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60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60화
21. 폭주하는 아몬드(3)
씩 웃으며 인사를 건네는 풍스나.
보아하니 무기고에서부터 초반 접전이 벌어질 터다. 거기서 풍스나에게 아웃되면 아몬드의 다이아 여정은 끝이다.
한 번이라도 50위 아래로 아웃된다면 확률이 현저하게 낮아진다.
“뭐야?! 저 빌어먹을 놈은!?”
주혁이 테이블을 쾅쾅 내려쳤다.
언급했듯이, 지금 그는 국대 축구 한일전을 보는 수준으로 흥분한 상태였다.
그럴 만도 했다.
거기엔 돈이라도 안 걸려 있지.
여기엔 지금 주혁의 인생이 걸려 있다. 심지어 상현의 것도.
절망적인 상황이다.
배치 마지막 판에 원한을 가진 다이아 1티어가 저격을 하다니?
하늘도 무심하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순간이다.
“아…….”
주혁은 짧게 신음을 흘린다.
「당장 내일부터 출근해라.」
아버지의 음성이 귓가에 아른거린다.
주혁은 고개를 저었다.
‘안 되지.’
서른 넘어서까지 누군가의 명령을 받고 살고 싶진 않았다. 회사라면 모를까. 가족에게까지?
절대 그러고 싶지 않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라면 뭐든 할 것 같았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 상황은 주혁이 아니라 전적으로 상현에게 달려 있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게 뭘까.’
주혁은 자신이 매니저로서 그나마 할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했다.
‘…….’
꽤나 냉철한 머리를 가진 편이지만, 생각나는 게 없었다. 도대체가 이런 중요한 순간엔 막상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빠드득.
절로 이가 갈린다.
‘더 생각해 봐.’
호흡을 가다듬고 잠시 눈을 감았다. 낙하산이 펼쳐지려면 아직 시간이 있다. 약 5초 정도.
그사이에 뭔가…….
‘믿음.’
희한한 단어가 머리를 스치고 간다.
지금 이런 상황에 믿음? 응원 단장이라도 하라는 걸까?
말이 되나?
높게 잡아도 브론즈 유저와 다이아 1 유저의 전면전이다. 심지어 다이아 1 유저가 저격을 해왔다.
그런 상황에 믿음이라니.
냉철한 주혁의 머리는 본능적으로 이런 단어를 배격했다. 어쩌면 이 또한 그 아버지의 유전이다.
‘아버지의…… 유전.’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그의 아버지가 결여된 게 뭔지 느껴졌다.
아버지는 날 믿지 못한다.
언제나 내 판단이 당신의 것보다 훨씬 못하리라 생각했지. 그러니까 늘 더 좋은 길이랍시고 어떤 방향을 가리킨 거다.
그러나 인간에겐 자유 의지라는 게 있고, 아들은 아버지보다 늘 더 나은 환경에서 교육을 받고 자랐다.
당신이 혼신의 힘으로 빚어낸 결과물을 왜 믿지 못할까?
그건 태생의 문제다.
그걸 우리 세대는 꼰대라고 한다.
‘믿음이다!’
주혁의 질끈 감았던 눈이 번쩍 뜨였다.
“그래, 씨발. 아몬드가 질 리가 없잖아!?”
주혁의 기준에선 정신 나간 소리처럼 들리는 말을 외치더니.
갑자기 어떤 사이트를 접속했다.
[풍선껌 팬 카페]순식간에 회원가입까지 전부 마친 그는 곧장 자유게시판으로 쳐들어간다.
‘아몬드가 질 리가 없다. 그렇게 생각하니까 보여……!’
아몬드가 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면, 매니저가 할 수 있는 일 따위는 없었다.
어차피 아몬드가 패배하면 다른 수가 없으니까.
하지만 그가 이긴다는 확신이 있다면, 믿음이 있다면 어떨까?
그렇다면 길이 보인다.
그의 승리를 더 빛내주기만 하면 된다!
