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584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52화
19. 최고의 파트너(2)
“……어?”
부스스한 머리로 침대에서 일어난 주혁.
그는 가장 먼저 휴대폰부터 찾았다.
‘어제…… 지아한테 영상 부탁한 거…….’
어제 지아의 영상을 끝까지 확인 못 했었다.
‘잘됐나.’
약간의 불안감은 있었으나, 큰 걱정은 없다.
‘설계된 대로면 잘됐겠지 뭐.’
질 수가 없는 싸움이었다.
데협들이 키보드로 선동 글을 쓰는 걸 본투비가 클로즈업으로 딴 그 순간부터 이건 이긴 게임이다.
얼마나 크게 이기냐의 문제였다.
주혁은 아몬드 채널을 열어보자 탄성을 지른다.
“오…….”
이미 백만 조회수를 넘기고 있는 한 영상.
[너무 잘해서 버그로 의심받은 챌린지 영상]조회수부터가 이미 얼마나 크게 이겼을지 짐작이 간다.
“대박인데…….”
그는 한껏 기대를 품고 영상을 틀어보는데.
이내 어리둥절한 얼굴로 머리를 긁적였다.
“이거 맞아?”
얘기했던 것과 편집이 너무 달랐다.
원래 인터뷰 화면이 직접 삽입되는 계획이었는데, 이 영상에서 그런 인터뷰 영상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대신 게임 내 자막으로 대체되었다. 이래서는 오피셜적인 느낌이 안 날 텐데.
잠시 걱정이 되었으나 주혁은 이내 깨달았다.
“……이게 훨씬 낫잖아?”
이게 원래 계획보다 낫다는 걸.
아니, 그 이상이다.
‘오히려 내가 하자는 대로 했으면 위험했겠어.’
자료 화면 삽입 방식이 얼마나 작위적이고 올드한 스타일이었는지. 이 영상을 보고 깨닫게 됐다.
주혁이 하자는 대로 했으면 안 됐다.
자칫하면 여론이 이쪽 손을 들어주지 않을 수도 있었다.
논란이 일어난 지 하루도 안 됐는데, 자기들이 열심히 인터뷰 따고 다니면서 해명하는 꼴을 생각해 보라.
‘마치 준비된 거 같잖아.’
논란은 갑자기 일어났는데, 인터뷰가 준비되어 있다?
꼭 논란을 예상하고 준비한 사람처럼 보일 거다.
애초에 모든 게 히트맨사와 계획된 것이라 생각될 수도 있다.
이렇듯 너무 열심히 해명하려 하면, 역설적으로 믿기 힘들어져 버린다.
이건 이성이 아닌 본능의 문제다.
누군가 갑자기 고삐를 끌려 하면 저항하는 것과 같은 본능.
반면 지아의 영상은 어떤가?
사람들은 고삐가 끌리는 줄도 모르고 끌려간다.
단순 게임 슈퍼플레이 영상인 줄 알고 허허실실 웃다 보면 어느새 머릿속은 아몬드 편이 되어 있는 것이다.
주혁이 건넨 정보가 게임의 진행에 자연스레 다 녹아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하자는 대로 갔으면 큰일 날 뻔했네.”
주혁은 씁쓸한 미소를 띠면서도 지아에게 칭찬 메시지를 보냈다.
[주혁: 영상 봤는데. 진짜 장난 아닌데? 원래 안보다 훨씬 낫네ㅎㅎㅎ]답장은 오지 않았다. 아무래도 지아도 바쁘거나 자고 있는 것이다.
몇 시에 일이 끝났길래 여태 자는 거야?
무심코 화면 한구석에 뜬 시계를 확인했다.
“어?”
생각보다 굉장히 늦은 시간.
조식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
그는 옷을 후다닥 차려입고 밑으로 향했다.
* * *
조식 뷔페로 뛰어온 그는 상현이 앉아 있는 곳을 발견한다.
‘음?’
그런데, 상현은 낯선 남자와 대화를 나누는 중이었다.
아는 스트리머? 아니었다.
느낌이 전혀 스트리머 같지 않았다. 스트리머들 특유의 자유분방함이 없다.
주혁은 직감적으로 느꼈다. 저 사람은 매니지먼트에서 온 직원이었다.
“……희 측이었다면 좀 더 부드럽게 해결할 수 있었다고 자신합니다. 아니, 오해받을 만한 여지가 애초에 없었을 겁니다. 위기관리에 노하우가 상당…….”
근처에 가니 대화 내용이 들린다.
저 남자의 목소리가 생각보다 크고 또렷했다. 신뢰가 느껴지는, 전형적인 영업인의 화법이었다.
