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61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61화
22. 배치 완료(1)
주혁의 활약 덕에 풍선껌의 팬 카페에는 이런 글들이 다수 올라와 있었다.
[긴급!!! 지금 풍스나 참교육 당하기 일보 직전 ㅋㅋㅋ] [활맨 VS 풍스나! 실시간!!] [풍스나 스톤즈 뉴비한테 농락당하기 1분 전]풍선껌의 팬들이라면 이름 한 번쯤은 들어봤을 유저, 풍스나.
이름부터가 풍선껌 스나이퍼다.
당연히 팬들 사이에선 악명이 자자하다.
-ㄹㅇ임?
-활맨? 아몬드? ㅋㅋㅋㅋ
-활맨이 질 것 같은데 ㅋㅋ
-그니까 ㅋㅋㅋ 활맨 스톤즈자너……. 풍스나를 너무 얕보시네.
-와, 재밌겠다 ㅋㅋㅋㅋ
-오.
-개꿀잼각
풍스나를 싫어하는 사람은 많지만, 아몬드의 승리를 점치는 유저는 없었다.
싫어하는 건 싫어하는 거고, 실력은 실력이니까.
그러나 무슨 상관인가?
누가 이길 거라고 여기든 간에 일단 흥미를 끄는 매치 업임은 확실했고, 주혁에겐 그게 중요했다.
‘입질이 살살 온다.’
점점 조회 수가 올라가고 있었다. 댓글 수도 늘어났다.
-이번엔 풍스나가 복수하려고 저격해서 큐 잡은 거임?
└ㅇㅇ 이번에도 풍스나가 지면 개쪽이지 ㅋㅋㅋ
└ㄹㅇ 각 잡고 큐 쫓아온 듯.
└내리는 위치까지 알고 있더라.
-ㅋㅋㅋㅋ 존나 추하다. 역시 풍스나…….
-아, 풍스나 쉑. 풍선껌 형 명예 실추시키지 말고 걍 뒈져라.
-난 활맨 응원하러 간다 ㅅㅂ
-이건 재미없을 수가 없네 ㅋㅋㅋ
이 매치 업은 사람이라면 끌릴 수밖에 없었다.
보장된 맛이다. 맛없없. 흔히 말하는 맛이 없을 수 없는 조합으로 만든 음식.
베이컨과 치즈 계란이 들어간 잉글리시 머핀이 맛이 없을 수가 없는 것처럼.
혜성처럼 등장한 실력파 뉴비와 실력 하나만큼은 모두가 인정하는 고인물 빌런의 대결은 재밌을 수밖에 없다.
흥행은 정해진 영화다.
욕하면서 보는 천만 영화 같은 느낌일 것이다.
-ㅎㅇㅎㅇ 풍스나랑 만났다고 해서 왔습니다.
-ㅋㅋㅋㅋ 풍하
-껌하
-아몬드가 이 사람이구나.
-활맨 ㅎㅇ
아몬드 방의 채팅들이 올라오기 시작하고, 시청자 수가 약 1천 명가량 더 늘어났다.
그 모든 관심이 모였을 때.
푸욱!
결국 아몬드의 칼이 풍스나의 이마를 꿰뚫어버렸다.
그 장면을 목도한 김주혁.
쿵!
그는 책상을 후려치더니, 벌떡 일어났다.
“오우! 쒜에에에엣!”
손을 번쩍 들며 외친 함성.
기쁨도 잠시, 주혁은 잠시 뻘쭘해진다.
어설프게 들었던 손을 내린다.
“크, 크흠.”
어색한 적막이 흐른다. 열심히 돌아가는 캡슐의 엔진 소리만 위잉위잉 울릴 뿐이다.
그제야 체감했다.
‘내가 이렇게 소리를 막 지르고 있었나.’
얼마나 자기가 이 게임에 열중하고 있었는지. 아몬드라는 스트리머의 방송에 빠져 있었는지.
만약 원래 집에서 이렇게 요란을 떨었다간 바로 방 안으로 누군가 들어올 터다. 그리고 한 소리 했겠지. 어렸을 때면 맞았을 거다.
유난히 ‘점잖은 아이’로 불리던 게 이유가 다 있었다. 어른들은 그걸 좋게 봤지만, 주혁 자신에겐 전혀 좋지 않았다.
