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573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41화
15. 데미안 협회(2)
아마 지아가 아직 첫 번째 영상을 올리기 전 시점.
[yukino07: 살려줘! 살려ㅈ] [(차단된 시청자)]상현은 한 간사한 거짓말쟁이를 처단하고 있었다.
-ㅋㅋㅋㅋㅋㅋ
-잘가라
-ㅠㅠ 기억할게!
-큰 일은 애니프사가!
-유키노! 그냥 곱게 죽어라! 기억은 해줄게!
yukino07.
그는 채팅방에서 처음으로 천만 원을 언급한 자였다.
그걸 보고 너도나도 후원으로 채팅으로 상현을 속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뭐, 덕분에 많은 관심을 받게 되지만.
상현은 아직 바깥의 상황까지는 잘 알지 못했다.
그는 간신배를 처단한 상쾌한 마음으로 자리에서 일어난다.
“어쨌든 오늘 많은 후원 감사합니다. 저도 속아주느라 재밌었네요.”
-???
-속아주느라 ㅋㅋㅋ
-아직도 ㅋㅋ
-메소드 연기가 지나치시네요ㅎㅎ
-요원님!? 이것도 플랜이죠?!
그를 아직도 놀려대는 채팅들은 무시하고, 그는 이제 새로운 컨텐츠를 진행해 보려 한다.
“이제 저도 쇼핑 좀 해보겠습니다.”
지스타의 두 번째 막이라 할 수 있는 ‘쇼핑’이다.
이제 게임 시연 이벤트는 잠시 정리되고, 각 부스에선 게임사에서 제공하는 굿즈들이 메인으로 전시되기 시작하는데.
포인트가 사실상 무한대나 다름이 없는 상현에게 있어선 아무거나 살 수 있는 천국 같은 상황이었다.
그리고, 이 압도적인 자본을 가장 잘 활용하는 최고의 구매 방식이 있는데.
“그냥 쇼핑이 아니라, 경매를 해보려 합니다.”
바로, 경매였다. 이는 주혁이 추천이다.
“제가 릴을 제일 많이 했으니, 이번 부스 중에 제일 큰 레전드 테일 부스 한번 가 볼게요.”
그는 이번 한정판 굿즈 경매에서 가장 규모가 큰 릴 RPG 즉, ‘레전드 테일’의 부스로 향한다.
* * *
레전드 테일 부스는 이번 지스타의 메인 스폰서답게 으리으리하게도 꾸며져 있었다.
“와, 진짜 크네요.”
비록 챌린지 타임이 아니라, 판매 타임이라 게임 시연은 할 수는 없었지만 영상을 보는 건 가능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영상을 안 보는 게 거의 불가능했다.
온 벽이 다 스크린으로 되어 있어서, 계속해서 레전드 테일의 영상이 흘러나왔다.
“오…….”
릴 세계관에 등장하는 화신들이 등장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 세계관에서 언급됐던 ‘타란’이라는 국가라든가, 그 외에도 유저들 사이에서 추측만 난무했던 설정 같은 것들도 전부 시각적으로 구현된 모습이다.
“계약된 화신을 바꿔가면서 싸울 수 있는 건가요? 지금?”
레전드 테일에선 여러 화신과 계약할 수 있어, 실시간으로 깃드는 화신을 바꿔가며 스타일리쉬한 전투를 펼칠 수 있었다.
-와…… 쩌네
-캬
-이거 버그 ㅈㄴ터질거같은데 ㅋㅋㅋ
-쩔긴하네
-화신 갓챠 나오려나 ㅠ
아무래도 무한정으로 계약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이런 식의 전투라면 꽤나 재밌어 보이긴 했다.
영상들을 보면서 거닐던 중. 상현의 시선을 사로잡는 사람이 하나 있었다.
‘어?’
휠체어에 앉아 가만히 뭔 영상을 들여다보고 있는 여자다.
-앗 포권 하던 사람아님?
-포권 누나 ㄷㄷ
-여기서 뭐함?
시청자들은 아직 그녀가 아몬드 지인이라는 걸 모른다.
사랑은 인기척을 느끼고 뒤를 돌아본다.
희한하게 상현은 그녀를 처음 마주쳤을 때가 생각났다.
“안녕하세요.”
그녀가 먼저 인사를 건넨다.
“우승하셨던데. 경매하러 오셨나 봐요.”
“아, 네. 그 전에 잠깐 구경 중이에요.”
인사한 김에 상현은 근처로 다가갔다.
“뭐 보고 계신 거 같은데…….”
그러자 사랑이 자신이 보고 있던 화면을 가리킨다.
“아, 이거.”
마치 박물관에서 참고 동영상을 태블릿에 놓아둔 것 같은 모양새였는데.
