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585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53화
19. 최고의 파트너(3)
“……자! 다들 포스터랑! 스크린에 넣을 광고 만들어! 얼른! 간단하게라도 아몬드 얼굴 따서 만들어!”
갑작스러운 호통 같은 지시에 광고팀은 어리둥절했다.
“아니…… 그거 제작해도 되는 거예요? 계약이 다른데…….”
“계약! 아……! 계약!?”
정 과장은 잠시 얼버무리더니 외쳤다.
“그거 거의 다 됐어! 거의!”
거의?
직원들의 고개가 갸우뚱한다.
아니, 계약이라는 게 됐음 된 거지 뭔 거의 다 돼?
“그러니까! 너희도 거의 다 만들어놓으란 말이야! 계약서 사인 딱 되면 바로 개시해 버리게!”
계약이 거의 다 됐으니, 이쪽도 거의 다 해놓으라는 뭔가 오묘하게 밸런스가 맞는 것 같은 말.
“와. 논리의 신.”
“신의 논리.”
“맞말…….”
직원들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정 과장이 이렇게 서두르는 이유가 있었다. 아몬드 챌린지 붐이 언제 끝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짧으면 당장 내일모레쯤 식을 수도 있었다.
그러니 당장 내일이라도 계약서 사인이 떨어지면 바로 진행하려는 것.
“근데 진짜 거의 다 된 거 맞죠?”
한편 디자이너들의 입장은 또 달랐다. 열심히 만들어놨는데, 무쓸모로 되어버리면 사기가 추락해 버린다. 그러니 계속 되는 거 맞느냐 물을 수밖에.
과장은 고개와 손을 마구 흔들며 강조했다.
“어! 그래! 된다고~~! 매니저랑 상의만 하고 사인 준댔다! 내가 감이 있잖아. 인마. 믿어봐! 매니저랑 불화라도 터지는 게 아닌 이상 될 거야!”
“될…… 거야?”
“됩니다! 불화라도 터지는 게 아닌 이상 됩니다! 될지어다!”
* * *
“하아.”
털썩.
다시 호텔 방으로 들어온 주혁이 침대 위로 몸을 날린다.
“하아…… 하아…….”
쓸데없이 뛰는 바람에 숨소리가 거칠다.
쿵. 쿵. 쿵.
전쟁터 북마냥 진동하는 심장.
혈압이 휙휙 치솟는 걸 느끼며 멍하니 천장을 바라본다.
「저희 측이었다면 좀 더 부드럽게 해결할 수 있었다고 자신합니다. 아니, 오해받을 만한 여지가 애초에 없었을 겁니다.」
뭔가가 가슴을 깊숙이 찌르는 기분이었다. 주혁은 저 말의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애초에 부정적인 것으로 일단 이슈가 되는 것 자체가 엄청난 리스크이기 때문이다.
‘그 조항 때문이지.’
그는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서류 가방을 뒤져서 광고 계약서를 펼쳐본다.
사락.
역시나 이런 조항이 있다.
[을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갑의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것이 사회적으로 납득될 시, 갑은 을과의 계약을 해지할 수 있으며 을은 이에 대한 위약금을 갑에게 보상한다.]광고 모델엔 늘 따라붙는 조항이다.
광고 모델이 자사의 이미지에 훼손될 만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시에 계약의 위약금을 전부 물어내야 하는 조항.
파르르…….
주혁의 손이 떨린다.
보통 위약금은 계약금의 2배이다.
이런 사이즈의 위약금을 물어냈다간 거의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수준일 것이다.
“미친 자식…… 그러면 뭐?”
주혁은 괜히 화가 나서 중얼거리며 주머니를 뒤진다. 휴대폰을 꺼내려는 것이다.
“결국 잘 풀렸잖아? 리스크 안 터지고. 그럼 된 거 아냐?”
아무도 대답해 줄 리 없는 질문.
아마 자신에게 하는 말이다.
대답은 머릿속의 가상의 적이 대신해 주고 있다.
「결과로 온 리턴에 비해선 리스크가 컸다는 게 저희의 판단이었습니다.」
주혁은 더 신경질적으로 주머니를 뒤져본다. 휴대폰이 없다.
“뭐야. 두고 갔었나.”
퍼럭!
침대 이불을 뒤집어 까보니 머리맡에 놓여 있다.
옷을 갈아입으면서 저기에 던져두고 깜빡 잊은 채 내려갔던 모양이다.
휴대폰을 켜보니 부재중 전화가 두 통이다.
[부재중 전화×2]모두 같은 번호.
[히트맨 정민철 과장]정민철 과장이다.
‘뭐지?’
전화를 다시 해보지만 일 중인지 받지 않는다.
부재중 전화를 남겨놨으니, 나중에 다시 전화가 올 것이다.
‘조금 있다 다시 오겠지.’
