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60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77화
28. 고조선(1)
‘1시대에 끝낸다라…….’
탁…… 탁…….
쿠키는 초조한 표정으로 탁자를 두들겼다.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1시대에 게임을 끝낸다는 건, 너무나 극단적인 결정이다.
그렇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는 결정.
그는 눈을 질끈 감았다.
‘원래 3시대에 계획한 게 있는데.’
본래 이번 경기는 3시대까지 가는 계획이었다. 거기서부터 ‘디스트로이’ 전략이 나오는 건데.
지금 방어탑의 공격 효율이 생각 이상이다.
‘아까부터 전투가 잘 풀리고 있어…….’
매복, 침투 작전부터 그랬다.
적이 지나치게 쉽게 매복에 당해서, 적 지휘관이 그 장면을 놓쳐 버리기까지 했다.
지금 방어탑을 막으러 올 때도 마찬가지.
3 대 2 전투 구도인데, 적이 이상하게 싸웠나?
생산 쪽에 집중하느라 전투 자체는 잘 보지 못하는 쿠키로서는 정확한 이유를 추측하기 힘들었다.
설마하니 이게 ‘그 인터뷰’의 나비효과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아몬드의 전투 능력이…… 이 정도였나? 적들도 올 프로인데.’
자신이 아직 아몬드의 전투력을 다 파악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고 여겼을 뿐이다.
‘어쨌든 덕분에 지금 끝낼 수가 있겠는데…….’
아무래도 계획이 수정되어야 할 것 같았다.
1시대에 이길 수 있는데, 3시대를 가는 멍청한 짓을 할 수는 없으니까.
다만─
‘이 전투력이 그대로 유지될까?’
지금까지 전투에서의 변수가 요행이 되어왔다.
그런데 마지막 순간까지도 그럴까?
사람의 집중력이라는 건 한계가 있었다. 아무리 프로 선수들이라도, 한 게임에서 집중할 수 있는 시간과 밀도는 정해져 있었다.
“흐음…….”
지금 이 전투 부대의 집중력은 아직 살아 있을까?
쿠키는 아몬드와 당근, 롸떼를 들여다보며 고민한다.
그러나, 총지휘관답게 고민은 그리 길지 않았다.
‘결국 타이밍은 지금이다.’
쿵.
그는 당근에게 방어탑을 하나 더 지으라 명령했다.
* * *
그 순간, 당연히 중계진 쪽에선 난리가 났다.
“아아아! 방어탑! 하나 더 짓습니다!? 지금 명령이 떨어졌어요!”
방금 쿠키의 결정이 뭘 의미하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쿠키! 지금 2시대 업도 미루겠다는 거죠!? 이건……! 지금 끝내겠다는 거잖아요!?”
-ㄷㄷㄷ
-막고라 선언
-여기서 끝내려는거야??
-미쳤다 ㅋㅋㅋ 초반 러쉬로 두 게임 다 이기나???
지금 쿠키는 이렇게 선언한 거다.
1시대에 게임을 끝내겠다. 그게 아니면 조선이 지겠다.
“아니, 킹귤 님! 원래 잠깐 견제하려 했던 거 같은데! 이게 이렇게 됩니까?!”
실제로 처음부터 끝낼 생각이 아니었다.
“제 생각엔 원래는 그럴 생각이었던 거 같은데! 지금 전투가 너무 잘 풀리니까! 즉흥적인 판단을 내린 거죠!”
“아. 즉석에서 전략을 수정했군요!?”
“예! 이렇게 즉흥적으로 바뀌는 전략은 상대 쪽에서 대처하기 굉장히 힘들거든요!”
“맞습니다! 이게 과연 어떻게 작용할지! 지켜봐야겠습니다만!”
지금 조선은 2시대로 갈 자원을 방어탑 건설에 쓰기 시작했다.
이제 뒤는 없다.
“조선 다른 병사들도 총공격에 나섭니다!”
“이게 코리안 치즈 러쉬죠!”
치즈 러쉬.
일꾼이며 병사며 다 동원해서 총공격에 나서는 초반 전략을 치즈 러쉬라고 한다.
어쨌거나 일꾼을 동원하는 셈이니, 이 전략을 감행하면 본인도 매우 가난해진다.
그러나, 상대를 더 가난하게 만들어서 이기는 게 이 전략의 핵심.
상대 진영에 포탑이니 방어탑이니 지어대면서 일꾼들이 일을 아예 할 수 없게 하는 것이다.
“조선은 일꾼 동원도 없이 방어탑을 올릴 수 있어서! 거의 손해도 없거든요! 2시대 늦게 간다는 거 빼면요!”
일꾼을 동원할 필요가 없는 조선은 상대를 우리보다 가난하게 만드는 게 훨씬 쉬웠다.
손익분기점이 낮은 B급 영화를 개봉하는 것과 같았다.
A급 영화보다 평은 안 좋을 수 있어도, 돈은 더 많이 남길 확률이 높다.
조선의 방어탑 러쉬가 딱 그랬다.
“에스파냐!? 지금 막을 병력이 없습니다! 아까 다 죽었죠!?”
