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581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49화
18. 철저한 검증(2)
오늘 아침, 출근길.
히트맨 시뮬레이터 부스의 직원들은 모두 같은 생각이었다.
‘히히. 개꿀.’
‘오늘 칼퇴겠네.’
‘편하겠다.’
어제만 해도 온갖 시련이 닥쳐왔으나. 시련 뒤에 행복이 오는 법.
그때 한 번에 고통을 몰아받은 덕에, 오늘은 한결 여유로울 예정이다.
우선 손님 응대부터가 편해질 것이다.
그야 챌린지 포인트가 없으니까.
게이머들 숫자 자체가 현저히 줄게 된다.
‘그 빌어먹을 스트리머 놈들도 없겠지.’
여기에 더해서, 스트리머도 오지 않는다.
스트리머들은 방송거리가 있어야 등장하는 법인데.
챌린지 포인트도 하나 제공 안 하는 평범한 총질 게임에 굳이 찾아올 스트리머가 있을까?
히히. 직원들 입가에 절로 웃음이 나오는 상황.
“아. 그 카메라 들고 돌아다니는 놈들 없을 거라 생각하니까. 아주 속이 시원해. 그치?”
“맞아. 맞아. 진짜 신경 쓸 게 많아지잖아.”
별거 아니어도, 스트리머들이 오면 일단 카메라로 녹화 및 생방이 돌아가고, 부스 직원 입장에선 신경 쓸 게 괜히 더 많아진다.
혹여나 오해할 만한 것이 카메라에 들어가면 어떡하나, 어떤 문제가 생겼는데 그대로 생방송에 노출되면 어떡하나…….
작은 논란도 영상이 남았다간 큰 논란이 되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니.
이름 있는 게임 리뷰어라도 찾아오면 직원들은 초비상이다.
“리뷰어들은 대체로 다 왔고. 이제 진짜 스트리머 올 일은 없어 보인다.”
리뷰어도 없고, 스트리머도 없고, 게이머도 얼마 없다.
이젠 정말 편하게 출장 기간을 즐기기만 하면 된다.
그래, 그래야만 했었다.
분명히…….
* * *
와글와글.
“와. 오늘도 장난 아니네. 뭔 줄이냐?”
한발 늦게 출근한 과장.
그는 부스 근처로 다가가기 전엔 당연히 이 줄이 자신과 상관없는 일로 만들어졌다고 생각했다.
“우리 근처에 무슨 게임들 있었더라?”
“음…… 대체로 모바일 게임이었는데. 행사하는 걸까요?”
“지스타 자체가 행사인데 뭔 또 행사를 해?”
직원도 머리를 긁적이며 궁금해했으나.
그것도 잠시.
그냥 신경 꺼버린다.
“뭐가 됐든 그쪽 부스는 오늘 살맛 안 나겠네요!”
“그러게 말이다!”
내 일도 아닌데 뭐!
하하호호 웃으며 경쾌한 발걸음으로 자신들의 부스로 향하는 둘.
그러나, 웃음은 오래가지 못했다.
부스에 가까워질 때마다 점점 묘한 불길함을 느끼기 시작한다.
“어…… 과장님. 이거 왠지…….”
줄이 우리 부스까지 이어져 있는 거 같지 않나요?! 차마 입 밖으로 나오지 않은 말은 결국 현실이 된다.
히트맨 부스 입구가 보이는 순간.
“!”
“!?”
충격에 빠진 둘은 걸음을 뚝 멈춰 버렸다.
이 길고 길었던 이무기 같던 줄이 히트맨 부스 입구에서 머리가 잘려 있었으니.
* * *
아침부터 예기치 않은 손님들로 꽉 들어찬 히트맨 부스.
그 안으로 과장이 비집고 들어가 현 상황을 전해 듣는다.
“뭐!? 챌린지를 시켜달라고?! 포인트도 없는데 뭔 소리야?”
들어오자마자 막장이다.
“그냥 점수 안 줘도 되니까 열어달래요! 아몬드가 했던 거 그대로 달래요!”
