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597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65화
23. 요절복통(2)
“유럽 문명에서 가장 골치 아픈 건 기사들이다.”
쿠키가 유럽 쪽 국가에 대한 전략을 세울 때 했던 말이었다.
“특히나 조선처럼 원거리 무기가 특화된 문명에는 치명적이지. 2시대부터 등장하는 프랑크의 왕실 기사는 물론이고, 3시대부터 나오는 잉글랜드의 템플러 기사단, 도이치의 튜튼 기사단 등 전부 골칫덩어리지.”
이유는 다 비슷했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원거리 대미지를 반감하여 받는 데다가, 어지간한 장력 이하의 화살은 갑옷이 전부 튕겨낸다.”
원거리 공격으로 죽이는 게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4시대까지 가서 조총, 화승총 따위의 화약 무기가 나오는 게 아니고서야 기사를 원거리에서 요격하여 잡는 건 멍청한 짓이었다.
“하지만, 원거리에서 잡는 방법이 없는 건 아니야.”
그렇다고 기사들이 원거리에 무적인 건 아니었다.
활만으로 기사를 상대하는 건 분명 어리석은 일이나, 협공한다면?
“창병과 협공하면 된다.”
특히나 창병과 함께라면 얘기가 다르다.
전형적인 전략이다.
궁병을 보고 달려드는 기사를 매복해있던 창병이 달려 나와 카운터를 먹이는 것.
창병이 기사를 가만히 고정하고 나면, 기사는 순간적으로 약점을 드러낸다.
“관절마저 갑옷으로 덮을 순 없다. 허리, 팔꿈치, 무릎, 발목, 목, 등…… 이렇게 관절부는 갑옷에 틈이 있지. 이들이 움직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궁병들이 열심히 노리고 쏜다면 맞힐 수도 있지. 특히나…….”
갑옷을 아무리 철저히 둘러도 관절 쪽은 빈틈이 반드시 존재했다.
쿠키가 손을 들어 가리킨다.
「여기.」
눈이었다.
굳은 심지가 박힌 듯 또렷한 검은 눈.
그 위로 푸른 하늘이 비춘다.
시퍼런 홍채 속에서, 화살이 헤엄치듯 날고 있다.
「눈은 아주 치명적이다.」
천천히 살랑이는 깃.
모든 것이 느리다.
소리는 시간에 잠겨 사라졌으며, 공기마저 굳은 것 같은 세상.
파아아아앙…….
오로지 화살만이 멈춰 버린 세상을 가로질러 나아갔다.
딱딱하게 굳은 바람을 짓밟고서, 마침내 그것은 푸른 홍채로 빠져드는 순간.
‘맞았다.’
와장창.
느려터졌던 세상이 붕괴되었다.
──푸욱!
“컥!”
기사의 머리가 뒤로 훽 젖혀지며 피 분수를 뿜었다.
동시에, 귓가를 때리는 함성 소리.
“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
병사들뿐이 아니다.
관중들 중 빨간색으로 치장한 이들이 죄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와아아아아아아!”
고막이 저릿하게 울린다.
양쪽에서 반대되는 명령이 튀어나온다.
“기, 기사가 위험하다! 막아라아!”
“지금이다! 죽여어어어!”
상황이 급박해진다.
고개가 뒤로 꺾인 채 기절한 기사.
그는 하얀 목을 그대로 드러낸 채였다.
죽이기 딱 좋은 상태다.
「눈을 맞게 되면 일시적으로 전투 불능에 빠지면서 급소를 다 드러낼 수밖에 없지.」
목뿐이 아니라, 거의 몸의 모든 급소가 노출되었고, 타격 판정까지 더 좋아진다.
지금이다.
팡어가 궁병들에게 고래고래 외쳤다.
“쏴서 죽여! 쏴라아아아아아!”
팡어의 외침에 따라, 샐 수도 없는 수의 화살이 기사를 향해 쏘아졌고.
폭우처럼 쏘아지는 화살들이 오만 곳을 가리지 않고 꽂힌다.
기사는 고슴도치가 되고 만다.
허옇게 드러난 목은 이내 시뻘겋게 물들어버리고…….
털썩!
“!”
기사는 낙마했다.
죽은 것이다.
