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595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63화
22. 숨겨온 전략(3)
조선처럼 활을 강점으로 갖는 문명들은 대체로 근접 전투에선 약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그를 보완해 줄 만한 팩션을 추가로 넣어주곤 했는데.
조선은 그 팩션이 바로 죽창이다.
물론, 그 성능이 그리 좋진 못했다.
적어도 유저들이 받아들이기엔 그랬다. 커뮤니티에 ‘죽창’을 검색해 반응만 봐도 그렇다.
[쓰다가 부러지면 다시 못 쓰는데, 업그레이드 비용까지 든다고?] [잉글랜드 방패랑 비교해봐라 미친 이게 말이 되냐?] [일회용 녹말 이쑤시개를 돈받고 파누 ㅋㅋㅋ] [업글 비용이 든다고?ㅋㅋㅋ 그냥 패시브로 줘도 밸런스 아~~ 무 문제 없을듯 ㅅㅂ]대미지는 기본 창보다 약간 높다.
여기까진 좋은데.
문제는 조건이 까다롭다.
죽창이 한 번 부러지면 다시는 쓸 수 없고, 무기를 일단 내려놔야만 죽창을 들 수 있다.
심지어 꽤 많은 금을 내고 업그레이드해야만 이 기능을 쓸 수 있었으니…….
[누가 2시대에 죽창 업하고 있냐고ㅜㅜ 3시대 가야되는데]3시대에 나오는 꽤 훌륭한 팩션들을 마다하고 2시대 죽창에 돈을 쓸 여유는 없었다.
[3시대에 편전 총통 각궁 다 미루고 죽창??] [2시대에 죽창에 금 쓰는 지휘관 있음 죽빵 맞아야함]이렇듯 죽창은 소위 ‘예능 팩션’으로 쓰일 뿐, 정말 승리를 위한 팩션은 아니었다.
[조선 근접 팩션 진짜 하나도 안주냐?] [페르시아는 코끼리라도있지…… 우린 왜……]한국의 게이머들은 늘 죽창 외 다른 근접 팩션에 목말라 있었다.
[내가 본사에 메일 보내봄.]행동력이 좋고, 의외로 현실 능력자들이 많은 커뮤니티답게, 실제로 본사에 영어 메일을 보낸 사람들도 적지 않았는데.
개발진은 늘 같은 대답을 보냈다.
[예상 답변: 쥭촹은 푱등하~ 돠~ 유남쌩? 쏴랑해요 여네가중궤~]유저들이 비꼬는 것과 비슷한 답변.
늘 죽창이 있잖아? 뭘 더 바라? 라는 식의 답변이다.
-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 발음 개패고싶네
-연예가중계ㅋㅋㅋㅋㅋ
-아우 일본이 닌자 팩션 넣어달라했음 나선환도 고려했을 새끼들이 ㅋㅋ
└뇌절도 넣을듯
└ㄹㅇ 뇌절이넼ㅋㅋ
└걍 다른 나라에 비해 시장이 ㅈ만해서다…… 시장이……
-ㄹㅇ 죽창마렵네 ㅋㅋㅋㅋㅋ
└ㅁㅊㅋㅋㅋㅋㅋ
└2222
.
.
.
이런 현상을 두고 김치승 및 그의 싱크 탱크 팀은 생각해 본다.
“애초에 할 말이 없으면 답변을 안 해도 되잖아? 근데 굳이 죽창으로 계속 답변한단 말이야?”
“그러니까…….”
“한번 분석해 볼 필요가 있어. 아무도 제대로 각 잡고 실험은 안 해봤잖아.”
조선의 근접 해결책에 대해 계속 죽창을 답으로 보낸다는 게 진짜 뭔가 있는 거 아닐까?
개발진이 단순히 약올리려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우리가 한번 알아내 보자. 조선은 어떤 팩션도 허투루 쓸 수 없으니까.”
의미 없는 실험이 될 것 같진 않았다. 죽창은 데이터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죽창이 패치된 시점이 비교적 최근에 가까운 데다가 다들 좋지 않게 생각해 실전에서 거의 쓰지 않았으니까.
싱크 탱크 팀은 밑져야 본전이다 생각하고 분석에 들어간다.