포인트를 안 줘도 되면, 챌린지를 그럼 왜 해?
“아니. 포인트를 안 줘도 되니까 한다는 건 대체 뭐 하자는 거야?”
“글쎄요…….”
그들을 바라보는 직원들은 그저 머리만 긁적일 뿐이다.
“그냥 게임이 해보고 싶은 걸까요?”
“그럼 그냥 시연도 있잖아. 챌린지 모드로 해달라며.”
“그렇네요…….”
그냥 게임을 해보고 싶었다고 보기엔 굳이 어제 썼던 챌린지 시스템을 그대로 써달라고 한다.
정확하게 ‘아몬드가 했던 거’라고 와서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제야 과장은 깨닫는다.
팅! 머릿속에서 청량한 소리가 울리며 묵은 숙취가 다 사라지는 듯한 감각.
“아! 이거 그냥 그거잖아! 그거!”
그렇구나! 그거였어! 우리가 제대로 고른 거야! 광고 모델을!
반면 직원은 고개를 갸웃한다.
“그거요……?”
하이고.
과장은 답답한지 가슴을 퍽퍽 쳤다.
“노이즈 마케팅!”
아주 정확히 들어맞는 표현은 아니었지만, 얼추 구도는 맞았다.
아몬드에 관련된 논란으로 이 게임이 유명해졌고, 지금 분명 그 논란 때문에 이들이 게임을 하러 온 것이다.
요약하자면 이렇다.
“우리 대박 난 거라고!”
대박.
* * *
논란이면 논란이지, 굳이 게임을 왜 하러 와?라고 물을 수도 있다.
그 이유는 여기 줄 선 사람들 중 방송을 하는 사람들의 근처로 가 보면 충분히 추측해 볼 수 있었다.
“아. 예. 제가 논란이 됐던 아몬드 님의 ‘그 게임’ 한번 도전해 보러 왔습니다. 아, 근데 이게 지금 문제가 생긴 게…….”
일단 스트리머들은 논란과 관심을 받는 게임을 해보는 것 자체로 이득이 있기에 온 것이다.
그게 첫 번째 이유였다.
“……아몬드 님이 챌린지 포인트를 다 털어가서! 진짜로 챌린지 포인트를 받을 수는 없고! 그냥 포인트는 못 받더라도 도전은 해볼 수 있다고 합니다? 제가 그 포인트 받는 게 가능한지. 한번 가 보겠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일종의 ‘검증’이다.
아몬드가 했던 플레이가 어떤 수준인지 과연 그 포인트값을 하는지? 솔직히 그냥 보는 사람 입장에선 감이 안 잡힌다.
4.1㎞ 저격을 제외하면 정확하게 그 난이도가 와닿는 장면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커뮤니티에는 이런 반응들도 나왔었는데.
[저게 그렇게 대단한 플레이임???] [아니 그냥 쏘면 픽픽 쓰러지는데 무슨 정예 요원이여 ㅋㅋㅋ] [저 게임이 그냥 갸꿀이고 아몬드가 꿀을 잘 찾았네 ㅋㅋㅋㅋ] [런가이즈 1등이 더 어려워보임]이걸 검증해 보는 걸 컨텐츠로 잡고 온 스트리머들이 있는 것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직원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와…… 진짜 그 논란 때문에 온 거네!”
“이게 쉬워 보인다고!?”
“헐…… 아몬드가 한 걸 하겠다고?”
이들 입장에선 당연히 어이가 없었다.
아몬드가 오기 전엔 포인트 방어율이 모든 부스 중 최상위권이었던 게임인데.
이런 반응이 나온다니.
역시 방송과 미디어라는 게 무섭구나. 그냥 보면 쉬워 보이니까.
……따위의 생각을 하고 있는 와중.
“근데 곧 다들 인정하게 되지 않을까?”
과장이 가장 처음에 캡슐에 들어갔던 팀을 가리켰다.
치이이이익.
캡슐 4개 중에 이미 3개가 아웃되어 뚜껑이 열리고 있었다.
