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598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66화
24. 인터뷰의 악마(1)
조선 문명의 힘이 약하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전쟁은 반드시 힘으로만 하는 것은 아니었다.
조선은 대표적인 책략형 문명이었다.
힘 대 힘이 아니라, 적의 허를 찌르는 책략이 필요했다.
쿠키는 늘 병사들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었다.
“조선은 변칙성 전략을 제대로 사용한다면 충분히 해볼 만한 문명이지.”
전략들만 성공한다면 조선은 의외로 어느 문명이든 쉽게 잡아내기도 한다.
그럼 이런 의문이 절로 생기게 된다.
그렇다면 그간 국대팀은 왜 예선 탈락을 면치 못했을까?
답은 간단했다.
전략들이 실전에서 먹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항상 고민했었어. 왜 안 될까. 연습에선 이렇게까지 안 먹히지 않는데. 왜 실전만 오면…….”
이에 대한 고민이 짙었던 쿠키는 결국 올해 다소 극단적인 결론에 도달한다.
“연습에서 노출되는 순간 변칙은 전혀 변칙이 아니게 되기 때문이다.”
그는 조선이 갖는 변칙적인 기습 전략을 더 완벽하게 ‘기습’으로 만들기로 한다.
“이번 연도는 비공개든 공개든 스크림에서 변칙 전략 사용을 일절 금지할 거다.”
폭탄 선언이었다.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으니까 할 수 있는.
“……그, 그게 될까요?”
치승이 불안하게 물었다.
단순히 생각하면 전략을 숨기니까 좋은 거 아니야? 라고 여길 수 있으나.
이는 동시에 전략을 연습하지도 않겠다는 말과 같았다.
연습 없이 변칙적인 전략을 쓴다는 건 상당히 어려운 일.
치승의 귀엔 마치 수학 시험을 오로지 암산으로만 풀겠다는 것처럼 들렸다만.
그럼에도 쿠키는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야. 이런 극단으로 가지 않으면 방법이 없어.”
자신도 그 비효율을 인정한다.
하나, 이런 식이 아니라면 조선이 본선을 나간다는 선택지가 없다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
“우리는 일일이 연습으로 검증하고, 적에게 힌트를 줘가면서 싸울 여유가 없다. 그런 실력이 아닌 거야. 애초에 우린 기회가 한 번인 거야.”
현재 조선, 그리고 한국 국가대항전 팀이 처한 위치를 잔인할 정도로 객관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애초에 우린 기회가 한 번인 거야.」
치승과 다른 싱크 탱크의 모두는 이 말을 깊게 새겼고.
그것이 정확한 통찰이었다는 게 결국 현재 프랑크전에서 밝혀졌다.
승리라는 결과로.
* * *
조선의 첫 경기 승리.
이 충격적인 속보는 커뮤니티 엠불에서 미친 듯이 퍼져 나갔다.
[미친 조선 승리 실화냐???] [와 ㅋㅋㅋㅋㅋ] [재작년에 프랑크한테 개처럼 털리던 그 찐따 같던 조선이 맞냐!?] [지지심체요절복통~~!] [헐 ㅠㅠㅠ 진짜 씨바 눈물이 난다] [캬 역시 날빌의 민족].
.
.
글 리젠 속도, 조회 수, 동시 이용자 수.
모든 지표가 절정으로 치닫고 있었다.
[와 렉 ㅈㄴ걸리네] [ㅁㅊ ㅋㅋㅋ 버퍼링 실화냐?]평소 이렇게 많은 트래픽을 감당할 일이 없던 곳이기에, 점점 게시물 업로드 속도가 지연되기까지 했으나.
사람들은 상관 않고 계속 밀고 들어와서 각자의 감정을 분출했다.
