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620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88화
31. 가짜 국대(1)
가만히 메시지를 내려보던 희철.
[……팀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촬영을 해서 업로드하는 게 어떨까요? 쿠키 님께서 대회에 방해될 만한 미디어 노출을 꺼려 하신다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만 저희는 이번 기회를 살려보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자세한 사항은 전화로…….]그는 남겨진 전화번호를 터치했다.
[전화] [메시지] [연락처 등록]그는 망설이듯, 선택지 사이에서 고민했으나.
이내 전화를 건다.
-아! 네! 쿠키 님! 연락받으셨나요? 저희가 안 그래도 추가적인 설명을 드리려고…….
저쪽에선 전화가 너무 빨리 와서 되레 잔뜩 긴장한 눈치다.
희철이 단칼에 거절할 것이라 여기고 있다.
“하겠습니다. 어떻게 협조하면 될까요.”
-……예?
“팀 다큐요. 저는 좋은 생각 같습니다.”
전화기 너머에서 잠시 무어라 떠드는 소리가 들린다. 아마 저들끼리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인데.
대충 추측하자면 담당자가 기뻐서 소리 지르는 소리 같았다.
-저, 정말 감사합니다! 저희가 일단 기획안을 보내드릴게요! 촬영에 협조해 주실 수 있는 선수분들이랑! 그리고 전략 유출에 대해 검토해 주실 수 있는 선수분들…….
희철은 조용히 그들이 말하는 것을 받아 적었다.
‘그래. 우승이 중요한 게 아닐 수도 있어. 그들에겐.’
희철에겐 이 게임의 우승이 중요했다.
그러나 다른 이들은 어떨까?
몇 년째 도전해도 우승은커녕 본선도 못 가는 상황인 데다가.
국가에서 인정받는 스포츠 선수도 아니었다.
이들의 목표가 정말 우승일까?
아닐 확률이 높아 보인다.
단순히 취미의 영역이며, 이 취미의 영역이 언젠가 생활이 되길 바라는 사람들일 뿐이다.
‘……아몬드처럼 되고 싶을 거야. 사실.’
희철은 처음 아몬드가 팀에 들어왔을 때 선수들이 그를 보는 시선을 느꼈다.
부러움.
압도적인 부러움이었다.
그의 외모가 수려해서? 게임의 재능이 뛰어나서? 이런 것들은 사실 다 부가적인 것이다.
이 요소들이 만들어낸 결과가 부러운 것이다.
「아! 나도 언젠가 시빌엠으로 돈 벌고 싶다……!」
보조 지휘관인 커피가 가끔 하는 말이다.
희철의 카페에서 매니저 일을 하면서 이런 말을 한다는 게 조금 괘씸하긴 하지만.
희철은 이해한다.
이들이 정말 카페 일이 좋아서 하는 건 아니라는 거.
이들이 정말 좋아하는 건 시빌엠이다.
그러니까, 이들은 아몬드가 부럽다.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을 하며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부럽다.
그리고 그 시선에 시기와 질투가 섞이지 않았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렇기에 쿠키는 그를 실력에 따라 곧바로 추켜세워 주기가 힘들었다.
어느 정도 팀에 녹아들어야만, 그가 스스로 팀원들의 인정을 받아야만 그 역시도 제대로 추켜세워 줄 수 있으리라.
‘궁수들하고는 나름 잘 지내는 거 같던데.’
현재 아몬드는 적어도 자신과 함께 활약하는 궁수들하고는 잘 지내고 있었다.
그러나 시빌엠은 워낙 멤버들이 많다 보니, 아직 서먹서먹한 자들도 많았다.
-쿠키 님? 듣고 계세요?
“아…… 죄송합니다. 잠시…….”
-네~ 어차피 다시 정리해서 보내드릴게요~
“아, 예. 그래도 저는 제가 적는 게 편해서요. 한번 다시 얘기 부탁드립니다.”
-네, 네 물론이죠.
잠시 딴생각에 빠져 있던 희철은 다시 그가 준비해야 할 것들을 메모하기 시작했다.
* * *
지아가 입원해 있는 동안, 아몬드 채널엔 아무런 영상도 올라갈 수가 없었다.
주혁이 보조 편집자를 구한다고 해도,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준이 될 리가 없었고.