“와아아아아아아아!!”
기사 하나가 죽었다는 것만으로 엄청난 함성이 울려 퍼진다.
아몬드는 그것을 뒤로하고,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린다.
‘이제 남은 건 하나…….’
기사가 하나 더 있었다.
‘어?’
그런데 어디지?
어딨는지 알 수 없었다.
이히이이잉……!
‘뒤!?’
언제 돌아서 달려온 건지, 아몬드의 뒤쪽에서 짙은 그림자가 드리웠다.
아몬드는 앞으로 튀어나가듯이 구르며 겨우 기사의 검을 회피했다.
후웅!
그러나, 그다음은 방법이 없었다.
기사는 아랑곳 않고 다시 달려와 아몬드를 끝장내기 위해 검을 내지른다.
“이 자식이 원흉──”
이때 또 다른 말을 탄 이가 쏜살같이 지나 덮쳤다.
──쿠웅!
“나도 아직 죽창 있어. 이 자식아.”
[식빵]식빵이었다.
말의 속력으로 달려 죽창으로 찔렀다.
기사는 창기병과 정면으로 부딪쳐 버린 셈.
“으억……!!?”
이히이잉……!
왕실 기사는 멋들어진 휘장을 휘날리며 낙마해 버렸다.
쿵!
기사는 죽지는 않았기에, 몸을 굴려 위험에서 벗어나려 했다. 조금만 도망가도 말 위에 탄 사람은 그를 찌를 수 없었으니까.
그러나 식빵은 어딘가로 죽창을 던졌다.
“자. 여기.”
아몬드의 손이 그녀의 죽창을 잡아챘다.
“마무리해.”
아몬드는 그대로 달려나가 바닥을 구르는 기사에게 찔러버렸다.
푸욱──!
“아아아아악!”
두 번째 기사도 비명과 함께 죽어버리는 그 순간이었다.
빠바밤!
트럼펫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응? 후원은 분명 꺼놨을 텐데?
[적이 항복했습니다!]후원이 아니었다.
항복 알림이다.
* * *
항복?
아몬드는 희한하리만치 놀라고 말았다.
곧 올 것이라는 걸 알고는 있었으나.
마침내 그 순간이 왔을 때 밀려오는 감정이란…….
‘이겼다고?’
이겼다.
이 세 글자만이 머릿속에 꽉 차버린다.
주마등처럼 그간의 일들이 잠시 지나간다.
조선의 스크림 전패.
승패 예견 98%가 프랑크 승을 찍은 걸 봤을 때.
방어탑으로 활을 쏘던 때.
왕실 기사가 나오던 순간.
죽창으로 찌르던 그 감각.
그리고, 그간 스크림에서는 볼 수 없었던 알림…….
두둥!
[조선 승리]아몬드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목구멍에서 말이 제대로 튀어나오지 않았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전투의 함성이 사그라들고 고요가 깃든다.
한쪽은 힘이 다 빠져서, 한쪽은 너무 벅차올라서.
이긴 거야?
‘정말?’
뜨거운 승리의 기운이 점차 피부로 파고든다. 촉각으로 느껴졌다.
우리의 승리다.
척!
식빵이 칼을 높이 쳐들며 외쳤다.
“이겼다아아아아아아아아!!!”
이때보다도 더 목놓아 소리 지른 적이 없을 정도로, 모두가 함성을 내질렀다.
모든 사람들이 무기를 위로 내던지며, 승리를 포효했다.
“와아아아아아악!”
팡어가 거의 자지러지는 소리를 내며 달려온다.
“어이어이! 믿고 있었다고오! 아몬드! 네가 기사 쏜 거지!? 어!?”
이 사람이 처음 아몬드가 들어왔을 때, 작전 외에 의미 없는 말 하지 말라며 무게 잡던 그 사람이 정녕 맞는가?
그를 비롯해 스팸, 롸떼, 당근까지 모두 뛰어와 부둥켜안았다.
웃음이 절로 나왔다.
하하하!
아몬드도 마찬가지였다. 이 팀에서 보낸 시간이 적을지언정, 기쁨의 크기가 적진 않았다.
그는 하얀 이가 눈부시게 빛날 정도로 웃어 보였다.