[와 씨 ㅠㅠ 오늘 진짜 다 존나 잘했다 ㅠㅠ]==== ====
실수한 사람 하나도 없어 ㄹㅇ
==== ====
-ㄹㅇ……
-진짜 연습 뒤지게했나봄 손발이 척척 맞더라
-나 팡어 아재랑 아몬드랑 둘이서 같이 방어탑 쏠 때 울뻔함
└ㄹㅇㅋㅋㅋㅋ
└팡어 아재도 성불해야지 후……
-아몬드가 ㄹㅇ 폼 미쳤음
└2222
└333333
└정신 나갔음
└ㄹㅇ 괜히 nuts가 아님 미침
└엌ㅋㅋㅋㅋㅋㅋ
└고트를 넘어서는 너트……
모든 인원들이 잘했다고 감격에 겨워하는 글이 올라오는 건 기본.
[시빌엠 쿠키 <<< 이제 이거 넘었냐?]==== ====
그건 바로……
“뉴진스 – 쿠키”
이제 검색하면 시빌엠 쿠키가 먼저 나오는거 맞지?
어?
==== ====
쿠키의 명성이 이제 유명 케이팝 아이돌을 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엌ㅋㅋㅋㅋㅋㅋㅋ
-응~ 그건 아냐~
-결승가면 가능ㅋㅋ
-어째 10년 전 노래도 못이기냐ㅠ
└그것이 망겜이니까……
-우승하면 해외에선 가능
-아 ㅋㅋ 누진세는 못이기지ㅋㅋㅋ
-터프쿠키나 이기고 와
└너무하넼ㅋㅋㅋㅋ
물론 고작 예선 1승으로 유명 아이돌을 넘는 인지도를 갖는 건 불가능했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엠불 유저들은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기뻐하는 날.
프랑크를 상대로 이뤄낸 값진 1승.
그들은 더 즐기기로 했다.
각종 신나 하는 게시물들이 더 올라온다.
[스크림 전패?]==== ====
치타는 웃고 있다.
==== ====
이젠 하다 하다 조선이 느리게 출발해도 여유롭게 전부 따라잡을 거라는 밈까지.
-치타:???
-엌ㅋㅋㅋㅋㅋㅋㅋ
-조선은 웃고있다ㅇㅈㄹ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즐겨~
뭐, 애초에 작성자도 진심은 아닌 농담조의 글이었다.
-ㅋㅋㅋㅋ개웃기넼ㅋㅋㅋ
-언제 치타가 됐누
-무려 6년째 웃는중~
-형님. 이 새끼 웃는데요?
└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
└앗……ㅋㅋㅋㅋ
└이거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
└냅둬~ 꿈에서 재벌집 막내아들이라도 됐나보지~
└찐
└노잼
└아이고~ 배야~ 직지심체요절복통(대충 배를 잡고 웃는다는 뜻)~~
└└개새끼들아 ㅠ
뭣보다, 엠불이 이렇게나 활성화되어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잔치 분위기였으며.
이런 수많은 관심들이 단순 일회성이 아닌, 실질적인 움직임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다음 경기 응원 갈 사람들 추천 눌러봐라]==== ====
붉은 악마 드가자~
==== ====
다음 경기부터 응원을 간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ㄹㅇ개같이 추천
-ㄹㅇ 가고 싶다
-응원 도구 파냐? 디스월드에서?
-다른 나라애들 응원도구 개 신박한 거 많던데
-에스파냐…… 될까?ㅠ
└안될 건 뭐임
└프랑크보다 문명 상성은 나은 편인데 얘네 올 프로 팀임
이렇게 다들 승리의 여운을 재밌게 즐기고 있던 중.
이런 글들이 우수수 올라오기 시작했다.
[속보) 아몬드 MVP 선정] [아몬드 MVP 만장일치ㄷㄷ]아몬드가 MVP로 선정되었으며, 곧 인터뷰를 진행한다는 말.
[아몬드 설마 인터뷰 하냐?ㅋㅋㅋ] [견터뷰 못참지~~~] [견과류 MVP 좋은데 인터뷰하면 우리나라 제재당하는 거 아니냐?] [아몬드 인터뷰 에반데ㅋㅋㅋㅋ]* * *
경기의 각종 하이라이트 재생 후.
드디어 선정된 MVP.
[MVP: 아아몬드]“역시 아아몬드 선수가 MVP네요!”