“아아! 진짜! 개아깝네!”
“하아. 이거 뭐냐? 미션 실패하면 걍 죽어야 되는데?”
“엥? 나 겨우 50포인트 줬는데……? 이거 좃버그 아냐?”
마치 굉장히 아쉽다는 듯 한탄하며 나오는 셋.
웃긴 건 이들 중 둘은 정예 요원이 아닌 그냥 요원급 난이도조차 배정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들이 받은 난이도는 ‘훈련자’라는 난이도.
가장 초보 단계인 ‘민간인’보다 하나 위에 불과한 중하수 난이도이다.
이들은 그러니까, 애초에 튜토리얼부터 걸러진 셈이다.
“뭐…… 저게 평균이긴 하죠?”
“그렇지.”
그들이 지나치게 못한다기보단, 저게 원래 게임사가 의도한 평균 실력이다.
“그나마 아직까지 하고 있는 사람이 좀 치네요.”
네개의 캡슐 중 여전히 남아 있는 캡슐은 한 명.
그 사람은 잠입 미션과 그 이후 이어지는 저격 미션까지도 안정적으로 진입했는데.
“음. 그렇네. 저 사람은 좀 오래 하겠다. 근데 애초에 훈련자 난이도잖아.”
“아…… 그쵸.”
애석하게도 그가 아무리 잘해 봐야 아몬드를 넘는 건 불가능했다.
난이도가 ‘훈련자’로 배정됐으니까.
심지어 그는 저격 미션에서 아주 크게 실패해 버렸다.
너무 거리 욕심을 냈기 때문이다.
실패 후 살아남을 수도 있었으나, 들이닥치는 적 요원들을 감당 못 하고 벌집이 됐다.
치이이익……!
캡슐이 열린 후, 그는 아쉽다는 듯 얼굴을 감싸쥔다.
“아……! 거의 다 했는데.”
푸핫.
직원들은 그 말에 웃음이 나오는 걸 참아야 했다.
아니, 애초에 난이도 배정 자체가 다른데 뭘 거의 다 했다는 거지?
심지어 그 난이도로도 아몬드가 간 곳까지 닿지도 못했는데.
그러나 굳이 직원들이 일일이 찾아가서 너 게임 개못하세요! 라고 설명해 줄 필요는 없었다.
그 일은 기계가 한다.
팅!
[얻은 포인트: 170]이번 포인트 계산이 끝나면, 알아서 깨달으리라.
170포인트.
아몬드가 얻었던 8,100포인트에 비하면 정말 터무니없이 적은 포인트였다.
“아니. 이거 버그 아냐? 이게 말이 되나?”
그는 카메라를 들이대며 직원들에게 다가왔다. 방송을 하는 사람인 모양이다.
“아니, 제가 죽인 게 몇인데. 왜 170포밖에 안 줘요? 아몬드는 무슨 한 명당 10포씩 주던데!?”
이 게임의 난이도는 플레이어에게 직관적으로 보여지는 식이 아니라, 오해할 만했다.
“도전자님은 난이도가 ‘훈련자’였구요. 아몬드 님은 ‘정예 요원’ 난이도였습니다.”
“……예?”
또 한 가지 문제는 여기 오는 사람들이 보통 이 게임의 난이도 존재 유무조차 잘 모르고 온다는 것이다.
아몬드 채널에 올라간 영상도 제대로 보지 않은 사람들이 냅다 도전하러 오는 거다.
“난이도? 그런 게 있어요?”
“예. 처음 튜토리얼 때 총 쏘는 방식이랑 샷 정확도나 반응 속도 같은 걸로 정해집니다.”
“……아. 제가 한 난이도 말고 또 뭐 있어요?”
“민간인, 훈련자, 프로, 요원, 정예 요원 순입니다.”
“아…… 훈련자는…… 쉬운 거였구나.”
스트리머는 자신이 받았던 난이도가 겨우 뒤에서 두 번째인 쉬운 버전임을 깨닫고, 시무룩한 표정을 짓는다.