그거보단 훨씬 큰 스크린에 띄워진 설명 영상이었다.
[파장 변경식 그래픽 구현]레전드 테일이 어떤 방식으로 풀다이브를 구현하는지에 대한 설명이었다.
게임계는 의료법상으로 무조건 표기해야 하며, 모든 게이머들이 알 수 있도록 전시되어야 한다.
“이런 대규모 온라인 게임에서 이 방식은 처음이라서요.”
왠지 묘하게 흥분한 것 같은 말투였다.
그걸 떠나서 이 여자, 오늘 정말 기분이 좋아 보인다.
평소와 같은 사람이 아닌 것처럼.
“이거 관련해서 나름 괜찮은 가설이 있었…….”
사랑은 말하다 말고 아몬드의 고글을 훑어보더니 묻는다.
“혹시 방송 중?”
카메라와 그녀의 눈이 마주쳐 버린다.
“아, 네.”
-와 존예
-헉 창피한가?
-헐 예쁘시다
사랑은 얼른 시선을 피한다.
“아, 몰랐네요. 방송 계속하세요. 전 그냥 더 보다─”
─척.
그때, 상현은 고글을 위로 올려 써버린다.
-엥?
-뭐냐?
-??
시청자들은 천장밖에 보이지 않게 됐다.
“이러면 안 보일 거예요.”
“……?”
사랑은 다시 물끄러미 그의 고글과 눈을 번갈아 보더니.
입을 가리킨다.
마이크도 꺼달라는 것이다.
그래서 마이크도 껐다.
-???
-뭐야 둘이 뭐 하는데?
-아니 뭐냐!?
-어이! 아 사장! 문열어!
-이, 이게 인싸?!
“아까 하던 말…… 뭐예요?”
마이크가 꺼진 채, 상현이 사랑에게 물었다.
“좋은 가설이 있다는 거.”
사랑은 뇌파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이는 상현도 꽤나 민감한 주제이다.
‘적어도 나보다 몇 년은 더 그걸로 고생했던 사람이니까. 더 알고 있는 거 같아.’
상현이 겪고 있는 문제에 관해서, 사랑은 훨씬 더 많은 지식을 갖고 있다. 송하나 의사와의 친분도 훨씬 깊고.
“가설이 있었다……라고 하는 게 맞아요.”
사랑이 입을 뗀다.
“제 신경 쇠퇴 현상이 나아질 수도 있다는 가설.”
“……?”
너무 놀라는 표정에 사랑이 고개를 젓는다.
“뭐, 연금술 같은 얘기죠.”
실패했다는 말이다.
뭐, 그거야 상현도 현재 사랑의 상태를 보면 알 수 있었다.
“근데 이런 대규모 게임에서 구현된 건 시험 안 해봐서…… 뭐, 그냥…… 혹시나 하고…… 보고 있었죠.”
말하다가 힘이 빠지는지 점점 말이 느려진다.
“저는 처음 듣는 얘기네요.”
“의사들은 너무 희망적인 얘기는 잘 안 하잖아요?”
“아…….”
“뭐…… 우리 하나 씨는 좀 입이 가벼우신 편이지만.”
이 대목에서 그녀는 피식 웃었다.
“너무 옛날 일이라 잊어버리신 걸 수도.”
상현은 이 얘기를 듣자마자 바로 깨달았다.
왜 의사들이 그리 희망적인 얘기를 하지 않는지.
두근!
그의 심장이 갑자기 빨리 뛰기 시작했다.
또 실망할 것을 알면서도.
“어!? 아몬드 님 맞죠!”
누군가 아몬드를 부른다.
몰랐는데, 어느새 뒤쪽이 소란스럽다.
그가 돌아보자 금발 머리의 여성이 꺄악 소리를 지른다.
‘레이나?’
그녀는 레이나의 복장을 하고 있었다.
코스프레 모델인 모양이다.
그녀가 모델이라고 생각한 이유는, 그녀 뒤에 사진을 찍기 위해 따라오는 남자들이 한가득이어서다.
일반인한테 저랬다간 무서워서 도망갈 것이다.
“아몬드 님 맞죠! 와! 여러분! 아몬드 님이에요!”
“아…… 잠시…….”
상현은 사랑이 있던 곳을 돌아보면서 뒤로 물러났는데.
‘갔네.’
그녀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와아! 아몬드!”
“아몬드다!”
대신 웬 남성들이 그를 둘러싸기 시작했다.
상현은 일단 다시 고글을 쓰며 마이크를 켰다.
-???뭐야 왜 갑자기 너프됐냐
-아니 어여쁘신 누님은 어디가고 ㅅㅂ 웬 ㅋㅋㅋㅋ
-얘넨 또 뭐얔ㅋㅋㅋㅋㅋ
-지금 위급상황인가요?ㅋㅋㅋ
-대체 누구임?
