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613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81화
29. 아몬드 번호 딴 썰 푼다(2)
화면엔 커다랗게 아몬드의 얼굴이 박혀 있었다.
[MVP: 아아몬드]중계진은 역시나 하며 맞장구를 친다.
“아아아……! MVP! 역시나 아아몬드죠!?”
“그렇습니다. 사실 중반 흐름까지는 아마 쿠키가 받았을 수도 있었을 텐데! 마지막에 보여준 이 장면!”
킹귤의 말과 함께, 화면이 바뀐다.
아몬드가 방어탑에서 쏘아지는 화살을 받으면서 적에게 쏘는 장면이다.
“이 장면으로 MVP 받기에 충분하다!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 것 같습니다!”
방어탑의 사거리가 부족한 것을 극복해 내는 장면이다.
“아, 예. 심지어 이 전략이 쿠키한테 나온 게 아니라 현장 판단이었다고 합니다!?”
현장 판단? 그럼 미리 준비한 게 아니었다니?
당연히 준비한 전략이라고 생각했던 중계진과 시청자들은 놀라고 말았다.
“예에? 진짜요?”
“예. 정확한 사실 관계는 아마 인터뷰에서 확인해야겠지만, 옵저버들 말로는 쿠키에게 온 명령이 없었다고 하네요.”
-ㄷㄷ
-와 미쳤네
-이게 미리 맞춘게 아니었어??
-엥??
임기응변으로 만들어낸 전략을 이렇게까지 수행한다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부담감이 엄청났을 텐데! 정말 대단합니다!?”
“그렇습니다. 여기서 하나라도 빗나가면, 방어탑에서 쏴주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결과가 많이 달라졌을 텐데요. 하나를 빗맞히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쏴주는 사람도! 당근도! 화살이 부러지지 않는 각도로 아주 예리하게 잘 토스했어요!”
“맞습니다. 근데 이게 즉석에서 합을 맞춘 거라니까. 진짜 MVP 받을 만하구요. 아. 지금 인터뷰 나오네요. 보시겠습니다.”
비춰진 화면엔 어느새 아몬드와 리포터가 함께였다.
* * *
아몬드와 리포터가 나란히 선 채 구도를 잡을 때부터, 이미 채팅창이 들뜬 게 느껴질 정도였다.
-ㄷㄷ
-왔다…… 본게임.
-리포터 극한직업 시작ㅋㅋㅋㅋㅋ
-얘 이제 마이크에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웃기네 ㅋㅋㅋㅋ
-킹귤 벌써 웃참중ㅋㅋㅋ
꽤 많은 사람들이 그의 인터뷰를 기대하고 있었다.
리포터는 긴장한 눈빛으로 채팅창을 힐끔거리고는 다짐했다.
‘후. 잘 넘어가자.’
그녀는 잠시 카메라 감독과 싸인을 주고받는다.
‘준비됐어요.’
‘정말…… 감당할 수 있겠나?’
‘예……! 누군가는 해야죠!’
둘은 비장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감독의 오케이 사인이 떨어지자, 리포터는 밝고 우렁찬 목소리로 포문을 열었다.
“네~! 아몬드님! MVP 선정 정말 축하드립니다! 무려 2연속 MVP세요!”
“아, 네. 감사합니다.”
여기까진 무난하다.
좋아. 잘해보는 거야.
이윽고 시작된 첫 번째 질문.
“일단 제가 이 질문을 드리지 않을 수가 없겠는데요! 아까 마지막에 엄청난 세레머니를 보여주셨잖아요? 혹시…….”
여기서 리포터는 느꼈다.
싸늘하다.
세레머니라는 말에 놈의 입가가 벌써부터 심상치 않게 꿈틀거린다.
“그, 그게 어떤 의미인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그럼에도 리포터는 질문을 끝까지 마친다.
사실 그 세레머니를 보고 질문을 안 한다면 그게 더 이상해 보일 터다.
아몬드는 자신이 예상한 질문이 나온 건지 문지 슬쩍 웃더니 뜸을 들인다.
“아. 세레머니요. 잠시만요…….”
“네~”
리포터는 상대의 패를 여러 가지 경우의 수로 나열해 보며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후원이 들어와서? 화살 실력을 과시하기 위해서? 위협하려고?’
