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574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42화
16. 경매(1)
레이나의 활 데미안.
성소로부터 선택받은 전장의 적격한 무기이자, 그녀의 어린 시절 스토리가 녹아 있는 활.
자신과 평생을 함께해야 하는 활에 데미안의 이름을 준 것으로 보아 데미안에 대한 애정도 확인할 수 있었지만, 반대로 그토록 애정하는 데미안의 이름을 받은 활을 얼마나 아끼는지도 알 수 있다.
즉, 이 활은 설정상 레이나가 목숨처럼 아끼며 애지중지하는 물건인데.
아몬드는 조금 당혹스러웠다.
‘왜 이러는 거야.’
그런 상징성이 있는 물건이라면, 데협들이 갖고 싶지 않겠는가?
“여태껏 한 번도 없던 실물 사이즈 SSS급퀄 굿즈래요.”
“형이 이겨줘!”
“사줘!”
이들은 아몬드더러 경매에서 데미안을 가져가 달라고 하고 있었다.
“차라리 아몬드가 가져가는 게 낫지. 어차피 우린 글렀어.”
“아몬드가! 데미안의 적임자다!”
자신들이 갖지 못할 바엔, 자신들이 인정할 수밖에 없는 아몬드에게 바통을 넘긴다는 것 같았다.
“1만 포인트가 고르는 물건을 어케 막냐고~~”
“천장 뚫었으면…….”
아몬드는 1만 포인트의 소유자다.
그런 그가 데미안 경매에 참여하면 당연히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근데 그렇다고 굳이 응원까지?
이게 맞는 걸까?
‘음…….’
아몬드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데협들이 그리 간단히 레이나를 놔줄 놈들이 아니잖나?
-데협쉑들ㅋㅋㅋ 뭐임
-얘네 괜찮은 거냐? 다 포기했나?
-?? 왜 이러는 건데 ㅋㅋㅋ
시청자들 중에서도 이상하다고 느끼는 자들이 있다.
띠링.
뭔가 이 이해관계를 잘 아는 듯한 사람이 한마디 한다.
[호갱 님이 1천 원 후원했습니다.] [이거 가격 올리려고 수작부리는 거임]가격을 올려?
자기가 사지도 못할 물건의 가격을 올려서 뭐 한단 말인가?
-엥?
-그래서 뭐하는데
-데협 애들 다른 레이나 굿즈 때문인가봄!
-자기 다른 상품??
-아. 레이나 캐릭터 자체 가격 상승 노린거네ㅋㅋㅋ 와 ㅋㅋㅋ
대충 채팅으로 추론해 보자면, 이들은 아몬드 같은 큰 손이 진입해서 데미안의 가격을 올리길 바라고 있었다.
띠링.
[호갱 님이 1천 원 후원했습니다.] [데미안 낙찰가 상승 → 레이나 밸류 상승 → 레이나 관련 다른 굿즈 가격 상승]데미안의 낙찰가가 높아지면, 레이나의 가치가 상승된 것으로 판단되고, 그러면 레이나의 다른 굿즈도 리셀가가 높아지기 때문.
‘뭐야. 잘해준 것도 이거 때문이야?’
데협들이 왜 친근하게 구는가 했더니. 결국 돈 때문이다.
뭔가 김빠지는 듯한 표정이 된 아몬드.
‘그래도 좋은 게 좋은 거지.’
약간 속은 느낌이긴 하지만, 크게 상관하진 않았다.
어차피 아몬드도 활이 갖고 싶고, 이들도 아몬드가 활을 갖길 원한다.
서로 나쁠 게 뭐 있겠는가? 이해관계가 딱 맞는 것일 뿐. 서로 이용하고 착취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흔쾌히 경매에 참여해 주기로 한다.
어차피 할 예정이었으니까.
“예. 참여해 볼게요.”
와아아.
모두가 환호성을 지르는 것 같지만.
“칫…….”
여기엔 또 다른 이해관계자들이 있었다.
