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5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59화
21. 폭주하는 아몬드(2)
초반 무기고는 빡세다.
특히 1층에서는 지옥도가 펼쳐진다.
“죽어어어어!”
“에이 씹!”
“크아!”
푸욱! 푹!
여기가 중세전인지, 현대전인지 구분이 안 갈 만큼 원시적인 무기들로 피의 향연이 이어진다.
무기고는 지하에 내려가기 전까지는 기본적인 총이나 칼, 활 등의 무기가 전부이기 때문이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입구엔 말 그대로 시체의 산이 생겨난다.
이윽고 무기고에 남은 이들은 약 서너 명뿐이다.
이때부터는 서로 잘 죽이지 않는다.
다 같이 지하로 내려가도 충분히 파밍할 게 넘치기 때문이다.
“그냥 갑시다. 편하게.”
“좋지.”
“그래. 그래.”
이때부터 굳이 싸우지 않아도, 이미 무기고는 생지옥이다. 더 싸울 필요가 없다.
그런데 지금 그곳을 ‘불지옥’으로 만들 누군가의 시동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부르르르릉!
“……뭐야?”
밝은 빛을 역광으로 등에 이고 진격해 오는 오토바이의 실루엣.
부으으으응.
그는 정말이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일직선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아니, 무슨…….”
오토바이를 여기로 가져와?
쿠웅!
말을 채 끝맺지도 못하고, 오토바이에 받쳐 저 멀리 날아가 버린다.
“커헉!”
날아가는 중에.
푸욱!
칼이 머리에 정확히 박혀 버린다. 아몬드가 던진 칼이다.
[아몬드 → 티모가좋다] [처치하였습니다!] [93/100]-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시원하다! 아몬드!
-왘ㅋㅋㅋㅋ
-와, 미친 ㅋㅋㅋㅋ 공중에서 죽여 버리네
-날아가는 거 왤케 웃겨 ㅋㅋㅋ
-표정이 대박ㅋㅋㅋ
채팅창은 요란해졌으나, 무기고 내에는 잠시의 적막이 흘렀다. 방금 죽은 그 플레이어는 아직 지하로 들어가지 못한 플레이어였다.
이미 앞서 지하로 들어가고 있던 셋은 멀뚱히 서로를 쳐다봤다.
‘미친?’
‘뭔 일이래?’
타오르기 시작하는 긴장감.
각자 마른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려올 지경이었다.
새로운 녀석이 들어왔다.
‘일단 내려가자.’
‘그래.’
‘파밍해서 죽여.’
지하로 내려가면 영웅 등급 이상의 무기가 잔뜩이다.
그들은 일단 파밍이 우선이라는 생각으로, 동시에 뛰어 내려갔다.
“후. 이미 다 지하로 내려갔나 보네요.”
아몬드는 오토바이에서 내리며, 아까 억울한 표정으로 죽은 시체를 향해 걸었다.
[화염병×1] [수류탄×1] [컴파운드 보우×1]“와. 운이 좋네요. 웬일로.”
-오, 컴보!
-아, 끝났다 ㅋㅋㅋ
-예아쓰!
-컴보를 들고 있네 ㅋㅋㅋㅋ
-키야. 권총 대신 들고 있었나 봄.
시체 파밍에선 최초다. 컴파운드 보우가 나왔다.
심지어 화염병까지.
아몬드는 기분 좋게 씩 웃어 보였다.
그는 오토바이를 지하실 입구까지 밀고 갔다.
그리고, 퉁.
발로 오토바이를 걷어차서 지하실까지 떨어지게 만들었다.
“아마 다 여기 있겠죠?”
화르륵.
그가 화염병에 불을 붙이며 씩 웃었다.
-불지옥이다 ㅋㅋㅋㅋ
-아, 시작부터 또 화끈하구요!
-이러면 나올 수밖에 없짘ㅋㅋㅋㅋ
콰아아아앙!
오토바이의 기름이 폭발하며, 거대한 화마가 무기고를 뒤덮었다.
* * *
퉁……!
지하실로 굴러떨어진 오토바이를 봤을 때.
사실 눈치챘어야 했다.
“이, 이런 씨……!”
일단 뭔가 잘못된 게 맞다고.
그러나 여긴 스톤즈다.
“……뭐야?”
그들은 ‘알 바냐?’라고 중얼거린 뒤, 파밍에 집중했다. 어떻게 얻게 된 무기고 지하실 티켓인데.
그냥 돌아갈쏘냐? 영웅 등급 무기에, 파츠까지 싹 다 풀 세팅하고 나가야 한다.
그들에게 지하실 출입구는 단 하나이며, 나갈 때조차 살육전이 펼쳐진다는 사실은 이미 먼 훗날 이야기다.
콰아아아아앙!!!
오토바이가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폭발한 그때.