“그 이슈가 결국은 잘 풀리고 있다는 건 압니다만. 그런 리스크는 애초에 짊어지지 않는 게 좋거든요. 하루 이틀 할 것도 아닌데, 언제고 리스크가 터지지 않으리란 법은 없으니까요.”
“…….”
상현이 무어라 말한다.
상현의 목소리는 작아서 안 들린다.
다시 남자의 목소리.
“……리턴에 비해선 리스크가 컸다는 게 저희의 판단이었습니다. 결과를 한 번만 낼 것도 아니니까요.”
주혁의 심장이 빨리 뛰었다.
뭐가 이리 적극적이야?
처음엔 화가 났다.
나랑 여기에 묵고 있는 걸 뻔히 알고 있을 텐데, 이렇게까지 한다니?
하지만, 이내 주혁의 머리는 차갑게 상황을 받아들였다.
‘당연한 거잖아.’
저들도 다 이익을 위해 일하고 있을 뿐이었다.
저 남자는 그중에서도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인 거다.
‘지금 내가 기분이 나쁜 건…….’
주혁이 기분이 나쁘고, 심장 박동이 치솟았던 이유.
그건 그가 남자의 말에 어느 정도 동의하기 때문일 거다.
애초에 얼토당토않은 제안이라면 기분이 나쁘긴커녕 오히려 유쾌하게 웃어넘겼을 것이다.
반면 저 남자는 실질적인 위협이다.
연예인 기획사의 자회사로 빠져나온 MCU 사업.
이보다 위협적인 경쟁자가 있을까?
상현처럼 연예인 냄새가 나는 스트리머라면 응당 택해도 이상하지 않은 곳이다.
‘스트리머 같은 거 안 하고 그냥 모델이랑 연예인으로 살아도 될 수도 있지.’
주혁도 이 가능성을 알고 있었고, 보고 있었다.
만약에 주혁이 상현이었다면 어땠을까?
저 남자와 얘기라도 해봤을 것이다.
그래, 그게 현실이다.
그러던 중─
“!”
갑자기 상현이 전화를 받으며 일어선다. 이쪽으로 오고 있다.
주혁은 머리보다 몸이 먼저 반응했다.
타다닥!
그의 다리는 어느새 다시 객실로 뛰고 있었다.
왜 도망치는 걸까? 알 수는 없었지만.
주혁은 일단 본능에 몸을 맡겼다.
* * *
큰 기둥 뒤쪽에서 전화를 받는 상현.
그의 눈이 반짝인다.
“전속이요?”
갑작스레 들어온 전속모델 제안.
수화기 너머 목소리, 정 과장의 설명에 따르면 꽤 좋은 제안이라고 한다.
-제 회사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그냥 저희 감사의 뜻으로 건네는 계약 조건이라고 생각하셔도 좋을 정도입니다. 이번 일로 대표님께서 감사의 뜻으로…….
뭐, 제안하는 쪽에서 자기들 제안이 좋다고 주장하는 걸 곧이곧대로 믿을 순 없겠으나.
‘그렇단 말이지?’
상현의 입꼬리가 올라갈 만한 일임에는 변함이 없다.
“아. 예. 과장님. 제가 매니저가 어디 있는지 아니까요. 곧 상의 후에 알려드리겠습니다.”
-예, 예! 아무쪼록 꼭 잘 부탁드립니다!
정 과장은 한시가 급해 보였으나, 그래도 생각해 본다는 말에 쉽게 물러나 주었다.
‘누구랑은 다르네.’
상현은 자신을 계속 불편하게 하는 한 사람을 떠올리며,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
엔터 직원이 물었다. 상현의 미묘한 미소를 눈치챈 것이다.
“어. 좋은 일이신가 봐요?”
“아, 네. 좋은 조건으로 전속 모델 제안이 와서요.”
“!”
전속 모델이요? 라는 말이 입 언저리까지 맴돌았지만.
나비 엔터의 직원은 참아냈다.
축하는 해주되 너무 성과에 놀라선 안 된다. 역량이 그 정도라는 걸 드러내는 꼴이니까.
그는 모든 안면 근육을 동원해 웃음꽃을 만개한 뒤 박수를 쳤다.
“그렇군요! 정말 잘되셨습니다! 하하! 역시 아몬드 님 성장세는…….”
눈 한 번 깜짝 않고 축하해 주는 모습에 상현은 혀를 내둘렀다.
‘지독하네.’
이 정도면 영업맨이 아니라 훈련된 암살자가 아닐까.
“어? 오빠!”
그때, 갑자기 미호가 등장했다.
그녀도 같은 호텔에 묵고 있었던 모양이다.
“오빠도 여기서 잤구나?!”
“아, 응.”
“어? 근데 이분은…….”
미호는 낯선 남자를 보며 물었다.