-아아몬드
-닉네임 웃음벨ㅋㅋ
-아아…… ㅋㅋㅋㅋ
“아! 이제 아몬드 선수의 리플레이가 나옵니다!”
“그런데 사실 게임 하이라이트랑 큰 차이 없죠!?”
-ㄹㅇㅋㅋ
-게임 하이라이트 = 아몬드
-그냥 작은 하이라이트였누
전광판에선 아몬드가 방어탑 위에 있는 병사의 머리를 맞히는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이야……! 또 봐도 또 봐도 시원합니다!?”
-포물선 각 진짜 오지네
-“아몬드를 이기려면 머리를 두 개 달고 올 것.”
-미쳤다 정확도ㄷㄷ
다음 장면은 그가 속사로 일꾼들을 쓸어담는 장면.
-역병 그 자체
-아몬드 페스토 폼 미쳤다!
-죽음의 하프 ㄷㄷ
-페스트 중세 시대 궁병 러쉬 ㅋㅋㅋ
그리고 가장 많은 감탄이 나온 장면은 세 번째인 기사의 눈을 맞히는 장면이었다.
-ㄷㄷ
-와……
-캬
-ㅅㅂ
-와 ㅋㅋㅋ
“와! 예술입니다! 예술의 나라 프랑스를 예술로 잡네요!”
캐스터 역시 감탄을 금치 못한다.
“아. 이게 슬로우 모션으로 보니까. 더 놀랍습니다. 지금 보니까 아몬드 쪽에서 기사의 눈을 쏘는 게 직선이 아니었습니다?”
“어!? 그렇네요!? 약간 대각이에요!”
기사의 눈이 아몬드 기준에서 25도 정도 옆을 보고 있었다.
정면이라 말하기엔 애매하여 이대로 바로 직선으로 쏘면 투구에 걸릴 확률이 높았다.
-??
-ㄴㅇㄱ
-헐
-진짜네?
그러나 아몬드의 화살은 투구에 걸리지 않았고, 그 이유는 운이 아니었다.
“이걸 아주 약간의 커브를 넣어서! 한 방에 맞힙니다. 보세요!”
아몬드는 미약한 커브를 넣어, 아주 약간 화살의 각도를 조정하여 눈으로 빨려 들어가게 만들어버린 것.
“아아아……! 커브샷을 이렇게 자유자재로……!”
“보통 이런 묘기스러운 스킬은 중요한 때에는 제 역할을 못하잖아요? 근데 아몬드는 합니다!”
-ㄹㅇ
-그걸 아몬드는 해냅니다!
-이 견과류는 해냅니다!
-묘기 드리블로 결승골 넣는 그런거네
“예! 축구로 따지면 오버헤드킥으로 역전 골 넣는 거! 뭐 그런 거 아닙니까 지금!?”
“맞습니다!”
캐스터는 인이어로 들어오는 정보를 받으며 말한다.
“아. 지금 아몬드 선수 인터뷰가 준비되고 있답니다. 잠시 기다려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ㄷㄷ
-견터뷰
-큰 거 온다……
잠시 빈 시간을 채우기 위해 캐스터가 말을 다시 꺼낸다.
마침 재밌는 장면이 보인다.
“자, 지금 프랑크 마을회관에 우리의 태극기가! 게양되고 있습니다!”
“퍼어어어얼럭!!”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는 킹귤.
-ㄹㅇㅋㅋㅋ
-ㅅㅂ기계냐?ㅋㅋㅋㅋㅋ
-반응속도 무엇ㅋㅋㅋ
-캬 태극기
-펄──럭!
-펄럭!
-국뽕기계ㅋㅋㅋㅋㅋ
국대전에선 나라 간 경쟁심 고취를 위해, 승리 시 상대 회관 위에 자신의 나라 국기를 커다랗게 세울 수 있다.
“이야! 확실히 이렇게 보니까! 좋네요! 좋아! 예!?”
펄럭이는 태극기를 보며 흥겨워하는 캐스터. 그는 영락없는 한국의 아저씨였다.
“예! 조상님들! 보세요! 저희가 현실에서는 문화재고 뭐고 다 털렸어도! 여기선 태극기 휘날립니다!”
