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614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82화
29. 아몬드 번호 딴 썰 푼다(3)
게임이 끝난 후.
스페인의 플레이어들은 로그아웃해대기 바빴다.
본래라면 게임 피드백을 하고 패배 원인을 분석해야 했지만, 그것도 서로의 멘탈이 허락해 줄 때나 가능한 것이다.
올 프로 팀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스페인의 지휘부는 현재 흔들리고 있었다.
“……하아.”
“제기랄…….”
한숨과 욕설 소리만 미미하게 울려 퍼지는 이 회의 테이블에서 더 이상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게 의미가 있겠는가?
나쵸는 고개를 떨구며 생각했다.
‘이 녀석들의 멘탈이 약한 게 아니야.’
스페인의 싱크 탱크, 플레이어들 심지어 다혈질인 트레스조차 멘탈이 약하다고 볼 수 없다.
‘상황이 최악인 거다.’
지금 상황이 오면 간디라도 입에서 불을 뿜을 게 뻔했다.
조별 예선의 최약체 팀에게 1시대 패배를 한 치욕?
이것만 해도 분명 견디기 힘든 시련이지만.
그건 지금 전체적인 팀 상황에 비하면 애교 수준이다.
에스파냐는 앞선 로마전 또한 패배했다.
이 패배도 사실 뼈아픈 게, 이들이 조별에서 가장 오래 준비한 게 바로 로마전이었기 때문이다.
즉, 지금 스페인은 2패로 내몰리고 있다.
다행히 동지인 프랑크가 2패로 나란히 어깨동무를 하고 있지만.
여기서 단 두 팀만 올라갈 수 있는 시스템에서 아래 앉아 어깨를 둘러봐야, 둘이 나란히 나락으로 떨어지는 꼴이다.
이들이 이번 조별 예선을 통과하려면 앞에 놓인 모든 게임을 승리해야 했다.
조선과 다시 붙었을 때 이겨야 하는 건 물론이고, 로마도 이겨야 하며 프랑크는 심지어 두 번을 이겨야 한다.
한 번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불안감.
그것이 전염병처럼 스페인 팀 안에 퍼져 나가고 있었다.
“날빌에 당하면! 우리더러 어쩌라는 건데? 어? 1시대 무기 들고 지는 게 대체 얼마 만인지 기억도 안 나!!!”
트레스는 그 불안감을 고성방가와 분노로 처리할 뿐.
그가 진짜로 무언가에 대해 화가 났다고 보긴 어렵다.
그렇기에 나쵸는 피드백을 그만두기로 했다.
“해산.”
패배한 팀이 그날 경기를 복기 안 하고 해산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나쵸도 잘 알고 있지만.
지금 상황이 그만큼 최악이었다.
[로그아웃]피융.
그는 회의 테이블에서 이내 자취를 감춰 버렸다.
잠시나마 이 고통에서 해방되고, 머리를 식히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세상은 아직 그들에게 줄 시련이 있었다.
캡슐 밖으로 나와보니, 커다란 TV에서 아직 중계방송이 켜진 채였는데.
[……문을 하지 않을 수가 없겠어요. 아까 마지막에 엄청난 세레머니를 보여주셨잖아요? 혹시 그게 어떤 의미인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MVP 인터뷰 중이었다.
한국말이니, 자막을 통해 읽어야 했다.
그래서 나쵸는 순간 이렇게 생각했다.
‘자막이 오류가 났나.’
그야 아몬드의 대답이 너무나 어처구니가 없었기 때문이다.
[일, 일, 칠, 사, 팔……]우노(1)를 말하는 걸 숫자로 번역한 걸까?
저 녀석은 이번 게임에서 우노를 만난 적도 없었는데.
희한한 오류다.
이렇게 생각하며 넘어가려는 순간.
[……소망은행입니다.]드디어 숫자가 아닌 자막이 나왔다.
‘……은행?’
은행이란 말에 나쵸는 잠시 갸웃했으나.
이내 ‘설마’라는 생각이 표정에 그대로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가을을 맞은 단풍마냥 점차 붉으락푸르락해지는 그의 얼굴을 누군가 봤다면, 당장 알러지 반응으로 구급차를 불렀을지도 몰랐다.
그의 피부 밑에서 치솟기 시작한 화산은 아몬드의 이 말에 마침내 폭발해 버렸다.