열심히 이것저것 생각해 보지만, 사실 그의 목에 현상금이 걸렸다는 걸 모르고서 하는 추측은 헛고생이었다.
역시나 그녀의 노력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었다.
아몬드의 대답은 완전히 그녀의 예상을 빗나갔으니까.
“일, 일, 칠, 사, 팔……”
“???”
놈은 대뜸 숫자를 마구 말하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이, 이게 무슨…….’
-???
-인터뷰의 악마 소환 주문이네 ㅅㄱ
-뭐옄ㅋㅋ
-악 이거 설맠ㅋㅋ
-ㅁㅊㅋㅋㅋ
-또 뭘 하려곸ㅋㅋ
-지금까지 사귄 여자친구 숫자지 이 아싸들아 ㅋㅋ
중계를 보는 시청자들도 대체 아몬드가 뭘 말하고 있는 건지 알 겨를이 없었다.
다만 그가 자신에게만 보이는 화면에 뭘 띄워놓고 읽는다는 건 알겠는데.
“구…… 육…….”
그게 뭔지 말 그대로 보이지 않으니,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 궁금증은 오래가지 않았다.
마지막에 그가 덧붙인 말에 정답이 있었으니.
“……소망은행. 입니다.”
“???”
리포터는 황당함에 눈을 깜빡였다.
이 숫자가 의미하는 바.
누가 봐도 계좌번호였다.
-ㅁㅊㅋㅋㅋㅋㅋㅋㅋ
-앜ㅋㅋㅋㅋㅋ
-현상금?!
현상금의 존재에 대해 아는 시청자들 몇은 이미 박장대소 중이었는데.
리포터는 알지 못하니, 결국 다시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이, 이게…… 뭔지 물어봐도 될까요?”
정말 계좌번호가 맞는지 몰라서 물어보는 게 아니었다.
왜 대뜸 계좌번호를 말하는지 몰라서 물어보는 것이다.
“아, 저한테 건 현상금. 여기로 입금해 달라는 뜻이에요.”
“현상금이요?”
“네. 스페인에서 현상금을 걸었더라구요. 저한테.”
그제야 리포터는 자신이 물어봤던 질문을 상기했다.
“아까 그 머리에 화살 쏘는 퍼포먼스가 그럼…… 본인의 현상금을 본인이 챙기는 거였군요!?”
아몬드는 싱긋 웃으며 끄덕였다.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앗ㅋㅋㅋㅋㅋ
-ㅁㅊㅋㅋㅋㅋ
-에스파냐 오열 ㅋㅋㅋㅋㅋ
-몇 번을 죽이는거야!
-왜 이렇게 많이 죽이나요! 아몬드!
리포터의 눈이 큼지막해졌다.
“와아!”
경외로움 반 황당함 반.
방식은 어처구니없지만 어쨌든 스페인을 두 번 죽이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그야말로 악마 같은 인터뷰가 아닐 수 없었다!
“조, 좋습니다! 그 계좌번호! 저도 송금하고 싶네요!”
-??
-님은 왜?
-페이스 아이디가 또……?
-엌ㅋㅋ
-폰 번호가 아니라 계좌번호가 따이는 남자……
리포터는 저도 모르게 나온 헛소리에 얼굴이 빨개지더니,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아, 저…… 스페인이 현상금을 걸었다는 말을 저는 처음 들어서요! 어떤 일인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저도 자세한 건 모르는데. 제 인터뷰가 기분이 나빠서 스페인 시청자들이 현상금을 걸었다고 하네요.”
“아. 아몬드의 목을 먼저 치면 얼마를 주겠다? 이런식으로요?”
“네.”
“와…… 그런 상황에서 한 번도 죽지 않으셨네요!”
“아뇨. 한 번 죽었어요.”
“네?”
뭐? 죽었다고?
리포터는 또 자신이 모르는 게 있었나 떠올리며 눈이 파르르 흔들렸다.
현상금이야 게임 외적인 일이라 쳐도 이건 인게임에서 벌어진 일인데. 모르면 근무 태만이다.
그런데─
“마지막에 제가 죽였잖아요.”
“앗…….”
아씨…….
