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616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84화
30. 괜찮아, 다시(1)
경기가 끝나고, 회의까지 거쳐 거의 반나절 이상이 지난 후.
치이이익……!
희철은 그제서야 캡슐에서 몸을 일으켰다.
“후아.”
그는 대회 기간 중엔 아지트에 있는 캡슐을 사용했기에, 그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아내가 아니라 싱크 탱크 팀이었다.
“와아아아!”
“쿠키! 쿠키! 쿠키!”
그들은 모두 희철이 나오는 타이밍에 맞춰 기다리고 있다가 마치 팬들처럼 플래카드를 흔들어줬다.
“하하. 뭐 이런 걸…….”
첫승 때도 이 정도 연호는 없었는데.
오늘따라 싱크 탱크의 모두가 엄청 흥분한 듯 보였다.
이번 승리는 아무래도 싱크 탱크의 관점에서 훨씬 값진 승리이기 때문이다.
“거기서 1시대에 끝내버리다니! 진짜 생각도 못 했어요!”
“이렇게 되면 우리 2차전에서도 할 만한 거 아냐?”
“당연하지!”
이번 경기는 준비한 전략을 쓰지 않고도 승리한 경기였다.
방어탑 견제는 사실 3시대를 동시에 가기 위한 포석이었을 뿐이었는데, 그것만으로 경기를 이겨 버린 것이다.
“그냥 플레이어들이 전투를 잘해준 거야. 별거 없어.”
“아니, 형! 그래도 거기서 바로 판단 내리는 게 대단한 거죠!”
싱크탱크 팀의 말이 맞았다.
이런 큰 게임에선 보통 준비된 전략 위주로 플레이한다.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가 대항전쯤 되는 큰 게임에선 긴장을 크게 하기 마련이다. 그런 상황에서 쏟아지는 온갖 변수에 대한 통제는 매우 힘들다.
그러나 쿠키는 그 위험을 무릅쓰고 플레이어들의 능력을 믿고 1시대 끝내기로 밀어붙인 것이다.
큰 무대에서 큰 판단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셈이니.
고평가 받아도 이상하지 않았다.
“보세요. 형. 지금 외신 쪽도 칭찬하고 난리났어요.”
해외 쪽 정보에 빠삭한 곱스피어가 패드를 들이민다.
시빌 엠파이어는 아무래도 서양권에서 인기가 굉장하다 보니 보통 게임 기사들도 영어권을 참고하는데.
이 기사는 해외 게임 웹진인 ‘7chans’라는 곳에 게재된 것이다.
[Spain got “Schooled” by Cookie the Commander of South Korea](한국의 지휘관 쿠키에게 참교육 당한 스페인)
‘참교육’이라고 표현한 기사의 내용은 딱히 과장이 아니었다.
실제로 스페인의 정찰 전략부터 쿠키와 싱크 탱크의 모두는 이미 예측했던 바였으니.
쿠키의 전략은 늘 스페인의 것보다 한 발 앞에 있었다.
손바닥 위에서 놀아난 것이다.
쿠키는 소탈하게 웃으며 좋아했다.
“하하…… 그래. 좋네. 이런 것도 나오고.”
지휘관으로서 분명 최대의 명예라고 볼 수 있었을 텐데. 이런 칭찬을 읽는 게 부끄러운지, 그는 시선을 돌려버렸다.
“아. 그리고 아몬드 님 기사도 났어요!”
“아몬드?”
“예!”
희철은 아몬드에 대한 기사는 흥미가 있는 건지 다시 고개를 돌린다.
[Hot Rookie Spotlight: AAlmond](화제의 신예 알아보기: 아아몬드)
7chans에서 국가 대항전이면 게재하곤 하는 이번 시즌 최고 신예를 뽑는 시리즈 기사인데.
그중에서 한국의 아몬드가 뽑힌 것이다.
“이건…….”
희철이야 원래 ‘쿠키’라는 이름으로 이미 꽤 촉망받는 지휘관이었으니.
기사가 나는 게 이상한 것은 아니었지만, 아몬드가 기사가 났다는 건 의미가 컸다.
특히나 이 신예를 뽑는 시리즈 기사는 정말 딱 신예일 때 말고는 써주질 않는다.
“이러면 자동으로 신인상 후보에 오르겠네.”
기사를 읽어보던 희철이 씩 웃으며 말했다.
“그렇죠. 한국 선수가 여기 실린 게 얼마 만인지…….”
일단 이겨야 주목을 받든 말든 하기 때문에, 진짜 오랜 기간 동안 한국 선수는 이런 시리즈 기사에 실린 적이 없었다.
게다가 한국에서 이 게임이 그리 인기 게임이 아닌지라 점점 신예 선수들도 줄고 있었다.
“어쨌든 좋은 소식이다. 영미권에서 우리 팀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건. 그만큼 잘했다는 거야. 다만…….”
희철은 걱정되는 부분이 있었다.
“분석하기 쉬워지겠지.”
