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596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64화
23. 요절복통(1)
캐스터가 목에 핏대를 세우며 외친다.
“조선의 모두가! 모두 다! 밀고 들어갑니다! 프랑크의 본진에! 빨간 물결이 차오릅니다!”
파란색 의복의 프랑크 병사들보다 빨간 의복의 조선 병사들이 더 많아 보였다.
“이제 죽창이 아니라 횃불을 들기 시작합니다!”
“그야말로 혁명입니다!”
죽창을 들고 있던 병사들 중 일부가 횃불로 전환한다.
화르르륵!
온갖 건물에 불을 붙이기 시작하는 이들.
-멸공의 횃불 군가 시~ 작!
-싹 다 태워!
-존잼ㅋㅋㅋㅋㅋㅋ
-불타오르네~
“그렇죠! 원거리 유닛은 횃불이 없지만! 근거리 유닛들은 전부 있거든요! 건물 다 불탑니다아!”
화르르륵!
식량을 채집하던 과수나무가 타오르고, 인구수를 담당하는 집들이 검은 재가 되기 시작했다.
“아…… 잘 타는 건물들은 정말 순식간입니다?!”
“다만 주요 건물은 좀 시간이 걸릴 겁니다. 2시대라서요.”
석재가 들어가는 방어탑이나 주요 건물들은 쉽게 타지 않는다.
이게 2시대에 경기를 끝내기 쉽지 않은 이유였다.
“2시대 공성병기라고는 공성추뿐인데! 이거 지금 생성할 여유가 없죠!”
실질적으로 2시대에 공성병기를 갖추는 건 무리였다.
그렇다고 3시대처럼 화약 기반의 병기들도 없으니, 건물을 미는 데 한세월이다.
보통 시빌엠이 3시대 넘어 끝나는 경우가 태반인 이유가 있는 셈이다.
“이 틈에 프랑크는 반격을 준비합니다!”
“전형적인 2시대 공방 패턴이긴 합니다!?”
건물을 밀고 있는 동안 지고 있는 쪽은 보통 병사들을 뒤쪽에 모아놨다가 한 번에 밀고 나가는 전략을 펼친다.
이러면 한순간에 역전이 일어나기도 한다.
“라스트 웨이브. 조심해야 되거든요?”
이렇게 밀고 나오는 걸 라스트 웨이브라 한다. 호칭이 있을 정도로 자주 일어나는 일이니, 조심해야 했다.
[집결] [수비]피잉! 피잉!
프랑크의 마을회관 앞으로 남은 전 병력이 모이기 시작한다.
“아. 킹귤 님. 지금 이거 몇 대 몇 정도로 보십니까?”
“지금 상황 저는 8 대 2 정도로 조선이 유리하다고 봅니다!”
“예!? 생각보다 덜 유리한데요!?”
“원래 2시대 전투가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방심하면 안 돼요! 이 전투가! 한국 팀의 엄청난 분기점이 될 겁니다.”
“분기점이요?! 왜죠!”
“이 2시대 빌드가 성공하면 앞으로 경기에서도 엄청 유리하게 심리전을 가져갈 수 있을 테니까요!”
그랬다. 오늘 경기를 이 빌드로 이기면 조선의 전략적 선택지가 늘어나는 셈이다.
앞으로 적들은 조선의 1시대 방어탑 러쉬, 2시대 패스트 궁병에 이어서 3시대 직행이냐 죽창으로 끝내기냐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고작 해봐야 1시대 혹은 3시대만 신경 썼던 지휘관의 머리가 한껏 복잡해진 셈.
“그러니까 지금 방심하지 말고 계속 자원도 견제하고! 철저하게 조여야 합니다!”
“아! 그렇죠! 어, 근데?! 기사……?”
[왕실 기사 – 97%]“프랑크! 기사가 하나 더 나오게 생겼어요!”
“아니, 이거 언제 찍었죠!? 금광 견제를 그렇게나 했는데!”
“아아앗! 아마 프랑크가 ‘노예 광부’ 팩션을 선택한 모양입니다!”
노예 광부.
프랑크의 팩션 중 하나로, 업그레이드할 시 일꾼이 아닌 노예가 광산에 처박혀서 계속 금을 캔다는 설정이다.
즉, 일꾼이 금광에 들어가지 않아도 자동으로 소량이나마 금이 생성된다.