이때다 싶어 인사를 하는 엔터 직원.
“안녕하세요! 미호 님. 저는 나비 엔터테인먼트의 박진호라고 합니다! 미호 님 실물로 뵈니 훨씬 아름다우시네요!”
그는 또 자신이 자랑하는 영업용 미소를 띠며 명함을 내밀었다.
“에…… 엔터?”
미호는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갑자기 목소리를 빽! 크게 낸다.
“허얼! 설마 지금 영업하러 오신 거예요? 식사하고 있는데!?”
엔터 직원은 당연하고, 상현마저 깜짝 놀라 커피를 흘릴 뻔했다.
“아…… 저…… 그냥 지나가는 길에…… 하하.”
그리 자신만만해하던 표정은 한순간에 사라졌다.
“너무 성실하시다. 너무 성실해서 충격…… 오빠 밥 다 체하는 거 아니에요?”
미호가 걱정하듯 상현을 돌아봤다.
“아…… 정확히는 아직 밥을 안 먹었어.”
“그래요? 저는 먹었거든요. 으아. 체한다. 체…… 우에에에에엑!”
“!?”
그녀가 토하는 시늉을 하자, 엔터 직원의 얼굴빛은 사색이 되었다.
“?”
상현은 만약 지금 방송이 켜져 있었다면, 채팅창에 ‘캬~’, ‘속이 뻥~’따위의 말이 마구 올라왔을 거라 확신했다.
미호가 마음먹고 사람을 돌려 깎기 시작하면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 이때 깨달았다.
“우에에에엑!”
연이은 구토 소리에 직원은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인사한 후 사라졌다.
“아…… 죄송합니다. 제가 실례했습니다.”
그가 씩씩대는 듯한 걸음걸이로 사라지는 걸 돌아본 미호는 다시 상현을 보더니 씩 웃었다.
“어때요? 저 이거 모델 언니들한테 배운 스킬. 집적대는 사람 물리치기.”
“토하는 것도?”
“아니, 그건 응용이죠.”
푸하핫.
미호가 웃으며 포크를 들어 올린다.
“물리쳐줬으니까. 대신 저랑 밥 먹어요.”
그녀는 이미 자연스레 앞자리를 꿰차고 앉아 있었다.
“그래. 어차피 혼자 왔어.”
“아, 오빠. 근데 매니저님은?”
“자고 있어.”
“그래요……? 아까 본 거 같은데.”
“그럴 리가.”
자고 있었는데?
“아까 봤는데. 요 근처에서.”
“여기 근처에서? 분명 자고 있었…….”
상현은 말끝을 흐린다.
그야 자고 있는 걸 확인한 지 꽤 지난 후였다.
‘아. 시간이 많이 지났구나.’
시간을 고려하면 주혁이 여기 내려왔었다고 해도 이상한 건 아니다.
이상한 건 다른 부분이다.
“왔으면 밥을 먹으러 왔을 텐데? 걔가 나보다 훨씬 밥 잘 챙겨 먹거든.”
주혁이 여기까지 내려왔는데 왜 굳이 그냥 돌아갔냐는 것.
“으음? 모르죠, 저는……. 그냥 매니저님은 식사 미리 다 하시고 올라가시는 줄 알았어요. 오빠가 늦잠 자고.”
주혁이 먼저 일어나서 식사하고 가는 줄 알았다?
그 말은 뷔페에서 객실로 향하고 있었단 거잖아?
그건 더 이상했다.
상현은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그건 주혁이가 아니라고.
“닮은 사람 아닐까. 깔끔하게 입고 무테 끼고 덩치 크면 주혁이 같거든.”
“음…… 베이지색 목폴라 니트던데…….”
“어…….”
어? 맞았다.
그거 주혁이가 들고 온 옷 중 하나였다.
“왜 그냥 갔지…… 전화도 안 받고.”
상현은 이상한 점 천지라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밥 안 먹은 건 그렇다 치고 전화는 왜 안 받은 걸까?
“전화요?”
“응. 히트맨 쪽에서 전화가 왔더라고 나한테. 매니저가 안 받는다고.”
그래서 상현은 주혁이 자고 있을 거라 확신한 건데.
이상했다.
“희한하네…….”
“그러게요…….”
뭔가를 곰곰이 생각해 보던 상현.
드르륵.
그는 갑자기 의자를 끌며 벌떡 일어났다.
“아. 나…… 가 봐야 할 것 같아.”
“네?”
“갑자기 생각난 게 있어서. 천천히 먹어.”
대답도 안 듣고 휙 사라져 버린 상현.
“앗…….”
미호는 시무룩한 표정이 되어 그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괜히 말했나.”
그녀는 괜히 화풀이하듯 조각 케이크를 마구 털어먹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