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592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60화
21. 흑사병(3)
작년에 비해 많은 사람들이 시빌 엠파이어 예선을 지켜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이 모두 진심으로 승리를 예측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승리를 기대할 뿐이지, 예상하는 것은 아니다.
시빌 엠파이어 예선전이 열리는 오늘 당일만 해도 커뮤니티 ‘엠불’의 여론은 승률 면에선 극악이었다.
[첫 경기부터 프랑크 뭔데 ㅠㅠ] [어디 베트남이랑 붙어도 비등비등할 텐데 ㅅㅂ……] [스크림 전패했다는데. 이거 봐야 하냐?] [안 본 지 한참 됐는데 프랑크 예전만큼 세냐?] [걍 기대하지 말고 보세여……] [유입 쉑들 진짜 이길 생각으로 응원하는거 개커엽네 ㅋㅋㅋ]엠불은 실제 시빌 엠파이어를 하는 사람들이 많이 모인 커뮤니티인 만큼, 승률을 낮게 점쳤다.
이 게임에 대해 알면 알수록 이길 구석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프랑크한테 졌다고 까면 진짜 인간도 아님ㅋㅋㅋ] [프랑크한테 지면 ㅋㅋ 에스파냐 로마는 이길만함?] [차라리 로마가 할만하지 않나?] [기사 문명을 활 문명이 애초에 어케 잡냐고]기사는 대표적으로 활 같은 원거리 공격에 강력한 문명이다.
문명 자체 상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경기가 시작된 후.
조금씩 양상이 바뀌기 시작했다.
[프랑스 애들이 좀 퇴물이라 할만할 수도 있음] [오. 뭐야 이거 ㅋㅋㅋㅋ] [ㅁㅊ 이걸 낚여?? 프랑크 ㄹㅇ 퇴물이네]프랑크가 전략적 판단에서 많이 밀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 이거 설마 이기냐??ㅋㅋㅋ] [이거 이기면 ㄹㅇ 대박인데] [응~ 이겨도 다음 경기 로마 에스파냐~ㅋㅋㅋㅋㅋ] [상성 고려 안하고 전력만 보면 프랑크가 제일 할만하긴함.] [이 새끼들 퇴물이라니까?! ㅅㅂ 조선이 이긴다!]점점 희망적인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말은 조금 못되게 할지라도 이들이야말로 조선의 승리를 가장 오랫동안 바라온 이들이 아니겠는가?
그 오랜 세월 사람도 별로 없는 엠불이라는 커뮤니티에서 꾸준히 활동해온 이들이니까.
[속보) 아몬드 팡어 적진 입성] [응~ 게임 시작 10분도 안돼서 프랑크 개털리는중~ ㅋㅋㅋ] [스크림 전패라며!? 스크림 전패라며!? 스크림 전패라며!?] [명예 프랑스인들 개같이 멸망!ㅋㅋㅋㅋ]팡어와 아몬드가 적진에 들어갔을 땐, 게임 이해도가 높은 이들답게 모두 극도로 흥분했다.
초반에 궁수 둘이 적 일꾼 쪽을 견제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타격인지 충분히 알기 때문이다.
심지어 국가 대항전처럼 피지컬 괴물들로 병사 200명을 꽉꽉 채운 경기에선 이런 거 하나하나가 치명적이다.
[오 쉣 진짜 되냐??] [대한민국! ㅠㅠ] [제발 제발 제발]이때만큼은 모두가 한마음 한뜻이었다.
궁병이 하나라도 들어가서 금광을 견제하면, 왕실 기사 생산이 한참 늦어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조선이 3시대를 먼저 갈 여력을 챙길 수 있다.
그런데─
[아 근데 방어탑 ㅡㅡ] [아 방어탑 어쩌냐] [ㅁㅊ 속여서 짓게한 방어탑이 이걸……]적진엔 방어탑이 있었고.
[왕실 기사 눌렀는데?] [프랑크 판단보소 ㄷㄷ] [누가 퇴물이랬냐 판단 ㅈㄴ 살아있는데]프랑크는 다른 자원을 포기하면서라도 금광에 투자하여 왕실 기사 생산을 시작해 버렸다.
이때부터 의견이 갈렸다.