금 견제를 과하게 받는 프랑크를 위한 팩션인데.
아무 생각 없이 쓸 수는 없었다.
“조선 상대로 노예 광부를? 이것도 놀랍네요.”
이 노예 광부 팩션 업그레이드에는 많은 식량이 소모된다.
즉, 병사가 한 번 죽으면 부활을 잘 못 하게 되는 거다.
조선처럼 활이 강한 문명 상대로는 보병들이 많이 죽기에 잘 안 찍는 팩션인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저희가 견제를 너무 열심히 하는 바람에! 울며 겨자 먹기로 찍은 것 같은데요!?”
“어쩐지 병력이 너무 없더라구요.”
이번 조선이 워낙에 금 견제를 강하게 넣어서, 프랑크가 어쩔 수 없이 찍게 된 셈이다.
병사 하나가 기사 학교로 들어가더니, 하얀 말을 타고 기사가 되어 나온다.
빠밤──!
[왕실 기사 – 완료]이젠 기사가 둘이다.
“프랑크 기사가 둘. 이러면 몇 대 몇이죠?”
“아…… 7 대 3이라고 봐야 되겠습니다! 아무리 병력이 적어도 이러면 진짜 모릅니다! 기사는 방어 능력에서 워낙 탁월해서!”
킹귤의 입술이 말랐다.
초조해진 거다.
“게다가 저희 죽창 없거든요?!”
죽창은 일회용이다.
지금 조선 대부분 병사들이 한 번 쓴 상태다. 덕분에 화끈하게 전선을 밀긴 했으나.
이제는 죽창을 들 수 있는 플레이어들이 거의 없어져 버렸다.
“예!? 죽창이 없다니, 무슨…… 아! 죽창 일회용이죠!? 이, 이런 쓰레기 팩션이 다 있나!”
캐스터가 이마를 탁 치며 탄성을 지른다.
-ㅁㅊㅋㅋㅋㅋㅋㅋ
-절로 욕이 나오긴함
-캐스터도 결국 인정한……
-이게 에바야 ㅠ
-죽창이 아니라 녹말 이쑤시개임ㅋㅋ
이렇게 되면 창이 거의 없는 상태로 기사를 둘 상대해야 한다는 말이다.
“아니, 이러면 조선이 저 기사 둘을 어떻게 처리할까요?!”
“저도 모르겠습니다!”
“예!? 그럼 어떡해요!?”
“하지만! 조선이 여전히 훨씬 유리해요! 일꾼 피해도 엄청나고! 프랑크는 병력 부활도 잘 안 되고 있어요! 진짜 딱 한 발자국만 나아가면 됩니다! 조선!!”
다행히 아몬드와 그 외 궁병들이 본대로 합류하면서 프랑크 쪽 일꾼을 싹 쓸어버린 뒤였다.
“어떻게든! 기사를 잡아줘야 해요! 해줘야 합니다!”
프랑크는 이번 항전에서 막는다고 해도 게임을 이길 수 있을지 없을지 몰랐으나.
조선은 이번 항전만 뚫어내면 게임을 이긴다.
* * *
티잉──!
빨간 핑이 꽂힌다.
[총 공격]쿠키의 명령이 떨어졌다.
[프랑크 마을회관]목표는 회관.
일꾼을 생성하며, 총지휘관이 들어 있고.
3시대 전까지 최고 방어 시스템을 자랑하는 본진 그 자체인 건물.
이것만 공략하면 게임은 끝난다.
지금 그 건물이 시야에 보인다는 것 자체가 이미 많이 기울었다는 뜻.
“자. 이제 고지가 눈 앞이다! 방어를 뚫고 들어가서! 총지휘관 목을 친다!”
말 그대로 고지가 눈 앞이었다.
“우아아아아아아아아!”
조선이 사기를 끌어올리며 소리를 내지르고.
프랑크 역시 항전을 다짐하며 외친다.
“한 번만 막으면 기회가 있다! 끝까지 버텨라아!”
척!
선두에 선 왕실 기사가 번쩍이는 검을 위로 올리며 외치고 있다.
“전원 회관 사수!!”
그 반격하듯이 조선 쪽이 외친다.
처억!
지휘관의 검이 번뜩인다.
“공겨어어어억!”
“끝내 버려!”
파아앙!
파방!
수많은 화살이 마을 회관의 2층에서부터 쏘아졌다.
“2층으로 사겨어어어억!”