“나머지 본대는 지금 총공 들어가는 조선 병력을 막느라 여념이 없구요!”
“날카롭습니다! 쿠키! 이런 빠른 판단 변화! 상대 입장에서도 대처하기 어려워요!”
“심지어! 에스파냐 2시대 업을 눌러놨었습니다!”
단순히 조선이 함께 총공을 들어가서 막기가 어려운 게 아니었다.
상대 입장에선 정말 공교롭게도…….
[에스파냐] [2시대 – 3%]2시대로 넘어가는 업그레이드를 이미 누른 상태였다.
그것을 누르자마자 바로 쿠키가 방어탑을 하나 더 지어버린 거다.
“노린 건지! 우연인지! 에스파냐가 2시대로 업그레이드를 누른 순간에! 바로 방어탑 건설에 들어간 걸로 보입니다!?”
-타이밍 보소 ㄷㄷ
-와 예술이다
-이거 진짜 이기냐?
-에스파냐 개빡치겠는뎈ㅋㅋㅋ
“이런 타이밍으로 쓰면 날빌이 날림 빌드가 아니라! 원래 의미대로 날카로운 빌드가 됩니다!”
“예! 이런 치즈 러쉬가 날빌 중에선 아주 악명이 높거든요!?”
날빌이란 게, 매우 단순한 운빨 전략처럼 보이지만, 놀랍게도 프로 레벨에서조차 이걸 중요한 경기에서 3번 연속으로 당한 게이머도 있다.
그 게이머 역시 엄청난 커리어를 자랑하는 프로 중의 프로였음에도 당했다.
즉, 잘 짜여진 날빌은 운에 기대는 점이 적으며, 심지어 적이 알고도 당한다는 것.
“자! 이제 아몬드 일꾼을 노리고 쏘기 시작합니다!”
“과연 에스파냐는 이 빌드에 당할 것인지! 아니면 극복할 것인지!?”
* * *
‘젠장…….’
나쵸는 감사하게 여겨야 한다.
시빌 엠파이어의 일꾼이 진짜 사람이 아닌, 자신의 명령을 받는 AI라는 걸.
파앙!
방어탑 위에서 활 쏘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옆에서 일하던 일꾼이 하나씩 죽는다고 생각해 보라.
“윽!”
어떤 일꾼이 묵묵히 미래를 위해 황금을 나를 수 있을까?
“억!”
당장 죽음이 코앞인데 말이다.
파아앙!
활 쏘는 소리가 들려오면, 영락없이 일꾼이 죽는다.
파앙!
죽고, 또 죽고.
“컥!”
한 번을 빗나가지 않고 있었다.
‘어떻게…… 한 번을!’
나쵸는 분통이 터졌다.
아무리 프로 레벨이라고 해도, 방어탑 위에서 움직이는 일꾼들을 맞히는데, 한 번 빗나감 없이 머리를 한 방에 맞히는 건…….
‘이건 완전 다른 레벨이잖아.’
다른 세계의 이야기다.
그가 알던 활 솜씨가 아니었다.
그가 아는 활을 잘 쏜다는 개념은 페르시아 궁병처럼 화려하게 몸을 던지며 연사를 한다거나, 말을 타면서 따라오는 적을 연속으로 쏴 맞힌다거나…….
어떤 특별한 움직임이 함께 가미된 것들이었다.
그런 게 활을 잘 쏘는 것이라 생각했다.
에스파냐 문명을 전문으로 다루다 보니, 활에 대한 조예는 없어진 것이다.
‘완전히 잘못 알고 있었구나.’
나쵸는 이제 그렇게 생각했다. 자신이 그간 활에 대해 잘못 알고 있었다고.
가장 무서운 활은, 빗나가지 않는 활이다.
파아앙──!
놈의 화살이 또 쏘아졌고, 여지 없이 일꾼이 쓰러졌다.
“와아아아아아아!”
한국 응원단의 함성이 점점 커진다.
쿵! 쿵! 쿠구궁!
울려 퍼지는 북소리와 꽹과리 소리가, 마치 나쵸의 심장 소리가 같았다.
슬슬 그것 둘이 구분이 되지 않기 시작했다.
이러는 중에도 적의 추가 방어탑이 건설된다.
[목재 방어탑 – 26%]위치가 매우 공격적이다.
이젠 금 채석장뿐 아니라, 도축장까지 건드리겠다는 위치.
‘도축장만은 막아야 된다.’
도축장.
사냥해 온 사냥감들을 고기로 만들어주는 장소다.
도축장에서 일하는 일꾼이 죽게 되면 당연히 식량 공급은 불가능하다.
식량이 없으면, 병사들을 재모집할 수가 없다.
심지어 일꾼도 뽑을 수가 없다.
‘진짜 1시대에 끝난다.’
그랬다간 정말 게임이 1시대에 끝날 수도 있었다.
나쵸는 눈을 질끈 감았다.
상상조차 하기 싫은 엔딩이다.
‘2시대만 들어가면 되는데…….’
2시대로 들어가서 병사들 무장이 바뀐다면, 일단 몽둥이만 들고 있는 조선 본대를 쉽게 몰아낼 수 있을 테고.
