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600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68화
24. 인터뷰의 악마(3)
작년 연말.
고작 해봐야 지금으로부터 두 달도 채 안 된 이야기였다.
“아아아! 겨, 결국 지금 모든 한국 클럽이 8강에서……! 8강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좌절합니다!”
릴드컵 성적이 처참하게 무너진다.
한국 리그 소속 클럽 모두가 8강에서 탈락해 버렸다.
“사상 초유의 사태죠?! 재작년엔 결승에 한국팀이 없던 최초의 해였는데! 올해는 준결승에 한국팀이 없던 최초의 해가 됐습니다!?”
“그나마 작년도 우승을 못 해서, 이건 정말 국내 팬들 실망이 크겠습니다…….”
“아마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충격이 클 것 같은데요…… 저도 지금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국내 팬들의 충격이야 말할 것도 없고, 해외에서도 이 사건을 두고 ‘LAK Bottom’이라 부를 정도로 충격적인 결과였다.
그야말로 한국 리그의 락바텀(*Rock Bottom, 가장 밑바닥)을 보여준 상황이었다.
우승을 못 해도 욕을 먹는 게 한국 리그인데.
우승은커녕 준결승에도 못 갔으니 민심은 처참하기 그지없다.
[결국 중국한테 다 따라잡혔네…… 자본에서 밀리는 건 어쩔 수 없냐?] [황~사머니~ 황~ 사 머~~니!] [중국애들 하는 것 좀 보고 배워라 맨날 싸움 피해다니기만 하는데 되냐고ㅡㅡ] [한국이 강한게 아니라, 전자파가 강한 것이었다……] [아니 ㅅㅂ 우리나라 탑 라이너들 왜이렇게 된거임??]이때 전문가들은 평했다.
지금 여론 상황이 릴 이스포츠 계에 있어서 가장 위험한 순간일 것이라고.
선수들 욕을 심하게 해서?
혹은 코치진 욕을 해서?
업계를 다 뒤엎자며 시위를 열어서?
차라리 그랬다면 나을 거다.
욕하고 절규하는 것도 뭔가를 바꿔보겠다는 의지가 있을 때나 할 수 있는 일이다.
관심이 있을 때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정말 싫어지면, 사람들은 그저 보지 않아 버린다.
즉, 릴프로의 조회수가 점점 곤두박질치기 시작한다.
[와 커뮤 조회수 ㅈㄴ 줄었네] [빅 15개만 박아도 빅으로 가는거 실화?ㅋㅋㅋㅋ] [광고충 좀 쳐내라 알바도 관뒀냐??]조회수가 크게 빠질 때 생기는 현상들이 전부 생겨나고 있었다.
대표적으로, 광고와 유저 간의 친목질.
[릴드컵 망하니까 게시판도 망했네] [친목질 하는 애들뿐이누……] [릴프로 ㅅㅂ 망했냐? ㅈ목질이나 하고 앉았누 어휴;;]서로 닉네임을 부르면서, 서로의 역사를 알고 있으며 그들만의 이야기로 게시판 한 페이지가 채워지기도 했다.
더 이상 커뮤니티가 아니라, 단톡방이나 마찬가지로 되기 시작한다.
이렇게 되면 조회수는 더 빨리 빠져나간다.
[와…… 릴프로에서 친목을 보게될 줄이야]-응 이제 여기 우리꺼야~ 꺼져~
-ㅋㅋㅋㅋㅋㅋㄹㅇ
-망커뮤에 온 니잘못
릴프로 같이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커뮤니티에선 절대로 볼 수 없었던 게 친목.
그러나 이제 그것도 옛말이다.
게시판의 절반 이상이 서로의 닉네임을 부르면서 떠드는 이야기들뿐이었다.
이 모든 게 릴드컵 이후 한순간에 이뤄졌다.
친목질에 광고에 망했다며 한탄하는 글들뿐이었다.
[사죄티비 레전드 ㅎㅎ 안본 애들 진짜 불쌍함ㅋㅋㅋㅎㅎ] [ㅈ목충 새끼들 죽이고싶네] [$$$$안전한 놀이터 더티 플레이$$$ <>>> 엠불] [국가대항전 볼 사람? “ㅈ목 아웃”] [와 1시간 뒤 시작 ㄷㄷ] [국대 연습생 출신이 우승컵 주물럭거리는거 볼 사람? ㅎㅎ] [릴프로에서 웬 잡게임 얘기여 ㅅㅂ] [솔직히 시빌엠 얘기가 ㅈ목충 토쟁이 단톡방되는거보다 낫다 개추~]이들은 릴프로에서 친목질 얘기로 도배되느니, 차라리 다른 게임이더라도 시빌 엠파이어 얘기를 하는 게 낫다고 판단하여 계속해서 시빌 엠파이어 이야기를 꺼냈다.
[빅 하나도 못가는거 실화? ㅠ] [와…… 친목충들 지독하다] [암덩이 놈들]그러나 시빌 엠파이어 얘기는 대부분 ‘빅’으로 가지 못했다.