조선의 궁병들도 회관 2층을 향해 활을 쏘기 시작했다.
피유웅──!
활도 일제히 사격하니, 폭죽 소리가 났다.
멀리 날아오른 양 진영의 화살들.
공중에서 서로 상쇄돼 스러지는 것들도 있었으나, 대부분은 목표물을 향해 소나기처럼 하강한다.
퍼버버버벅!
양 진영의 수많은 병사들이 쓰러진다.
“으아악!”
“억!”
“아씨…….”
양쪽 모두에서 사상자가 수도 없이 발생했다.
최후 결전엔 늘 최대 사상자가 나는 법이었다.
양쪽 다 물러설 수가 없으니까.
“회 쳐 먹을 프랑스 놈들. 이걸 항복을 안 쳐!?”
-회 쳐먹을ㅋㅋㅋ
-ㅁㅊㅋㅋㅋ
-항복 대신 회를……ㄷㄷ
-팡어 어서 오고~
어느새 부활해서 합류한 팡어가 투덜거리며 활시위를 당긴다.
아몬드도 옆에서 계속 활시위를 당기며 2층에 있는 병사들을 요격했다.
‘병력이 별로 없어.’
아몬드가 그냥 보기에도 프랑크는 병력 수급에 차질이 생기고 있었다.
이대로 계속 쏘기만 하면 게임이 끝날 것 같았다.
그런 생각을 하던 중─
“어, 어…… 온다! 온다! 뚫렸어!”
비명 소리가 들려온다.
‘뭐지?’
앞쪽 진영이다.
원인은 바로 알 수 있었다.
──콰앙!
굉음과 함께 진형을 뚫고 들어온 은빛 갑주 둘.
‘기사가 둘?’
아몬의 눈이 잠시 커졌다.
하나 정도 남았을 거라 여겼는데. 둘이나 있다.
-왜 둘이냐??
-ㅁㅊ 둘은 좀
-기사에 미친놈들
-어 근데 죽창 없잖아;
-노예 팡부 썼나보다 ㅅㅂ
이히이잉……!
투레질하는 말발굽 밑에 병사들이 깔려 있다.
팡어는 질린다는 듯이 고함쳤다.
“미친 이 와중에도 기사를 하나 더 뽑아놨었어!? 그래서 병력이 없었냐!?”
다 죽어가는 와중에도 기사 하나를 추가로 더 뽑은 것은 몰랐다.
“아주 발악을 하는구나! 발악을! 게임 아주 더럽게 하네.”
-극찬ㅋㅋㅋ
-프랑크가 잘하고 있단 거죠?
-왕실기사 행복사
팡어가 말하는 그 발악의 결실이 지금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다.
이히이이잉……!
투레질과 함께 사람이 가득한 전장을 내달리는 은빛 갑주의 군마 둘.
쿠구구구궁!
그것은 압도적인 파괴력이었다.
“으, 으아아아!”
“야! 야! 찔러! 뭐 해!?”
“창이 없어요!”
촤아아악!
달리는 기사의 검이 전면을 잘라내니, 병사들이 별다른 저항도 없이 무너져내린다.
“윽……!”
털썩……!
“젠장! 죽창 없어!? 어어억!!”
촤아아악!
죽창을 찾던 이도 붉은 피를 뿜으며 쓰러져 버렸다.
두 명의 기사가 서로 ‘8’ 자를 그리며 진형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촤아아아악!
촤아악!
붉은 검로 역시 끈적한 ‘8’ 자를 그린다.
거침 없는, 맹렬한 검.
수많은 머리가 나가 떨어져 하늘로 솟는다.
“컥!”
“으억!”
지금의 이 힘이 단순히 기사라는 클래스에서만 나오는 건 아니었다.
[기사도 – 활성화 중]기사도 팩션의 힘도 함께다.
자신들의 영지를 수호하고 있을 때 전투력이 배가 되는 팩션.
[기사도: 영지를 수호할 때 방어력 및 공격력 30% 상승]우우웅……!
기사들 뒤로 기사도 활성화를 나타내는 하얀 아우라가 번져 나온다.
지금이다 싶었을까?
처억!
뒤쪽에서 깃발 달린 창이 높게 치솟더니.
“프랑크! 진겨어어어어억!”
프랑크의 보병들이 우르르 달려 나온다.
“방진을 만들어라!”
