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601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69화
25. 작전 회의(1)
상현의 인터뷰가 꽤나 아픈 곳을 건드려 버린 걸까?
몇몇 현지 반응은 무섭다 못해 살벌한 수준이었다.
매운 입담으로는 전 세계 둘째가라면 서러운 한국 유저들도 놀라는 눈치.
-유럽 형님들 매섭네
-좀 무섭다;;
-프랑스 행님들 K고기 언급 미쳐~
└K고기 ㅇㅈㄹㅋㅋㅋㅋ
└ㄹㅇㅋㅋㅋㅋ
-인터뷰의 악마 효과 보소 ㅋㅋㅋㅋ
-속보) 솔로몬 “73번째 악마 영입”
└ㅋㅋㅋㅋㅋㅋ
└앗 그게 설마……?
-스페인은 진짜 열기가 여기까지 느껴지는데 ㅋㅋㅋㅋㅋ
-걍 즐겨~ 이겼잖아~
해외 반응 중 이 악물고 인신공격을 해대는 댓글들이 즐비했으나. 다행스럽게도 한국 팬들은 이미 프랑스와의 경기에서 이겼기 때문에 별 타격은 없었다.
-프랑스는 ㅋㅋㅋㅋ 눈물 좀 멈추고 말해라
-어이. “병인” 졌으면 닥쳐라.
-정보) 병인양요도 프랑스의 패배로 기록되어있다.
└“병신양요”
└레전드네 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조선도 못이기면서 싸이버 조선을 어케 이기려고 ㅋㅋㅋ
-이와중에 잘생겼다는 댓글이 ㅋㅋㅋ
└ㄹㅇ
-아 개웃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른 선수들도 트레시 토크하면 재밌겠다
└ㄹㅇ
“음…….”
상현은 쭉 읽어 내려가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만약 졌으면…….’
지금 이겼으니까, 이렇게 웃어넘기지.
졌다면 어떻게 됐을까?
물론 지고서 그런 인터뷰를 할리는 없었겠지.
‘…….’
잠깐, 정말 그럴까?
잠시 고민한 상현은 스스로 확답을 내리지 못하는 문제라는 걸 깨닫는다.
“크흠…….”
만약 지고서 이런 인터뷰를 하고, 반응이 이렇게 돌아왔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한국 여론이 지금 이렇게 유하지 못했을 것이다.
여튼 이겨서 참 다행이네.
그런 생각을 하며 상현은 이만 휴대폰을 치웠다.
“그래. ‘외신 기사’는 다 봤냐?”
주혁이 실실 웃으며 묻는다.
“국내 반응보단 낫네.”
푸훕.
주혁은 겨우 웃음을 참았다.
틀린 말은 아닌데, 상현이 정확히 기대하던 반응은 아니었다는 게 표정에 다 써 있었다.
“뭐. 그거면 된 거지. 인터뷰 반응은 이제 그만 보고…….”
주혁이 이번엔 자신의 휴대폰을 들이밀었다.
“이거 봐라.”
휴대폰 화면에 떠올라 있는 건 룬스타그램의 메인페이지.
“……룬스타?”
그거 관리 안 한 지가 언젠데. 갑자기 룬스타?
관리를 잘 안 해서인지 계속 늘어나던 팔로워도 13만 정도에서 정체 중이었다.
“너 이거 네가 직접 관리한다더니. 하나도 안 했더라?”
“……사실 별로 도움이 안 돼. 스트리머한텐.”
“그래. 근데 다시 해야 될 거 같다.”
“?”
주혁은 다시 룬스타를 관리해야 한다고 말한다.
척.
주혁이 화면을 내밀었다.
그곳엔 팔로워가 60만이라는 숫자가 적힌 한 룬스타 계정이 있었다.
“……내 거잖아?”
10만 초반대였는데, 갑자기 60만이라니.
이게 무슨 일인가 싶다.
* * *
탁.
치승이 다 같이 마실 커피를 내려놓으며 넌지시 묻는다.