그의 방송 채팅창엔 그를 놀리는 채팅으로 가득해져 버린다.
-응애 난이도로 호들갑 떤거였누ㅋㅋ
-ㅋㅋㅋㅋㅋ숙연……
-어휴 나댈 때부터 알아봤다 ㅉㅉ
-아몬드님 여기 한 놈 더 올라갑니다~!
-ㄹㅇ 어림도 없었네 ㅋㅋㅋㅋ
이처럼 아몬드의 기록에 도전해 보겠다고 오는 사람들은 많았으나.
하나같이 그 난이도조차 달성해 보지 못하고 돌아가는 일이 부지기수.
그들은 늘 카메라를 들이밀며 직원들에게 물었으나.
설명을 듣고는 같은 표정으로 돌아간다.
이게 거의 수십 번이 반복된다.
“와…… 빌어먹을. 사람 진짜 너무 많아.”
“심지어 다 같은 것만 물어봐. 여기 혹시 지옥이냐?”
응대하는 직원들의 힘이 점점 빠지고 있었다.
* * *
이렇게 시무룩해져 돌아가는 스트리머 및 도전자들이 한 트럭쯤 되어갈 때였을까?
“아니. 정예 요원 어떻게 받는데요? 조건이 뭔데요?”
이런 질문이 들려오면, 이젠 기계 같은 음성으로 답할 뿐이었다.
“처음 두 명~ 나오는 대로~ 죽입니다~ 머리에~ 빵빵~ 모두 죽입니다~ 그리고 다음 나오는 셋~ 죽입니다~ 당연히 머리에~ 빵빵~ 이것만 기억하세요~ 첫 시도에~ 머리에~”
힘 빠진 무성의한 목소리에서 얼마나 이 말을 반복했는지 느낄 수 있었다.
-ㅁㅊㅋㅋㅋㅋㅋㅋ 그냥 녹음을 해놔
-아니 노래로 외웠냐고 ㅋㅋㅋ
-소울리스좌 ㅋㅋㅋ
축 처지는 진혼곡을 다 들은 스트리머들은 모두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 된다.
“처음 나오는 적들을 전부 첫 시도에 헤드샷으로 맞혀야 된다구요? 너무 힘든데?”
처음 하는 게임에선 제 실력이 나오기 힘든 게 보통이다.
그런 와중에 갑자기 처음 등장하는 적을 전부 헤드샷으로 맞혀야 한다니? 그것도 총알 낭비 하나 없이 전부 첫 시도에?
너무 어려운 조건이었다.
“너무 어렵잖아요!”
“그렇습니다~ 정예 요원은~ 특별한~ 난이도~ 원래~ 더럽게~ 어렵습니다~ 어렵다~ 어려워! 아이~ 어렵다!”
어려운 거 맞다. 애초에 정예 요원 레벨이라는 게 그런 난이도인 것을 누굴 탓할까?
직원은 말이 안 된다며 불평하는 스트리머들에게 똑같은 대답을 수도 없이 들려준다.
“애초에~ 그 정도 가능하시지 않으면~ 정예 요원~ 도전~ 의미 없습니다~ 어림없습니다~ 워이 워이 물러가라~ 물러가~”
-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 멕이는 거아님?ㅋㅋㅋ
-어림없댘ㅋㅋㅋㅋㅋㅋ
-ㅁㅊ 물러가 뭐얔ㅋㅋㅋ
-좀 있으면 소금도 뿌리겠누
-엌ㅋㅋㅋ
영혼 빠진 대답에 기분이 상한 듯한 스트리머들.
“…….”
그러나 어쩌겠는가?
게임을 못하는데!
“에휴.”
그냥 돌아가는 수 밖에.
결국 이 시점까지도 아무도 아몬드의 난이도조차 도달하지 못했으니.
이 사실은 다시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될 수밖에 없으리라.
[속보) 검증하러 간다던 놈들ㅋㅋㅋ 다 아몬드가 했던 난이도도 달성 못함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