[실시간 그 ‘활맨’ 악질 저격러 풍스나랑 만났음ㅋㅋㅋㅋ]타다다닥.
요란하게 울리는 키보드 타건음. 거기서 주혁의 흥분을 잘 느낄 수 있었다.
지금 그는 머리로 생각하는 게 아니었다.
머리로는 미친 짓이다.
대중 커뮤니티라면 모를까. 풍선껌의 팬페이지까지 활용한다? 그것도 상대가 풍스나인데?
이랬다가 아몬드가 진다면 걷잡을 수 없는 큰 타격이 될 것이다.
이건 광기다.
스톤즈들을 상대로 싸우던 전 판과는 얘기가 전혀 다르다. 풍스나와 싸운다는 건, 태권도로 치면 노란 띠와 검은 띠의 대결이다.
지금 그런 싸움에 주혁은 베팅금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아몬드도 모르는 사이에 옆에 있던 주혁이 베팅금을 몇 배로 올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말했듯.
“무조건 이겨.”
주혁은 아몬드가 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게 믿지 않았다.
그 유상현이 배치고사 마지막 판에서 90등 밖으로 밀려날 거라고.
절대 상상할 수 없었다.
[풍스나 참교육 당하기 1분 전! ㅋㅋㅋㅋ]“판 키워보자! 어디 한번 뒈져봐라, 풍스나 이 지긋지긋한 새끼야!”
* * *
나도 알고 있다.
-와. 하필 막판에 ㅋㅋㅋ
-배치고사 마지막은 역시 이게 과학이지~
이게 배치고사의 마지막 판이란 거.
여기서부터 꼬이면 절대 다이아몬드에 갈 수 없다는 거.
상대도 그걸 노리고 들어왔다는 것도.
-흐미, 풍스나 새끼. 존나 악질이네.
-쟤는 뭐 제작사 아들임? 왜 안 잡아가냐 ㅋㅋㅋㅋ
-오우, 쒯.
-개꿀잼ㅋㅋㅋㅋ
-제발 죽어! 아몬드!
-다이아몬드가 혹시, ‘아몬드 죽어’라는 뜻인가요?
상대가 만만치 않다는 것도.
‘다이아 1이라…….’
그게 현재 풍스나의 본래 실력으로 예상되는 티어다.
아몬드의 목표인 다이아 턱걸이 4티어보다도 무려 3티어나 높은 실력이다.
-곧 내려간다~!
-내려가자마자 싸우려나? ㅋㅋㅋ
-와. 간만에 개꿀잼이누 ㅋㅋㅋ
펄럭.
낙하산이 펼쳐진다.
‘곧 떨어진다.’
생각해 보자.
상대는 아마 내 패턴을 거의 다 파악한 채로 왔다. 그러니까 무기고로 정확히 뛰어내릴 수 있던 거다.
연예인병 같은 게 아니다.
[현재 시청자 : 4,221]이 시간대에 4천 명이 보는 방송이다.
현 시간 기준 국내 배틀 라지 방송 중에서는 아마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갈 거다.
거기에 지금 3판 연속 똑같은 전략을 보여줬다.
이보다 예상하기 쉽고, 맛있어 보이는 먹잇감이 있을까?
한창 떠오르는 루키를 밟고 싶어 하는 건 모든 고인물들의 본능 같은 거다.
특히나 평소에도 그런 플레이를 일삼는 풍스나 같은 녀석이라면 더더욱 그런 본능에 충실할 터다.
‘미리 준비해 온 그림 같은 게 있을까?’
상대도 뭔가 전술이 떠올랐으니까 저격을 결심했을 거다.
이건 아몬드도 잃을 게 많은 게임이지만, 풍스나도 만만치 않게 많은 게 걸려 있다.
아마 분명 뭔가 준비해 왔을 거다.
‘밑바닥 싸움으로 간다.’
상대에게 전술을 써먹을 시간을 줘선 안 됐다.
후우웅.
아몬드는 몸을 기울여서 오히려 풍스나 쪽으로 더 붙었다.
