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594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62화
22. 숨겨온 전략(2)
아몬드와 팡어가 방어탑 라인을 통과했을 때.
“와아아아아!”
싱크 탱크 팀은 벌떡 일어나 서로 끌어안았다.
“미, 미친! 이겼다! 이겼어!”
“팡어 형! 해냈어!”
“한 번에 둘 다 머리를!!”
이들이야말로 전투 데이터를 다루는 사람들이니 더 잘 알았다.
팡어가 얼마나 기적을 만들어낸 건지. 그는 연습 때조차 머리를 제대로 맞힌 적이 별로 없던 사람이다.
반면 아몬드는 연습 때와 한 톨의 차이도 없이 완벽하게 해냈다.
“와아! 아몬드! 진짜 기계다! 기계! 포물선 라인까지 똑같다는 분석이야!”
단순히 육안이 아니라, 데이터적으로 봐도 그는 연습 때와 완벽히 똑같은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이게 선출인가?’
김치승은 감탄했다.
아무리 국가대항전 팀원들이 하나같이 프로급의 실력을 갖췄다고 해도.
국내에 프로 리그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이들 모두 각자 직업이 있는 아마추어였다.
딱히 뭔가에 대해 선수 생활을 해본 적도 없는 자들.
그런 사람들에게 있어 아몬드의 존재는 각별했다.
그는 전문적으로 선수가 되는 트레이닝을 받았었고, 그의 내면은 이미 최정상급 선수나 다름이 없었다.
그런 사람을 옆에 두고 보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됐으며, 심지어는 아몬드가 훈련 방식에 대해 조언해 준 적도 있었다.
실제로 국대전 팀의 퍼포먼스가 전체적으로 크게 향상됐다.
팡어의 지금 사격이 어쩌면 그 증거다.
“팡어 삼촌 맨날 입으로만 머리! 머리! 했는데 드디어……!”
물만두는 옆에서 눈물까지 훔치고 있었다.
솔직히 10살 차이도 안 나는데 삼촌이라 하는 게 좀 꼴사납긴 하지만…….
치승도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은 느낌인 터라 구태여 시비를 걸진 않았다.
궁병 둘이 프리패스한 상황 이후.
아몬드의 쇼타임이 시작됐다.
“싸, 싹 쓸린다!”
“와 미친…… 이거 지휘관 솔랭이면 gg 나왔다.”
“씨…… 씨바! 이거지!”
아몬드는 연사력과 조준력에서 팡어와 비교하기 미안할 정도였다.
아니, 그와 비견되려면 페르시아나 몽골 쪽 에이스가 나와야 할 거다.
픽 픽 쓰러져가는 일꾼들을 보라.
“쓸어버리자아아!”
“꺄아아! 갈아! 갈아!”
흔히 말하는 ‘갈린다’라는 표현이 딱 맞는 상황이다.
적 일꾼들을 믹서기처럼 갈고 있다.
‘이 퍼포먼스를 보고 데려온 거지.’
이 순간을 만들기 위해 아몬드에 시간을 써왔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치승이 벌떡 일어나서 사람들을 다독였다.
“신나 할 때가 아니야. 이거 시간 기록 다 해놔! 곧 왕실 기사 나오잖아.”
“오, 오케이!”
현재 국대전에서 쓰이는 패스트 2시대 빌드는 치승이 만들어낸 전략이다.
‘이 빌드. 가능성이 있어. 더 깎아야 돼.’
그래서인지 더 잘 만들어내고 싶었다.
왕실 기사가 나오기까지의 타이밍을 정확히 재서, 더 안전하게 이 패스트 2시대 빌드를 플레이할 수 있도록 발전시킬 생각이다.
‘본투비랑 무식한 게임을 하면서 떠오른 아이디어가 여기까지 올 줄이야.’
이 패스트 2시대 빌드를 실전에서 쓰게 된 건, 우습게도 본투비와 게임 하게 된 덕이다.
모래주머니를 달고 수련한 것 같은 효과랄까?
솔직히 실제로 써보기 전까진 긴가민가했으나.