아몬드의 신예 기사, 희철의 참교육 등의 기사가 나가면 다른 팀들의 이목을 끌게 될 텐데.
그렇게 되면 조선에 대해서 전혀 적수라고 생각하지 않던 다른 조의 강팀들이 이젠 촉각을 곤두세울 것이다.
그간 조선의 승리는 상대편의 방심도 꽤나 큰 한 몫이었기에, 이런 주목이 기쁘면서도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니었던 것.
“그렇죠. 아무래도 로마는…… 저흴 얕잡아보고 게임에 임할 것 같지는 않아요.”
치승도 조금 긴장된다는 듯 덧붙였다.
‘로마는 안 그래도 이번 조별에서 가장 어려운 적수인데.’
어떻게 보면 로마를 가장 늦게 만난 게 불행이라면 불행이었다.
그들은 조선이 뭔가 준비해 올 거라고 확신하고 있을 테고, 자신들도 뭔가 준비할 것이다.
‘내가 아는 안토라면, 확실하게 준비하겠지.’
로마는 나머지 두 팀 같지 않을 거다.
확실하게 준비할 것이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그래서 말인데…….”
희철은 싱크 탱크 팀을 모아놓고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본선 진출 경우의 수를 조금 계산해 봐야 할 것 같다.”
“경우의 수요?!”
싱크 탱크의 모두는 놀라며 되물었다.
그야, 조별은 2라운드까지 있는데.
아직 1라운드도 안 끝난 시점에 경우의 수를 찾는다는 건 조금 성급한 일이다.
게다가 이런 시점엔 경우의 수를 계산하는 것 자체가 난이도가 높다. 경우의 수가 많으니까.
“로마가 다른 모든 경기를 이긴다는 전제하에, 어떤 경우의 수에서 우리가 진출하는지를 생각해 봐야 해.”
“……!”
치승은 놀라웠다.
‘놀랄 만큼 현실적이다.’
어쨌거나 사람인지라, 연이은 승리에 도취되면 잠시 자신의 위치를 잊어버리게 마련이다.
그런데 희철은 캡슐에서 나오는 순간 곧바로 다시 원래의 냉철한 전략가로 돌아와 있었다.
“로마 경기를 봤다면 알겠지만, 그들이 본선에 진출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은 힘들어.”
일동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로마는 강했다.
문명 팩션부터 플레이어, 지휘관까지, 약점이 없는 팀이었다.
과거 로마가 그러했듯이.
“결국 본선 진출 남은 자리는 한 자리지. 이 한 자리를 갈 수 있는 경우의 수를 찾아봐. 로마에게 두 번을 지는 경우. 한 번을 지는 경우.”
“예.”
싱크 탱크는 곧장 계산에 들어갔다.
혹자는 김칫국 뜬다고 하겠으나, 이는 변칙적인 게임을 추구하는 조선 입장에선 반드시 고려해야 할 요소였다.
같은 변칙은 한 번 이상 먹히기 힘들다.
진출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아껴야 한다.
본선 이후에도 게임이 있으니까.
희철은 어느새 그 너머까지 보고 있는 것이다.
‘갈 수 있어…….’
희철뿐이 아니라, 치승, 만두 등 싱크 탱크의 모든 이들은 하나같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로마에게 이기든 지든 조선은 본선의 문턱을 넘을 것이라고.
그들은 그렇게 열기를 활활 태우며 하루를 보낸다.
* * *
다음 날.
시빌 엠파이어 한국 지부.
그곳엔 열정이 넘치는 사원, 엘리시아가 앉아 있었다.
그녀는 가만히 뭔가를 들여다보고 있었는데.
인터뷰 장면이었다.
[아까 마지막에 엄청난 세레머니를 보여주셨잖아요? 혹시 그게 어떤 의미인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다름 아닌 아몬드의 인터뷰 장면이다.
아몬드의 채널에 따로 올라온 영상인데.
경기 영상은 아니지 않냐며 엠바고 없이 바로 올려 버린 영상이었다.
사실 국가 대항전 중계권은 경기 영상에만 해당되는 거라 뭐라 할 말은 없었다.
엘리시아 역시 이에 대해 시비를 가리고자 묻는 게 아니었다.
우리도 이런 걸 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묻는 것이다.
[아몬드 인터뷰 중 번호 공개!? 리포터 동공지진] [조회수 140.8만]어제 저녁에 올라온 영상이 오늘 오전에 140만을 넘기고 있다.
그 숫자를 보던 엘리시아는 심각한 표정으로 중얼거린다.
“부장님. 저희도 뭔가 더 해봐야 하는 게 아닐까요?”
인터뷰 영상 하나가 중계 영상의 조회수보다 높다니.
이는 치욕적이지 않은가!
그런 와중에 부장은 자랑스럽다는 듯 풍만한 배를 두들기며 콧대를 치켜들었다.
“응? 이미 하고 있잖나. 엘리시아. 신규 유저 이벤트도 준비하고, 커뮤니티에 바이럴도 쫙 뿌렸어. 릴프로 아예 먹어버린 거 못 봤나? 흠. 흠.”
