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610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78화
28. 고조선(2)
상대가 방어탑을 짓고 있다는 걸 눈치챈 건 롸떼였다.
공사 차 탑 위에 올라타고 있던 그의 눈에 상대의 건설 현장이 보인 것이다.
‘방어탑을 짓기로 한 거야?’
늦었지만 방어탑을 짓고 있는 모습.
“쟤네 지금 도축장에 방어탑 짓는데!?”
심지어 위치가 예사롭지 않았다.
“아니. 저거 지어지면 우리 거 못 짓겠는데!?”
그 순간.
핑……!
쿠키의 명령이 떨어진다.
[견제]방어탑을 견제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견제라는 말만 뜰 뿐, 루트나 자세한 지시 사항이 없다.
핑도 붉은색이 아닌 노란색.
이는 현장의 상황 판단에 맡긴다는 말이었다.
“저쪽에서 쏠 수 없는 건가?
롸떼가 아몬드가 올라가 있는 방어탑을 바라보며 중얼거린다.
“딱 봐도 안 되잖아.”
옆에서 같이 건설 중이던 당근이 한마디 한다.
한눈에 봐도 사거리가 모자란 거리.
“우리 거가 완성돼야 때릴 수 있어.”
롸떼와 당근이 짓고 있는 방어탑. 그것이 완성되어야만 적의 방어탑 건설 현장을 타격할 수 있었다.
“그래? 그럼 빨리 지으면 되겠네.”
롸떼는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망치를 들어 올렸는데.
“어?”
내 눈이 잘못된 건가?
그가 보기에 상대편 방어탑이 무섭도록 빠른 속도로 치고 올라오고 있었다.
이런 기세라면 이쪽이 밀린다.
“미, 미친 쟤네 무슨 10명이서 짓고 있는 거 아냐!?”
단순 과장으로 10명이라 말한 건데, 놀랍게도 10명이 투입된 게 맞았다.
“10명 맞아.”
당근이 삽을 내려놓으며 선언하듯 말했다.
“견제 가자.”
“가, 가자고? 그러다 진짜 쟤네가 먼저 지어!?”
“그러다가 아니라, 누가 봐도 저게 먼저 지어지거든?”
“……”
“어차피 우리가 일꾼 10명 속도를 따라잡을 순 없어. 그래서 쿠키 님도 견제를 명령한 거야.”
“그, 근데 어떻게!? 지금 근접 무기밖에 없는데! 갔다가 마을회관 공격에 고슴도치가 된다고!”
“음…….”
당근이 잠시 고민하더니.
“우리가 왜 근접 무기밖에 없어?”
“?”
뒤쪽 방어탑에 올라간 아몬드를 가리킨다.
* * *
한편, 방어탑에 올라가 있던 아몬드는 이제 쏠 일꾼이 더 이상 없어서 그냥 멍하니 채팅창을 보고 있던 차였다.
“아몬드으으으으으!!!”
그때 당근의 울부짖음이 들려왔다.
“내려와아아아!”
완전히 깔끔하게 들리진 않는데. 손짓을 보니 오라는 거 같다.
“내려오라고?”
“그래애애애! 내려와아아!”
당근이 있는 힘껏 다시 고함친다.
“활이랑 화살 챙겨서! 견제 가야 돼!”
“화아아알! 화사아아아알! 견제에에!”
옆에서 롸떼가 다시 한번 소리쳐 준다.
‘활 들고 적 건설 견제하라는 거구나. 근데…….’
아몬드는 당황했다.
“화살 하나밖에 없는데.”
견제 가기엔 화살이 너무 없는 것 아닌가?
방어탑 안에선 화살이 무한 생성이지만.
수십 개씩 가져 나갈 수 있느냐 하면 그건 사정이 좀 다르다.
하나를 쏴서 소진해야 다음 화살이 생기는 방식 때문이다.
방어탑이 필요 이상의 연사력을 갖게 되거나, 한 번에 여러 화살을 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생긴 시스템.
아몬드는 그 말을 전달하기 위해서 화살이 하나뿐이라며 흔들어 보인다.
“하나아아밖에에 없어어어~!”
당근은 그럼에도 내려오라 손짓했다.
“그냥 내려와!”
“그냥 오라는데요?”
그는 잠시 채팅창을 향해 중얼거리곤, 사다리를 타기 시작한다.
“그냥 오라면 가야죠.”
* * *
잠시 후.
당근과 아몬드는 서로 뛰어서 중앙에서 만났다.