“스페인 애들이 제대로 뿔 난 거 같더라구요. 이거 다 전략인 거죠? 쿠키 형?”
회의 테이블엔 총 여섯이다.
조선 팀의 지휘관들 셋과 싱크 탱크의 핵심 브레인들 셋이었다.
다들 다음 경기 전략을 회의하기 위해서 모인 것이다.
“뭐? 뭔 전략?”
그런데, 시작부터 주제가 뭔가 이상하다.
“……아, 아니. 인터뷰요. 일부러 도발한 거 아니에요?”
“무슨…… 인터뷰?”
희철은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는 총지휘관 인터뷰를 따로 진행하고 곧바로 캡슐을 나와 전략 준비를 하느라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
“앗…….”
치승은 머리를 긁적였다.
“얘, 얘기된 게 아니었구나. 형이 평소에 농담처럼 하던 말을 아몬드형이 하길래.”
“?”
희철은 커피를 한 잔 후르릅 마시더니, 찾아본다.
“뭐라 했길래.”
찾아보는 건 어렵지 않았다.
이젠 에러가 복구된 엠불에 들어가 보기만 해도 엄청난 ‘파이어(*엠불식 추천)’를 받은 게시물들이 죄다 그 얘기를 하고 있었으니까.
“인터뷰의 악마? 뭐라 했길래 악마까지.”
“하하……”
치승은 곤란한 듯 웃었다.
몰랐다면 그냥 모르는 채로 지나가시지…… 뭘 또 찾아보고 그러시나…….
“프랑크와 조선의 상성은 무적함대 같다…… 이름만 무적……?”
희철의 눈에 놀라움이 깃들었다.
“이 말을 진짜 하다니.”
본인이 가끔 농담처럼 하던 말이긴 했다. 역사를 잘 아는 사람들끼리의 고급 유머랄까.
에스파냐의 무적함대는 사실 그 이름으로 제일 유명할 뿐 전투력으로 유명한 게 아니라는 걸 꼬집는 거다.
“진짜 한 수준이 아니라, 아예 실제 당사자에게 말해버리다니.”
푸……훕……!
희철은 결국 웃음을 참지 못한다.
“으하하하하!”
“?”
“재밌는데? 내가 하던 농담보다 백배 낫네.”
치승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 뭐 여튼 형 취향에 맞았다면 다행입니다. 네…….”
치승은 사전에 얘기되지 않았던 인터뷰인 줄은 꿈에도 몰랐다.
‘역시 미친 사람이야.’
툭.
조용히 있던 바름이 커피잔을 내려놓는다.
“그 인터뷰 저도 알아요.”
“그래?”
“네. 그 인터뷰를 본 프랑스랑 스페인이 아주 벼르고 있더라구요. 특히나 스페인은 바로 다음 경기가 우리니까. 잔뜩 흥분했죠.”
“근데 해외 반응까지 어떻게 알게 됐나?”
쿠키는 당연한 질문인 거 같은데, 바름의 얼굴이 시뻘게졌다.
“?”
“그…… 그냥 인터넷 뒤지다가…….”
바름은 고개를 휙 돌리며 시선을 피한다.
치승은 무슨 상황인지 바로 알아챘다.
‘자기 이름 겁나 서칭했구나.’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면 으레 하는 행동이다.
바름은 은근히 관종이라 아마 신나서 한참 자기에 대한 반응을 살폈을 것이다.
이번 경기에서 활약이 좋았으니까.
“뭐가 됐든 적이 흥분했다는 건 좋은 신호이긴 하지.”
치승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올 프로 팀이고 스폰서도 있다 보니, 이런 도발이 걸리면 예민해질 거예요.”
“오. 맞다. 역시 치승이 흐름을 잘 보네.”
희철이 빙긋 웃었다.
그가 마침 팀원들에게 해주고 싶었던 말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프로들이 무조건 더 유리할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아.”
스페인의 올 프로 구성에 대해 공포를 느끼는 팀원들이 꽤 있었다.
하지만 희철은 진심으로 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프로가 찌르는 창은 1센티 더 길던가? 그렇지 않지. 반면에 걔넨 엄청난 부담감이 걸려 있다.”