[아, 저한테 건 현상금. 여기로 입금해 달라는 뜻이에요.]현상금?
나쵸는 스페인인이니 당연히 알고 있었다.
팬들이 아몬드의 목에 현상금을 걸었다는 걸.
치욕스럽게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아몬드를 한 차례조차 죽이지 못했다.
물론 현상금 때문에 작전이 아몬드를 죽여라로 바뀌어선 안 됐겠으나…….
분명 스페인에겐 치욕스러운 일.
근데 저 녀석은 어떻게 알고 있지?
화면엔 아몬드가 보여줬던 승리 세레머니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태극기가 휘날리는 마을회관 위로 올라가서, 자신의 머리에 화살을 쏘는 장면.
푹!
우스꽝스럽게 머리에 화살이 꽂히며 쓰러지는 아몬드.
-es una lástima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Prefiero poner una recompensa a Nacho.
-Quiero que le dispares a Nacho con esa flecha
-비유우우웅신~
분명 스페인 서버의 채팅창인데도, 한국어 채팅들이 몇 개 올라온다.
번역을 키나마나 모욕스러운 말일 것이다.
아니, 애초에 한국어 채팅이 아니더라도 이미 모욕적인 말들이 수도 없이 올라오고 있었다.
스페인 팬들은 잔뜩 화나버렸다.
심지어 거의 대부분이 이번 패배의 원인을 나쵸로 지목하고 있었다.
그럴 만도 했다.
총지휘관이 원래 가장 큰 책임을 지는 자리이기도 했지만, 이렇게 빌드 싸움에서 먹혔다는 느낌이 드는 패배에선 거의 무조건 범인 취급이었다.
열이 머리 끝까지 치솟기 시작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저놈은 뚫린 입이라고 계속 나불대고 있었다.
[스페인이 현상금을 걸었던…… 그런 상황에서 한 번도 죽지 않으셨네요!] [아뇨. 한 번 죽었어요.]한 번 죽었다고?
순간 나쵸는 ‘그랬던가……?’라며 지푸라기라도 잡듯 기억을 뒤집어봤으나.
당연히 그런 기억 따윈 없었다.
[마지막에 제가 죽였잖아요.]뻥이니까.
“이런…… 씨…….”
투둑……!
자신의 안에서 뭔가가 끊어지는 소리를 들어버렸다.
사람들이 미쳤다고 하겠으나, 진짜였다.
혈관이 몇 개 터지는 듯한 소리가 진짜 귀에 들렸다.
“으…….”
그는 있는 힘껏 고함을 내지르지 않고선 참을 수가 없었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애석하게도, 이 게임이 불러올 고통은 심지어 여기서도 끝난 게 아니었다.
* * *
같은 시각, 나쵸만큼이나 분노에 찬 하루를 보내고 있는 사람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트레스였다.
그는 대놓고 아몬드를, 아니, 조선 전체를 인터뷰로 도발했던 사람이니.
그 부담은 더 컸다.
채팅창에서 나쵸를 욕하는 빈도수만큼이나 트레스를 욕하는 빈도수가 높았다.
-입만 살았네 트레스
-아몬드를 죽일 수 있었던 유일한 기회를 놓친 놈이 범인
-룬스타그램이나 열심히 할 때부터 알아봤다
그의 룬스타그램 활동, 광고, 여태까지의 행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게임 내에서의 실수.
이 모든것들이 화살이 되어 돌아왔다.
“하아…….”
그는 그래도 앞에 회의 테이블에서 온갖 고함을 다 내질러서인지, 인터뷰를 보는 내내 똥씹은 표정을 한 채 한마디도 하지 않을 뿐.
소란을 피우진 않았다.
덕분에 같이 사는 우노도 조금 평화롭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가 싶었는데…….
“뭐!?”
버럭!
트레스가 갑자기 뭘 본 듯 소리를 질러 버린다.
“이놈들까지?!”
스페인의 시빌 엠파이어 커뮤니티에서 뭔가를 본 것이다.
“거기를 굳이 들어가는 너도 참 대단하다. 트레스. 불나방과 다를 게 뭐냐.”
우노는 그냥 눈이나 감고 쉬다가 다시 회의를 준비하라며 손사래를 쳤다.