자기 안에 누군가 날 지켜본다는 느낌을 갖고 살아야 했다.
‘근데…… 여긴 아니잖아?’
그런데 상현의 집은 달랐다.
여긴 정말 아무도 없었다.
상현과 주혁뿐이었다.
비록 달동네에 오래된 집이지만 어찌 됐든 단독 주택이다. 아래층이 있는 것도 아니고 위층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다른 누군가에게 민폐도 아니다.
“!”
그제야 알 수 없는 해방감이 밀려왔다.
난생처음으로 느껴보는 자유였다. 나이 서른을 먹고 이런 말을 하면 누구는 비웃을 테지만.
숨 쉴 틈 없이 빡빡한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주혁에겐 농담 같은 게 아니다.
그는 태어나서 한 번도.
진정한 의미의 자유의 맛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진짜 그렇네.’
씁쓸한 자각(自覺)이다.
31년 평생 처음 느낀다.
‘이게 자유구나.’
이제야 처음 느낀다.
내가 자유로운 인간이었다는 걸. 너무 오랜 세월 잊고 있었다.
그만큼 그 해방감은 끓어서 넘칠 지경이다.
그래서일까?
[1등]아몬드가 어느새 마지막 적을 죽이고, 화면에 1등이라는 단어가 박혔을 때.
주혁은 동네가 다 떠내려가라 소리를 질러 버렸다.
“오오오오오오오오케이!!!”
쿠궁!
생각보다 너무 크게 질러진 고함에, 주혁은 또 움츠러들었다.
이건 너무 큰 것 같았다.
“크, 크흠…….”
지금 시간이 다들 일하러 나간 오후 5시여서 다행이었다.
“아, 아직 자유를 만끽하려면 연습이 필요할 것 같다.”
안경을 치켜 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풍스나 VS 아몬드 봤음???] [이 새끼 진짜다. 얘는 가능할 것 같다] [풍스나 원래 레이팅이 어디임?]반응이 오고 있는 건 풍선껌의 팬페이지뿐이 아니었다. 배라 31에서도 꽤 많은 글들이 리젠되고 있었다.
아몬드의 올튜브 영상 덕에 풍스나가 누군지는 다들 알고 있었고.
그런 풍스나를 또다시 잡아냈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도 당연히 모두가 알았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런 게시글이 추천을 많이 받게 됐다.
[방금 쪄온 아몬드 VS 풍스나 자강두천]풍스나와 아몬드가 칼을 주고받으며 서로 접전을 벌인 영상이 게시글의 내용이었다.
-와 ㅋㅋㅋㅋㅋ
-이게 자강두천이지 씹 ㅋㅋㅋㅋ
-진짜 자강두천을 얼마 만에 보는 거냐 ㅋㅋㅋ
-설마하니 스톤즈 큐에서 보게 되누 ㅋㅋㅋ
-ㄹㅇ 두 천재의 대결 맞네 ㅋㅋㅋ
-악마의 재능 풍스나 VS 악마 같은 재능 아몬드
└엌ㅋㅋㅋ ㄹㅇ이네
└저 새끼 활만 잘 쏘는 거 아니었누? 칼전 미쳤네
└활을 젤 잘 쏘는 건 맞음. 저 판 활 들자마자 또 존나 킬하면서 1등 함
└아니, 그럼 주 무기도 아닌 걸로 저 티어 차이 나는 상대를 저렇게 죽인 거임? 대체 얼마나 잘하는 겨?
단순히 아몬드가 풍스나를 상대로 이겼다는 게 전부가 아니었다.
그 둘이 보여준 플레이 자체가 장관이었다.
그 옛날 고전파가 유명해졌던 그 ‘미러전’이 오버랩되는 듯한 느낌이었다.
-다른 건 모르겠고, 아몬드는 스타성이 있네, 확실히.
└ㅇㄱㄹㅇ
└고전파도 영상 하나로 빵 떴었잖어 ㅋㅋㅋ
└그건 그래 ㅋㅋㅋ
└ㄹㅇ 앞으로가 기대된다.
어느새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고전파와 같은 대스타와 아몬드를 비교하기 시작했다.
그만큼 모두가 느낄 정도로 선명하게 보였다.
아몬드의 ‘스타성’이라는 것이.
-진짜 스타의 자질인 게, 배치고사 마지막 판 그 중요한 시합을 이렇게 해버린다는 게…….