그러던 중…….
“어!? 이거…… 그러고 보니 특성도 창병 특성으로 바뀌잖아.”
그간 그리 주목하지 않았던 사실.
“그게 뭐. 당연하지 창 들었으니까.”
“아니지. 궁병이 길 가다가 창 주워서 싸운다고 창병 특성이 되냐?”
“그건 아니지만, 우리 다 알고 있던 거잖아?”
죽창을 들면 창병의 특성을 얻는다.
당연하다면 당연하게 볼 만한 일이었는데.
치승도 분명 알고 있던 것인데…….
“잠깐…… 잠깐…… 여기에 뭔가 있어. 뭔가 번뜩이는데…… 이게 뭐지…….”
이때, 치승은 죽창에 대한 개념을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는 걸 깨닫는다.
“죽창의 설계 의도는 그냥 죽기 전에 잠시 창을 일회용으로 쓰고 튀라는 게 아니었어.”
죽창이라는 무기 자체의 성능을 생각할 게 아니었다.
업그레이드가 되면 ‘모두’가 죽창을 한 번은 쓸 수 있다는 걸 생각해야 했다.
“모두.”
모두…… 이 말에 힌트가 있었다.
죽창은 모두가 쓸 수 있다. 비록 일회용이지만.
“죽창 업그레이드를 마친 순간, 전병력이 잠재적으로 창병으로 돌변할 수 있어.”
순간적으로 한 번, 창병이 되는 것이다.
“순식간에 전 병력의 병과가 바뀔 수도 있는거라고!”
“!”
“예전 RTS에서도 이런 경우가 있었어. 흔히 역뮤탈이라고 하는 빌드라던가.”
“그거 엄청 대처하기 까다로웠잖아.”
“그치. 우리도 잘만 하면 그렇게 쓸 수 있다는 거야.”
전 병력이 궁병인 조선을 보고 기마대를 편성했는데, 갑자기 모두 다 창병으로 바뀐다고 생각해 보라.
적 입장에선 끔찍한 전투가 펼쳐질 거다.
“단, 3시대를 포기한다는 전제하에.”
“……그, 그게 될까?”
조선의 3시대는 그야말로 전성기.
다른 문명들도 대체로 3시대에 절정을 맞지만, 조선은 유독 그 편차가 심했다.
그런 조선의 3시대를 포기하고 이 죽창으로 반전을 일으키는 게 과연 먹힐까?
치승은 고개를 끄덕였다.
“될 거야. 한 번은.”
* * *
척!
녹색 창이 사방에서 튀어나오는 순간.
기사는 당황하여 몸부림을 쳤다.
“이, 이게……!”
그러나 늦었다.
이미 아몬드의 창이 그의 복부를 파고든 채였다.
그는 움직이기 쉽지 않았다.
“윽……!”
[창병: 기마병의 돌격을 저지하여 반격할 시, 추가 대미지와 함께 기절]창병의 이런 특성이 고스란히 지금 아몬드에게 깃들어 있었다.
‘망할? 진짜 창병 효과잖아?’
왕실 기사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딴 팩션을 봤어야 알지!’
실제 게임에서 죽창을 거의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찔러어어어어어어!”
롸떼의 외침에 당근, 스팸 그리고 또 다른 궁병 하나가 녹색 창을 내질렀다.
‘히이익!?’
네 개의 죽창이 기사의 커다래진 동공에 가득 맺힌다.
푸우욱!
이내 살갗 깊이 파고드는 날 선 대나무들.
“……윽!”
순간적으로 크게 깎여나가는 체력.
기사는 휘청거린다.
“하…… 하나라도 데려간다아!”
죽어가는 중에도 검을 휘두른다.
촤아아악!
롸떼의 상체에 큰 상처가 패인다.
“아씨. 왜 하필 나야!”
그러나 롸떼는 아무렇지도 않게 피를 닦으며 다시 외쳤다.
“다시 찔러!”
“찔러어어!”
푸욱!
푹!
계속해 이어지는 잔인할 정도의 합동 공격.
기사는 결국 버티지 못한다.
기사 홀로 무려 다섯이나 되는 창병과 만나서는 도저히 승산이 없다.