“잘 들어.”
당근은 시간이 없어 설명을 빠르게 때려 박았다.
“저기 도축장 옆에 방어탑이 지어지고 있어. 한시가 급해. 우리 사거리로는 안 되니까. 직접 가서 타격해야 되는 거야. 단, 근접 타격은 안 돼. 마을회관 때문에. 그러니까 활로 쏴 죽이는 거야.”
거기까진 아몬드도 예상했던 바인데.
문제가 있잖나?
“어. 근데 화살이 하나뿐이라니까?”
-하나로 뭘 하냐고 ㅋㅋㅋ
-아무리 이 몸이라도~ 화살 하나로 열은 못죽여~
-도술이라도 쓰라구! 도라애몬드~~!
올라가는 속도로 봐서 일꾼이 열은 되는데. 화살 1개로 뭘 하란 말인가?
“방법이 있어.”
그런데, 당근이 방법이 있단다.
“……?”
-점멸을 써
-도라애몬드! 어디로든 화살~!
-뭐징?
* * *
좀 전의 시청자들과 마찬가지로, 중계진 쪽에서도 아몬드가 뭘 하려는지 알아차리기 힘들었다.
“아아몬드! 계속 나아갑니다! 진짜 화살 한 개로 쏠 생각입니까!? 이건 의미가 거의 없는데요!”
“그래도! 조금이라도 늦춰 보려는 거겠죠!”
캐스터는 아몬드가 둘이라도 죽여서 어떻게든 시간을 벌어보려 하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
“왜냐면 조금이라도 늦게 올라가면, 조선 병사들이 화살을 좀 맞으면서 건물을 지을 수 있지 않습니까?”
“예! 뭐…….”
킹귤은 애매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으나, 딱히 다른 방도가 보이지 않아 납득했다.
어차피 이 사안에 대해 얘기할 시간은 없었다.
“아. 지금 본대 쪽 싸움입니다.”
옵저버가 화면을 돌렸다.
아몬드가 활로 견제하는 장면은 별로 의미가 없는 것이라 판단한 것.
“이게 바로 1시대 개싸움이죠! 실제로 영어권에서도 도그파이트라고 합니다!”
본대 전투는 스케일이 달랐다.
백이 넘는 병사들이 뒤엉켜 몽둥이질을 해대는 처참한 광경.
“아, 그렇군요! 세계적으로 통용되는군요!?”
“사람 생각하는 게 다 비슷~ 하다는 거죠!”
“정말 서로 잘 안 죽어요!”
퍼어억!
퍽!
제대로 죽지도 않는 몽둥이로 죽어라 싸우는 건 양측 다 정말 힘든 일이었다.
그래서인지 킹귤도 절규했다.
“그냥 좀 죽어어어!”
-ㅁㅊㅋㅋㅋㅋㅋㅋ
-갑자기 ㅋㅋㅋㅋ
-ㅅㅂㅋㅋㅋㅋㅋ
-엌ㅋㅋㅋ
“본대라도 이겨야 된단 말이에요! 죽어어어!”
“휘둘러어어! 쳐 죽여어어어! 좋습니다아아!”
그렇게 본대 전투에 감정을 이입하며 신을 내던 중.
“죽여! 죽어! 죽여! 죽…… 어!?”
옵저버의 화면이 황급히 아몬드에게 돌아갔다.
계속 죽어 죽어 염불을 외우던 킹귤의 눈이 커다래진다.
화면이 바뀌어서?
아니었다.
전문 해설자인데, 고작 화면 좀 돌아가는 걸로 말이 꼬일 리가.
“자, 잠깐만요!? 지금 일꾼이 몇 명이 죽은 겁니까!? 에스파냐!!!”
-???
-헐
-뭐지?
방어탑을 만들던 일꾼들 중 절반 이상이 누워 있었다.
하나같이 머리에 화살이 꽂힌 채로.
-아니 ㄹㅇ 뭐임??
-ㄴㅇㄱ
-엥?
계속해서 물음표로 채팅이 도배되는 가운데.
“……아, 아니!?”
캐스터도 놀라서 할 말을 잃었다.
“분명히 화살 하나 아니었습니까?!”
“아아몬드! 결국 화살을 허공에서 만들어내는 경지에 오른 겁니까!? 진정한 궁병계의 고트가 된 겁니까!?”
“예!?”
“오. 고트시여! 마법사를 하지 왜 궁수를……!”