이제 곧 땅바닥이 눈앞인데.
“!”
풍스나도 이건 예상 못했다는 듯 눈이 휘둥그레졌다.
둘의 낙하산이 줄이 뒤엉키기 시작했다.
-이거 어디 교과서에서 봤던 건데. 연싸움이었나 ㅋㅋ
-헐. 공중전?!
-정상적인 구도? 어림도 없지! 내가 아몬드다!
피식.
당황하던 풍스나는 이내 조소를 머금는다.
“왜. 그냥은 안 될 것 같아?”
워낙 가까이 붙은지라, 바람 소리를 뚫고 들려오는 목소리.
내용은 단순한 도발이다. 아몬드의 자존심을 저격하는. 그러나 아몬드는 이미 알고 있다. 자존심 문제라면 저쪽이 훨씬 더 민감하다는 걸.
“왜. 너야말로 다이아 랭크에서는 안 될 것 같냐?”
“뭐? 이……!”
쿠웅!
아몬드와 풍스나가 이리저리 뒤얽히면서 바닥을 마구 굴렀다.
쿵! 쿵! 쿠웅……!
어느새 바닥에 착륙해 버린 거다. 둘 다 서로를 견제하느라 신경도 쓰지 못했었다.
휙.
얼른 먼저 몸을 일으킨 건 아몬드다.
-와! ㅋㅋㅋㅋ
-밟아 죽여!!
-파운딩 ㄱㄱ
채팅에서 외치듯이 당장 파운딩을 해대면 승기를 잡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아몬드는 맨손 격투 경험이 아예 없다. 거기에 더해서 맨손 격투로 승리한다고 해도 이미 게임은 많이 불리해질 거다. 시간이 엄청나게 소비되니까.
‘날붙이라도 먼저 찾아야 돼.’
아몬드는 빠르게 무기고로 달렸다. 그사이 풍스나도 몸을 일으켰다.
그 역시 대충 상황을 파악했는지, 얼른 무기고로 뒤따라 달린다.
타다다다다닥.
계주 시합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오로지 달리기에만 열중하는 둘.
‘저기 있다.’
아몬드의 눈이 먼저 번뜩였다.
저 멀리 바닥에 번쩍이는 날붙이가 있었다.
“하아. 하아.”
바로 뒤쪽에서 풍스나의 숨소리가 들려온다.
아몬드를 바짝 쫓아오는 중이다.
“흡!”
아몬드는 숨을 들이마신 뒤, 몸을 날렸다.
치이이익.
바닥으로 슬라이딩하며 사냥용 정글 칼을 잡았다. 칼 중에선 희귀 등급이다.
풍스나는 이미 다른 칼을 향해 뛰어가고 있다.
‘안 되지.’
아몬드는 곧바로 몸을 돌리며, 뒤쪽으로 칼을 던졌다.
후웅!
거의 보지도 않고 투척한 정글 칼이 무서운 효과음을 내면서 풍스나를 향해 날아갔다.
빗나가면 오히려 아몬드가 불리해지는 일격이다.
“!”
휘익.
풍스나가 허리를 우측으로 획 젖히면서 피해 버렸다. 아몬드는 칼을 잃었다.
그것뿐이 아니다. 놀라운 건 그다음이다.
타악……!
날아가는 검을 풍스나가 맨손으로 잡아버렸다. 림보를 하는 듯한 불안한 자세로.
-흐미…….
-씹. 살벌하네, 실력.
-?!?!
-와, 역시 다이아 1은 다르네.
-미친ㅋㅋㅋㅋ
-X된다. 손잡이를 정확히 잡는다고!?
-와…… 암살 수류탄 보고 예상은 했는데 씹고수네.
빠각……!
엄청난 탄력으로 던져졌던 검을, 이상한 자세로 잡으면서 어깨와 허리에 무리가 오긴 했지만.
씨익.
풍스나는 되레 웃었다. 어차피 게임이다.
부상 상태는 뜨지 않았고.
놈은 무기가 없다. 승기를 잡았다.