[엥? 이걸 방어탑 공격을 시켜????] [뭐야 미쳤나] [자살 특공대 ㅋㅋㅋ] [그래도 걍 우회해서 들어가야지 방어탑 맞으면서 쏴도 일꾼 다섯은 죽이겠구만]방어탑 공격은 너무 무모한 명령이라는 쪽.
[아아몬드 하는거 못봤냐? 이거 가능함] [팩트) 솔랭 방어탑이랑 국대전 방어탑은 컨부터가 다르다. 지휘관이 직접 컨 다 함] [이렇게 안하면 의미 없음 죽어도 시도하는게 맞는듯]무모하더라도 이게 결국 이득을 볼 수 있는 길이라는 쪽.
이들 모두 시빌 엠파이어의 전략적 지식이 워낙에 충분하다 보니 모두가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실제 전쟁에서도 그럴 것이다.
어떤 장수는 이 판단을 말릴 것이고, 어떤 장수는 종용할 것이다.
결국 판단을 내리고 책임을 지는 건 총지휘관.
‘연습한 대로만 된다면, 모두가 환호할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항시 바쁘게 손을 놀리던 쿠키는 굳은 얼굴로 잠시 전황을 지켜본다.
‘내가 책임지는 거지.’
그가 지켜보는 필드에선, 아몬드와 팡어가 점점 방어탑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그들에겐 서로가 아직 보이지 않을 것이다.
* * *
싱크 탱크 팀 역시 모두가 모니터 앞에 모여서 긴장한 채로 침을 꿀꺽 삼켰다.
특히나 아몬드를 직접 스카우트했던 김치워리어, 김치승의 표정이 아주 가관이었다.
“제발 해줘……!”
그가 아몬드를 스카우트한 이유.
다른 수많은 슈퍼 플레이를 보여주기도 했지만, 방어탑을 무력화하는 장면이 지분의 절반 이상이었다.
방어탑 안의 궁수를 저격해서 쏠 정도의 조준력과 집중력.
순간적으로 현장에서 그런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담력까지.
아몬드는 궁수 부대의 조커 카드라고 봐야 했다.
물론 국대전과 기본전의 방어탑 느낌은 많이 다르지만…….
“연습했잖아. 제발!”
탁!
치승이 두 손을 모은다.
옆의 싱크 탱크 친구들.
“으아앗! 제바알!”
“해줘어어!”
물만두와 곱스피어 등도 기도를 올린다. 짜놓은 전략은 이미 판에 깔렸고.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기도뿐이다.
눈을 감고 치승은 연습 때를 떠올려본다.
‘연습 때 성공률은 75%였어.’
아몬드가 단 한 발로 적 방어탑 내부 궁병을 맞힐 확률은 75%였다.
이건 당연히 궁병의 머리를 맞혀서 완전히 무력화시키는 확률이었고.
그냥 맞히는 확률은 97% 이상이었다.
극한 상황이 아니라면 다 들어맞는다는 얘기였다.
‘팡어는 그냥 맞힐 확률 98%’
궁수 부대 리더 팡어는 머리를 노리는 게 아닌 몸통을 노릴 경우 아몬드보다도 오히려 확률이 높았다.
다만 머리를 한 번에 맞힐 확률은 매우 적었다.
‘20% 이하였어…….’
그마저도 상황에 변수가 생기면 훨씬 내려갈 거고.
실전인 걸 감안하면 더 내려갈 것이다.
‘그러니 차라리! 몸통을!’
하지만 괜찮았다.
몸통을 노리면 되는 거 아니겠는가?
기초 방어탑 내부 궁병은 사실 일꾼이다.
그들은 아무 무장도 없는 터라 몸통에 두 발이 꽂히면 사망한다.
구태여 머리를 노릴 필요 없다.
아몬드와 팡어가 동시에 몸통을 두 발 꽂을 확률이 90%가 넘는다.
실전임을 감안해도 85%는 될 것이다.
‘몸통으로 쏴!’
치승은 생각했다.
둘이 동시에 한 명의 몸통을 노린다면, 쿠키의 이 전략은 승률 최소 85% 이상이었고.
옳은 판단이 된다.
그런데 만약 서로 사인이 꼬여서 둘 다 머리를 노리면?
만약 방어탑 안에 일꾼이 한 명 이상이면?
저들은 어떤 판단을 내릴까?