프로란 말이 뭔가?
돈을 받는다는 뜻이고. 그 돈을 주는 스폰서, 구단 등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는 것.
그 스폰서와 구단은 누굴 신경 쓰는가?
바로 팬이다.
“이 선수들은 여론에 민감할 수밖에 없어. 아마 아몬드 인터뷰 때문에 화가 난다기보다, 팬들이 뿔난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을 거다.”
“아…… 작전에 혼선이 있을 수도 있겠네요. 좀 더 오버한다거나…….”
“충분히 그럴 확률이 있지. 여튼…….”
희철은 이 말을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었는지, 자세를 고쳐앉으며 정갈하게 내뱉었다.
“목적이 있어서, 돈을 벌기 위해서 게임을 하는 사람들은 말이다. 진짜 즐기는 사람을 이기지 못한다.”
일동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잡담은 이만하면 됐고…….”
희철이 테이블 위에 체스판 말 같은 것을 들어 올리더니.
쿵.
가상 지도 위 스페인의 본진 쪽에 꽂는다.
“이제…….”
그가 짚고 있는 말은 공성 병기를 나타내는 것이었다.
공성 병기는 대체로 3시대부터 운용된다.
즉, 이번 매치는 3시대 양상이 될 거라는 뜻이다.
“그 작전을 되짚어보자. 이름을 뭐로 지었다고 했더라?”
“아. ‘디스트로이’ 작전이요?”
피식.
센스있는 이름에 희철은 미소를 지었다.
“그래. 그 이름. 마음에 들어. 디스트로이 작전에 대한 복기를 시작한다. 우리는 스크림을 진행 못 했으니까. 시뮬레이션을 철저하게 해야 돼. 이번엔 바름이가 스페인, 두준이가 한국을 맡아.”
“예. 예.”
* * *
한편, 스페인의 지휘 본부도 디스월드에서 모임을 갖고 있었다.
“조선이 2시대 궁병 러쉬로 프랑크를 이겼다.”
총지휘관 ‘나쵸’가 조선전에 대한 브리핑을 하는 중이었다.
“이 말은 우리가 정복자 팩션을 업그레이드하기도 전에! 2시대에 게임을 끝낼 수도 있다는 거다.”
정복자.
식민지를 공격적으로 늘려나갔던 에스파냐를 대표하는 3시대 팩션이다.
화약을 쓰는 원거리 무기 생산 속도가 무려 30%나 빨라지게 한다.
그렇다.
에스파냐는 3시대부터 화약을 쓰는 원거리 대인 병기 ‘총’을 생산한다.
문제는 이 3시대를 가기 전이다.
“어떻게들 생각하나?”
나쵸가 다른 인원들에게 묻는다.
“예…… 나쵸. 저는 조금 뜨끔했습니다.”
보조 지휘관 ‘우노’가 조심스레 대답한다.
“프랑크 상대로 저렇게 할 수 있다면, 우리 에스파냐 상대로는 더 쉬운 거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죠.”
프랑크는 2시대부터 몰아치는 대표적인 초반 강세의 문명이었는데.
그런 문명을 상대로 초반 올인 러쉬를 성공시킨 사례를 만든 후반 강세 문명인 조선.
상대하는 입장에선 여간 골이 아픈 게 아니었다.
에스파냐는 2시대에 프랑크의 기사만큼 강력한 팩션이 없기 때문.
“저는 2시대에 보병 무기를 좀 더 생산하고, 방어탑도 탄탄히 갖추면서 3시대로 진입하는 걸 추천합니다.”
웅성웅성.
우노의 말에 잠시 테이블이 시끄럽다.
에스파냐로서는 조선을 상대로 2시대를 고려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탄탄하게 간다고? 그러다 조선이 또 낼름 3시대 가면?”
“그럼 우리가 만든 보병들 앞세워서 견제 가도 되지.”
“그래. 아예 우리가 선공을 하는 것도 고려해야지. 너무 수동적인 거 아냐?”