그제야 뭔가 잘못돼 가고 있음을 눈치챈다.
“미, 미친?!”
“헐.”
불길이 입구를 막고 있지 않은가?
이대로는 아무도 못 살아남는다.
배틀 라지에서는 연기조차 지속되면 대미지를 준다. 심지어 여기는 밀폐된 공간이다.
“나가!!!”
“나, 나가야 돼!”
파밍을 그만두고 죽어라 뛰어나가는 셋.
그들을 기다리는 건, 수많은 시체의 산과 그 뒤에서 활시위를 당기고 있는 아몬드였다.
* * *
혼비백산으로 뛰쳐나오는 셋을 죽이는 건 아주 쉬웠다.
무기만 영웅 등급이지, 방탄조끼도 방탄모도 없는 자들이다.
푸욱!
첫 번째로 겨우 기어 나오던 사람의 이마에 화살이 떡하니 꽂혀 들어갔다.
[아몬드 → 올매딕] [처치하였습니다!] [92/100]“……!?”
뒤이어 올라오던 자는 총을 꺼내 들고 마구 쏘았으나.
퍼버버버벅!
총알은 애꿎은 시체에만 박혔다.
시체 산이 사격을 방해하고 있었다. 아주 작은 틈으로 에임을 욱여넣어야만 상대를 쏠 수 있었다.
겨우 아기 주먹 정도 되는 틈이었다.
‘대, 대체 이걸 어떻게 맞힌 거야!?’
아몬드 정도나 되어야 사용할 수 있는 틈이었고. 그 틈을 멍하니 보고 있던 눈동자에 화살이 박혔다.
푸욱!
[아몬드 → 염뜨아아] [더블 킬!] [91/100]번쩍이는 영웅 등급 무기들과 함께 맥없이 굴러떨어지는 시체.
“헉.”
가장 뒤에 있던 자는 헛숨을 들이키며 몸을 움츠렸다.
척 보기에도 상대는 고수였다.
에임 싸움으로는 안 된다.
‘잠깐만 숨자.’
불은 지하 위주로 번지고 있고. 여긴 1층과 지하 사이의 공간이다. 연기가 나갈 구멍도 있다.
조금은 버틸 수 있다.
상대는 내 존재를 모른다. 그리고 무기를 파밍하려고 안으로 들어올 것이다. 그러니까 그때를 노린다.
이건 옳은 판단이었다.
떼구르르르…….
아몬드가 수류탄 하나를 구멍 사이로 넣기 전까진.
“!?”
퍼어어어엉!!!
[아몬드 → 지뢰밭농사] [트리플 킬!] [90/100]“어. 역시 하나 더 있었네요.”
아몬드가 시체들을 치우고, 지하로 내려가면서 중얼거렸다.
* * *
한편, 주혁은 커뮤니티 반응을 보면서 미소를 참지 못했다.
[실시간 아몬드 무기고 공중분해.gif]이젠 실시간으로 커뮤니티에서도 중계되고 있는 아몬드의 다이아를 향한 여정. 아직 그 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명장면 움짤이 지속적으로 올라왔다.
이젠 굳이 주혁이 나서서 만들지 않아도 알아서 생성되고 있었다.
-이 정도면 ㄹㅇ 이제 진짜 인정해 줘야 하는 거 아님?
-아몬드는 신이야
-제발 하꼬 홍보 좀 하지 마 ㅡㅡ
└하꼬라니 지금 실시간 시청자 4천 명인데? ㅋㅋㅋㅋ
└하꼬래 ㅅㅂ ㅋㅋㅋ
└……ㄹㅇ이네. 언제 이렇게 컸누 ㄷㄷ
댓글 반응도 좋았다.
시청자가 많아지니, 화력도 높다.
[아몬드라는 사람 얘기만 많이 들었지. 첨 보는데 지리긴 하네.] [아몬드? 난 이 새끼 인정 못 한다. 얼굴을 봐버렸다.] [제발 브론즈로 떨어져라. 빌어먹을 인싸 새끼…….]처음 아몬드를 접한 유저들도 나름대로 아몬드에 대한 감상평을 써놓기 시작했다.
물론 저항하는 세력도 있다.
[거석신앙 새끼들 또 도배질하네] [아 악질 견과류단 ㅅㅂ] [그 견과류 얘기 밴 좀] [아몬드는 절대 다이아 못 감. 다이(Die, 죽어) 아몬드라서. 엌ㅋㅋㅋㅋ]이런 세력 자체는 좋은 게 아니지만.
좋은 신호였다.
판이 커지고 있다는 신호.
아몬드를 좋아하지 않는 세력조차 아몬드를 알게 되고 있다는 뜻이지 않은가?
그 말은 판이 엄청나게 커지고 있다는 거다.
지금 이 모든 안티 세력은 나중에 전부 상현과 주혁이 따게 될 베팅 금액이나 다름없다.
