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577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45화
17. 억까 뒤집기(1)
“……하?”
무려 1,400포인트를 잃게 된 데협은 더 이상 경매에 참여할 힘이 사라졌다.
“야, 야. 우리 설마…… 합치면 지금 몇 포냐?”
“……하아.”
“2,000은 넘지? 어? 더 불러모을까? 어?”
이것 외에도 이래저래 당한 게 많아, 그들은 이제 포인트를 다 합쳐봐야 2,000이 넘질 못했다.
2,000을 넘어도 상대를 이길 방법이 없었다.
연속으로 상대를 골탕 먹여도 이쪽이 본전인 판에, 이쪽이 연속으로 골탕을 먹어버렸다.
게다가 이번 건 아주 치명타였다.
그냥 KO 패배였다.
[남은 포인트: 0]데협 중 하나가 자신의 남은 포인트를 보고 참지 못하고 소리를 내지른다.
“으, 으아아아아아아악!”
데협들의 비명 소리가 상현이 있는 곳까지 들렸다.
-ㅁㅊ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소리 다들렼ㅋㅋㅋㅋ
-데협 무친넘들 ㅋㅋㅋ진짜 광기네 ㅅㅂㅋㅋㅋ
-레이나를 그냥 포기하라고~
-레이나도 데미안이 아몬드한테 가는 걸 더 좋아할 텐데~~
-ㄹㅇ 참교육이네 ㅋㅋㅋ
-데협 행복사 ㅋㅋㅋㅋㅋ
-데협의 허리가 활처럼 휘었다……
.
.
.
방해하던 이들이 사라지니, 이렇게나 경매가 수월할 수가 없었다.
레이나의 활이 나올 때까지 평온하게 사고 싶은 걸 살 수 있었다.
그리고 레이나의 활이 나왔을 때도 딱히 대단한 경쟁자는 존재할 수 없었다.
애초에 2,000포인트만 되어도 이제 따라올 자가 없었다.
2,600을 가진 단무지는 다른 모바일 게임 피규어 경매로 향했었고, 2,100을 갖고 있던 3등은 전 재산을 데미안에 쓸 수는 없었다.
그러니 자연스레 아몬드의 차지다.
“축하드립니다! 14번!! 리미티드 에디션! 레이나의 활! 데미안 낙찰입니다!”
와아아아아!
관중들의 환호와 함께.
띠링.
레이나의 활이 상현의 휴대폰 화면에 떠올랐다.
단순히 화면에 뜬 게 아니라, 홀로그램으로 위로 붕 떠오르기까지 한다.
“오…….”
홀로그램 워크까지 제공되는 퀄리티.
물론 곧 받게 될 실물은 이보다 훨씬 더 대단할 것이다. 나름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출시된 굿즈니까.
-캬
-레입도에 이어 레활도 ㅠㅠ
-이젠 활까지……?ㅠ
-레이나 활 도둑 ㅋㅋㅋ
-그렇게 다 가져야만 후련했냐!?
상현이 정말로 레이나의 활을 가져오자, 채팅창에선 질투와 부러움이 섞인 채팅들이 난무했다.
상현은 장난삼아 그곳에 한 번 더 불을 질러 버린다.
“아. 이 활 좋은 건가요? 진짜 모름.”
-인싸라 그런지 기만의 레벨이 다르누 ㅋㅋㅋㅋ
-???: 184에 꽃미남 금수저입니다만, 제 인생 이걸로 괜찮을까요? 진짜 몰라서
-모르긴 뭘 몰라 #*@&*@*(*
-무슨 개솔*#(%*@(&*$@ ㅡㅡ
농담으로 받아주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반면, 그의 방에도 데협들이 몇 들어와 있는지, 험한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상현은 기분이 나쁘다기보단 오히려 좋았다. 승자의 여유랄까.
스트리머가 기분이 좋으면, 시청자들에게도 영향이 간다.
시청자들 역시도 데협들이 발작하는 게 오히려 재밌다는 반응.