-ㅋㅋㅋㅋㅋㅋㄹㅇ
-킹귤쉑ㅋㅋㅋㅋ
-그것이 NUT의 경지
-ㅅㅂㅋㅋㅋ 말이되냐
“마법사든! 궁수든! 좋습니다! 조선이 아주 유리해졌으니까요! 킹귤 님! 근데! 어떻게 유리해진 건지를 모르겠네요! 리플레이 기다려야 할까요?!”
리플레이를 볼 시간도 없었지만, 그럴 필요도 없었다.
“지금 쏩니다! 지금 보면 될 것 같아요!”
아몬드는 아직 화살을 쏘고 있었으니까.
* * *
파앙──!
아몬드의 첫 화살이 날아왔을 때.
“하? 진짜 쏘는군? 어이가 없어서…….”
나쵸는 이게 무슨 발악인가 싶었다.
차라리 3명이서 방어탑을 건설했다면, 양쪽 다 올릴 수 있는 가능성이라도 있었을 터.
[에스파냐] [목재 방어탑 – 83%]이제 에스파냐의 방어탑은 8부 능선을 넘어갔고.
[조선] [목재 방어탑 – 71%]조선은 10% 넘게 뒤처져 있었다.
이제 더 뒤처질 일만 남았다.
여기서 화살 하나로 일꾼 하나 더 죽인다고, 대세에 지장이 있을까?
전혀!
병사 셋과 일꾼 10명의 건설 속도는 비교가 안 되니까.
──푸욱!
‘아. 이제 9명…….’
그러나 상관없었다.
저쪽은 병사 셋도 아닌 둘이다. 둘!
병사 둘과 일꾼 9명의 건설 속도는 비교가…….
푹!
“아. 이제 여덟…… 응?!”
또 죽었다.
일꾼이 둘 죽었다.
분명 아까 화살이 하나 아니었던가?
잠시 생산 파트를 보던 나쵸는 다시 전투 장면으로 클로즈업한다.
[아아몬드]기리릭…….
놈이 또 활시위를 메기고 있었다.
대체 화살이 왜 또 있어?
“어, 어떻게…… 이거 버그 아냐!?”
파앙──!
순식간에 일꾼 셋이 누웠다.
파앙!
또 쏴?
아니다. 이건 아몬드가 쏜 소리가 아니었다.
‘이런!’
그리고, 그제서야 나쵸는 이 화살의 근원지를 알 수 있었다.
아몬드와 거의 동시에 화살을 쏘는 곳이 있었다.
바로, 놈들의 방어탑.
놈들이 금광을 견제하기 위해 지은 그 방어탑이다.
“……이, 이런 씹!”
거기서 화살을 쏴서 공급해 주고 있었다.
* * *
파앙──!
활시위 튕기는 소리와 함께, 일꾼이 또 쓰러진다.
‘둘 남았네.’
일꾼 여덟이 죽고, 이제 남은 일꾼은 둘이다.
[목재 방어탑 – 94%]거의 다 지어진 목재 방어탑의 모습.
조금만 늦었다면, 어떻게 됐을지.
「화살은 내가 쏴줄 거야.」
당근의 이 묘수가 아니었다면, 게임이 정말 어려워졌을 것이다.
그렇다.
당근은 아몬드가 올라가 있던 방어탑으로 올라가서 화살을 쏴주고 있었다.
피융!
툭.
아몬드의 발 언저리에 정확히 꽂히는 화살.
이러면 좀 느리긴 해도 이론상 화살이 무한이다.
‘이제 곧 마지막이다…….’
그는 당근이 쏴준 화살을 시위에 메긴다.
파앙──
이내 그것은 적 일꾼을 향해 날았다.
──푸욱!
일꾼이 또 눕는다.
툭.
다시 아몬드의 발 언저리에 화살이 꽂힌다.
아몬드는 다시 화살을 줍는다.
[목재 방어탑 – 96%]이제 남은 일꾼은 한 명.
방어탑은 거의 완성이다.
중계진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 이럴 수가! 진짜 천재적인데요!? 사거리가 안 닿는 방어탑이 화살을 아몬드 근처로 쏘고! 그 화살을 아몬드가 재활용하는 겁니다!!!”
“그렇죠! 시빌엠은 화살이 재활용됩니다!? 이거 국가 대항전에선 거의 상관없는 설정인데! 이게 이렇게 쓰이네요!?”
“그리이이고!!”
쿵!
킹귤이 테이블을 박차고 일어났다.
──푸욱!
아몬드의 화살이 마지막 일꾼을 처치했다.