‘증명해 내기만 하면, 전부 다 돌아설 거야.’
만약 아몬드가 2주 안에 다이아몬드 랭크만 성공적으로 안착해 낸다면, 이들은 전부 아몬드를 인정할 수밖에 없을 테니까.
그러면 이 커져 버린 판이 전부 아몬드의 수익으로 전환되는 거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1등]아몬드는 또 1등을 차지했다.
“미친! 아, 아니, 좋았어!!!”
주혁은 저도 모르게 쩌렁쩌렁 소리를 질렀다.
정말 기적처럼 3연속 1등을 하고 있다.
99명이나 경쟁 상대가 있는 게임에서, 매 판 1등을 해낸다니. 주혁의 머리로는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 현상이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다시 한 판이 시작되고, 약 30분 정도 지날 무렵.
[1등]아몬드는 또 손쉽게 1등을 거머쥐었다.
“예에에에에아쓰!”
주혁은 마치 국대 축구 한일전을 구경하는 것마냥 흥분해서 소리를 질렀다.
오늘은 매니저가 아니라 응원단장 같았다.
모니터라도 잡고 흔들 기세였다.
“어, 어이. 보여주는 거냐고!!! 유상현!!!”
상현의 전략은 계속 똑같았다.
무기고부터 털고, 맵에 생성되는 무기 숫자 자체를 확 줄여 버리는 식이다.
소위 말하는 똥템전에서는 아몬드를 이길 상대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이 전략은 거의 무적 같았다.
배치 마지막 판이 오기 전까진.
* * *
“휴. 이제 배치 마지막 판이네요.”
대기실에서 잠시 쉬는 중에 아몬드가 말했다.
이번 판에 많은 게 걸렸음을 알린 것이다.
‘배치고사가 모든 랭크 중에 제일 중요하지.’
흔히들 배치고사라고 하는 매치들은 레이팅의 변동이 엄청나다.
다른 매치보다 훨씬 더 큰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배틀 라지에서 배치고사는 총 다섯 판.
전승으로 배치를 마무리 지으면 최소 골드 정도는 나온다.
그렇게 되면 다이아몬드까지의 여정이 훨씬 수월해질 터다.
게다가 어느새 걸린 미션들도 다 그런 것 관련이었다.
[배치 전승 시 15만 원] [오늘 골드 달성 시 24만 원] [오늘 플레 달성 시 47만 원]-킹전자산 플레티넘에 돈 부었습니다 형님 ㅋㅋㅋ
-배치 전승 껌이겠는데?
-이 전술을 어떻게 이기냐 ㅋㅋㅋ
-누가 저격이라도 하지 않으면 걍 졸라 쉽게 골드 들어갈 듯.
한 판이라도 50등 이하로 아웃되면 골드는 가지 못한다. 아몬드는 일단 그렇게 알고 있었다.
‘이번에도 같은 전략을 써야겠지?’
[100명의 인원이 모두 모였습니다.] [낙하 준비!]쿵.
배치 고사의 마지막 매치가 성사되는 순간이었다.
수많은 인원들이 각자의 헬기에 올라탔다.
시끄러운 프로펠러 소리와 함께 우렁찬 욕설들이 등 뒤를 떠밀었다.
‘무기고…… 한 번 더 하자.’
배치 마지막 판이다. 아몬드도 굳이 새로운 도전은 하기 싫었다.
그는 앞선 판들과 똑같이 무기고를 향해 뛰어내렸다.
타악.
차가운 공기가 거세게 아몬드를 밀어냈다.
아몬드는 무기고를 향해 몸의 방향을 조준하고, 양 옆을 살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떨어지는지 미리 파악해 두기 위함이다.
그런데, 익숙한 아바타가 보였다.
-어?
-옆에 풍스나 아니냐?
-미친 새끼. 저놈 저격한 거임?
-헐 ㅋㅋㅋ
-ㅅㅂ 복수하러 왔나보다 X됐다
-아오, 저 관종 새끼 ㅋㅋㅋㅋ
본래 실력은 다이아 1 랭크 이상이라고 평가 받는 악질 저격러.
풍스나가 옆에서 같이 뛰어내리고 있는 것이다.
씨익.
공중에서 눈이 마주친 그가 조소를 머금으며 경례 손짓을 해보였다.
바람 소리 때문에 전혀 들리지 않지만, 그의 입모양이 이렇게 말했다.
‘오랜만이야?’
아몬드 역시 인사를 했다.
중지를 드는 것으로.
척.
풍스나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이다 ㅋㅋㅋㅋㅋ
-아오, 시원해. 이게 아몬드지
-ㅋㅋㅋㅋㅋㅋ
-개새끼 털어버리자!!!
-근데 풍스나 실력은 다이아 1인데, 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