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571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39화
14. 지스타 총결산(4)
“사실 1,000만 원이 아니라 100만 원이다아!”
그 말을 듣는 그 순간, 바로 이해가 되진 않았다.
그러니까, 말로써 바로 정리가 된 건 아닌데.
무의식과 본능이라는 게 참 무섭다.
“!”
마음속에서 뭔가 이상하다고 여겼던 작은 조각들이 퍼즐처럼 맞춰져 버리더니.
쿵!
묵직한 소리를 내며 깨달음이 온다.
‘이런.’
몰려오는 쪽팔림. 그리고 저도 모르게 새어 나오는 소리.
“어쩐지 후원이 많더라니…….”
-어쩐지 오늘 운수가 좋더라니!
-견첨짘ㅋㅋㅋㅋㅋㅋㅋㅋ
-???: 드롭스가 왔는데! 왜 먹지를 못하니!
-ㅅㅂㅋㅋㅋㅋㅋ
-이게 현실로 이뤄지네
큰 충격을 받은 본인과는 대조적으로, 주변 사람들은 모두 웃음을 참거나 웃기 바빴다.
새하얘진 머릿속과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
-고추장 아몬드 ㅋㅋ
-얼굴 빨개졌당ㅋㅋㅋㅋㅋ
-아 넘 기여어
-홍조몬드 극락
“아…… 저…… 아몬드 님? 이…… 시청자들한테 혹시 속으신 걸까요?”
속은 거냐고?
그걸 인정할 것 같아?!
“하아…… 흐.”
그는 잠시 심호흡 후, 어떻게든 힘겹게 대답한다.
“아뇨. 재밌으라고…… 속아줬죠.”
자신은 속아준 것이라 주장하는 아몬드.
푸흡……!
진행자가 웃음을 참고 있는 게 느껴졌다.
인정한다. 웃길 수밖에 없었다.
“아…… 그…… 자주 있는 일이죠? 시청자들이 스트리머를 놀리려고, 왜 그…… 비행기 탈 때 신발 벗고 타라…… 뭐 그런 거 있잖아요?”
아몬드의 표정이 좋지 않다. 슬슬 제대로 삐지려는 듯한 느낌……!
그때 또 팬의 목소리가 끼어든다.
“괜찮아! 아몬드! 사람들이 후원으로 900만 원 채웠잖아!”
그 말을 들은 후 아몬드의 표정이 다시 풀렸다. 정말 신기하리만치.
-ㅁㅊㅋㅋㅋ 얼굴에 다 티나 ㅋㅋㅋ
-???: 아 맞다 900만원 받았구나?
-갑자기 함박웃음ㅋㅋㅋㅋ
-어이어이 트수들만 믿으라구(?)
900만 원이라는 말에, 진행자도 마이크를 들이대며 추가로 묻는다.
“900만 원을 받았어요!? 그럼 결과적으로 속은 게 아니잖아요? 진짜 천만 원을 버셨네요!?”
그 말에 상현은 표정을 관리하며 갸웃거렸다.
“후원을 많이 받긴 했는데. 그게 900만 원인지는…….”
“아. 정확히 계산은 안 해보셨군요? 그래도 많이는 받으셨나 봅니다.”
“네. 많이 온 건 사실이고. 그러기 위해 제가 속아줬죠…… 하하…….”
긁적.
거짓말을 잘 못 하는 성격이라 머리를 어색하게 긁는 게 누가 봐도 티가 난다.
상현 본인도 자신이 거짓말에 능숙하지 않다는 걸 아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자 놈들에게 속았다고 인정하긴 싫은 모양이다.
“아, 계획대로…… 뭐 그런 거군요?”
“예. 뭐…… 그런 거죠.”
이제 관중들이 눈치도 안 보고 마구 웃어댄다.
이 순간 시청자들의 채팅창 역시 폭소로 도배되었다.
-다 당해놓고 “계획대로”ㅋㅋㅋㅋㅋ
-ㅁㅊ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안 속은 척~~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개기여어ㅋㅋㅋㅋ
-계획대로 된 사람 표정 맞죠? ㅎㅎㅎㅎ
-아아가…… 넌 다 계획이 있구나……
진행자는 어깨를 두들겨주며 이만 수상을 마무리 지었다.
“자. 어쨌든 아몬드 님은 천만 원 가까이를 받아내셨네요. 여러분. 보셨죠? 믿음이 이렇게 중요합니다! 믿는 대로 되네요!”
믿는 대로 된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가 너무 순진하게 곧이곧대로 믿은 바람에 시청자들이 후원을 해준 것이니까.
“아몬드 님. 총결산도 1등 하셨는데. 이제 뭐 하실 건가요? 경매에서 사고 싶은 거라도?”
“일단 찾아내 보겠습니다.”
“예? 뭘요? 찾는 아이템이 있나요?”
“누가 먼저 말한 건지.”
“……!”
화륵!
그렇게 말하는 아몬드의 눈에서 불길이 솟았다.