빅 게시판은 여전히 친목 유저들의 차지였다.
결국 대부분은 그냥 엠불로 피난을 가버린다.
[에휴 뭐하러 릴프로에서 이러냐 엠불 ㄱ] [엠불로 가자] [피난 왔습니다~]안 그래도 엠불의 트래픽은 폭발적으로 오르고 있었는데.
릴프로의 난민들까지 들어오니, 점차 감당할 수 없는 수준까지 차올랐다.
결국 한국 팀이 승리하고, 아몬드가 인터뷰를 할 때쯤.
[ERROR] [펑! 죄송합니다. 서버를 찾을 수 없습니다.]엠불이 터져 버린다.
[아니 ㅅㅂ 다시 왔다 ㅋㅋㅋ] [오자마자 터지네 ㅋㅋㅋㅁㅊ] [엠불 터진거 실화?ㅋㅋㅋㅋ] [와 레전드네 경기] [아몬드 인터뷰 씹ㅋㅋㅋㅋㅋ]그 후, 엠불로 피난 갔던 난민들은 자연스레 다시 릴프로에 모이기 시작했다.
아직 승리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아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 에너지는 고스란히 추천과 조회수로 이어졌고…….
빅) 이스포츠 개같이 부활
온갖 친목질과 광고 도배 사이에서 드디어 정상적인 ‘빅’ 게시물이 하나 입성한다.
어떻게 보면 역사적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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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선언합니다. 릴프로가 좃목 광고충 사설 도박사이트 강점기에서 해방되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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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캬~
-대한독립만세에에에에에!!!
-어우 꼬시다 ㅈ목질 하던놈들 다 죽었넼ㅋㅋㅋㅋ
-정상화 작업 드가자~
-예수포츠 개같이 부활!
└ㅋㅋㅋㅋㅋㅋㅋ지져스포츠
-다시 살게 된 건 좋습니다만…… 인터뷰의 악마와 맺은 계약으로 부활했다고 들었습니다. 정녕 이게 올바른 부활입니까?
└뭘 그런걸 따져 임마
└살았다면 된거야……
└ㅁㅊㅋㅋㅋㅋㅋㅋㅋㅋ
└ㄹㅇ악마의 재능
└앜ㅋㅋㅋㅋ
엄청난 추천수를 받으며 올라간 이 게시물을 시작으로, 점차 빅의 추천 커트라인이 올라가기 시작했고.
기껏해야 최대 4-50의 추천수를 받는 친목 게시글들은 점차 빅에서 사라지고 국가 대항전에 관한 글들이 올라오게 된다.
그리하여 상현이 인터뷰 마치고 팀원들과 전략 회의 마무리한 뒤 릴프로에 들어올 때쯤…….
“오. 잠깐. 릴프로 이런 데는 이야기 없나?”
“아니, 야. 시빌엠 얘기를 왜 릴프로에서 찾아!?”
“엥? 아냐. 다 시빌엠 얘기뿐인데?”
릴프로는 많이 바뀌어 있었다.
“심지어 빅도 전부 시빌엠인데……?”
전부 시빌엠 얘기인 건 물론이오, 상현이 원하는 대로 인터뷰에 관한 반응들도 다수.
주혁의 얼굴은 경악으로 물들었으나, 상현이 흐흐 웃으며 제목들을 살펴본다.
빅) 인터뷰의 악마를 처음 본 프랑스, 스페인 현지 반응ㅋㅋㅋㅋㅋㅋ
빅) 인터뷰의 악마 “계약 완료”
빅) 무적(아님)함대 TMI
빅) 시빌엠 뉴비들은 위한 오늘 조선 전략 포인트 정리
빅) 볼 점유율. 0 하나 없는데요. 무적(아님)함대
.
.
.
“오…….”
인터뷰 반응을 원했던 상현에겐 하나하나 이렇게 흥미로워 보일 수가 없는 글들이다.
밑에서부터 하나하나 클릭해 보기로 한다.
그는 이때만 해도 입꼬리가 귀에 걸려 있었는데.
빅) 볼 점유율. 0 하나 없는데요. 무적(아님)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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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새끼 걍 인터뷰계의 GOAT면 개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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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다 한 놈의 입에서 나온 말?ㅋㅋㅋ
-NUT인데요?
└Nuts…… ㄹㅇ 미친놈임ㅋㅋㅋ
-엌ㅋㅋㅋㅋ
-아몬드 인터뷰 그만시켜라 ㅅㅂㅋㅋㅋㅋ
-MVP는 많이타서 인터뷰 할일은 또 개많은놈…… 근데도 매번 조지는 놈……
여기까지 읽은 후, 상현은 아리송한 표정이다.
“흠…….”
이게 칭찬이야 욕이야?
이럴 리가 없다. 더 읽어본다.