-ㅊㅊㅊㅊ
-와 진짜 대박
-ㅊㅊㅊ
-그저 레전드ㄷㄷ
-진짜 미쳤다 ㅠㅠㅠㅠ
-아아 칭송합니다 the “NUT”
-이걸 1인칭으로 본 나 칭찬해
-라이브로 못본 놈들 인생 절반 손해 ㅋㅋㅋ
-미친 이게 진짜 된다고????
* * *
항복 선언이 나왔을 때.
킹귤과 김상훈 캐스터는 벌떡 일어나 고함쳤다.
“쥐~~~~~쥐이이이이이이!!!”
“이겼습니다! 이제 진짜 이겼어요! 프랑크를 2시대로!! 조선이! 직지심체요절은 못 받았어도! 쥐쥐심체요절은 받아냅니다!”
-ㅋㅋㅋㅋ지지심체요절ㅋㅋㅋ
-ㅅㅂㅋㅋㅋㅋ
-미친 감동이다 ㅠㅠㅠㅠㅠ
-ㅠㅠㅠㅠ
-이거 실화야? 지금?
캐스터는 감격에 겨운 듯 재차 승리라는 글자를 들여다보며 외쳤다.
“불가능해 보였던 싸움이! 이렇게 묘수에 묘수를 거듭해서! 진짜 승리로 만들어졌습니다! 이거 진짜 믿을 수가 없어요! 지금 프랑크는 더 믿을 수가 없을 겁니다!?”
킹귤이 끄덕이며 대답한다.
“그렇죠! 영혼이 빠져나간 것 같은 저 프랑크 지휘관의 얼굴을 보세요! 완전 정신 나갔어요! 반면에 조선은!?”
“조선은 어떻습니까!”
“직지심체요절복통~~! 신났죠! 웃음이 막 나와요! 아주 십 년 묵은 체증이 다아아아 내려갑니다아!”
-ㅁㅊㅋㅋㅋㅋ
-“K – ROFL”
-요절복통 ㅇㅈㄹㅋㅋㅋ
-이러다 진짜 돌려받는거 아니냐?ㅋㅋㅋ 하도 많이 말해서 ㅋㅋ
-직지 심체 몇절까지 있냐 ㅋㅋㅋ 미쳤네
-엌ㅋㅋㅋㅋㅋㅋ
-쿠키 함박웃음 ㅋㅋㅋ
승리의 여운이 다 가시지 않은 채, 캐스터가 인이어를 통해 뭔가를 듣더니 말한다.
“자! 이제 곧 이 경기의 MVP를 뽑는다고 합니다! 그전에 하이라이트 보고 가시겠습니다!”
* * *
한편 프랑스의 관중석.
“……이런 젠장할!”
쾅!
이곳은 분위기가 침울한 걸 넘어 험악했다.
“이 병신들이! 이번에도 예선 탈락하려는 거야!? 이 조에서 조선을 못 잡으면 어떡하겠다는 거야!?”
“이 씨발! 기마 문명이 활 문명을 못 잡아?! 이 병신들은 보를 내고 바위한테 질 새끼들이야! 답이 없어!”
잔뜩 취한 것 같은 관중들이 마구마구 욕을 남발하더니, 결국 디스월드에게 밴 당해버린다.
[1분간 침묵]얼굴 위로 빨간 글자가 새겨지며, 그들이 하는 말이 전혀 들리지 않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쉬지 않고 입을 열어대는 걸 봐선, 개의치 않고 계속 욕을 하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분이 안 풀리는 것이다.
그 외 관중들은 욕하기도 지쳤는지, 하나씩 경기장을 떠났다.
그저 버튼 하나만 누르면 이 경기장에서 사라질 수 있으니,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로그아웃]점차 프랑스 관중석이 텅텅 비어가고, 저 네 글자만 나타난다.
반면에 한국 관중석은 여전히 남아 노래를 부르며 축제 분위기.
천당과 지옥을 합쳐놓으면 아마 이런 모습일 것이다.
그 와중에 한국인이 아닌 자들이 둘 남아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이들은 프랑스인도 아니었다.
“어떻게 보셨나요? 안토.”
이탈리아인이었다.
질문을 받은 안토, 그는 이탈리아 팀의 총지휘관이다.