쿵……!
그는 말에서 떨어지고 만다.
잠시 후 그가 보게 된 건 네 명의 병사들이 내려보는 모습.
“흐흐…….”
특히나 상처를 입은 롸떼는 미친 사람처럼 실실 웃었는데.
그가 들어 올린 녹색 창 끝에서 피가 뚝뚝 떨어진다.
“색감 좋지? 응? 메리 크리스마스다!”
푸욱!
* * *
킹귤, 그는 이 순간을 위해 얼마나 참았던가?
“죽차아앙! 개같이 등자아아아아앙!!!”
참았던 만큼 있는 힘껏 꽥 소리를 내질렀다.
-미쳤다
-와 진짜 죽창을 쓴다고???
-ㄹㅇ죽창이넼ㅋㅋ
-죽창마렵네(물리)
-이왜진ㅋㅋㅋ
-혹시 킹귤이 죽창에 찔렸나요? 그 정도 소리가 났는데 방금
“뭐어어어!? 귀이이조옥!? 와아앙실 기사!? 평등해지자 이거야! 동학 농민 운동이다!”
-엌ㅋㅋㅋㅋㅋ
-평등해져버렸누……
-동학농민운동ㅋㅋ
-ㅋㅋㅋㅋㅋㄹㅇ 혁명이네
캐스터가 맞장구친다.
“아! 속이 다 시원합니다!”
킹귤이 성토하듯 내뱉었다.
“예! 기다린 보람이 있습니다! 조선의 비밀병기! 죽창! 너무 완벽하게 써줬습니다!”
“이게 아까 말하다 마셨던 그 전략입니까?”
“맞습니다!”
“정확히 이 전략 설명 한번 해주시죠!”
“그러니까 죽창이라는 별로 가성비 좋지 않은 팩션을 아주 잘 활용한 예인데…….”
킹귤은 이 죽창이 왜 적에게 치명적인 반전이었는지 알려준다.
-헐
-그런거였어?
-ㄷㄷ
-이게 구린거라니
-ㄹㅇㅋㅋ 뉴비들 커엽네
“아아! 말씀하시는 중에! 전선 전체에 변화가 생기고 있습니다!”
“!”
캐스터의 말에 킹귤도 깜짝 놀랐다.
죽창으로 기사를 카운터 칠 생각이라는 건 알고 있었는데.
킹귤마저 예상 못 한 죽창의 효능이 더 있었던 것.
‘어? 그러고 보니?’
몽둥이 든 야만 병사들이 서로 접전을 벌이고 있던 전선이 있잖은가?
지금보니 여기가 훨씬 더 문제였다.
각자 있는 자원 없는 자원 다 끌어다 특화 유닛을 만드느라 아직도 몽둥이병들이 많은 상황.
그런 와중에 갑자기 조선 쪽 몽둥이 병들만 몽둥이를 버리고 죽창을 집어 들어버린다면?
전선이 어떻게 되겠는가.
* * *
분명 서로 발 디딜 틈 없이 치열하게 입구에서 소모전을 벌이고 있던 두 세력.
“죽창이다!”
“와아아아!”
죽창 업그레이드를 기점으로 상황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슥!
조선 쪽 병사들 전부가 몽둥이가 아닌 창으로 무장한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고.
“2중으로 찌르기 진을 짜라아아!”
보조 지휘관의 명령에 따라 앞 뒤 창병이 모두 찌를 수 있는 거리를 확보할 수 있는 2열 종대로 늘어선 조선 병사들.
그런 반면, 방패조차 없이 몽둥이만 들고 혈투를 벌이던 프랑크 병사들.
“어…… 어?”
“미, 미친 죽창?”
“얘네 왜 갑자기 다 창이야!?”
그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몽둥이는 휘두를 거리도 안나오는 와중에 죽창이 찌르고 들어온다.
푸욱!
푹!
“억!”
“끅!”
아무리 프랑크 근접 보병 플레이어들이 뛰어나다고 해도, 창과 몽둥이의 대결에선 이길 수 없었다.
“싹! 밀어어어!”
와아아아아아!
엄청난 함성과 함께 조선의 모든 병사들이 밀고 들어오기 시작한다.
