다!”
게이머들은 술렁이면서 이 챌린지 횟수에 1등을 할 법한 주인공들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챌린지 포인트 총합이 2,600점을 넘을 정도로 실력이 출중해야 하는데, 여태까지 호명된 사람은 아니어야 한다.
이 조건에 부합하는 사람은 거의 몇 없었다.
“이거 아몬드네. 아몬드 메이저 게임만 했는데 거의 다 쓸었어.”
“아니, 그렇다고 해도 점수 차이가 저 정도야?”
“아몬드라고? 헐.”
게이머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면서 행사장이 시끌시끌해지자, 진행자가 다음으로 넘어갔다.
“자. 다음 정보! 대체 무슨 게임을 했을까요? 특별히 그 내역을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진행자의 말에 따라 스크린 화면이 넘어갔다.
==== ====
배틀라지 ‘닌자 모드’ – 첫우승
젯펌프드 ‘니가 해라 개발자’ – 유일 우승
포권 ‘추억의 오락실’ – 0승
좀비 스쿨 ‘멀티 모드’ – 우승
런가이즈 ‘격투 달리기’ – 우승
히트맨 시뮬레이터 – 기록 갱신
==== ====
“와씨.”
“아. 이거 아몬드 백퍼네. 아몬드가 니가 해라 개발자 우승한 거 봤어!”
“거의 다 우승이네. 돌았다.”
“아니, 오락실 겜 제외하면 사실상 다섯 게임으로 1등인데??”
진행자가 1등의 정체를 밝힌다.
“자, 보겠습니다! 대망의 1등! 참가번호! 39번! 아몬드 님입니다!”
확정적으로 1위가 발표된 후.
와아아아아아!
함성 소리가 행사장을 뒤덮었다.
“나와 주시죠! 아몬드 님!”
상현이 일어나자 동료 스트리머들의 응원이 터져 나왔다.
풍선껌, 타코야끼, 미호, 그린티 등등.
아는 얼굴들이 많았다.
“와아아! 아몬드!”
“또 너냐! 아몬드!”
“인류에겐 희망이 없다! 견과류에 있다!”
그는 장난스러운 응원을 보내주는 동료 스트리머들에게 인사를 하며 스테이지 위로 걸어 나갔다.
* * *
한편, 또 아몬드에게 밀려 또 2등을 한 스트리머 단무지.
그는 탄식하지 않을 수가 없었는데.
“이야…… 어떻게 이럴 수가.”
옆엔 친한 스트리머인 백숙이 붙어서 은근슬쩍 심기를 긁는다.
“캬~ 무관의 왕 타이틀 아몬드가 지켜주네. 고맙다고 인사라도 해라.”
“……닥쳐라. 이거 열심히 안 했다니까?”
“이그 욜싀미 은해다느끄?”
“참내.”
옆에서 대놓고 놀려도, 단무지는 별로 기분이 상해 보이진 않았다.
애초에 그는 프로를 은퇴하면서 1등하는 것에 대한 미련을 버린 지 오래였다.
아까 스테이지에서 했던 ‘혹시나 1등 할까 봐 불안했다’라는 말이 거짓말이 아니라 진짜로 이젠 그냥 2등을 해서 웃기는 놈이 되는 게 나았다.
다만…….
“뭐야 저게.”
그는 스크린에 뜬 점수를 보고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는데.
그건 옆의 백숙도, 아니, 그 옆옆, 옆옆옆의 모든 스트리머들도 마찬가지였다.
“엥?”
“버그 아냐?”
아몬드의 포인트가 단무지의 것보다 낮았기 때문이다.
[1,080pt]2등이 2,600포인트인데.
1등이 1,080포인트라니. 무슨 10년 전 화질도 아니고?
“……어?”
진행자도 이상함을 느꼈는지, 잠시 말이 없었다.
“이거 아무래도 표기 오류 같습니다. 예. 죄송합니다. 대신 사과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역시나 오류였다.
단무지도 끄덕이며 그러면 그렇지하고 안심(?)한다.
“아. 하마터면 1등 할 뻔했네.”
-2등에 무친놈 ㅋㅋㅋㅋ
-개웃기넼ㅋㅋ
-유쾌하넼ㅋㅋㅋ
그의 시청자들이 폭소하는 채팅들이 올라온다.
“자. 정정된 점수가 표기됩니다!”
그런 와중, 정정된 포인트가 올라왔는데.
“엥?”
“버그 아냐?”
사람들은 아까와 똑같은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11,080pt]1만 1천 8십 포인트.
“아…… 앞에 1이 빠졌던 거네요? 저희가 아무래도 이 포맷을 딱 네 자리 숫자까지만 들어가게끔 칸을 만들어놔서…… 하하하!”
진행자도 어이가 없는지 당황한 모습.
“그나저나 진짜 높은 점수입니다! 이거 버그 아닌가요?! 다시 한번 확인하겠습니다!”