그녀는 안도하면서도 뭔가 당하는 기분이었다.
-커브샷 인터뷰 ㅁㅊ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진짜 받을 생각인가봄
-ㅅㅂㅋㅋㅋㅋ변화구
-꼬투리 잡힐 말은 안하는 놈 ㅋㅋㅋ
-컨셉은 묵직~ 하게 밀어야지! 이게 아몬드야!
“좋, 좋습니다! 아몬드 님! 정말 대단하세요!”
-ㅋㅋㅋㅋㅋ영혼 ㅇㄷ?
-억지 칭찬으로 넘어가려고? 어림도 없지!
-정말 대단하세욬ㅋㅋㅋㅋ
“다음 질문 가겠습니다!”
리포터의 입장에선 천만다행으로, 이후 진행된 인터뷰는 통상적인 질문들이었다.
“저번 프랑크 전에 이어서 에스파냐전까지 MVP를 받으셨잖아요? 그에 대한 소감 한 말씀 짧게 부탁드립니다.”
“주셔서 감사드리고, 다음에도 받아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답변도 무난하게 간단한 방식이었으니.
리포터는 이것으로 지옥의 인터뷰라는 속박과 굴레에서 벗어난 것이리라. 그렇게 생각하며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혹시 오늘 아몬드 님이 아니었다면 MVP를 누가 받게 됐을지 생각나시는 분 있나요?”
“아…….”
아몬드는 잠시 고민했다.
누구로 말해야 할까?
쿠키?
저번 경기였다면 확실히 그랬겠지만, 이번엔 다른 사람이 하나 떠오른다.
아무래도…….
“당근이죠.”
당근이다.
이번 경기는 그녀의 현장 지휘가 제대로 빛을 발한 경기였다.
아마 이제 왜 당근이 뽑힌 거냐고 물을 테니. 아몬드는 그에 대한 말을 미리 생각해두고 있었는데.
리포터는 두 눈을 깜박거리며, 대답을 여전히 기다리는 듯한 자세다.
뭐지?
“?”
아몬드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질문을 안 하고, 심지어 아무 말도 안 하는 거야?
그런데, 리포터는 미소를 띄우며 고개를 끄덕이며 마이크를 다시 내민다.
마치 용기 내서 말 계속 하시라는듯이.
“?”
아몬드는 순간 그녀에게 버그가 걸린 건가 생각했을 정도다.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연신 갸웃대는 아몬드.
그리고, 곧이어 리포터의 귓속말로 뭔가 전달되었는지 그녀가 귀 한쪽을 짚더니 눈이 휘둥그레진다.
“아아아! 다, 당근 케익 님 말씀하신 거구나!”
당근 케익이라는 플레이어를 말한 거였다니.
-설마 당연하죠로 알아들은거냐?
-ㅋㅋㅋㅋㅋㅁㅊ
-아닠ㅋㅋㅋㅋㅋㅋㅋ
-당근이죠! (침묵)ㅋㅋㅋㅋ
“죄송합니다. 제가 당근이 그 당근인 줄 모르고…….”
“예? 다른 당근이 있어요?”
“아…… 그…….”
-어디부터 설명해야하는거냐곸ㅋㅋ
-총체적 난국ㅋㅋㅋ
-ㅁㅊ 여긴 또 그냥 말을 못알아들엌ㅋㅋ
다른…… 당근……?
리포터는 순간 영혼이 다 빠져나간 듯한 표정이 되었다.
-아몬드쉑 게임에선 운빨 제로인데 ㅋㅋㅋ 인터뷰에선 운빨 터지넼ㅋㅋ
-앜ㅋㅋㅋㅋㅋㅋ
-아 ㅋㅋ 어케 사람 이름이 당근이냐고~ㅋㅋ
-그러니까 닉네임을 칼로 하라고 누가 당근 들고 협박함?
-누가 이 인터뷰 좀 끝내줘 ㅋㅋㅋ
그녀는 설명하는 건 포기하고, 그냥 질문을 다시 이어나갔다.
“크흠…… 여튼! 그 당근 님을 MVP로 뽑은 이유가 뭔가요? 혹시 방어탑 러쉬 활약에 어떤 큰 도움을 줬기 때문인가요?”