서로 다른 병사의 머리를 노려서 빠르게 처치할까? 아니면 안전하게 한 명씩 몸통을 노릴까?
너무나 많은 변수가 존재했다.
“결국…… 결국은 결과가 보여줄 거야. 결과만이 보여질 거야…….”
이 모든 고민과 훈련의 흔적은 결국 결과로서 나타날 거다.
성공한다면 환호를, 실패한다면 비난을 받는다.
과정은 완벽히 똑같았을지라도 말이다.
[왕실 기사 – 23%]어느덧 왕실 기사의 생산이 23%나 완성됐으며.
[기초 궁병 – 91%]프랑스의 기초 궁병이 거의 다 나와 버렸다.
* * *
[공격]피잉!
공격 핑이 찍힌 후.
아몬드와 팡어에게 따로 메시지가 부여됐다.
[방어탑 공략이다. 연습한 대로 빠르게. 시간이 없어.]실전에선 총지휘관 이렇게 직접 메시지를 보내는 경우는 별로 없었다.
정말 중요한 작전인 경우에만 일어나는 일이다.
‘기점이 갈리는구나.’
아몬드는 달리면서 호흡을 가다듬었다.
언제든지 숨을 머금고 활을 쏠 수 있을 템포를 만들어놓는 것이다.
“장거리 저격이다. 자신 있제!”
옆에서 팡어가 괜시리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외친다.
둘이서만 필드를 달리기 시작한 지 좀 되었다. 지나치게 조용해져 버렸다.
긴장의 순간에 지나치게 주변이 조용한 건 좋지 않았다.
생각이 생각을 잡아먹고, 또 다른 생각을 배설해 내며, 정신의 주도권을 잃을 수도 있다.
집중에 일가견이 있는 양궁에서조차 에이스였던 아몬드라면 모를까.
낚시로나 마음을 단련한 팡어는 그냥은 견디기 힘들 것이다.
그 조선으로 잡기 어려운 프랑크를 지금 자기 손으로 잡을 수 있게 된 상황이다.
아마 겨우 집중력을 부여잡고 있을 것이다.
때문에 아몬드도 흔치 않게 이런 상황에서 말을 거들어줬다.
“얼마 전에 저격해 봤어요.”
히트맨을 말한 것이다.
실제로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으나.
최장거리 사격이 그나마 약점이라면 약점인 게 아몬드인지라.
걱정 말라는 뜻에서 말한 것이다.
“어떻게 쏠까?”
팡어가 슬슬 표정을 굳히며 묻는다.
저 멀리 안개 시야가 걷히며 방어탑의 실루엣이 보이기 시작한다.
“적이 한 명이면 몸통을 노리고. 둘 이상이면 머리를 각자 노리죠.”
“그래 좋다. 정확히 기억하네.”
팡어는 애초에 궁수 부대의 리더이니, 오더 방향성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한 번 더 물어본다. 왜인가?
아몬드의 상태를 확인한 것일 수도 있으나, 실은 이렇게라도 말을 하면서 긴장을 풀려는 의도였다.
예로 둘은 이 작전의 중요성은 서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안다면, 부담이 증가할 테니.
“보인다. 슬슬.”
[공격]방어탑의 실루엣이 들어나면서, 공격 핑의 실체도 확실하게 보였다.
둘의 속도가 점점 줄었다.
저벅. 저벅.
들판을 밟는 소리가 점점 띄엄띄엄 울려 퍼졌다.
눈이 좀 더 좋은 팡어가 미약하게 앞장서며 방어탑을 들여다본다.
적군이 안에 몇인지 총지휘관의 시점에선 보이지 않는다.
이건 현장 판단이다.
‘……한 명이어라.’
팡어는 속으로 생각했다.
제발 적이 한 명이길.
머리를 맞히는 거 솔직히 자신 없었다.
장거리는 자신 있지만 정밀 타격은 자신이 없다.
같은 거 아니냐고 할 수 있겠으나, 거리감이 뛰어난 것과 호흡 조절과 집중력이 뛰어난 건 다른 거다.
슬슬 적의 실루엣이 보인다.
팡어의 동공이 커진다.
그의 눈에 비친 적은…….
‘한 명!’
척.
그가 아몬드를 향해 손가락을 들어 올린다.