* * *
아몬드에게 데미안을 사게 한다? 그래서 값을 높인다?
“안 될 소리!”
쿵!
한 데협이 테이블을 후려치며 일어난다.
그렇다.
데협의 모두가 이 의견에 동의하는 건 아니었다.
반대파가 존재한다.
이 반대파는 자칭 근본주의자라 불리는 집단.
“세속주의자 새끼들…… 지들 돈 때문에 감히 최초의 실물 SSS급 데미안을 저 인싸 놈에게 넘겨? 데협 제명감 아닙니까?”
“그러니까! 협회명이 데미안인데 데미안을 넘기다니. 말이 앞뒤가 안 맞잖아, 앞뒤가……!”
“레이나 팬이 아니라, 레이나 장사꾼이야 저 새끼들은.”
돈이고 나발이고, 이들은 아몬드에게 레이나의 마음(?)을 뺏긴 것도 모자라 현실의 굿즈까지도 뺏기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나 때로 현실은 가장 잔인한 소설보다도 냉혹한 법.
“근데 방법이 있습니까?”
“하필 저놈이 만 포인트라니…….”
아몬드에게 레이나 굿즈를 뺏기지 않는 게 더 힘들어진 상황이다.
아몬드가 지스타 포인트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해 버리는 바람에, 자본력에서 그를 감당할 사람이 없었다.
심지어 2등부터 5등까지 힘을 합쳐도 그보다 포인트가 낮다.
사실상 경매에선 아몬드가 왕인 셈이다.
“하아. 그나마 방법은 데미안이 나오는 걸 몰랐어야 하는데.”
“쟤네들이 가만히 있겠냐. 쪼르르 가서 알려줘 버렸잖아.”
애초에 데미안이 나온다는 사실조차도 모르게 하는 게 유일한 방지책이었는데. 그건 사실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같은 탁상공론이었다.
누구 하나만 입을 열어도 바로 알려지지 않겠나?
심지어 간악한 세속주의자들은 심지어 하나도 아니며 집단적으로 이익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이걸 틀어막는 건 불가능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미 쪼르르 달려가 알려주고 있다.
애초에 아몬드가 경매에 참여하는 건 거의 운명적인 필연.
“전략이 필요해.”
차라리 경매에서 그를 앞설 수 있는 전략을 짜는 게 중요했다.
“그런 게 존재할까요? 만 포인트 앞에서?”
하나 이 방안 역시도 만 포인트라는 커다란 벽 앞에 막막해지는데…….
“……방법은 있지. 늘 그렇듯이.”
누군가 방법을 제시하려 한다.
이에 혹자는 물을 것이다.
아니, 경매라는 게 가격 높게 부르는 놈한테 물건 주는 건데. 애초에 돈 많은 놈을 이길 방법이 있는 거야? 라고.
“물론 절대 돈을 이길 순 없어.”
전략을 제안한 데협이 단정 지었다.
“그러니 상대가 돈이 없게 해야 된다. 돈을 분산시키는 거야.”
전략은 이러했다. 상대의 포인트를 분산시킨다.
“일단,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못하게 할 것.”
* * *
데협의 근본주의자들 중 하나가 아몬드에게 다가가서 말을 건다.
“아몬드 님. 데미안도 데미안인데. 그전에 나오는 것들도 괜찮은 게 많이 있습니다.”
-??
-얜 또 뭐야
-방문 판매하는 사람 같누 ㅋ
-데협놈들 질척거리네
아몬드에게 데미안 말고도 다른 제품들을 소개시켜 주는 데협.
“보세요. 미호 누님을 모델로 한 서큐버스의 한정판 스킨 피규어도 있고…… 아, 지인이시라 이건 민망하실 수도. 그럼…… 사율 조합 기억하시죠?”
아몬드가 데미안에 모든 돈을 쏟아붓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가 가진 포인트가 워낙에 많으니, 조금 분산시키는 것으로는 의미도 없겠으나.
일단 이것이 1차 작전인 듯했다.