아깐 너무 낮아서 확인하더니 이젠 너무 높아서 확인해야 하는 웃지 못할 사태가 벌어졌다.
잠시 후 돌아온 진행자는 확실하게 맞다며 공지한다.
“이게 맞다고 합니다! 제가 내역을 봤는데! 아~ 정확합니다! 이게 지금 실제로 일어난 일입니다! 여러분!”
-ㅁㅊㅋㅋㅋㅋ저게 맞다고?ㅋㅋㅋ
-뭔데 ㅅㅂ
-여섯 게임 한 거 맞아?
“이게 그…… 하는 대로! 그러니까 잘하면 잘하는 만큼! 포인트를 산정해 주는 부스가 있었는데! 거기서 너무 잘해버려서! 나온 거라고 합니다! 거의 버그급으로 뽑아먹었네요!”
웅성웅성.
이 말에 당연히 현장은 시끌벅적해졌다.
저런 식으로 포인트를 퍼주는 부스가 있었다니.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쩌겠나? 그 또한 룰의 일부인 걸.
아무리 요행이 있었다고 해도, 무려 만점을 넘긴 건 실력이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실력이다.
“와아아아아아! 아몬드!”
“쩐다아아!”
몇몇 함성이 터진 후, 박수가 터져 나오기 시작한다.
그렇다. 이 점수는 충분히 박수갈채를 받을 만했다.
진행자는 그제야 마음 편히 신나서 외쳤다.
“자~ 1등에게는! 소정의 상금 100만원! 그리고! 방송에 도움이 되는 드롭스! 드롭스를 넣어드립니다! 이번 드롭스는 무려 릴 RPG라고들 하죠? 레전드 테일의 클로즈 베타 서비스 드롭스입니다!”
오오오오.
보상을 들은 관중들은 놀란듯 입을 모았다.
단무지 역시도 이번 보상에는 조금 놀란 듯 기대고 있던 몸을 일으킨다.
“진짜야?”
“그런가 봐. 어떤 드롭스 주는지는 공개 안 되고 있었는데.”
백숙도 장난기 빠진 표정으로 끄덕인다.
“대박인데…….”
드롭스란, 쉽게 말하면 게임 업계의 초대장 같은 것이다.
선별된 인원들만 진행할 수 있는 클로즈베타 테스트 따위에 초대하는 초대장.
스트리머가 그 ‘드롭스를 받는다’라는 건 이 초대장을 뿌리게 될 권리를 얻게 된다는 것이다.
시청자들이 그 스트리머의 방송에서 방송을 보고 있으면, 드롭스가 알아서 임의로 분배되는데.
그 드롭스가 뭐냐에 따라 시청자 참여율이 극명하게 갈린다.
“레전드 테일 드롭스면 말 그대로 레전드인데…….”
현재 세간의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는 게임 ‘레전드 테일’의 드롭스가 오늘 아몬드에게로 가는 것이다.
“와. 이럴 줄 알았으면 죽어라 할걸. 그럼 내가 이겼는데~”
단무지는 농담으로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죽어라했어도 만포인트 차이는 좀……ㅋㅋㅋ
-그냥 죽지 않을까요?
-ㅁㅊㅋㅋㅋ 죽어라한다고 되냐고 ㅋㅋㅋ
“농담입니다. 여러분. 부럽네요.”
그렇게 단무지를 포함한 모든 이들이 이번 보상이 부럽다는 듯이 올려다보는 와중.
“아몬드님! 소감 한 말씀 해주시겠습니까?”
진행자가 아몬드에게 마이크를 들이댄다.
우승자 소감을 말할 때가 온 것이다.
아마 그의 우승 소감은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 그럼 이것도 오류인 거죠?”
아몬드는 다행이라는 듯 웃으며 숫자를 가리킨다.
100만 원이라 쓰여 있는.
“예? 오류요? 또 오류가 났나요?”
앞서도 크나큰 오류가 있었기 때문에 진행자는 진땀을 빼며 귀를 기울였다.
“이거…… 0이 하나 없잖아요. 원래 천만 원이어야 하는데.”
“???”
순간 눈이 물음표로 변해버린 진행자.
그리 시끌벅적하던 행사장에 고요가 깔린다.
오직 아몬드 방의 채팅창만 난리가 났을 뿐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앜ㅋㅋㅋㅋㅋㅋㅋㅋ
-어떡해 ㅠㅠ 나 못보겠닼ㅋㅋㅋ
-하필 왜 오류가 나섴ㅋㅋㅋㅋㅋ
진행자는 정확히 한 번 더 확인한다.
“그러니까…… 이게 천만 원이어야 한다……라는 말씀이시죠?”
“네.”
아몬드는 당연한 듯 끄덕였다.
“제가 확인해 보겠습니다. 근데…… 원래 100만 원인 게 확실한데…….”
진행자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때였다.
“미안하다! 아몬드!”
아몬드의 팬들 중 하나가 외쳤다.
“사실 1,000만 원이 아니라 100만 원이다아!”
쿵.
아몬드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