“네. 당근이 현장 오더를 거의 다 했어요. 저보고 쏘는 화살을 받아서 쓰라고 한 것도 당근이에요.”
-오오…….
-아 그게 당근이 한거구나 ㄷㄷ
-샤라웃 투 당근 ㄷㄷ
‘준비된 작전이 아니었다고?’
리포터는 아몬드가 화살을 받아 쏜 게 준비된 게 아니었다는 사실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런 것치고는 수행 능력이 너무나 깔끔했기 때문이다.
아몬드에게 화살을 쏴주는 당근의 집중력은 물론이고, 그걸 받아서 하나씩 쏴 일꾼들을 죽인 아몬드도.
마치 연습한 것처럼 숙련된 움직임이었다.
“어? 그 작전에 즉흥적으로 짜여진 건가요?”
“네.”
“와! 굉장한 숙련도라 전 당연히 짜여진 대로 한 줄 알았어요?!”
“아, 네. 아니었습니다. 연습해 온 작전은 다른 건데…… 1시대에 갑자기 끝나버려서 아쉽네요.”
-ㅋㅋㅋㅋㅋㅋ
-엌ㅋㅋㅋ
-에스파냐 오열
-???: 더 팰 수 있었는데, 먼저 죽어서 아쉽다
-다음엔 “일어나라 핫산” 시전해서 더 패자
-ㅁㅊㅋㅋㅋㅋ스페인 애들 이거보면 꼭지 돌겠넼ㅋㅋㅋ
“아아! 상대가 너무 빨리 죽어서 아쉽다! 이런 자신감 넘치는 말을 해주시네요! 응원하는 입장에선 다음 로마 경기가 기대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럼 여기서 인터뷰 마치겠습니다!”
리포터는 말을 우다다 쏟아내며 인터뷰를 마쳤다.
-??
-뭔가 후다닥 끝낸 느낌인데 ㅋㅋ
-도망간다 ㅋㅋㅋㅋ
-아니 로마에 대한 각오 왜 안물어보냐고 ㅋㅋ
-자신이 로마에 대한 각오 물어봤다간 바티칸 시티에서 고소장 날라올까봐 튄 리포터면 개추~
* * *
인터뷰 이후. 팀내 피드백이 진행됐고.
상현이 캡슐에서 나온 건 경기 시작 후 거의 너덧 시간이 흐르고 나서 저녁 즈음이었다.
촤르르륵.
“후아.”
그가 나오자, 어김없이 주혁이 박수를 쳐줬다.
짝. 짝. 짝.
“야. 잘했다. 이번에도 MVP까지 받고.”
그것이 꼭 링에서 내려오는 권투 선수에게 격려해 주는 코치 같은 모습이었다.
“덕분에 우리 채널도 시즌 중에도 올릴 게 생겨서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국가 대항전은 중계권이 따로 계약되어 있는 공식 경기다.
때문에 난트전 때와는 달리 개인이 채널에 자신의 플레이 영상을 업로드하려면 시간이 좀 지나야 했다. 일종의 엠바고인 셈.
이 말은 결국 아몬드가 국가 대항전을 하는 동안엔 올릴 영상이 없었을 수도 있었다는 건데…….
[아몬드 인터뷰 중 번호 공개!? 리포터 동공지진]지금처럼 MVP에 선정돼서 인터뷰 기회를 받는다면 올릴 영상이 생긴다.
-아니 ㅋㅋㅋ 번호가 계좌번호였냐고 ㅋㅋㅋㅋㅋ
-국가 대항전 재밌었습니다~ 다 봤네요~
-크 역시 아몬드 채널! 국가대항전 껍데기는 버리고 액기스만 올려주시네요 ㅎㅎ
벌써 좋은 반응들이 몰려오는 모습.
심지어 이 인터뷰가 국가대항전의 본질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다수였다.
“오…….”
댓글을 쭉 읽어보는 아몬드.
어?
그런데, 그 댓글들 중에 아몬드의 눈을 사로잡은 한 스페인어 댓글이 있었다.
-la recompensa será depositada
빠르게 좋아요를 늘려가고 있는 스페인어 댓글이었다.
번역을 해보니 뜻은 이랬다.
-보상금이 입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