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602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70화
25. 작전 회의(2)
슝.
[로그아웃]나쵸는 버럭 윽박지른 후에 그냥 회의장을 나가버렸다.
테이블에 남은 이들은 나쵸가 나갔음에도 작은 소리로 웅성거렸다.
“……제대로 열받았나 본데?”
“그러게.”
나쵸는 평소엔 쉽게 흥분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는데.
이 시빌엠이라는 게임에 미친 사람답게, 역사적 발언에 굉장히 민감한 편이었다.
“하필 무적함대를 걸고넘어져서…….”
에스파냐의 무적함대.
이는 스페인의 가장 큰 자랑거리이자, 타국의 조롱거리이기도 했는데.
그 타국이란게 근처 유럽 국가들 한정이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무적함대 활동 당시 아시아 변방에 처박혀 있던 나라에서 조롱할 줄이야.
심지어 시빌엠 성적도 좋지 않은 주제에!
나쵸는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다.
“프랑크 이기고 인터뷰하는데 갑자기 무적함대가 나올 줄 누가 알았겠어.”
“그렇지. 스페인전 각오를 물어본 것도 아닌데.”
이는 아아몬드가 무적함대 발언을 꺼낸 타이밍이 워낙 예측 불허였던 탓도 컸다.
다음 경기에 대해 묻고 있었다면, 그래도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했을 텐데.
뜬금없이 프랑스를 까내리는 도구로 무적함대가 쓰일 줄, 누가 알 수 있었겠는가?
애초에 같은 팀도 예상을 못 한 인터뷰였으니, 말 다 한 셈이다.
“팬들 여론도 거의 현상금이라도 걸 기세야.”
“그럼 꼭 잡긴 해야겠네.”
다들 너무 주눅 든 분위기에, 보조 지휘관 트레스가 콧방귀를 끼며 끼어든다.
“끓어오르고 좋구만 뭘 그래. 파이트 머니가 있어야 링에 올라가는 거지. 안 그래?!”
그의 말이 틀린 건 아니었다.
어느 스포츠나 대결 구도가 잡혀야 팬들의 감정이 더 들끓는 것이다.
“이렇게 이겨야 더 짜릿한 거야.”
승자에게는 더 많은 쾌감과 패자에겐 더 많은 좌절을 안겨주며 다음을 기약하게 한다.
스포츠가 팬들을 미치게 하는 방식.
상대는 그걸 잘 이해하고 있다며, 트레스는 그렇게 평가했다.
“얘기해 봐라. 그럼. 어떻게 짜릿해질 수 있는지.”
우노가 팔짱을 꼬며 묻는다.
“꼭 그렇게 찬물을 얹어야 속이 시원한가 보네.”
트레스는 능글맞게 웃으며 한껏 편하게 앉아 있던 자세를 바로잡는다.
“난 오히려 아예 반대로 가야 된다고 생각해.”
트레스는 꽤 진중히 말했으나, 우노는 처음부터 별로 기대도 없다는 눈이다.
애초에 트레스는 소위 ‘지장(智將)’이라 불리는 유형은 아니었다.
특유의 저돌적인 전투력으로 지휘관 자리를 꿰찬 특이 케이스다.
나쵸의 말로는 ‘사공이 셋인 것보다 트레스에게 조금의 스탯이라도 주는 게 유리하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니 그가 말하는 전략을 귀담아 들을 필요는 없다 여겼는데.
“아예 4시대 싸움으로 가는 거지.”
“……?”
와. 듣자 듣자 하니, 정말 들을 필요가 없었다.
그거랑 별개로 트레스는 계속 이야기한다.
“맞지 않나? 예상치도 못하게 4시대로 넘어가서, 머스킷이랑 전투 수도사로 끝장내자고!”
4시대라니. 조선을 상대로 4시대를 가고 싶어 하는 문명은 없다.
특히나 스페인 같은 올 프로 팀이면 더욱이 그랬다.
“4시대로 가면 화약 무기가 너무 세져서 병사 개개인의 전투 능력이 별 소용이 없어져.”
총 쏘고 대포 쏘면서 싸우는 게 4시대 전투다.
창과 칼로 싸우던 시대에 비하면 개인의 전투 능력이 크게 발현되기 어렵다.
플레이어 하나하나가 프로급인 스페인에겐 좋지 않은 선택지이고.
뭣보다 조선의 4시대엔 정말 기가 찬 병과 하나가 존재한다.
“게다가 굳이 조선이 체탐인을 뽑을 수 있는 시대로 가게 둘 필요는 없다.”
체탐인.
옛말로 세작질을 하는 병과이며, 현대말로 말하자면 스파이다.
은신 능력과 더불어 변장 능력까지 갖춘 병과여서 적의 기지에 침투해 뻔히 상황을 다 보면서 돌아다닐 수도 있었다.
물론 적 지휘관에게 들킨다면 그대로 사망이지만, 이들의 진짜 무서운 점은 단순 침투와 정찰이 아니다.