“프랑스는 황금 세대 이후엔 영 힘을 못 쓰고 있군.”
“예. 초반에 방어탑 하나 올린 게 너무 크게 작용해 버렸습니다. 그 외 잔 실수 많구요.”
“흠. 그래. 그나마 잘한 점은 노예 광부를 찍은 것 정도? 경기력이 실망적이었어.”
“그래도 저는 조선이 쓴 전략이 당황스럽네요. 좋은 뜻으로.”
대화를 나누는 또 다른 남자는 토비.
이탈리아의 싱크 탱크 팀 리더였다.
한국으로 따지면 김치승과 같은 포지션.
“당황?”
안토가 이유를 묻자. 그는 연이어 설명한다.
“예. 조선은 스크림 내내 정석적인 전략만 고집해왔고, 이번 시즌이 아니라 다음 시즌을 위해서 빌드업한다는 식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정석을 갈고 닦아 더 탄탄하게 만들겠다구요.”
“으음. 그랬지…… 확실히…….”
“그랬던 조선은 첫 경기부터 스크림이랑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어요. 정석으로 탄탄하게는커녕 완전 일회용 변칙 전략, 전술의 향연입니다. 이거 의도된 거 아닙니까?”
토비의 말은 조선이 실상은 변칙적인 전략 소위 ‘날빌’을 준비해 놓고, 그것을 숨긴 채로 스크림을 진행했다는 말이었다.
언뜻 그럴싸하나, 안토가 듣기엔 과한 추측이었다.
“변칙적인 전략일수록, 연습이 더 필요한 법인데…….”
전략을 숨긴다는 말은 곧 연습을 못 한다는 말.
연습도 없이 변칙적인 전략을 실전에서 쓴다?
안토의 기준에선 무리였다.
“내가 보기엔 말이야. 토비.”
“?”
“아직은 조선이 스크림 때와 다른 건지 뭔지 알 수가 없네. 단순히 프랑스만을 위해서 준비한 전략일 수도 있잖나.”
“그렇긴 합니다. 프랑스는 상성이니까 특별하게 준비하긴 했을 겁니다.”
토비도 그 가능성이 높다며 끄덕인다.
하나 뭔가 미심쩍다.
뭔가가…….
‘그런 거치곤 조금 완성도가 떨어지지 않았나.’
정말 프랑스 하나만을 위해 준비했다면, 빌드가 조금 더 다듬어진 상태로 나왔어야 했다. 정말 프랑스만을 위해서 더 날카롭게 벼려져야 했다.
그런데, 방금의 패스트 2시대 빌드는 프랑스 공략에 꼭 맞는 모습이 아니었다.
마치 다른 나라들도 고려한 것처럼…….
‘뭐, 이젠 안 당하겠지만.’
죽창이고, 패스트 2시대고.
이미 써버렸으니, 다른 문명이 당해줄 확률은 현저히 줄어든다.
특히나 이 경기를 직접 관람한 우리 로마는 절대로 당하지 않겠지.
토비는 그리 생각했다.
“뭐, 어차피 조선의 이번 대회 전략이 뭔지, 에스파냐와 조선의 경기를 보면 확실해지겠지. 조급하게 준비할 건 없네.”
로마와 조선은 가장 마지막에 맞붙게 되어 있었다. 조선에 대해 알 기회는 앞으로 많다는 뜻.
“어쨌거나 좋은 구경 했군.”
“예.”
“아, 그런데.”
“?”
슝.
안토가 자신이 저장해 놓은 스크린샷을 건넨다.
경기 중에 찍은 것인 모양.
“이 사람은…….”
“네 말대로 정 조선이 거슬리면, 이 플레이어에 대해서 조사해 봐.”
그가 내민 사진엔 하나같이 잘생긴 검은 머리의 청년이 활을 당기고 있었다.
“작년에 못 보던 사람인데, 그런 것치곤 심상치가 않아서.”
“알겠습니다.”
토비는 끄덕거리며 전광판을 바라본다.
[MVP 선정 중…….]경기의 하이라이트 장면이 재생되며, 심사위원들의 MVP 투표가 진행되고 있다.
‘MVP 인터뷰도 보고 갈까.’
잠시 고민하던 토비는 그냥 이만 경기장을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