“죽어 인마!”
후우웅!!
몸을 그대로 한 바퀴 돌리며 던져진 검이 다시 아몬드에게 벼락처럼 날아갔다.
휘리리리릭!!
아몬드의 것과는 다르게 고속으로 회전하면서 날아오는 검.
일반적인 투척 방식과는 전혀 달랐다.
-자기처럼 못 잡게 하려고 저렇게 던졌나 봐
-미친. 플레이 디테일 죽인다.
-이게 다이아 1이구나. 씹.
-월요일조아 다 X밥이었네 ㅋㅋㅋ
-풍스나 재평가……. ㄷㄷ
-죽지마 ㅠㅠㅠㅠ
-안 대 ㅠㅠㅠ
회전력을 미친 듯이 높여서 자기처럼 검을 잡아버리지 못하게 하려는 속셈이었다. 그런데.
-왜 앞으로 뛰어!?
-그냥 피해!
-헐!
아몬드는 오히려 그 검을 향해 내달렸다.
‘여기서 다음 칼까지 풍스나가 잡으면 끝이야.’
정글 칼을 제외하고 현재 시야에 무기가 딱 하나 더 보이는데, 그건 풍스나 근처였다.
단순히 지금 정글 칼을 피한다고 해도, 아몬드는 다음 무기가 없다.
아몬드로서는 무기고 안쪽으로 깊숙이 피해서 다른 무기를 파밍하는 게 아니라면 무기가 없는 상태로 풍스나를 상대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되면 풍스나 역시 총기들을 파밍해서 아몬드를 쏴댈 것이고. 그러면 아몬드가 불리하다.
그래서 결단을 내린 거다.
‘잡는다!’
고속으로 회전하건 말건, 잡아내겠다고.
훅!
그는 거침없이 프로펠러처럼 돌아가는 검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모든 집중력을 다 동원해서, 감각을 끌어올린다.
우우웅…….
세상이 전부 느리게 보일 정도였다.
‘지금……!’
후우웅…… 후우웅…….
느릿하게 돌아가는 칼의 궤적 사이로 손을 천천히 비집어 넣는다. 그리고 잡아챘다.
타악……!
정확하게 칼의 손잡이를.
그 순간부터 다시 세상이 정상 속도로 흘렀다.
-ㄷㄷㄷㄷ 미쳤누
-헐ㅋㅋㅋ
-엥!?
-바로 따라한 거야!?
-돌았냐고, 아몬드!!!
-돈 건 칼인데…….
-이 또한 에임이지요…….
“뭐!?”
비명처럼 울리는 풍스나의 외침. 방금 일어난 일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듯한 눈이다.
타다닥.
그 눈엔 이제 가속도 그대로 뛰어온 아몬드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풍스나도 마저 몸을 던져 다음 칼을 잡았다. 그리고 아몬드의 일격을 막기 위해 칼을 휘둘러 올렸다.
이번 일격을 쳐낸다면.
그러면 기회가 있다.
그런데.
“!”
오른손에 들고 있던 칼이 왼손으로 옮겨간다.
농구에서나 보던 더블 클러치.
“뭐 이런, 미친??”
풍스나의 유언과 함께 그의 칼은 허공을 갈랐고. 아몬드의 칼은 그의 팔을 잘라냈다.
촤아아아악!!
시원한 절삭음과 함께 피가 솟구쳤다.
-와, 무슨 마이클 조던인줄 ㅋㅋㅋㅋㅋ
-개쩐다. 진짜
-풍스나 제대로 당했네.
-무, 무슨 일이 일어난 겁니까!?
무기를 들었던 팔이 잘리고, 풍스나는 전투 능력을 상실했다.
“??!”
풍스나가 입을 벌려 무언가 말을 하려했다.
아몬드의 칼이 먼저였다.
푸욱!
늘 그렇듯, 이마 정중앙에 칼이 꽂혀 들어가면서 둘의 접전은 끝났다.
[아몬드 → 풍스나] [처치하였습니다!] [99/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