-앜ㅋㅋㅋ 데협 눈깔 뒤집어져요오옷!
-ㅂㄷㅂㄷ미쳤네 ㅋㅋㅋㅋㅋ
-진짜 데협들인가봐
상현도 함께 데협들의 부글부글 끓는 채팅들을 보며 흐뭇해하던 찰나.
눈에 [+더보기]라고 되어 있는 설명이 보였다.
“설명이 있네요. 좀 보겠습니다. 이거 좋은 건지 뭔지 진짜 몰라서…….”
-ㅋㅋㅋㅋㅋㅋ엌
-견과류 쉑 또 개가튼 컨셉 하나 잡았누
-데협들 이제 큰일났다 하루종일 이걸로 가겠넼ㅋㅋㅋ
“읽어보고 안 좋은 거면 그냥 팔겠습니다~”
상현은 이미 거의 다 죽어가는 시체에까지 마지막 딜을 넣으며 설명을 읽어보는데.
[화신 레이나의 성소로부터 허락받은 무기, 데미안을 가장 유사하게 현 차원에 투사하여 만들어낸 물건이다. 은은한 푸른빛을 내는 철로 만들어진 것이 특징이며, 특히 달빛을 받았을 때 그 은은함이 가장 돋보인다. 그 원본에 비할 바는 못되나, 현재까지는 차원 기술자들의 능력이 여기까지인 것으로.]설명도 나름대로 컨셉을 지키면서 쓰여져 있는 모습이다.
-과몰입하기 딱 좋은 설명 ㅋㅋㅋ
-와 이런거 좋다 ㅠ
-우리 차원으로 보낸 투영? 투사? 뭐 그런 거라는거네.
여기까지는 그냥 활에 대한 설명이었는데.
추가 설명이 흥미로웠다.
[비록 투사된 그림자에 가까운 물건이지만, 그 투사율의 순수함이 워낙에 높은 터라, 이것은 타 차원에서도 그 영향력을 발휘한다. 이 영향력은 좁은 전장을 나서 넓디넓은 대지와 바다, 열린 세계로 나아갈 때도 도움이 될 것이다.]이게 무슨 말인가?
상현은 잠시 생각해 본다.
좁은 전장을 벗어나 열린 세계로 나아간다……?
나머지 설명을 읽어보도록 하자.
[차원 너머의 계약자여 이제부터 당신의 싸움은 성소 너머의 기억으로 잊혀지지 않으리라. 그대가 쌓아 올린 서사시는 이야기로서 전승될 것이며, 대와 대를 걸쳐 후에 결국 전설이 되리라.]‘더 이상 성소 너머의 기억으로 잊혀지지 않는다…….’
상현은 그간 릴의 스토리 모드들 설정을 떠올려봤다.
물론 란의 스토리 모드 같은 경우는 전장 안에서의 삶을 다루지 않았으나.
전장 안에서 이뤄진 스토리 모드에선 이 ‘기억’이 늘 중요한 요소로 다뤄졌었다.
‘전장을 벗어나서…… 이제부턴 기억이 안 사라진다는 건가?’
현재의 릴은 3개의 전장으로 이뤄져 있다.
생존전, 공성전, 호송전.
이 세 모드는 전부 단일판 대전 게임이며, 각 게임은 다른 게임에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설정상 성소로 인해 모든 기억이 제거된 채 재시작되기 때문이라는 설정이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그냥 대전 게임이라 그런 거다.)
그런데 더 이상 잊혀지지 않을 거라는 건 무슨 말일까?
대전 게임에서 이전 게임이 현재 게임에 영향을 끼치게 하면 어쩐단 말인가?
마지막에 달린 조그마한 코드를 보면 바로 알 수 있었다.
[레전드 테일 인증 코드: *******]정답은 ‘대전 게임이 아니다’였다.
이들은 현재의 대전 게임인 ‘라이프 이즈 레전드’를 말하고 있는 게 아니었다.
MMORPG 형태를 갖고 있는 레전드 테일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다.