지금 효과를 프랑크전에서 눈으로 보고 있으니.
이제부턴 더 다듬는 일만 남았다.
“왕실 나왔다! 기록해!”
왕실 기사의 등장.
이때부터 싱크 탱크 팀의 눈은 활활 타올랐다.
게임을 샅샅이 분석하려는 의지.
이 게임이 지더라도, 다음 게임은 지지 않을 것이고. 이 게임을 이긴다면, 그다음도 이기리라는 의지다.
뚫어져라 보며 뭔가를 적던 치승이 묻는다.
“어? 우리 그 업그레이드 완료 안 됐잖아? 늦게 눌렀나?”
가장 맏형인 곱스피어가 끼어든다.
“아니야. 그게 제대로 누른 거야. 어차피 숲으로 들어가서부터니까. 정확한 타이밍일 거다.”
치승은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했다.
“하기사. 그 팩션을 쓴다 해도 혼자서는 무리지.”
왕실 기사의 등장에도 싱크 탱크의 모두는 별다른 동요가 없었다.
아니, 오히려 뭔가를 기대하고 있었다.
그들이 준비한 게 먹힐지 어떨지 확인할 기회인 셈이니.
* * *
다그닥! 다그닥!
멀리서 들려오는 말발굽 소리, 그리고 프랑크 응원단의 엄청난 함성.
와아아아……!
아마 왕실 기사가 나왔다는 뜻이다.
피잉! 핑!
[후퇴]아몬드는 연신 울려대는 후퇴 핑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일단 도망가자.’
이미 기사가 나왔을 때의 대처는 얘기가 됐던 바다.
약속된 플레이가 있었다.
그는 숲 쪽으로 전력으로 뛰었다.
핑!
[집결]숲 어느 곳에 집결 핑이 찍혔다. 이 말은 아몬드 외에도 지원병들이 있다는 뜻이었다.
“킹귤 님 예상대로 숲으로 뛰는 아아몬드. 그리고 곧 동료들과 만나겠습니다?”
“예. 잘한 선택이죠. 현재로선 왕실 기사를 이길 전력이 없습니다.”
조선이 최고 에이스들을 활로 배치하듯, 프랑크는 최고 에이스들만 왕실 기사로 만든다.
아마 모든 화살을 보고 막거나 피하는 수준의 실력일 거다.
궁병으로 기사를 상대한다는 건 미친 짓이다.
특히나 국가 대항전에 나온 기사들은 일반 솔로 랭크에서 만나는 기사들과는 차원이 달랐으니.
무조건 도망이 옳았다.
이는 너무나 당연한 판단이었기에, 오히려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건 왕실 기사가 어디로 이동하느냐이다.
“이러면 왕실 기사는 어떻게 할까요? 야만 병사들끼리 맞부딪히는 쪽으로 갈 수도 있지 않습니까?”
조선과 프랑크의 최대 접전지는 사실 프랑크 본진의 입구 쪽이다.
여기선 아직도 계속해서 병사들이 충원되며 몽둥이질을 해대고 있었다.
저곳으로 기사가 도착한다면 분명 전세가 뒤바뀌긴 할 텐데.
킹귤은 고개를 저었다.
“제 생각엔 거기로 가진 않을 것 같아요! 일단 숲속으로 숨어들어 간 궁병들이 너무 거슬리거든요? 숲으로 갈 겁니다!”
킹귤의 말이 무섭게 기사는 숲 안쪽으로 말을 달렸다.
“아! 말을 타고 숲 안으로!? 이거 비효율적이지 않습니까?!”
“산악 지형이 아니라 숲이라서 숙련자면 크게 문제는 없을 겁니다! 무엇보다 궁병들이 숲속에 숨어 있으면 진짜 골 아프거든요! 계속 틈만 나면 견제해서요!”
숲에 숨어 있던 궁병들이 잊을 만하면 나와서 다시 자원 견제를 시작할 것이 뻔했다.
거기에 휘둘릴 바엔 기사가 숲에 들어가는 게 나았다.