“사율이요?”
“사나랑 율이랑 같이 정글 돌고 미드 서면서 계속 같이 다녔잖아요?”
“아……!”
근접 전투의 화신이지만, 종이짝 맷집을 자랑하는 율과 원거리 타격 힐러인 사나가 조합되어 싸우는 조합.
아주 예전에 유행하던 다 죽은 조합을 최근 난트전에서 타코와 아몬드가 선보이면서 꽤나 화제가 됐었다.
물론 굳이 그 사건이 아니더라도, 이 조합은 한때 워낙 악명이 높았기에 이렇게 콜라보 피규어로도 나온다.
“이번에 그 둘을 처음으로 콜라보 피규어로 만들어줬습니다. 사율 조합 컨셉인 건데. 이런 건 진짜 레어한 게 폴리스에선 두 캐릭터가 같이 들어간 피규어는 거의 안 만들…….”
듣자 하니 릴 좀 좋아하면 눈 돌아갈 만한 것들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이번 메인 스폰서가 릴의 RPG 게임인 레전드테일이라서 제작사에서 신경을 많이 썼다.
‘괜찮네.’
아몬드는 어차피 포인트도 많은데 다 사 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때─
“어? 아직도 안 들어가고 있었어? 거기서 뭐 해? 이미 시작인데?”
주혁이 아몬드를 부른다.
아까 먼저 들어간다던 놈이 아직도 입구에서 있는 걸 보고 놀란 것이다.
“아. 잠시 팬들 때문에.”
“아, 그렇구나. 안녕하세요. 매니저입니다.”
주혁은 웃으며 데협들에게 인사를 건네며 다가온다.
“……아, 안녕하세요.”
“앗…… 네, 네.”
생각보다 너무 커다란 덩치에 위협을 느낀 데협들은 저도 모르게 뒤로 물러났다. 찔리는 게 있으니 그렇다.
“저희 경매를 하러 가야 해서…….”
“아, 아! 예! 가 보세요! 저희도 경매 가야 하거든요! 하하하!”
“예, 그럼…….”
음?
주혁은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 * *
경매장 안으로 이동하는 길.
“뭐?”
주혁은 상현으로부터 조금 신기한 말을 듣는다.
“경매에서 사면 좋을 법한 것들을 데협들이 알려줬다고? 데미안이 나온다는 것도?”
“응. 의외로 호의적이야. 시청자들은 데미안 가격 올리고 싶어서 그런 거라는데.”
“음…….”
주혁은 아리송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근데 다른 것도 다 알려줬다며.”
“어. 근데 그 사람들은 앞에 사람들이랑 좀 다른 사람들 같았어.”
“다른 사람들이라…….”
같은 데협이긴 한데, 다르다는 말이었다.
주혁은 왠지 무슨 상황인지 알 것 같았다.
적어도 아몬드의 자산을 분산시키려는 것만은 확실하게.
“어쨌든 가 보자. 우리야 총알이 많으니 걱정할 게 있겠냐.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해라. 일단 저기 앉으면 된다.”
가진 게 워낙 많으니, 조금 미끄러져도 상관 없을 것이다.
주혁은 그렇게 말하고는 편한 마음으로 경매장 의자에 착석하는데.
“이거.”
척.
상현이 그에게 팻말을 내민다. 경매에 참여할 때 쓰는 스크린이 달린 팻말이다.
“응? 네가 안 하고?”
“응. 난 경매 안 해봐서.”
-호두 대리 맡기네 또 ㅋㅋㅋ
-신속 정확 호두 ㅋㅋㅋ
-호두만큼은 쿨하게 양보하는 남자!
-???: 요원님?! 이또한 플랜이죠!?
“아…… 그래.”
주혁은 팻말 앞뒤를 살펴보며 묻는다.
“갖고 싶은 건 정했어?”
“일단은 데미안밖에 없어. 레이나 활인데 한정판으로 나온대. 그 외에는 그냥 괜찮아 보이는 거 입찰하자.”