그는 바로 커뮤니티로 들어가 본다.
자신이 이룩한 결과를 가장 적나라하게 확인할 수 있는 장소였으니까.
그곳엔 아몬드에 대한 이슈글이 아직도 즐비하게 줄을 서 있다.
1위) 아몬드 억까하는 놈들 정체.avi
2위) 숭배합니다 the NUT
3위) 속보! 아몬드 히트맨 안했어도 1등ㅋㅋㅋㅋㅋㅋㅋ
4위) 유상현 <<< 이 새끼 걍 신이면 개추
.
.
.
“유상현을 신으로 만들어줬는데. 뭐가 문제냐고. 빌어먹을 놈들.”
이렇게까지 여론이 극상으로 치달은 적은 몇 번 없었다.
실질적으로 얻어낸 이득도 많고.
그런데, 또 들려오는 목소리.
「광고 모델보단 전속 모델 정도는 되어야 아몬드 님의 이미지 손상 리스크에 상응한다 볼 수 있죠.」
그들의 말도 일리가 없는 건 아니다.
어쩌면 주혁이 얻어낸 건 리스크에 비해 작은 승리였을 수도 있다. 그들 기준에선.
그러나 주혁은 납득할 수 없었다.
“전속 모데엘!?”
대체 어떤 스트리머가 이런 상황에 전화위복으로 전속 모델을 받는다고. 전속 모델이 어디 간식 이름인가?
억까가 너무 심한 것 아닌가?
연예인들 중에서도 유명 연예인들이나 최소 수억대로 받고 한 번 해주는 것을 어떻게 일개 스트리머가 한단 말인가.
아무리 게임 광고여도 그렇지. 모바일 게임 광고도 결국 걸그룹들이 하는 게 흔한 게 현실이다.
“……그 자식들은 그게 가능하다는 건가?”
주혁은 이제 나비 엔터의 역량이 궁금해졌다. 그들이 말하는 그들의 능력에 의하면 솔직히 유상현은 그쪽으로 가는 게 맞는 거 아닌가?
이쯤에서 빠져주는 게 맞을 수도 있다.
상현이야 당연히 같이 계속하자고 할 것이다. 그건 안 봐도 뻔했다.
그는 주혁을 은인쯤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금껏 함께해온 것에 관성처럼 끌려가는 거다.
‘그거로는 안 되잖아.’
그건 싫었다.
그가 세상 밖으로 한 번 더 뛰쳐나온 것은 인정(認定)을 원했기 때문이지. 인정(人情)을 원한 게 아니었다.
삐빅!
그때였다.
방 안으로 누군가 들어왔다.
당연히 상현이었다.
“일어났냐.”
상현은 아직 누워 있는 주혁을 보며 묻는다.
“크흠. 아, 어…… 방금.”
주혁은 혹시 소리친 걸 들었을까 무안하여 고개를 돌리며 대답한다.
“방금 일어난 것치곤, 옷은 다 갈아입었네.”
상현이 주혁의 브라운 목폴라 니트를 가리킨다.
“아. 나갈까 했는데, 화장실만 갔다왔다. 그냥 안 먹으려고. 속이 안 좋아서.”
“그래서 누워 있었구나.”
“어.”
주혁은 상현 쪽을 보지 않고, 돌아 누우며 대답했다.
“그래. 별로 맛도 없더라.”
“조식이 그렇지 뭐.”
이후 둘은 서로 말이 없어졌다.
원래도 둘만 있으면 끊임없이 말을 하는 스타일은 전혀 아니었으나.
공기가 달랐다.
“체크아웃 몇시더라?”
“12시인가. 좀 늦게까지 된다.”
잠시 질문과 답이 오갔으나, 또다시 흐르는 어색한 공기.
‘주혁이가 왔다 간 게 맞구나. 옷도 그렇고…….’
상현은 이 공기가 이전에도 한 번 흘렀다는 걸 기억해 냈다.
‘이전에도 비슷한 느낌이 있었어.’
저번 입릴의 화신 녹화 때다.
나비 엔터테인먼트와 자신이 대화하는 걸 주혁이 봤다고 느꼈던 시점이 있었다.
주혁의 반응이 그날따라 이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곧 있을 지스타 준비로 바빠서 제대로 이야기해 보지 못했다.
그러고 지나가니, 주혁은 금세 다시 원래의 주혁으로 돌아왔다.
특히나 지스타에 와서는 원래보다도 더 활력이 넘쳤다.
그래서 별거 아닌 현상이라고 치부하고 머릿속 메모리 한편에 넣어뒀었는데.
이제 보니 지금이랑 똑같은 느낌이다.
그러니까, 주혁은 나비 엔터 직원이 등장할 때마다 귀신같이 목격했다는 거다.
“준비나 하고 있을게.”
상현이 캐리어를 펼치며 말했다.