이어서 프랑크 지휘관의 좋은 판단이 연속으로 이어졌다.
“자! 프랑크! 그사이에 다시 원래 금광으로 일꾼들이 다 돌아옵니다!”
다시 일꾼들을 불러 가까운 금광에서 금을 캐기 시작했고.
“병사도 하나 기사 학교로 부릅니다!”
“그렇죠! 역시 판단 빠릅니다! 결국 이렇게 기사 하나하나 모으면 프랑크가 유리해져요!”
기사를 하나 더 추가할 준비를 마쳤다.
“아…… 이러면 조선도 창병 준비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아니면 각궁!? 3시대는 대체 언제 가나요! 조금 늦는 거 같습니다?!”
프랑크가 결국 기사를 계속 생산한다?
이러면 조선도 뭔가 진보된 기술이 필요했다.
캐스터의 질문에 킹귤은 조선의 본진을 힐끔거렸다.
‘3시대…… 아직이구나.’
시간이 꽤 지났는데, 3시대로 올라갈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게임을 볼 줄 아는 사람일수록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다.
조선하면 3시대인데, 지금 조선은 3시대로 넘어갈 자원을 챙기지 않고 있었다.
-ㄹㅇ 3시대 언제감
-2시대로 끝낼 생각이라 병력에 올인했나??
-궁병도 생각보다 안나옴
-럭키 본투비 클라쓰……
-대체 뭐함?
-각궁 실종
채팅창에서도 언제 3시대를 가냐, 각궁은 언제 나오냐 아우성이었다.
킹귤은 이때가 말할 때다 싶었다.
“3시대…… 안 갈 생각 같습니다.”
-??
-에바
-엥?
-설마 ㅋㅋ
-진짜 본투비도 아니고 ㅋㅋㅋ
“예?! 조선은 3시대가 최강이잖아요!”
김상훈 캐스터는 화들짝 놀라 반문한다. 시청자들에게 알려주기 위한 연기성 질문이 아니라, 진짜 놀란 것 같았다.
그렇게 조선 3시대, 조선 3시대 노래를 부르다가 갑자기 안 간다니, 그럴 만했다.
그럼에도 킹귤은 단호히 말한다.
“2시대에 끝낼 겁니다!”
“!?”
그는 숨겨왔던 비밀 병기를 지금 말할 때라고 여겼다.
“이게 지금 올바른 선택인지 아닌지는 결과로 알 수…….”
그런데, 이때─
캐스터가 비명을 질렀다.
“아아아! 말씀하시는 중에! 아몬드 선수!? 위험한데요! 기사가 벌써 거의 다 따라왔습니다!”
기사와 아몬드의 거리가 너무 가깝다.
수 초 내로 따라잡힐 거리였다.
아몬드 역시 뒤로 활을 쏠 여유가 없이 그저 달리고만 있었다.
기마 궁수도 아니고, 지금 뒤로 쐈다간 곧바로 목이 달아날 것이다.
-헐 ㅠㅠ
-어떡하냐ㅠ
-ㅁㅊ 개무섭겠다
-이걸 쫓아와?
-기사 숲에서도 ㅈㄴ빠르네
다그닥! 다그닥!
아몬드의 귓가엔 자신의 심장박동보다 말발굽 소리가 더 크게 울려 퍼졌다.
킹귤이 아몬드 대신 비명을 지른다.
“으아아아아어!? 다른 동료들 없나요!? 근처에! 근처에 있긴 하거든요!?”
“다른 동료들이라고 해봐야! 궁병인데! 의미 있습니까!? 지금 쏴줄 수 있습니까!?”
나무는 누구의 편도 아니다.
숲에서 불리한 건 기사만이 아니었다. 궁수도 마찬가지다.
나무가 많으면 화살이 맞을 확률이 급격히 내려가지 않겠는가?
어쩌면 오히려 기사보다 궁병이 사정이 더 나빴다.
“그냥 쏴도 다 막을 판에! 여기서 활 쏘는 게 가능합니까!? 나무가 빽빽한데요!”
그런데, 킹귤이 고개를 젓는다.