아몬드가 고개를 끄덕이며 팡어와 같은 열로 와 선다.
확실히 적은 한 명이다.
“한 명이니 몸통이다.”
아몬드는 천천히 숨을 고른다. 점점 더 천천히. 거의 수면하듯이.
이윽고, 그는 아주 약간의 공기만을 머금는다.
기리릭…….
이미 활시위는 알아서 당겨지고 있었다. 숨 쉬는 것과 같은 박자 안에서 이뤄지는 동작.
우우웅……!
[집중]조선의 활 팩션인 집중.
오래 조준할수록 활의 장력이 증가한다.
즉, 사거리, 투사체 속도, 대미지 모든 게 증가한다.
‘여기선 안 돼.’
단, 아몬드의 활은 탑이 아닌 바닥을 조준 중이다.
그냥 시위만 매겨놓은 상태라는 것.
그야 집중 팩션을 최대로 끌어내도 단궁으로는 방어탑 사거리보다 길게 쏠 수 없다.
근처로 뛰어서 쏴야만 한다.
「방어탑을 공략할 땐 미리 집중을 쓴 뒤. 사거리 안으로 기습적으로 뛰어 들어가면서 쏜다.」
연습 때 계속해서 들었던 말이고.
실제로 연습에서 수도 없이 실천했던 말.
“셋을 신호하면 뛰세요.”
이젠 아몬드가 선두다.
방어탑 공략 땐 항상 그랬다.
팡어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 역시도 활에 시위를 끝까지 메겨놓고 집중 팩션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중이었다.
“20보. 20보만 뛰자.”
팡어가 대충 거리를 재보며 말한다. 아몬드가 끄덕인다.
그가 거리감이 좋으니 잘 알 것이다.
“하나.”
아몬드는 방어탑을 뚫어져라 노려본다.
혹여나 다른 변수가 생기면 대처해야 했다.
아직까진 동일.
“둘.”
슬슬 방어탑 내부 일꾼이 이쪽을 쳐다본다.
지휘관이 우릴 발견한 것이겠다.
이 정도는 상관 없었다.
어차피 AI니까. 움직이는 방식은 정해져 있다.
여전히 변수는 없다.
‘간다.’
아몬드는 머금었던 숨을 내뱉으며 외친다.
“셋!”
타──악!
둘이 쏜살같이 내달리기 시작한다.
급박하게 울려 퍼지는 심장 박동, 거친 숨소리, 갈라서는 들판의 비명 소리.
위에서 보자니 산짐승 둘이 들판을 가르며 내달려오는 듯했다.
“20보!”
너무 달리다 보면 목표한 지점을 넘어가는 경우가 생긴다.
팡어가 다시 한번 20보를 외쳐준다.
“20보.”
아몬드도 다시 의식을 잡으며 20보 위치를 확인한다.
‘봤다.’
피융!
곧장 적의 화살이 쏘아졌다.
역시나 지휘관이 직접 컨트롤하고 있는지, 반응이 기민하다.
‘좌측.’
아몬드는 몸을 우로 재끼며 공격을 흘렸다.
푹!
들판에 박힌 방어탑의 화살.
빗나갔다.
장전 중인 지금이 기회다.
척.
아몬드의 활이 이제 적을 노린다.
키이이잉……!
[집중]집중 팩션이 최대치로 쌓였다.
팽팽하게 당겨진 시위 너머로 적들의 머리가 보인다.
그런데─
‘어? 적들……?’
이런. 적이 둘이다.
언제 투입됐지?
이러면 판단이 어떻게 되는가.
연습한 대로 머리? 아니면 얘기한대로 몸통으로?
몸통이라면 누구를?
그의 활 조준점이 이리저리 흔들린다.
“씨, 씨발! 머리! 내가 우측!”
팡어가 비명처럼 내지른 소리.
아몬드는 한 번 더 곱씹는다.
‘머리. 좌측.’
찰나의 시간 동안 조준이 이뤄지고, 이내 그의 오른손이 고요하게 시위를 놓아주었다.
파아앙……!
최대치로 쌓인 장력에 파르르 떨리며 요동치는 활시위.
쉬이이이익──
이젠 화살이 그 힘을 받아 공기를 가르고 나아간다.
그 옆, 팡어의 화살도 함께 날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