-ㅁㅊㅋㅋㅋㅋㅋㅋ
-ㅠㅠㅠ
-0과1의 민족 ㅠㅠ
-사이버 세계는 우리 땅이다!
-사이버 해적단 ㅋㅋㅋㅋ
“아. 승리의 여운이 가시지 않는 가운데. 오늘 조선이 프랑크를 대한민국이 프랑스를 상대로 1승을 거뒀다는 거. 여러분께 재차 알려드립니다. 앞으로 한 번 더 붙게 되죠?”
“예. 각 문명당 2판씩 붙게 됩니다. 다음에 프랑크를 만났을 땐 같은 전략이 안 통할 거라…… 또 그것대로 기대가 되네요.”
16강 진출 전의 리그는 각 조에서 2경기씩 하는 게 룰이었다.
그러니까 각 나라당 총 6경기를 치르는 셈이다.
“아, 그리고 말씀드리는 중에! MVP 인터뷰가 준비되었답니다. 아몬드 선수죠? 한번 보겠습니다.”
* * *
리포터 한 사람이 다가와서 마이크를 건넸다.
사실 디스 월드 공간이라 마이크는 필요 없는데, 그냥 형식상 하는 행동이었다.
“아몬드 님! MVP 정말 축하드립니다!”
중계 화면에 아몬드의 얼굴이 가득 찬다.
그러자 곧바로 채팅창이 폭주했다.
-얼굴로 mvp 딴 거 아니죠?
-얼굴 믿고 대충하는 놈(진짜임)
-캬
-존나 잘생겼네 개자식……ㅠㅠ
-여보! 아몬드가 되세요! 여보! 아몬드가 되세요!
.
.
.
시빌 엠파이어 특성상 선수 얼굴이 크게 나오는 경우가 없어서, 다들 아몬드의 얼굴이 반가운 모양이다.
리포터 역시 -아마 직업상의 이유겠지만- 그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질문을 던졌다.
“오늘! 조선에게 가장 무서운 적이라고 평가받았던 프랑크를 완전 압도적으로 이겼는데요! 소감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이긴 소감이라.
아몬드는 잠시 고민하자, 채팅창이 다시 폭주했다.
-큰 거온다 ㄷㄷ
-나 지금 직지심체요절복통할 준비중
-얘 또 뭔말하려낰ㅋㅋ
-아몬드의 진짜 재능 = 인터뷰
-자 지옥으로 드가자~!
아몬드가 인터뷰에서 기이한 언행을 선보이는 경우가 워낙 많았어서 다들 기대(?)하고 있는 모습이다.
다음 아몬드의 발언은 적어도 이 기대를 충족시키긴 했다.
“조선에게 프랑크는 에스파냐의 무적함대 같은 거였습니다.”
-??
-ㄴㅇㄱ
-ㄹㅇ 상상도 못한 이상한 말이네
-뭔 소린데 ㅋㅋㅋ
-ㅅㅂㅋㅋ
“어…… 서, 설명을 좀 더 해주실 수 있습니까!?”
-방금 얼굴 보고 입덕한 기자 지금 탈덕중ㅋㅋㅋ
-속보) 아몬드 인터뷰 후보선수 급구
-그니까 에스파냐도 이긴다는거지?
그러나, 시청자들의 생각과는 다르게 아몬드는 의외로 굉장히 뼈 있는 말을 던진 것이었다.
“이름만 무적이라는 거죠.”
-??!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ㅇㄱ
-ㅁㅊ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
-무적(아님) 함대 ㅋㅋㅋㅋㅋㅋ
-“인터뷰의 악마” 강림
-정보) 에스파냐의 무적함대는 정말로 그 이름 때문에 유명해진 함대다
-프랑스 욕인가요? 스페인 욕인가요? 진짜 모름ㅋ
-무친넘 무친넘 무친넘……
-엌ㅋㅋㅋㅋㅋ
-대체 방금 몇 명을 죽인거냐?
이날, 커뮤니티 ‘엠불’은 결국 트래픽이 폭발하여 막혀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