“아니요! 그런 뒷광고 말구요!”
뒷광고라는 말에 부장이 화들짝 놀란다.
“아, 아니. 뒤, 뒤 뒷광고라니? 다 하는 거야! 다 하는 거!”
“저희도 선수들에 관한 영상을 만들면 어떠냐구요!”
“선수들?”
부장의 귀가 움찔거렸다.
솔깃한 모양이다.
“경기가 아무리 재밌어도, 사람들이 선수들에 대해 모르면 재미가 반감된다구요. 지금 보세요! 아몬드 인터뷰 영상이 저희 국가 대항전 풀 버전 업로드 영상보다 조회수가 더 나오잖아요.”
“아…… 그렇지…… 그래도 전 세계 조회수로 따지면…….”
“전 세계 조회수가 저희한테 무슨 의미냐구요!”
“끄응…….”
여긴 한국 지부.
한국 조회수가 중요한 곳이다.
한국에서 시빌엠을 흥하게 하는 게 설립 목표인 곳이다.
그러니 부장은 귀를 열었다.
“우리도 인터뷰를 같이 올리자는 건 아닐 테고. 뭘 하자는 건데?”
“그렇죠. 인터뷰 가져와도 어차피 조회수 나눠 먹기밖에 안 되죠.”
“그렇지.”
단순히 아몬드 인터뷰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건 상대 파이 뺏어먹기다.
이들은 파이를 키워야 하는 입장인데, 상대 걸 뺏어봐야 총량의 크기는 같았다.
엘리시아는 아이디어 하나가 있었다.
“제 생각엔…… 이런 거 어때요?”
릴드컵에 관한 영상을 내민다.
정확히는 릴드컵이 아니라, 릴드컵에 나가는 어떤 팀이 운영하는 영상이다.
“팀 다큐?”
팀원들이 훈련하는 모습이나, 피드백 받는 모습 등에 서사를 부여해서 만드는 다큐 영상인데.
의외로 인기가 많다.
이 영상으로 그 팀의 팬이 되는 경우도 많고.
“그러니까, 이 팀 다큐를 우리 국가 대항전 팀에 적용해 보자는 거지?”
“네!”
“알아야 되는 게 우리는 선수가 200이야. 200. 쟤넨 주전만 하면 겨우 다섯이라고.”
“아…….”
엘리시아는 시무룩해졌다.
그러나, 부장은 검토해 보기로 한다.
“그런데 완전 얼토당토않은 얘기는 아닌 거 같아.”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200명을 다 조명하지 않더라도, 방법이 있을 것 같다.
“두뇌를 담당하는 지휘부 쪽만 촬영을 한다든가. 싱크 탱크 팀이 고뇌하는 장면이나…… 선수들은 최소한으로 나와도 좋을 거야. 그 경기에 주목받은 선수들만.”
“오……! 그렇죠? 전 이거 좋은 거 같아요!”
엘리시아는 자신이 즐겨 보던 스포츠팀 다큐들을 다 꺼내 오며 이것저것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한다.
그러는 와중에도 아몬드의 인터뷰 영상 조회수와 풀버전 업로드 영상의 조회수 차이는 점점 더 벌어지기 시작했다.
* * *
잠에서 늦게 깨어난 지아.
그녀는 영상 조회수를 확인하고는 눈이 휘둥그레진다.
“조회수가 왜 이래.”
[아몬드 인터뷰 중 번호 공개!? 리포터 동공지진] [조회수 176.1만]한국뿐 아니라, 해외 조회수도 굉장히 많이 찍히고 있었다.
“잘하면 300만도 가겠다.”
하루 안에 300만을 갔던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어쩌면 이 기이한 인터뷰 영상이 300만을 갈 수도 있어 보였다.
“이번 달 수익이 얼추 메꿔질 수도 있겠어.”
시빌 엠파이어 국가 대항전 때문에 영상을 자주 못 올려서, 이번 달 수익은 마음을 접어두려 했었다.
그런데, 인터뷰가 이렇게 반응이 좋을 줄이야.
“이렇게 또 사람을 기대하게 만들어버린다니까~”
지아가 행복한 생각을 하던 중.
지잉.
그녀의 휴대폰으로 문자가 도착한다.
지아의 고개가 갸웃거린다.
“……?”
그녀는 다시 한번 모니터를 바라봤다.
한창 고공행진을 하고있는 아몬드의 영상.
그리고, 다시 휴대폰을 본다.
“동결? 연체라니?”
카드값이 연체됐다는 알림.
심지어 계좌가 동결돼서 연체됐단다.
이 두 정보는 그녀의 머릿속에서 서로 전혀 합치가 안 되고 있었다.
“무슨─”
──벌떡.
그녀는 갑자기 뭔가 머리에 스친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설마.”
곧장 옷을 입고는 가장 가까운 은행으로 향했다.
전화로 해결할 일이 아닌 거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