즉, 이 활이 레전드 테일에서 어떤 가치를 지니게 된다는 뜻.
-이거 레전드 테일 얘기 같음
-와 이거 약간 그거 아님? 클로즈 베타 유저 특혜
-아니 금수저 스타트라는 건가?
-ㄷㄷ 개쩌는거였네???
-이래서 리미티드 에디션이구나.
이 실물 데미안 피규어는 단순히 현실에서 존재하는게 아니라, 게임 안에서도 그 역할을 할 것이라는 말이다.
“…….”
상현은 이 모든 설정을 잠시 이해하느라 침묵하더니.
“이거 좋은 건가요? 잘 모르겠어서…….”
한 번 더 데협들을 놀렸다.
-읔ㅋㅋㅋㅋㅋ
-개좋은거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시체까지 들어서 패누……
-이거 설명까지 다 본 데협은 너무 행복해서 춤추고 있을 듯~~ ㅎㅎ
* * *
이런 대단한 물건을 빼앗겨 버렸으니.
얼마나 화가 치솟았겠는가?
아무 기능이 없었어도 갖고 싶어서 난리 쳤던 데협들인데.
“……이, 이런 거까지 있었다고?”
“미친.”
이번에 나온 데미안 피규어에 저런 기능까지 있었다는 걸 알게 됐으니, 인내심의 끈은 이미 활활 타서 하얀 재가 됐을 것이다.
그러니, 누가 이 글을 썼는지는 정황상 너무 뻔했다.
[진지) 분석有 아몬드 마지막 챌린지 부스에서 받은 포인트 이거 문제 있는데??]그들은 지스타 행사장 라운지에 모여 서로 노트북과 휴대폰을 꺼내 들고 작업을 펼치고 있었다.
글의 요지는 한 부스에서만 받은 포인트가 과도하게 많다는 것이다.
“아…… 이거 근데 몇 포인트인지 알 수 있음 좋은데.”
문제는 그 근거의 부실성이다.
이들이 근거로 삼는 거라곤 ‘한 부스에서 과도하게 잘해서 뽑아먹었다’라는 진행자의 말뿐이었다.
그리고 아몬드의 생방송 채널에서 다시 보기를 돌려본 결과.
“실제로 엄청 뽑아먹긴 했겠는데?”
“어. 최고 난이도로 올라가서 제대로 털었더라. 안 털어도 되는 것들까지.”
확실히 이 부스에서 얻은 포인트가 굉장하겠구나 싶었다.
타다다닥.
그래서 그들은 추가적인 선동글을 작성하기 시작한다.
여러 근거들을 올리면서, 거기에 그럴듯한 소문까지 얹어준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이 부스는 내일, 내일모레 영업 안 한다더라. 여기서 다 털려서.”
얼마나 포인트를 많이 따갔는지, 부스가 영업을 못 하게 된 것부터.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거! 아몬드가 여기서 광고 받았을 확률이 높아. 그게 뭐겠냐?”
“오……! 청탁!?”
“그거지!”
아몬드가 거기서 광고 받은 걸 마치 청탁인 양 부풀리기까지.
여기에 대충 워딩을 ‘이게 말이 되냐?’ ‘아몬드 실망’ 따위로 붙여놓으면 얼추 구색은 갖춘 선동글이 된다.
정리하자면 아몬드는 여기서 큰 광고를 해주기로 했고 그 대가로 말도 안 되는 포인트를 선물 받아 압도적인 1등을 차지하며 세간의 주목을 받아냈다…… 라는 시나리오가 완성된다.
타다다다닥…… 탁!
모든 글들을 업로드한 데협들.
“떡밥 물까?”
이제 커뮤니티 유저들이 그들이 던진 미끼를 물어주기만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물 거야. 벼르고 있는 놈들이 있으니까.”
유저들이 속아서 그 미끼를 물어주는 걸 기대하진 않았다.
아몬드를 까기 위해 기꺼이 속아주는 자들이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하는 것이다.