대체 누구인지는 이쪽이 궁금하다.
그들이 들고 있는 깃발을 본다.
[데미안 협회]데미안 협회, 줄여서 데협.
‘데협!?’
상현은 솔직히 깜짝 놀랐다.
그냥 밈으로만 존재하는 줄 알았는데.
실체가 있는 집단이었다니.
‘무서운 놈들…….’
데협이란, 자신들이 레이나의 활 데미안이라 지칭하는 광인들이 모여 만든 협회다.
참고로 이 데협들은 아몬드를 한 번도 좋게 봐준 적이 없었다.
“여, 여러분 저 사람들 데협 같은데요…….”
방송에만 들리게끔 작게 속삭인다.
-엌ㅋㅋㅋ데협이야???
-???: 저 인싸놈은 왜 온건데? 씨익씨익……
-아니 진짜 데협이라고 써있어 미친ㅋㅋㅋㅋ
-헐 구타당하는거 아니냨ㅋㅋㅋ
시청자들이 이런 걱정을 할 정도로, 데협은 공식적으로 아몬드를 싫어한다.
그야 레이나가 아몬드에게 보이는 반응이 일반적인 데협들에게 보이는 반응과는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또한 그들은 3성을 클리어 못 했는데, 아몬드는 단 한 번 시도로 클리어해 버렸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그냥 질투심이다.
그런 와중에 레이나 코스프레 모델이 사진을 한 번만 찍어달라 부탁하고 있다.
“아몬드 님 메인 화신이 저잖아요? 기념샷 한번 안 될까요?”
-이 사람 레이나 그 자체네 ㅅㅂㅋㅋㅋ 왤케 달라붙어 ㅋㅋㅋㅋㅋ
-이분 레이나 강신된 건지 확인좀
-레이나야~ 로그인해라~?
-페이스 아이디 ㄷㄷ
-현실에서도 먹히는 페이스 아이디
아몬드는 조금 곤란한 표정이 되었다.
그야 이 모델이랑 사진 찍고 싶어 하는 사람이 널렸는데. 그 사람들이 심지어 데협인데. 뭔가 모양새가 이상하달까.
그런데, 의외의 반응이 나왔다.
‘어?’
남자 팬들이 조금씩 이쪽으로 줄을 서는 것이다.
“어. 뭐야. 아몬드도 사진 찍어주나 봐.”
“아몬드 사진 촬영 행사야?”
“오. 아몬드 사진 개꿀~”
심지어 가장 앞에 서 있었던 사람도 아몬드에게 부탁했다.
“저…… 저도 아몬드 님이랑 찍어도 될까요?”
“그럼 이렇게 셋이 갈까요?”
모델은 신나서 이렇게 제안했고, 상현도 일단은 끄덕였다.
“아…… 그러시죠.”
갑자기 일어난 상황이지만, 뭐 이건 유명인이 감당해야 할 일 중 하나다.
무엇보다 데협들의 반응이 생각보다 좋아서 상현도 기분이 좋아졌다.
‘실제는 많이 다르구나.’
데협들은 무조건 아몬드를 배척한다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현실에서 만나니 그렇진 않았다.
-헐 ㅋㅋㅋㅋ 다들 아몬드 좋아하네
-데협들…… 실제로는 착하구나?
-악질 데협이 뒤에서 칼로 찌를 수도 있습니다 형님. 조심하세요!
-뭐야 너네 왜 아몬드 좋아하냐? 어?
-이 새끼들 컨셉이었네ㅋㅋㅋ
-어둠의 아사모였나……
“저 사인 좀요.”
“저도!”
갑자기 사인까지 해주게 된 아몬드.
그러던 중, 이런 정보를 듣게 되는데.
“어. 근데 아몬드 형님도 데미안 경매하러 오신 거죠?”
데미안 경매? 이건 또 뭔 소리인가?
“오늘 한정판으로 나오는 각종 화신 무기 경매가 나오는데. 데미안이 제일 고퀄이더라구요. 아예 실제 사이즈고 진짜 활이에요.”
데미안을 실제로 굿즈로 만들어서 판다고?
몰랐다. 그런 게 있는지.
‘활?’
아몬드가 레이나의 활이라는 말에 혹하는 가운데.
저쪽 먼 곳의 기둥 뒤, 탐탁지 못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는 세력이 있었다.
그들 역시 데협이었다.
모든 데협들이 그에게 적대적인 건 아니었으나.
바꿔 말하면 모두가 그에게 호의적인 것도 아니었던 것이다.
특히나 경매 상품이 레이나의 활이 걸린 이 상황에선 더더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