“차 막히니까 좀 일찍 출발해도 좋지.”
체크아웃 시간 전에 나가자는 것이다.
“아. 그래. 그러자.”
주혁도 끄덕이며 천천히 침대에서 일어난다.
상현은 주혁의 눈 초점이 다시 돌아온 것을 보며 묻는다.
“아까 정 과장님한테 전화 왔었어.”
“어?”
그제야 휙 고개를 돌리며 눈을 마주 보는 주혁.
“너한테?”
“어. 네가 안 받는다고.”
“뭐라는데?”
“전속 모델 하겠냐는 거야. 어차피 내가 너랑 얘기해야 한다…….”
“뭐어어어!?!?”
쿠궁!
주혁이 갑자기 침대에서 로켓처럼 튀어나가서 깜짝 놀란 상현.
“아, 아니. 너랑 얘기하고 계약한다고 그랬…….”
“그거 말고! 전속 모델!? 진짜 전속 모델!?”
주혁의 눈이 휘둥그레져 있었다.
‘아니, 이 자식 구라치는 거 아냐?’
어떻게 이렇게 공교로울 수가 있단 말인가. 주혁은 상현이 자신의 상태를 눈치채고 위로하려고 거짓말하는 게 아닌가 생각해 볼 정도였다.
물론 유상현은 그런 위인이 못 된다.
눈치도 절대 못 챌뿐더러, 챈다고 해도 위로를 건네기 위해 거짓말을 한다니.
상상할 수 없었다.
그러므로 더 상상할 수 없는 일이 진짜라는 얘기가 된다.
“전속…… 진짜 들어온 거구나?”
“그래.”
주혁은 잠시 머리를 식혔다.
“후…….”
전속 모델? 좋다.
나비 엔터 그 건방진 애송이한테 할 말이 생겼으니 좋은데.
‘아몬드를 위한 판단인가?’
주혁은 잠시 고민하더니, 위험요소를 짚어본다.
“전속은 이미지랑 같이 팔리는 리스크가 있어. 알지?”
“아, 우리가 하는 계약은 달라. 기간이 짧아.”
“짧아? 얼마나?”
“한 달.”
“……한 달?”
“응.”
한 달이면 짧아도 너무 짧은데?
보통 전속 모델은 3년 이상으로 계약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엔 1년도 아닌 겨우 한 달 계약이다.
그러니까, 이 아몬드 챌린지 유행이 식기 전까지만 좀 쓰겠다는 거다.
그럼 이쪽도 이미지 손상 리스크가 확 줄어든다.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
근데 문제가 있다.
“페이는?”
기간이 짧으면 페이도 무의미할 만큼 나오는 거 아닐까?
“여기.”
척.
상현이 계약서를 들이민다.
웬일로 액수까지 미리 적힌 계약서다.
“……사기 아냐?”
주혁은 장난 반 섞어 묻는다.
액수는 기간에 비하면 전혀 섭섭치 않은 정도가 들어가 있다.
“일부러 그렇게 제안하신 거래. 고마워서.”
고마워서 주는 계약.
그냥 큰손 후원이라고 생각하면 되는 수준이다.
“이 정도면 정말 고마워서 해주는 게 맞는 거 같은데. 물론 계약서 전체 PDF 파일로라도 받아서 봐야겠지만.”
“아. 그건…….”
상현이 주혁의 폰으로 전송해 준다.
주혁은 계약서를 쭉 읽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설명이랑 다르지 않네.”
“맞아. 난 하면 좋을 거 같아.”
상현도 하고 싶다고 하면, 망설일 이유가 없다.
“그럼 사인?”
“……음.”
“그래. 이런 계약을 당일에 바로 처리할 순 없지. 하루만 더 생각하고 처리하자.”
“아. 음…… 그게 아니라.”
“그럼 오늘?”
“아니. 계약은 내일하고. 오늘 집 가면 뭐 할 거야?”
“뭐 하냐니? 너 나랑 같이 살잖아. 인마.”
“집 도착하면 저녁쯤인가?”
“그렇지. 이거저거 정리하고 그러면…….”
“그럼 나랑 맥주 마시러 가자.”
주혁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웬일로 먼저 술을 마시자고 하냐?”
상현이 먼저 술을 권하는 경우는 정말 드물었기 때문이다.
“그냥 계약 턱이지 뭐. 갈 거지?”
“계약은 내일 하자며?”
“그거 말고, 그냥 광고 계약도 많이 땄잖아. 갈 거지?”
주혁은 잠시 고민했다.
지스타 이후 스케줄은 상대적으로 널널했다.
“그래. 못 갈 건 없지. 가자. 간만에 치맥 땡기긴 하네.”
주혁은 아성 사옥 앞에 있는 단골 호프집을 생각했으나.
상현이 가려는 곳은 전혀 다른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