└ㄹㅇ 심지어 다이아 1이 저격한 배치 막판 ㅋㅋㅋ 나 같으면 멘탈 나가서 자살함ㅋㅋ
└그냥 저격도 아님. 앞에서 했던 전략 다 숙지하고 무기고로 바로 뛰어내려서 따라옴.
스타성을 만들어내는 요소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스포츠, 게임과 같은 승부의 세계에서 진정한 스타의 자질은 바로 ‘결정력’이다.
중요한 순간에 활약할 수 있는 능력.
이게 스타의 자질이다.
역대 모든 스포츠 스타들은 중요한 순간에 힘을 발휘했다.
모두가 막중한 부담감에 짓눌려 제대로 뭘 하질 못할 때, 그들은 빛이 난다.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하게.
아몬드에게도 그런 자질이 엿보였다.
배치고사 마지막 판이라면 누구나 긴장되는 순간이다. 심지어 다이아 1 랭크의 저격러가 붙었다면 정말 절망의 도가니.
거기에 그날 아몬드는 2주 안에 다이아에 가겠다고 선언까지 한 상태다.
온갖 부담은 다 짊어진 채였다.
그럼에도 아몬드는 오히려 더 멋진 플레이를 보여주며 자신의 이름을 드높였다.
이게 바로 스타다.
-사실 아몬드가 진짜 스타성이 쩌는 이유 : 얼굴
└팩트)다.
└ㄹㅇㅋㅋㅋㅋㅋ 개열받네
└여초 카페 같은 데서 한번 대란이 일어날 각이다.
└ㄹㅇ 공중파 같은 데라도 나오면 끝장나겠누.
└사실 이게 맞지 ㅋㅋㅋㅋㅋㅋ엌ㅋㅋㅋㅋ
물론…….
그의 스타성에 얼굴이 꽤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걸 부인할 순 없다.
* * *
“후우.”
1등.
이 숫자를 보고 나서야 아몬드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번 판은 좀 힘들었네요. 특히 처음에 모기가 달라붙어서.”
힘들었다고 하지만, 표정은 전혀 아니었다.
그 점이 시청자들에겐 웃음 포인트였다.
-ㅋㅋㅋㅋㅋㅋ 모기 ㅋㅋㅋ
-풍스나 모기행
-ㅋㅋㅋㅋㅋ어우 꼬셔
-아, 개좋아 ㅋㅋㅋㅋㅋ
-진짜 핵간지ㅠㅠㅠㅠ
-풍스나 쉑 ㅋㅋㅋㅋ
-부관참시 에반데;;
피식.
시청자들의 반응에 아몬드는 미소를 띠었다.
그의 시선이 미션창으로 향했다. 아까부터 화려한 숫자를 자랑하고 있는 미션 목록들이다.
[배치 전승 시 21만 원] [총 안 쓰고 배치 전승 시 39만 원] [배치로 골드 달성 시 41만 원] [배치로 플레 달성 시 77만 원] [풍스나 총 없이 죽일 시 20만 원]일단 당장 받을 수 있는 금액이 80만 원이었다.
“풍스나 총 없이…… 배치 전승, 총 없이 배치 전승 미션금 받아갈게요. 감사합니다.”
띠링.
여러 후원자들의 아이디가 떠오르며 돈이 차례로 입금되었다.
-으아아아. 안 돼애애!
-풍스나 총 없이는 진짜 안 될 줄 알았는데 이걸 하네.
-아니ㅋㅋㅋ 총 없이 배치 전승이 말이야 방구야 ㅅㅂ 이걸 한다고?
-안전자산 따윈 없습니다, 여러분…….
안전하다고 생각한 미션들이 차례로 털려 나가는 것을 보고 시청자들은 왁자지껄하게 떠들어댔다.
“이제 곧 레이팅 표기가 되겠네요?”
대기실로 돌아온 아몬드는 자신의 정보창을 열었다.
[배치고사 계산이 완료되었습니다.] [랭크 확인]이제 버튼만 누르면 배치고사 결과를 볼 수 있었다.
지금은 아무런 색도 없는 저 휘장이 금색이 되느냐, 아니면 백금색이 되느냐로 희비가 엇갈릴 것이다.
“솔직히 실버는 안 나오죠?”