그 병사들이 그대로 본진으로 복귀해서 방어탑도 치울 수 있겠으나…….
[에스파냐] [2시대 – 9%]2시대는 대체 언제 온단 말인가?
‘지금이라도 방어탑을 올려야 한다……!’
늦었지만, 방어탑을 올려야 했다.
결단을 내려야 한다.
[나무 80]그런데 나무 자원이 80뿐이다.
2시대 업을 하는 데에는 700이 들어가며, 방어탑을 짓는 데에는 150이 든다.
그는 일단 금광을 캐는 일꾼들을 싹 다 드래그한 후, 저 멀리 나무 자원 쪽으로 돌렸다.
[나무 캐기]모든 일꾼들이 나무를 두들기기 시작한다.
툭…… 탁……!
다른 자원에는 손해지만, 현재로서는 이게 최선의 판단이었다.
[나무 150]일꾼 전부가 동원되니, 나무는 금새 모였다.
[목재 방어탑 건설]그는 도축장 근처에 방어탑 건설을 명령했다.
적의 방어탑이 지어지기 전에 짓는다면, 도축장만큼은 방어할 수 있을 것이다.
[목재 방어탑 – 46%]현재 조선의 방어탑 중 가장 먼저 지어질 놈은 46%.
절반 가까이 지어졌다.
그러나, 상관 없었다.
조선은 1명이 짓고 있다. 심지어 그 한 명도 일꾼이 아닌 병사다.
만약 에스파냐 일꾼 10명이 달려들면?
저 정도는 순식간에 따라잡는다.
[에스파냐] [목재 방어탑 – 20%]투둥……!
역시나, 일꾼 10명이 달라붙으니, 순식간에 20%다.
“아아! 에스파냐!? 늦게나마 방어탑을 올립니다! 일꾼이 여럿 달라붙어서 속도가 엄청나요!”
“도축장 견제만 막으면서! 어떻게든 2시대로 가겠다는 거죠!”
“조선 방어탑이 먼저 지어지면 이거 못 지을 텐데요!?”
[조선] [목재 방어탑 – 63%]조선은 아직 63%.
나쵸는 안도했다.
‘막을 수 있겠어.’
막을 수 있어 보인다.
일꾼을 너무 많이 동원해서 자원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지만.
2시대까지 버티기만 하면 된다.
“아아아! 조선 방어탑이 더 늦게 지어질 거 같습니다!? 속도 차이가 너무 나요!”
“일꾼이랑 병사니까요! 게다가 머릿수도 너무 차이 나고!”
“이거 도축장 견제 못 하면! 조선 애매한데요!? 완전 올인이라 아까랑 얘기가 달라요!”
조선은 에스파냐의 건설을 방해할 방법이 없었다.
그런데─
“!?”
나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누군가 에스파냐 방어탑을 건설하는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심지어 활시위를 당기고 있었다. 건설 중인 일꾼들을 향해서.
[아아몬드]그는 아몬드였다.
“무…… 무슨…….”
1시대엔 궁병이 있을 리가 없는데.
“방어탑 활을!?”
방어탑 내부에 있는 활을 밖에까지 들고 나온 것이다.
그게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나쵸는 어이가 없었다.
‘궁병이 아닌 채로 활을 쏜다는 거잖아?’
궁병이 아닌 병사들은 방어탑 안에서만 궁병 판정을 받는다.
밖으로 나오면 다시 원래 병과의 효과로 돌아간다.
지금은 1시대이니 병과라고는 야만 병사뿐이다.
야만 병사인 상태로 활을 쏘면, 화살 개수에 제한이 있었다.
심지어 화살통도 없어서 맨손에 화살들을 쥐고 나온 아몬드의 손에 들린 화살은 단 1개뿐이다.
활시위에 걸린 것까지 합해도 1개다.
일꾼은 무려 10명이다.
여기서 화살 하나로 둘을 죽이는 기적을 보여준다 해도, 일꾼은 8명이 남는다.
대세에 하등 지장이 없다.
그렇다고 몽둥이를 들고 가까이 왔다간, 마을 회관의 공격에 죽을 것이다.
놈은 할 수 있는 게 없다.
근데 대체 뭘 하려는 걸까?
“아몬드!? 지금 아몬드가! 적 방어탑 건설을 막으러 나왔습니다! 그런데! 화살이 1개밖에 없어요!?”
“아무리 신궁이라도! 화살 하나로 둘을 잡을 수가 있나요!?”
“지금 하나로 둘이 아니라 하나로 대여섯을 잡아야 되는데요!? 그 정도면 화살이 아니라 이기어검술입니다!”
-이기어검ㅋㅋㅋㅋㅋ
-???ㄹㅇ뭐지?
-둘이라도 죽이겠다는 거 아닐까?
-조금이라도 늦추려고
“아니면 하나라도 죽여서 늦추겠다……?”
“그런 걸까요? 그건 거의 의미가…….”
다들 아몬드가 건설 속도를 조금이라도 늦추려는 게 의도라고 추측했으나.
틀린 추측이었다.
기리릭……!
아몬드는 건설 중인 일꾼을 다 죽일 생각으로 활시위를 당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