“오케이. 이 정도 총알이면 싹쓸이지.”
안 그래도 주혁은 방금 데협들에 관한 얘기를 듣고 생각해 놓은 경매 전략이 있었다.
직접 한다면 훨씬 수월할 것이다.
* * *
경매장 안은 이미 열띤 분위기다.
조금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첫 번째 상품은 지나간 후다.
“자, 자! 두 번째 상품!”
이번에 나오는 건 두 번째 상품이다.
“폭파광 테리의 스태츄입니다. 상당한 퀄리티이고요. 한정판은 아닙니다만. 앞으로 판매하게 될 초판입니다. 일단 오늘의 분배율을 고려하여 100포인트부터 시작하겠습니다.”
분배율이란, 이 포인트 시스템에서 꽤나 중요한 개념인데.
말 그대로 포인트가 누구에게 얼만큼 갔는지, 빈부 격차는 얼만큼 나는지에 대한 수치를 말한다.
이번 지스타는 역대급으로 낮은 분배율이 나왔다. 1등의 포인트가 너무 높기 때문이다.
분배율이 낮게 책정되면, 지스타는 전체적으로 시세를 내려 버린다.
적은 포인트를 가져간 사람들도 참여라도 할 수 있게끔 배려해 주는 것이다.
‘그게 오히려 배려가 아니게 되지.’
사실 이런 배려 때문에 오히려 많이 가진 쪽이 훨씬 유리해진다.
많이 가졌는데, 물가는 싸니까.
‘일반 판매에서도 유리하지만, 특히나 경매에선 더 유리하지.’
이 분배율에 따른 가격 책정 외에도, 지스타의 경매 환경은 더욱 특수한 점이 있는데.
바로 여기서 자본이 가장 높은 10인을 공개해 버렸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심리적으로 이 10인과의 대결이 붙으면 그냥 바로 포기해 버리게 되어 오히려 돈이 많은 사람이 더 적은 돈으로 입찰이 가능하게 된다.
‘아몬드가 끼어들면 거의 다 꼬리 내릴 수밖에 없어.’
심지어 아몬드는 여기서 압도적인 자본을 가진 자.
이 경매장에서 가장 두려운 자였다.
“참여 간다.”
“어? 이걸? 폭파광?”
상현은 저걸 굳이 왜 사냐는 듯 되물었으나.
주혁은 팻말을 들어버린다.
척!
“아. 14번님! 300! 300 불렀습니다! 310 있습니까? 310 있습니까~?”
그에게 대적할 자는 없을 거다. 어차피 붙어봐야 피 볼 것이 자명하니까.
“헐. 아몬드야?”
“14번이 아몬드다. 잘 기억해.”
“이런…….”
“미친 아몬드 여기로 왔구나?”
아몬드가 만 포인트를 갖고 있는 걸 뻔히 아는데. 덤빌 엄두를 못 내는 게 당연했다.
그러니 이번 경매품은 쉽게 넘어온다.
‘원래라면 그래야 하지.’
그게 원래의 모습일 터다.
그런데─
“아! 92번! 400!? 지금 한 번에 100을 레이즈합니다!”
주혁은 뒤를 돌아본다.
정말로 어떤 남성이 100을 레이즈했다.
“자~ 400입니다! 410 있습니까?”
역시 현실과 이론은 달랐다.
여긴 아몬드의 포인트를 털기 위해 제 몸 하나 기꺼이 불사르며 뛰어드는 세력이 존재한다.
‘잘 걸렸다.’
다시 앞을 보는 주혁의 입가엔 조소가 걸려 있었다.
이론과 현실의 괴리가 생긴다면, 그건 이론이 어설픈 것이다.
잘 세운 이론은 현실의 변수마저 맞힌다.
척!
그는 다시 팻말을 든다.
“아아아! 14번! 410으로 레이즈!?”
한낱 폭파광 스태츄 따위에 기이한 레이스가 펼쳐지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