푸욱!
푹!
찌르면 찌르는 대로 프랑크 병사들은 죽어 나갔고.
“히랴아아!”
보조 지휘관 식빵이 말을 타고 달려가더니.
기울어가는 전황에 완전 쐐기를 박는 일격을 날린다.
──촤아악!
그녀의 검이 흩뿌리는 빨간 피.
“!?”
“주, 죽었어! 지휘관이!”
모두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그녀의 검에 묻은 피는 프랑크 보조 지휘관의 것이었다.
즉, 적장의 목을 벤 것이다.
여태까지 지지부진하던 보조 지휘관 간의 싸움이 순식간에 판가름 나버렸다.
이게 바로 ‘기세’의 힘이다.
축구에서와 비슷했다.
골이 먹히면 갑자기 더 쉽고 허무하게 추가골을 내주는 경우가 더러있지 않던가?
그건 육체 능력의 문제가 아닌, 정신, 마음의 문제였다.
결국 단체전은 늘 멘탈 싸움.
적 지휘관은 결국 목보다 먼저 마음이 꺾였을지도 모른다.
식빵이 그의 목을 위로 던지며 외친다.
“지휘관 목을 쳤다아아아아!”
조선군의 기세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응원단의 함성, 그리고 병사들의 함성이 전장을 뒤덮는다.
“밀어어어어어어!”
“이제 총 지휘관 목 따러 가즈아아아!”
조선군은 마치 자신들의 병력이 2배로 불어난 것마냥 날뛰었다.
푸욱!
창으로 찌르고.
콰앙!
몸으로 부딪히고.
모두가 한마음으로 전선을 뚫어낸다.
계속해서 밀어낸다.
결국…….
“끄억!”
마지막 전열에 있던 프랑크 야만 병사들이 쓰러지며, 전선에 구멍이 생긴다.
“뚫렸어! 전선이 무너졌다!”
“뛰어어어어!”
“본진까지 길이 열렸다아아!”
모든 조선 병사들이 우르르 본진으로 밀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아몬드와 팡어만 몰래 들어갔을 때랑은 비교할 수 없게 프랑크의 열세였다.
“전부 죽여라아!”
“전부 태워!!”
이때부터 한국 응원단의 함성이 온 경기장을 뒤덮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쿠구구구궁!
북소리가 울려 퍼지며 빨간색 함성이 절정으로 끓어올랐다.
중계진도 잔뜩 흥분하여 목소리를 높였다.
[뚫렸어요! 뚫려습니다아아!] [현장의 열기가 엄청납니다! 지금 조선이! 정말 충격적인 경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경기를 계속 리드하고 있어요!] [반면에! 프랑스 응원단은 아주 죽상이에요!?]프랑스 쪽의 응원단은 모두 망연자실한 표정이 되어가고 있었다.
힘내라 응원도 한 두번이지.
벌써 몇 번째 희망이 꺾이고 있었다.
그나마 해줬어야 하는 기사마저 쓰러지고.
이제 왕실 기사 하나가 더 나오지만…….
[지금 왕실 기사 하나 다시 나왔는데! 어딜 갈지 몰라 방황합니다! 기사가 나왔는데 때를 기다리느라 그냥 대기해야 돼요!] [이 흐름을 바꾸려면 기사가 적어도 둘 정도는 있었어야 하는데! 하나로 돌진했다가는 개죽음이죠! 당연히 기다립니다!]기사는 별다른 작전에 투입되지 못한 채, 본진을 서성일 수밖에 없었다.
[조선의 병사들이 횃불을 들기 시작했습니다! 본격적으로 본진 건물 불지르는 겁니다!] [다아아 태워 버리겠다! 리버스 외규장각! 가야죠!] [예! 루브르 박물관 태워! 모나리자 내놔아!]-크
-외규장각ㅋㅋㅋ
-ㄹㅇ 거의 고지가 눈 앞
-모나리자까짘ㅋㅋㅋ
-병인박해 멈춰……! ㅠㅠ
-읔ㅋㅋㅋㅋ
-진짜 이기는거냐구ㅠㅠ
게임은 조선 쪽으로 크게 기울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