“다 죽었어요! 싹! 다아아아!!!”
에스파냐의 마지막 희망이라고 하기엔, 허무하리만치 쉽게 쓰러지는 일꾼.
단박에 머리를 맞았으니, 그럴 만도 했다.
[목재 방어탑 – 98%]목재 방어탑은 단 2%를 남겨두고, 멈춰 버렸다.
킹귤의 얼굴이 시뻘게졌다.
“에스파냐아아! 비사아아아아아앙!!!”
-내 고막이 비상인듯
-엌ㅋㅋㅋㅋ
-ㄹㅇ 근데 겜 끝났는데?!?
“에스파냐 입장에선 돌아버립니다! 2퍼센트! 단 2퍼센트가 모자랍니다!”
“어쩐지! 우노(1)! 도스(2)! 트레스(3)! 중에서 도스만 없더라구요!”
-ㅋㅋㅋㄹㅇ이네
-???: 너넨 2를 소중히 여기지 않았지……
-오오……! 도스! 2제야 깨달아요!
-???: 2도 잘한거야!
2% 부족한 채로, 계속해서 98%에 멈춰 있는 목재 방어탑.
“아니, 이거 공사 안 하는 채로 시간 흐르면 무너집니다!? 98%고 뭐고 봐주는 거 없어요!”
이대로 공사하지 않은 채로 두면 게임 시스템상 공사가 취소되어 버린다.
“나쵸! 황급하게 일꾼 더 투입합니다! 저 일꾼들 중 하나만 도착하면 완성이거든요!? 톡 건드리면 완성!”
“아몬드가 막아야 돼요!”
“저 숫자를 근처도 못 오게 해야 하는데! 가능합니까!?”
“그건 모릅니다! 아까와는 다르죠! 화살 하나씩 쏘는 게 아닙니다! 쌓여 있어요!”
이미 아몬드의 근처엔 화살이 몇 개나 쌓여 있었다.
일꾼들이 죽은 뒤에도, 방어탑 쪽에서 계속 화살을 쏴준 덕분이다.
그렇다 해도 상대 일꾼들의 숫자가 상당하다.
“하나만 살아서 붙어도 방어탑은 바로 완성입니다!?”
“아몬드가 과연 저 많은 일꾼들이 방어탑에 오기도 전에 다 죽일 수 있을까요!?”
막아내느냐, 아니면 뚫어내느냐.
“게임의 운명이 갈린 활쏘기가 될 겁니다아!”
여기서 게임이 갈릴 것이다.
그것을 현재 이 게임에 참여하는 모두가 알고 있었다. 아몬드 역시도.
아몬드는 일렬로 달려오는 일꾼들을 노리고, 아니, 이 게임의 끝을 노리며 활시위를 당겼다.
그리고─
“……!”
이때 중계진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
분명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고 있었음에도, 그들은 입을 떡 벌린 채로 멍하니 이 광경을 구경해야만 했다.
시위를 당기고, 다시 화살을 넣고, 시위를 당길 뿐인 광경.
이 단순한 반복이 왜 말문을 막는가?
아무 생각 없이 습관처럼 과녁 쏘기 연습을 하러 나온 그 시절의 유상현을 보고 있다면 이랬을까?
그의 표정엔 일말의 망설임도, 떨림도 담겨 있지 않았다.
일꾼이 하나 죽고.
그다음 일꾼이 죽고.
그다음 다음 오는 일꾼이 똑같이 죽는 동안.
한국 관중들의 함성 소리, 스페인의 야유, 한탄, 모든 소음들마저 죽어버린 듯.
먹먹한 고요가 깔린다.
커다란 이불이 온 세상을 다 덮고, 그 위에 완벽한 활을 쏘는 한 사람만 올려놓았다.
파아아앙──!
마지막 활 소리가 울려 퍼진 후.
그제서야 중계진도 입을 열었다.
“──습니다!! 다아아아아! 죽었습니다!”
일꾼은 전부 죽었다.
건설 현장엔 손도 못 댄 채로.
“한 번의 흔들림도 없이! 다아아 전부! 죽였어요!!”
쿠구궁……!
누군가의 억장이 무너지는 소리가 굉음이 되어 울려 퍼졌다.
[취소]98%까지 올라갔던 방어탑이 무너진다.
공사를 이어나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 ───?!”
흥분한 중계진의 목소리는 순간 터져 나온 함성에 묻혀서 거의 들리지도 않았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붉은 함성 소리와 북소리가 모든 것을 뒤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