그들이 바람잡이 역할로 댓글 몇 개 달고 다니기 시작하면, 사안에 큰 관심이 없는 대중들도 혹하게 될 것이다.
이들이 원하는 쪽으로.
* * *
이때 마침 영상 업로드를 전부 마친 지아는 커뮤니티에서 반응을 보고 있었는데.
[진지) 분석有 아몬드 마지막 챌린지 부스에서 받은 포인트 이거 문제 있는데??]이런 글이 올라온 걸 목격한다.
“뭐야. 이게.”
처음엔 별 신경 쓰지 않았다. 아몬드가 유명해지기 전엔 이런 거 하나하나에 크게 반응했으나.
어느 정도 사이즈가 커진 뒤부터는 이런 건 일상이었다.
애초에 이런 말도 안 되는 거짓글이 설득력이 있다고도 생각 안 했다.
그러나 세상이 늘 예측처럼 굴러가 주지는 않았다.
잠시 후.
“……뭐야.”
지아는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흐트러뜨렸다. 짜증 날 때 나오는 습관이다.
“생각보다 굴러가는데.”
아까의 글이 추천을 마구 받으며 이슈글로 올라가기 시작한 게 아닌가?
-억까 아님?
└일단 이슈글로 올리면 알 수 있음 ㅎ
-아 어쩐지 너무 말도 안되는 포인트 나오더라
-한 부스에서 대체 얼마를 번 건데??
-한 만포 나왔냐?? 그럼 ㄹㅇ 미친건데
-1등 보상도 반납해라 ㅅㅂ ㅡㅡ
-이걸로 경매 깽판치는거야?
댓글을 보면 화가난 사람들이 몇 보인다.
아무래도 챌린지 포인트는 데협이 아닌 다른 도전자들에게도 예민한 주제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해, 아몬드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 만큼, 질투하는 세력도 많기에 이런 좋은 먹잇감이 뜨면 미친듯이 몰려드는 탓도 크다.
-아몬드 밀어주는 세력 진짜 있다니까
└뭔 ㅅㅂ 일루미나티여? ㅋㅋㅋㅋ
└이새낀 ㄹㅇ 병이네
애초에 이런 미친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도 존재하고 있는 마당에.
일루미나티보다만 설득력 높아 보이는 글이 나오면 추천을 누를 것이다.
무엇보다 이들이 발작하게 된 건 ‘뒷광고, 결탁’ 따위의 워딩이었다.
-여기서 광고도 설마 받았나? 그럼 ㄹㅇ 뒷광고 결탁 아님?
└그거까진 아직 모르는데 글쓴이는 ㅈㄴ 확신하네
└광고야 지스타에서 많이 받아와서 그걸론 모르지
└아무리 그래도 우연치곤 좀 웃기지 않나?ㅋㅋㅋ 하필 만포 이상 준 부스에서 광고도 받아와? 근데 그 게임 회사가 듣보다?
└ㄹㅇㅋㅋ 냄새가 난다
└거기 그래도 적당히 유명한 게임 몇 개 있는 곳임 시발아
-심지어 너무 많이줘서 그 부스 남은 날 영업 못한다더라.
지아는 어이가 없었다.
“이딴 걸 믿는다고.”
한 부스에서 거의 모든 포인트를 얻었고, 거기서 대신 광고를 받아왔다니.
그러다가 그 부스가 영업을 그만두게 됐다니.
하나같이 말이 안되는 음모론.
그런데 또 근거들은 있으니, 지아는 확인해 보기로 한다.
“통화 가능한가. 아, 별건 아니고…….”
그녀는 주혁에게 급히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묻는다.
그런데…….
“응. 거기서 거의 다 번 거 같다고. 아…… 진짜구나.”
뭔가 이상하다.
“그 부스가 그래서 내일이랑 모레 영업도 안 하고…… 이것도 진짜구나.”
왜 다 맞다는 거야.
“광고도…… 받았구나…….”
의외로 데협들의 글은 팩트에 기반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