어떻게든 서로 어깨를 맞대며 조선의 진 안에 자신들의 진을 끼워 넣는 프랑크 보병들.
팡어의 표정이 점점 굳었다.
“아니. 이건 좀…….”
팡어는 경력이 긴 베테랑답게 이게 별로 좋지 않은 상황임을 직감했다.
이러다가 보통 역전이 일어난다.
척!
그가 손을 번쩍 들며, 외친다.
“모든 궁벼어어어어엉!”
띠링.
궁병들의 시야에 사격점이 나타난다.
궁병 리더인 팡어가 정해주는 사격점. 그것이 처음엔 마을회관 2층이었으나.
이젠 밀고 나오는 기사들 쪽이다.
척!
팡어가 가리키자, 노란 사격점이 붉게 물든다.
“일제 사겨어어어어억!!!”
파아아앙──!
수많은 화살이 쏘아지며 프랑크의 보병들이 무더기로 넘어진다.
“으어억……!”
“끄어억!”
다만, 기사는 예외.
티이잉!
티딩!
전부 튕겨 나가는 화살.
중세의 탱크.
이런 표현이 딱 맞았다.
“젠장!”
“말까지 무장해서…….”
은빛 철로 만든 이 장갑차들은 냉병기로는 도저히 상대할 수 없는 듯 보이기까지 했다.
그나마 갑옷 틈을 노려야 하는데.
몸을 조금만 몸을 비틀어도 틈 대신 갑옷에 맞고 화살이 튕겨 버리니…….
아몬드도 곤란했다.
‘가만히만 있는다면 눈을 맞힐 수도 있는데.’
가만히 있어 줄 리가 없다.
국가대항전에 나올 정도 플레이어가 그래 줄 리가 없었다.
티잉……!
티딩!
수도 없이 튕겨 나가는 화살을 보고 있자니 오히려 사기만 떨어지는 느낌.
창병이 없으니, 기사들의 등에 날개가 달린 격이었다.
“이, 이거 진짜 밀리냐?!”
“거의 다 끝난 건데!”
조선 쪽 병사들은 점차 안색이 파리해졌고.
반대로 프랑크 쪽 병사들의 눈빛에 생기가 돌기 시작한다.
“이거 된다!”
“우리가 막았다!”
“궁병부터 쓸어라!”
한껏 달아오른 사기로, 기사 하나가 이쪽으로 달려온다.
여기가 궁병 진형이니까.
다른 보병들이 막으려 해도 방법이 없다.
기사는 빠르게 가까워졌다.
아몬드는 선택해야 했다.
‘쏠까. 피할까.’
자리를 피해야 할지, 아니면 마지막으로라도 눈구멍에 쏴 맞히는 걸 노려봐야 할지.
다그닥! 다그닥!
말발굽 소리에 귀가 먹먹해진다.
이제 말의 콧구멍이 벌름거리는 게 보일 정도의 거리.
결론을 내린다.
‘쏘자.’
뭐라도 해보자.
이런 생각이 통했던 걸까?
“아직! 한 발! 남았다아아아아!”
팡어가 기사를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돌진? 궁병이 웬 돌진?
‘아……!’
그제야 깨닫는다.
팡어는 아까 죽창을 쓰지 않았다!
‘죽창이 있어!’
──푸욱!
팡어의 죽창이 기사의 옆구리로 찌르고 들어갔다.
“……뭐!”
이히이이잉……!
돌진하던 기사의 말이 깜짝 놀라 투레질한다.
돌격 중에 창에 저지당하면 기사는 기절 상태가 된다.
“스턴이다! 얼른──”
팡어는 말을 다 잇지 못했으나.
기리릭.
아몬드의 시위는 이미 당겨졌다.
기회는 한 번.
‘멈춰 있다면. 할 수 있어.’
키이잉!
집중의 빛이 최대로 모였다.
아몬드의 호흡이 점차 느려지더니, 이내 멈춰 버린다.
흡.
딱 한 모금의 숨결만이 그의 폐에 깃들고.
‘보인다.’
순간 모든 것이 검게 고요해지며, 세상에 오로지 단둘만이 존재하게 됐다.
기사와 아몬드.
점점 클로즈업되는 시야.
보인다.
옹이구멍만 한 틈새 안.
푸른색 눈.
‘지금.’
스르륵.
오른손이 미끄러지듯 시위를 놓아주었다.
파아아아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