“궁병 문명 상대로 무슨 선공이야? 난 저 의견이 맞아 보이는데. 3시대 좀 늦게 간다고 우리가 불리해지진 않아.”
쾅!
웅성거리는 사람들 사이에 누군가 저돌적으로 끼어들었다.
또 다른 보조 지휘관 ‘트레스’다.
“틀려.”
“……?”
다들 그를 바라보며 뭐가 틀리다는 건지 설명하라는 눈빛을 보낸다.
“애초에 전제가 틀리다고. 저건 프랑크가 조선의 방어탑 러쉬를 고려하다 실수한 거잖아?”
“그래서?”
우노가 아니꼬운 듯 팔짱을 끼며 되묻는다.
그러자 트레스는 더욱 으르렁거린다.
“조선이 2시대 러쉬를 감행할 수 있는 문명이 아니라는 거지! 저런 화력이 실제 화력이 아니라! 프랑크의 실수랑 겹친 거라고!”
이 사태는 프랑크의 실수로 벌어진 일이지, 에스파냐가 정말 고려할 전략이 아니라는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다만 이에 ‘탄탄하게 가자’ 주장하던 우노가 반박한다.
“그럼 우리는? 우리는 안 속을 수 있나? 조선이 1시대 방어탑 러쉬가 오는 건지, 그냥 정찰을 오는 건지 알 수 있나? 조선은 병사들이 방어탑 건설이 되니까, 구분이 안 되잖아!?”
조선의 1시대 팩션 중 ‘노역’이란게 있다. 조선은 필요하다면 병사를 사용해서 방어탑 건설이 가능했다.
물론 일꾼보단 효율이 떨어지지만, 할 수 있다는 게 문제.
“병사가 방어탑을 짓는 건 느려! 시작하면 그때 막으면 될 일이야. 쫄 필요 없다고!”
“쫄아!? 누가 쫄았다는 거야!?”
“아니, 아니! 우노, 트레스!”
탕탕탕!
나쵸가 테이블을 후려치며 진정시킨다.
“조선의 변칙에 휘둘리라고 이 주제를 던진 게 아니야.”
나쵸의 말에 일동이 조용해진다.
“해결책을 찾으라고. 우리가 3시대를 비슷한 시간대로 진입하면서 그들이 이상한 짓은 할 수 없게 하는 해결책!”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라?
테이블에 모인 일동은 황당한 표정이다.
그런 걸 어떻게 하냐고.
트레스가 반박한다.
“솔직히 속아서 3시대를 조금 늦게 진입한다고 해도 전력상으로 저희가 유리합니다. 나쵸. 해결책 같은 걸 찾는 게 오히려 휘둘리는 거라구요.”
“안일하긴!”
이에 나쵸가 이글이글거리는 눈으로 윽박질렀다.
“프랑크가 딱 그딴 생각을 하고 있다가 당했어! 넌 조선에게 지는 걸 감당할 수 있나!? 이 조에서 조선한테 진다는 게 뭔지 알아? 사형선고야!”
“……”
“게다가, 그 자식이 인터뷰에서 씨불인 말 다들 봤을 거 아닌가!?”
모두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봤는데 이래!? 우리 팬들이 패배를 용납할 거 같나? 심지어 이겨도 힘들게 이기면 욕을 먹을 거다. 내 말이 틀린가?”
모두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많은 팬은 큰 무기임과 동시에 큰 책임이다.
실망시켰다간 무슨 일이 나도 이상하지 않았다.
나쵸도 그걸 충분히 알고 있기에 이들의 태도에 잔뜩 흥분한 것.
그가 핏대를 세우며 외쳤다.
“밟아아아아!”
쿠웅.
발을 구르는 나쵸.
“다음 경기를 위해서라도 완전 밟아버리라고! 초반에 휘둘리는 모습조차 보이지 말고! 처음부터! 끝까지! 이기라고! 당장 해결책 찾아서 갖고 와. 분명 있으니까!”
누군가의 인터뷰에 제대로 열이 난 듯한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