-ㅇㅇ 실버는 안 나오져 ㅋㅋㅋ 전승이신데
-전승이면 최소 골드임
-근데 골드 1까지는 가는데, 플래 나오는 경우는 없었는뎁.
-전자파도 배치 골드 1이었던 걸로 기억함.
“앗. 플래도 안 나와요?”
아몬드가 인상을 찌푸렸다.
-ㅋㅋㅋㅋ플래 미션은 사실상 낚시 미션.
-골드 코인 탑승한 사람들은 그냥 대가리 박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골드 코인은 ㄹㅇ 희망이 없네. 그냥 지금 받아 가셈.
-아, 아가는 아가야……. 낚시 같은 거 몰라…….
-플래티넘을 바랐던 거임? 완전 날강도누.
어차피 골드 밑으로는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심지어 어차피 플래도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그럼 뭐야?’
시청자들이 자신을 상대로 장난을 친 거다.
아몬드도 묘한 복수심이 생겼다.
“아. 여기서 방종을 하는 건 어떨까요?”
-??????
-???
-예?!
-미친ㅋㅋㅋㅋ
-방송에 미친 놈…… 아몬드!
-방종에 미친 놈! 아몬드!
-ㅋㅋㅋ돌앗ㅋㅋㅋ
-에바야 ㅠㅠ
-아니 ㅋㅋㅋㅋ
-미션금 안 받아, 야발?!
-미션금 시간제한이 있어요!
-플래 나올 수도 잇어여!
미션금에 시간제한이 있단다.
어차피 플래티넘은 안 나온다 할 땐 언제고.
“골드는 확정이면, 플래티넘 미션금만 안 받죠, 뭐.”
골드가 확정이라면 미리 받고, 플래티넘은 어차피 못 받으니 안 받으면 그만이다.
-아니, 이 미친놈아!
-와, 지랄 맞다. 아몬드!!!!
-ㅋㅋㅋㅋㅋㅋㅋ
-지랄 맞다! 아몬드! 지랄 맞다! 아몬드! 지랄 맞다! 아몬드!
-진짜 가만 안 둠 ㄹㅇ…….
-와, 내일 방송까지 다 뒤졌다ㅋㅋ
-아몬드 방종 한다고 해놓고 안 한적 한 번도 없다, 얘들아.
-골드 몇 나오는지나 보여줘!!!
그때였다.
빠바바바바암!!
우렁찬 트럼펫 소리와 함께 후원 메시지가 떠올랐다.
[미호 님이 무려! ‘50만 원’ 후원하셨습니다!] [아몬드 님! 그래도 제발 보여주고 가요!]-미호!?
-눈나 ㅔ흥으응
-눈나 나죽어! 돈에 깔려 죽어어어!
-영웅! 미호!
-이 몸 등장! ㅋㅋㅋㅋ
-둘이 사귀냐!?
-우결충 IN!
-어? ㄹㅇ 미호 눈나임?!
-찐임?
‘오십만 원……?’
아몬드도 어안이 벙벙했다.
플래티넘 후원금도 77만 원으로 높은 금액이긴 했으나, 미션금은 여러 시청자가 십시일반 모아놓은 금액이다.(게다가 저건 어차피 안 되는 미션이다.)
단일 후원 50만 원과는 얘기가 달랐다.
심지어 저 사람…….
‘스트리머 아닌가?’
배틀 라지를 하는 미호라는 스트리머다.
저번에 클랜 얘기를 꺼냈던. 이거 혹시 다른 뜻이 있어서 이러는 걸까?
조금 머리가 어지러웠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아…….”
아몬드는 머리를 긁적였다.
“거, 거절하기엔 너무 큰돈이군요.”
하하.
그래도 그는 당황한 티를 내지 않고, 적절한 말을 뱉으면서 랭크 확인 버튼을 눌러 버렸다.
이거 말고는 다른 데로 화제를 돌릴 방법이 없었다.
-미친 태세전환ㅋㅋㅋㅋ
-엌ㅋㅋㅋ
-아하다 추몬드!
-아몬드야…… 추하다……
-에라이 견과류 쉑ㅋㅋㅋㅋ
-아오 그냥 ㅋㅋㅋ
쿵!
묵직한 효과음과 함께 아몬드의 휘장이 밝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이윽고 빛은 사그라들고, 보석 태생의 빛깔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밝은 백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