“아뇨! 저는 활을 쏘라는 게 아닙니다아!”
“예!?”
캐스터는 어리둥절한 표정.
“그럼 뭘 쏴요!?”
* * *
다그닥! 다그닥!
말발굽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온다.
말이 뿜는 콧김에 뒤통수가 뜨끈해지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될 정도.
아몬드는 뛰면서 살짝 뒤를 돌아봤다.
스르응!
거대한 검을 뽑아 드는 은빛 갑주의 기사가 보인다.
그는 아무런 말도 없이 살의로 번뜩이는 검을 휘둘렀다.
후웅!
거리가 된다고 판단하자 곧바로 베어버린 것이다.
아몬드는 상체를 납작 숙이며 겨우 피했다.
“!”
기사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다시 말을 달려 한 번 더 검을 휘두른다.
텅……!
아몬드가 나무 쪽으로 동선을 트는 바람에 나무에 검이 박혔다.
“그냥 좀 곱게 죽어라! 거슬리는 자식!”
아마 더 심한 욕이었을 텐데. 번역상 필터링 된 느낌.
후웅!
그가 재차 따라붙으며 또 검을 휘둘렀다.
-으아
-죽는거 아냐? ㅠㅠㅠ
-미친 존나 잘따라붙네
-거슬리는 자식ㅋㅋㅋ
숲 지형에서 이렇게나 말을 자유롭게 타고 다니는 건 순수한 실력과 재능이었다.
“어차피 끝…….”
텅!
그 순수한 실력과 재능을 전부 피해내는 것 또한 신기한 광경.
“또?”
나무에 또 박혀버린 자신의 검을 보며 기사는 -투구에 가려 확인은 안 되지만 분명- 표정을 구겼다.
“히랴!”
다그닥! 다그닥!
기사는 말을 더 빨리 몰아 아예 아몬드를 앞질러나간다.
이제 나무가 별로 없는 큰길이다.
아몬드는 직감했다.
더 이상 요리조리 도망 다니는 건 불가능했다.
휘이이이──
말이 아몬드의 우측을 스치고 지나면서 검이 다시 한번 번뜩인다.
“윽……!”
우당탕!
아몬드는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피한다 생각하고 몸을 좌로 날리며 피했다.
데굴데굴 구르긴 했으나, 목이 달아나진 않았다.
그러나 다음은 없었다.
이히이이잉……!
말이 투레질을 하며 곧바로 방향을 꺾어 내달려온다.
아몬드는 아직 몸을 다 일으키지도 못한 채.
기사의 입가에 씩 미소가 번진다.
이제 잡았다.
몸을 숨길 나무도 없는 숲속의 공터.
말은 거침없이 내달렸고, 검이 번뜩이는 살의로 치켜 올랐다.
그 순간, 아몬드의 눈이 번뜩였다.
‘지금이다.’
휘익──
주저앉았던 다리를 쭉 펴며 튕겨 오르듯이 적에게 돌진해 뭔가를 꽂아 넣는다.
──푸우욱!
깊고 날카롭게 살갗을 찌르고 들어가는 그것.
“창……?”
그것은 창이었다.
녹색 빛의 창.
기사의 옆구리에서 피가 꿀렁이며 터져 나온다.
붉은 피가 낯선 녹색 무기를 따라 흘러 떨어진다.
뚝…… 뚝.
[죽창 – 완료]조선의 팩션 중 하나.
죽창이었다.
“주, 죽창이라니…… 이게 무슨……!”
기사는 어이가 없어 하며 반격을 시도했으나.
[기절]현재 기절 판정.
돌격하는 기마병을 창으로 찌르면 얻어지는 효과였다.
쉽게 말해, 카운터를 먹인 것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돌겨어어어억!”
조선의 궁병들이 사방에서 튀어나왔다.
그렇다.
숲속에 만들어진 이 공터.
[집결]이곳은 쿠키가 지정한 집결지이기도 했다.
애초에 이들은 매복해 있었던 것이며, 그들의 손엔 활이 아닌 녹색의 창이 들려 있었다.
“찔러어어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