-볼점유율 간만이누 ㅋㅋㅋ
-천만원이 ㄹㅇ 레전드인데. 사정 모르고 보면 진짜 걍 도라이임ㅋㅋㅋㅋㅋ
└ㄹㅇㅋㅋㅋㅋ
-아니 천만원은 걍 속은거잖아 ㅋㅋㅋ
맞아. 천만 원은 니네가 속인 거잖아. 이런 말을 꾹 참으며 상현은 다른 게시물로 향한다.
“크흠. 이건 주작이네. 주작.”
“……?”
다음 게시물은 인터뷰의 악마가 어쩌고 하는 것이다.
아마 내 인터뷰가 악마의 재능이란 거다. 상현은 흡족한 미소를 띤다.
빅) 인터뷰의 악마 “계약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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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릴프로는 살려드리지. 대신 내 인터뷰를 전부 관람해라.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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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에 첨부된 영상엔 상현의 ‘0 하나가 없는데요’ 인터뷰가 담겨 있었다.
-부끄러움을 느끼고 부활을 할 수 있다면야……ㅠ
-악마와 계약이 이렇게나 힘든거였다니 ㅠㅠ
-엌ㅋㅋㅋㅋㅋㅋ
-“악마대공”
-오…… 너트! 이제야 깨달아요! 왜 부끄러움은 우리의 몫이었는지! 이게 다 릴프로를 살리기위해!
└ㅈㄴ웃기넼ㅋㅋㅋㅋㅋㅋㅋ
└ㅁㅊ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거였냨ㅋㅋㅋ
아니, 이 자식들……
내 인터뷰를 보는 게 고역인 거마냥 거래를 한다 어쩐다 하고 있잖아?
상현의 볼이 슬슬 심술로 부풀어 올랐다.
‘좋다고 신나 할 땐 언제고.’
무엇보다 그의 방송에서 봤던 채팅창의 반응이 거의 고스란히 커뮤니티에 똑같이 담겨 있다는 게 충격이었다.
어? 잠깐?
똑같아?
‘반응이 똑같다는 건…….’
상현의 머리가 합리화를 위해 고속으로 회전하던 중.
“어떠냐?”
주혁이 넌지시 묻는다.
“내 생각엔 이것도 그렇고, 여기 다 짜고 치는 거 같아.”
“!?”
상현은 이들도 그들의 시청자들이나 다름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주혁이 황당하기 그지없는 표정이 된다.
“뭐? 진심이야?”
인터뷰가 그렇게나 중요한 거냐? 어쩐지 양궁 대회 때도 제대로 남은 영상은 인터뷰뿐이더라니!
“믿을 만한 건 외신뿐인가…….”
국내 언론은 썩었다.
해외의 반응을 봐야 한다.
“외신?”
미신이 아니라?
주혁은 이 말은 굳이 안 하고 삼켰다.
상현이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첫 번째 빅에 올라온 글을 클릭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빅) 매콤 주의! 인터뷰의 악마를 처음 본 프랑스, 스페인 현지 반응ㅋㅋㅋㅋㅋㅋ
앞엣것들과 다르게 꽤나 내용이 긴 게시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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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반응 번역]-아직 한 경기 남았어!
-저 신사분은 누구입니까? 입이 매콤합니다. 얼굴은 달콤합니다.
-한국은 개를 먹는다더니 입에서 개 소리가 나온다
└프랑스에도 나치가 있네 😀
-그는 왕실 기사를 사실상 둘이나 죽인 실력자다 그에 맞는 존경을 하라
-프랑스는 질 만했다 저 사람의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 과거의 우승은 무적함대의 명성과 똑같다
-저놈을 오징어게임에 보내라
└우승해서 돌아올 것 같습니다
└└공감
-잘생겼다. 이게 BTS의 나라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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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반응은 상당히 공격적인 쪽과 자기 성찰적인 쪽이 섞여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아무래도 한 대 맞아서 겸손해진 것이라 볼 수 있는데.
스페인은 얘기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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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반응 번역]-저 중국인이 누구길래 무적함대에 대해 논하나?
-조선이 만약 우리나라 근처였다면 아즈텍과 운명을 함께 했을 것.
-잘 절인 하몽으로 만들기 전에 겸손하라
-느려터진 거북이 대가리 함선에 비하면 우린 무적이 맞다
-미개한 화살쟁이들에게 총과 화약을!
-에스파냐의 라이벌: 대영제국 /// 한국의 라이벌: 북한
└factos!
└배꼽빠집니다!
-바로 다음 경기에 대한 도발이군. 재밌다. 이런게 있어야 재밌어진다.
└하지만 곧 재미없어질 거다. 한국.
-귀엽게 생겨서 봐준다.
-룬스타 주소 알려주세요. 친해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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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
단순히 상현의 생김새에 현혹된 몇몇 매국노들을 제외한다면, 스페인은 아몬드의 도발에 제대로 걸려든 듯한 모습이었다.
이렇게, 의도치 않은 방식으로 스페인과 한국의 대결에 대한 열기는 점점 끓어오르는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