-아니 속아준거라며 ㅋㅋㅋ
-ㅁㅊ ㅈ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다~ 싶음 나와서 대가리 박자~
* * *
그렇게 조금 특이했던 시상이 끝난 후. 포인트로 이뤄지는 각종 경매와 상품 판매가 시작됐다.
행사장 곳곳의 스피커에선 이런 안내 방송이 퍼져 나왔다.
[지금부터 각 부스에는 게임사에서 제작한 굿즈들이 전시됩니다. 구매를 원하시는 도전자 여러분들께서는 포인트를 사용하여 구매하시면 되겠습니다.]이제껏 쌓은 포인트를 이제 마음껏 쓰면서 노는 시간이 온 것이다.
월급 모아 한탕 쇼핑을 하는 기분으로 다들 텐션이 올라간 가운데.
턱.
상현과 주혁은 테이블을 잡고 앉아 심각한 듯 대화를 나눴다.
“알고 있었어?”
상현이 주혁에게 조심스레 묻는다.
말이 조심스럽게지, 사람 하나 잡겠다는 의도가 기세로 느껴졌으니.
주혁은 극구 부인한다.
“아, 아니!? 전혀 몰랐어!”
“진짜? 네가?”
“아니, 난 계약 중이라 네 방송 자체를 못 보고 있었다고!”
“후…….”
주혁의 말은 사실이었다.
그가 봤다면, 그의 성격상 사고가 날까 봐 미리 알려줬을 것이다.
“그럼…….”
상현의 시선이 자연스레 채팅창으로 향했다.
어차피 범인은 이 안에 있다.
“자백하시면 형량을 반으로 줄여드리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개무서엌ㅋㅋㅋ
-저…… 쇼핑하러 가시면 안될까요?ㅎㅎ
[몬드야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야! 천만 원 채워줬잖아! 원래 없는 돈인데!]“천만 원 채워줬다구요? 아……”
사실 저 말이 맞다. 원래부터 챌린지 상금은 100만 원이었다.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던 천만 원…….
그걸 시청자들이 실제로 채워준 것이다.
다만 그는 이렇게 주장했다.
“하지만 돈으로 정의를 살 수는 없습니다.”
돈은 돈이고, 거짓말은 거짓말이라는 것.
-캬~
-ㅁㅊㅋㅋㅋㅋㅋㅋㅋ
-왜 이렇게 비장하냐곸ㅋㅋㅋ
-뭔 히어로 대사 같은걸 하고 있누 ㅋㅋㅋㅋㅋ
-칸트여 뭐여 ㅋㅋㅋㅋㅋ
“그럼 자백을 안 하시니까, 직접 찾아서 처음 말 꺼낸 분. 정지 갈게요.”
타다다다닥…….
상현이 뭐라 말하기도 전에 주혁이 옆에서 노트북을 펼쳐 놓고 채팅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수사망이 좁혀지고 있는 것이 시청자들에게도 보였다.
-ㄷㄷㄷ
-나만 아니면 돼~~~
-아니 진짜 찾냐곸ㅋㅋ
“자백하면 형량 반으로 줄여드려요~”
-형량이 몇인데요?
-반이나?
-반?? 이득이네 ㅋㅋ
“천 년입니다.”
-???
-ㅁㅊㅋㅋㅋ
-그럼 줄여도 오백년 아냐?ㅋㅋㅋㅋㅋㅋㅋㅋㅁㅊ
-아니 천년이면 반 줄여도 오백년이자나 ㅁㅊ 누가 자백하냐곸ㅋㅋㅋ
-그냥 자백하지 말라는거넼ㅋㅋ
애초에 자백 따윈 필요하지도 않았다.
첫 번째 타자를 찾는 건 전혀 어려운 작업이 아니었다.
천만 원을 검색해서 오늘 채팅 중에 가장 먼저 언급한 사람을 보면 된다.
상현은 지금 그자를 놀리고 있는 것일 뿐이다.
그가 당한 대로.
“지금이라도 자백하면 4분의 1로 줄여드립니다. 마지막 행사~”
-ㅁㅊㅋㅋㅋㅋ
-250년? 등선하면 정지 풀리겠누 ㅋㅋㅋ
-혹시 싸이버펑크 세계가 되면 파츠 좀 바꾸고 하면 살아남을 수도?
-잘 돌리네 이 집ㅋㅋㅋ
말도 안 되는 교섭 조건에 응하는 자는 당연히 없었고, 이미 둘은 사건의 발단자를 찾아냈다.
“yukino07 님.”
-철렁!
-헐 찾았어 ㅋㅋㅋㅋ
-ㄹㅇ인가?ㅋㅋㅋ
-심장 철렁하겠누
상현은 그와 개인 채팅을 열어서 심판을 시작했다.
“최후 변론 기회를 드립니다.”
[yukino07: 제가 난시가 심해서 0을 하나 더 봤습니다…….]-난시 ㅁㅊㅋㅋㅋㅋ
-난시가 심하면 0이 두배로 보여야하는거 아닌가요?!ㅎㅎㅎ
-여태까지 변명 생각했나 바로 튀어나오넼ㅋㅋㅋㅋ
-잘가라
“아…… 알겠습니다.”
아몬드가 고개를 끄덕이자, 주혁이 마우스를 움직여 선택을 완료했다.