“그게 아니라! 이거 좀 심각하다고!”
“……왜. 프랑스 애들이 와서 자기들이 1시대 더 버텼다고 놀리냐?”
“무, 무슨 겨우 그런 게 아니라니까!?”
트레스가 흥분하며 우노에게 휴대폰을 보여줬다.
짜증 섞여 있던 우노의 눈이 마치 개안하듯 큼지막해져 버렸다.
“!?”
이내, 그는 형용할 수 없는 표정이 되었다.
* * *
-la recompensa será depositada
(보상금이 입금될 것이다.)
스페인어로 된 유저가 남긴 올튜브 댓글.
주혁과 상현은 서로 거의 이마가 맞닿을 듯이 가까이서 이 댓글을 빤히 쳐다봤다.
“이거 진짜냐.”
“글쎄.”
그냥 농담으로 쓴 댓글치고는 좋아요가 굉장히 빨리 붙는 데다가.
계정도 정말 스페인 사람의 것이었다.
“야, 잠깐. 내가 그것 좀 찾아볼게.”
주혁은 뭔가 생각난듯 커뮤니티에 들어가 현상금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해외 반응을 번역해 온 게시글을 찾는 거였는데.
“여깄다.”
그는 현상금 관련된 게시글을 쓴 작성자를 살펴봤다.
전부 스페인어라서 헷갈리긴 하지만, 놀랍게도 주혁은 스페인어를 조금 할 줄 알았다.
미국에서 생활하다 보면 스페인어권과 교류가 잦기 때문.
“일단 아이디는 진짜 같은데?”
“그래?”
상현이 놀란 듯 두 스펠링을 비교해 보지만 그의 눈에도 일단 같아 보인다.
‘아니, 진짜 줄 거라고는 생각 못 했는데.’
그냥 현상금으로 자신의 목을 건 게 괘씸하기도 해서 놀려주려 했던 거지, 정말 받으려 한 건 아니었다.
“근데 닉네임은 그냥 농담으로 따라 한 걸 수도 있어. 계좌 한번 봐봐.”
“아, 어 그래.”
계좌를 확인해 봤다.
“아니, 근데 이게 해외 송금이 이렇게 쉽게 돼?”
“그냥 봐 일단.”
계좌를 확인해 봤으나, 특이 사항은 없었다.
“…….”
“에이…….”
주혁은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며 다시 올튜브 영상으로 눈을 돌렸는데.
“뭐, 아닐 확률이 높다고 생각은…… 어?”
그런데─
띠링!
실시간으로 달린 댓글 알림이 울렸다.
아니, 댓글 주제에 무슨 알림?
[$3,000 후원] [No puedo enviar dinero, así que solo lo envío aquí.]알고 보니 무려 3천 달러의 후원 태그가 붙은 댓글이었다.
아까와 같은 닉네임이다.
주혁은 스페인어를 천천히 읽어본다.
“돈을…… 보낼 수 없어서…… 여기로 보낸다……?”
“!?”
상현과 주혁은 순간 눈이 마주쳤다.
“오, 오오아와아아아아아!”
“이런 미친! 대박이다아아!”
짝!
둘은 승리의 하이파이브를 치며 방방 뛰었다.
지구 저 반대편의 누군가는 화가 나서 방방 뛰고 있었지만 말이다.
* * *
“……이, 이 새끼들 뭐라는 거야?”
우노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커뮤니티의 글을 쳐다본다.
“이런 게 도움이 되겠냐고!”
쿵!
그가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도 당연했다.
[현상금 한 번 더 건다]제목만 보면 현상금을 한 번 더 걸어준다는 고마운 게시글이다.
심지어 작성자도 이전에 현상금을 걸었던 그 사람.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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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선에 못 갈 시 이 새끼들 목을 쳐오면 현상금을 드립니다.
액수는 역시나 모금 중.
DEAD or ALIVE
(사진)
*참고로 이전 현상금은 해당자에게 전송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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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 담겨 있는 인물들은 셋이었는데.
나쵸와 우노, 그리고 트레스였다.
-현명한 선택이다 친구
-아니 우리 팀에 거는 거였어?
└진짜 또라이 XD
-이게 내가 하고 싶었던 거야
-나쵸는 현상금을 더 걸어야 함
-지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