“그 자식들이 우리 팩션이라도 뺏어가면 진짜 골 아파져.”
마치 산업스파이처럼, 체탐인은 적의 기술 정보를 빼 올 수 있다.
예를 들어 에스파냐의 머스킷 재장전 속도 업그레이드를 훔치면, 조선의 조총병 재장전 속도가 좋아지는 식이다.
잡다한 업그레이드가 많은 편인 에스파냐에겐 치명적인 팩션인 셈.
그러니 조선 상대로 4시대를 가는 건 너무나 피곤한 짓인데…….
“흥. 고작 스파이가 무서워서 4시대를 안 간다니.”
트레스는 또 겁쟁이라느니 뭐니 헛소리를 하며 콧방귀를 낀다.
‘빌어먹을 자식.’
우노는 열이 끓어올랐다.
‘저 전략엔 하등 도움 안되는 자식을 어떻게 써먹지?’
일단 트레스가 전략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이 상황 자체가 마음에 안 든다.
놈의 관심을 다른 데로 돌려놔야 했다.
잠시 고민하던 우노는 이런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그래. 그거다.’
저 혈기 왕성한 혓바닥을 다른 데 쓰게 해줘야겠다.
“그런데, 트레스. 그 녀석 룬스타그램 팔로워가 몇인 줄 아나?”
“뭐? 갑자기 뭔 말이냐. 넌 나보다 훨씬 적은 주제에!”
“아니, 나 말고 그 녀석.”
우노가 최대한 인내하는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그 녀석? 누굴 말하는 거냐?”
“조선 팀에 인터뷰한 놈이지.”
“몇인데?”
트레스. 이 녀석은 관종이라 룬스타그램 팔로워에 굉장히 민감했다.
“60만.”
“……뭐?”
“원래 관리도 안 하는 계정이라 팔로워가 10만이었는데. 이번에 인터뷰하면서 그렇게나 올랐다더군.”
“하, 하루에 50만이?”
“그렇지.”
이다음부턴 굳이 우노가 특별히 지시하지 않아도 트레스의 행동은 정해져 있었다.
“제기랄! 우리도 사전 인터뷰 같은 거 해야 하는 거 아니야!?”
* * *
다음 날.
갑자기 수십만 팔로워를 거느리게 된 상현은 자신의 룬스타그램 계정을 들여다보고 있었는데.
[팔로워 70.8만]벌써 하루 만에 10만이 더 올랐다.
“오…….”
댓글도 미친 듯이 추가되는 중이었다.
주로 외국인 댓글이다.
“외국인들이 엄청 많네.”
이번에 인기를 얻은 계기가 시빌 엠파이어이기 때문이다.
물론 중간중간 반가운 한국 댓글들도 있다.
-한국인 손
-와…… 이 형이 이렇게까지 잘되다니 ㅠ 가슴이 웅장해진다
-월클 아몬드 ㄷㄷ
-봉준호, 손흥민, 김연아, 아몬드 레츠고우~!
-버려졌던 계정 개같이 떡상ㅋㅋㅋ
옆에서 보던 주혁이 말한다.
“시빌엠이 해외에선 엄청나게 인기니까. 아무래도 주목도가 높았나 봐. 그 인터뷰가.”
프랑크전이 끝나고 했던 인터뷰가 화제가 됐던 모양이다.
“그러니까, 번역은 웬만해선 보지 말고. 디엠도 열어보지 마라.”
“?”
상현은 뭔 말인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널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걸로 꽤나 열받은 놈들도 대단히 많거든.”
“아…….”
그랬다.
자세히 보니 영어로 마구 욕을 써놓은 댓글들도 보였다.
‘영어를 잘 못 하는 게 이럴 땐 좋네.’
상현은 영어를 그리 잘하지 못하기에, 대충 흐린 눈으로 보면 잘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 해도 원색적인 욕설은 보일 수 있지만, 어차피 그런 건 룬스타 자동 필터링으로 처리된다. 신경 쓸게 아니었다.
“스페인 애들이 은근히 이스포츠 강국이더라. 관심도 엄청 많고.”
“그래?”
“어. 시빌엠뿐이 아니라, 릴 유럽 리그에도 선수 배출이 굉장히 많아.”
그렇다. 스페인은 릴의 유럽 리그에서도 많은 선수를 배출한 건 물론, 시빌 엠파이어에선 아예 국가대항전에 모든 선수를 프로로 내보낼 수 있을 만한 리그 규모를 갖고 있었다.
그런 나라를 상대로 무적함대가 어쩌구 하는 인터뷰를 해버렸으니, 여파가 상당한 것이다.
“근데 그런 말은 갑자기 어떻게 생각한 거냐?”
주혁이 갑자기 질문을 한다.
“뭐?”
“인터뷰 말이야. 무적함대 얘기.”
“아~ 그거 쿠키 형이 가끔 농담처럼 하던 말인데? 무적함대 이름으로 유명하다고.”