[yukino07: 살려줘! 살려ㅈ] [(차단된 시청자)]-아니 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천 년임??
-알겠습니다 = 사형 ㅋㅋㅋㅋㅋ
-마지막 채팅으로 단말마 비명 오지네 ㅋㅋㅋ
-실시간으로 사라졌네……
-그는 좋은 거짓말쟁이였습니다……
후일담으로 전해지는 바에 의하면 실제로 1000년 정지가 아닌, 1,000시간 정지였다.
* * *
사실 주동자를 처단한다고 해서, 이 일이 말끔히 해결되는 것은 아니었다.
[속보) 욕심쟁이 아몬드 레전드 수상소감 “0 하나 더 줘”]오늘 아몬드가 스테이지 위에서 한 ‘0이 하나 없네’ 식의 발언은 곡해되어 놀림감이 되기 딱 좋은 말이었으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0이 하나 없잖아요!
-미치겠다 ㅋㅋㅋㅋ
-와 이걸 성공시키네 아몬드 트수들 대단하다 ㅅㅂ
└아몬드가 은근 잘속음ㅋㅋㅋㅋㅋ
└ㄹㅇ 인터넷 쪽 잘 몰라서 ㅋㅋㅋ 순진함
└잘속아몬드 엌ㅋ
-아 좀비스쿨에서 똥 싸다가 화들짝 튀어나오는거 생각나누 ㅋㅋㅋㅋㅋㅋ
└앜ㅋㅋㅋㅋ그것도 레전드인뎈ㅋㅋ
-빨개진 몬드 귀여워……
커뮤니티에 올라갈 때마다 반응이 좋으니. 그의 시청자들이 이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
찰칵!
찰칵!
그들은 무한대의 클립을 찍어대며 각종 넷상에 퍼뜨리기 시작했다. 제목 자극성도 만들기 워낙 쉬웠기에, 읽지 않고 배기기 힘들었다.
[아몬드 레전드 수상소감 “0이 하나 부족해”] [상금 받았는데 0이 하나 부족해 얼굴이 벌게져 분노한 아몬드] [견첨지의 운수 좋은 날 “어쩐지 오늘 후원이 많더라니…….”] [상금 액수 확인하더니, 나라 잃은 표정의 아몬드].
.
.
이 수많은 게시글들 중에선 당연히 이슈글에 등극되는 것들도 있었다.
한 커뮤니티에서뿐이 아니라, 게임 커뮤니티나 그다지 관련 없는 연예인 관련 커뮤니티에서도 언급될 정도.
-어이 아몬드 트수들이 해냈다고~
-ㅁㅊ 제대로 속아서 월클됐넼ㅋㅋ
-지스타에서 어떻게 이런일잌ㅋㅋㅋㅋ
-이 와중에 신기록 세운게 존나 웃겨 ㅋㅋㅋㅋㅋㅋㅋ 속아서 생긴 열정으로 ㅋㅋㅋ
└진짜네 ㅋㅋ 다른 사람들은 백만원 보고 할 때 혼자 천만원 보고 해서 ㅋㅋㅋ “10배의 열정”
└ㄹㅇㅋㅋㅋ “열정 10배”
이 영상들은 오늘 지스타에 가지 않은 다른 스트리머들에게 영상 도네이션으로 퍼지기도 했는데.
띠링.
[속보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오늘 아몬드 수상소감 ㅋㅋㅋ 레전드 (영상)]띠링.
[ㅇㅇ님이 4천 원 후원했습니다.] [속보) 상금 100만원인데 900만원 더 추가해달라는 스트리머]띠링.
[레전드 님이 3천 원 후원했습니다.] [아몬드 수상소감 “상금에 0이 하나 모자라”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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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영상 도네이션을 본 스트리머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히익…….”
“어, 어떡해!?”
“으하으아하하! 으악! 난 못 보겠어!”
눈을 크게 뜨며 놀라거나, 입을 가리고 창피해한다거나, 아니면 본인의 일인 양 고개를 숙이며 카메라 밖으로 숨어버린다거나.
공통점이 있다면, 그들 모두 이 리액션을 하는 내내 깔깔거리며 웃고 있었다는 것.
채팅창 역시도 마찬가지.
-0 하나 더 줘 ㅅㅂㅋㅋㅋ
-엌ㅋㅋㅋㅋㅋ
-아 나 침대에서 보다가 이불 속으로 숨었다 ㅋㅋㅋㅋ
-미친 ㅋㅋㅋㅋㅋ 레전드네
-악편당하면 진짜 쩔겠닼ㅋㅋㅋ
그리고, 이 모든 반응을 수집하고 있는 한 사람이 있었다.
부스스한 머리로 두 개의 모니터를 오가며 마우스를 클릭하고 있는 여자.
딸깍. 딸깍.
“일단 엄청 건졌네.”
바로 아몬드의 편집자, 지아였다.
일단 영상 각이 많이 뽑혀서 좋아하고는 있는데.
“진짜…… 대단하다. 여러모로.”
그녀가 예상한 식으로 뽑힌 건 하나도 없었던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