아. 쿠키가 평소 농담하던 걸 아몬드가 말한 거였다니.
“정말 모든 걸 배우고 있구나.”
짝. 짝. 짝.
주혁은 어이없다는 듯 박수를 치더니 그의 등을 두들긴다.
“그래도 잘했다. 잘했어. 응? 이렇게 팔로우 뻥튀기가 될 줄 누가 알았겠냐?”
주혁은 진심이었다.
만약에 본인이 아몬드였다면, 절대 이 팔로워 수를 거느리지 못했으리라.
‘이런 게 천직이란 건가?’
사회에 있을 땐 정말 골치 아플 수도 있었던 상현의 성격.
여기선 팔로워를 몇 배로 뻥튀기 시키는 연금술이 되어버렸다.
그때였다.
“어……?”
띠링.
상현의 룬스타그램 아이디로 메시지가 왔다.
[누군가 당신을 태그했습니다]단순히 팬들이 보낸 메시지가 아니라, 누군가 게시글에 아몬드를 태그했다는 메시지.
태그(Tag)란 특정 인물을 자신과 함께하게끔 하는 기능.
‘팬인가?’
연예인들은 팬들에게 자주 태그당하곤 하다.
DM은 무시당하는 경우가 많지만, 태그는 그런 경우가 별로 없어서다.
그런데 지금 태그한 사람은 상현의 팬 따위가 아니었다.
오히려 반대.
“이거 뭐야.”
“영상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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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들어라. 불량 견과류 @Almond_Arrow
#국가대항전#인터뷰#스페인#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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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글이 첨부된 영상 게시물이었다.
누군가 인터뷰를 하고 있는 영상.
“불량…… 견과류?”
“번역인가 봐. 자막도 있어.”
비록 자동 생성이지만 한국어 자막도 깔려 있다.
한국인들 보라고 만든 영상인 셈이다.
특히나 아몬드 보라고 만든 거다.
그를 대놓고 태그했으니까.
“소리 켜봐.”
“응.”
짙게 태닝한 피부의 상당히 건방지게 생긴 남자였다.
[문명의 강함이요? 당연히 에스파냐죠. 역사적으로 따지자면, 에스파냐는 전 세계를 누비며 미국 땅의 절반을 차지한 적도 있었지만. 한국은 자기들 땅마저 절반을 잃어버렸잖습니까?]영상은 여기서 끝이었다.
아주 짧게 편집된 영상이다.
제대로 보려면 댓글에 달린 링크에 있는 올튜브로 들어가야 하는 것 같은데.
딱히 그럴 필요도 없었다.
“……?”
상현의 표정이 이미 말해주고 있었다.
저 짧은 인터뷰만으로도 효과가 충분했음을.
그는 이미 멈춰 버린 영상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더니, 물었다.
“이 자식 누구야?”
“글쎄. 한번 찾아볼게.”
주혁이 상현의 휴대폰을 가져가서 본격적으로 들여다본다.
와중에 주혁이 눈이 간 곳은 시간.
‘이거…… 업로드 시간이 10초 전?’
업로드 시간이다.
올린 지 겨우 10초 전.
‘우리가 제일 먼저 본 거네?’
일단 현재 한국에선 우리만 이 녀석의 인터뷰를 본 것이나 마찬가지다.
‘음…….’
주혁은 이제 상대의 계정에 들어가본다.
팔로워 30만의 나름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는 듯 보이는, 스페인 청년의 모습.
양아치 같은 느낌이 다분하지만, 나름 준수한 외모로 인기도 많아 보인다.
무엇보다…….
‘게시글이 왜 이렇게 많아. 시즌 중에도 계속 룬스타는 업데이트하고…….’
이 녀석 관종이다.
주혁은 결론을 내렸다.
“누구야. 이름 뭐야.”
상현이 귀신 같은 눈으로 들러붙으며 으르렁댔는데. 주혁은 그를 잠시 떼어놓고 설명한다.
“자, 자. 잘들어. 일단 이름인지 아이디인지 모르겠는데. 트레스야. 보조 지휘관 같고…….”
“그래? 보조 지휘관……? 그거 잘됐네. 죽으면 아예 아웃이잖아?”
상현은 주혁의 말을 곱씹으며 어떻게 하면 게임이 시작하자마자 탈락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내가 얘 엿먹일 방법을 알 것 같아.”
방법을 주혁이 먼저 찾았다.
좀 다르긴 하지만.
“시작하자마자 죽이는 거?”
“아니, 인마. 그건 게임 사정에 따라 못 할 수도 있는 거고. 내 말은 게임 시작하기도 전에!”
게임 시작하기도 전에 엿을 먹여?
그런 신세계가 어딨냐는 듯 상현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어, 어떻게?”
그 맑은 동공 속에 비친 주혁이 씩 웃고 있다.
“상대가 원하는 걸 아니까.”
그는 이 녀석이 진짜로 원하는 걸 알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