어차피 지아의 오더 하에 그간 올려왔던 영상 컨셉이 유지돼야 했다.
그러니, 결국 아몬드는 이런 결정을 내렸다.
“그래서 로마전까지는 제가 잠시 방송을 쉬는 거로 하겠습니다.”
로마전까진 휴방이다.
-???
-엥?
-왜 결론이…….
-헐 ㅠㅠ
-편집자님 많이 아프신가 보네 ㅠ
현재 아몬드의 수익 구조는 올튜브가 거의 7할 이상을 차지하며, 그의 광고도 올튜브 조회수를 보고 들어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물론 생방 시청자 수도 아몬드의 강점 중에 하나이지만, 아몬드는 생방 시청자에 비해 올튜브 조회수가 높은 편이었다.
유일하게 구독자 수만 조금 수치가 낮은 편이었는데. 사실 그건 단순히 그가 채널을 만든 지 4개월밖에 안 됐기 때문이었다.
이젠 그마저도 시빌엠파이어에서의 활약으로 점점 높아지고 있다.
결론적으로 아몬드에게 올튜브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었으니…….
새 편집자를 구하기 전까진, 더더욱 지아에게 무리한 요구를 할 순 없었다.
“편집자님이 회복하더라도, 영상이 너무 많이 쌓여 있으면 힘드실 것 같고……. 무엇보다 중요한 광고 영상들이 예정되어 있었는데. 그건 무조건 편집을 해줘야 하는 거라, 다 뒤로 미루기로 했습니다.”
-결국 돈이냐!
-속보) 아몬드 “무엇보다 중요한 건 광고” 발언…….
-편집자님 무리하지 마세요!
-어쩔 수 없지 솔직히ㅠ
특히 아몬드는 지스타 이후로 수도 없는 광고들을 따온 상황인데, 지아가 없다면 이 영상들은 미아 신세가 된다.
계약상 광고 영상은 무조건적으로 편집이 되어서 올튜브에 올라가야 하기 때문이다.
띠링.
[루비소드 님이 3만 원 후원했습니다.] [광고 뭐뭐 있어요?]“아. 루비소드 님. 3만 원 후원 감사합니다. 광고는…….”
아몬드는 잠시 스케줄 표를 열어서 본다.
“이번에 플레이 예정이었던 건 젯펌프드였구요. 단순 플레이가 아니라 제가 쓰기로 했던 패치 참정권을 쓰는 이벤트 방송도 준비하려 했었는데. 일단 전부 연기시켰습니다.”
-앗
-ㄲㅂ
-헐 잼겠닼ㅋㅋㅋ
-아니 진짜 아몬드가 패치에 관여한다고?ㅋㅋㅋ
-젯펌프드 목숨 10일 연장했누 ㅋㅋㅋ
-김이서: 휴…….
젯펌프드 외에도 드디어 얼리억세스를 벗어난 좀비스쿨의 완성형 스토리를 플레이하는 광고도 있었으며, 배틀라지 닌자모드 등, 지스타에서 플레이했던 게임 대부분에 광고 스케줄이 잡혀 있었다.
국가대항전을 진행하면서 틈틈이 했어야 하는데.
적어도 로마전이 끝나기 전까진 수행할 수 없어 보였다.
“저도 이 기회에 대회 준비에 전념하면서, 조금 쉬겠습니다. 그럼 트바~”
-가냐고 ㅠㅠ
-릴 생존전 좀 해줘
-안돼!
-흐규ㅠㅠㅠ
-아바~
아몬드의 오늘 방송은 이걸로 끝이었다.
스르르륵.
캡슐에서 나온 상현은 얕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
어느 순간부터 올튜브 반응을 보면서 희희낙락하는 게 그의 취미였는데.
풍덩.
상현은 방 침대로 가서 몸을 던지고, 멍하니 천장을 응시한다.
‘벌써 허전하네.’
상현은 잠시 피곤함에 눈을 붙인다.
* * *
그를 깨운 건 주혁이 노크하는 소리다.
똑똑.
“으으…… 어. 왜.”
피곤에 절은 상현의 목소리를 뚫고, 주혁이 들어온다.
“아. 자고 있어서 못 봤구나? 휴대폰 봐봐.”
상현은 그 말에 자신의 휴대폰을 확인한다.
검은 화면엔 퉁퉁 부은 자신의 얼굴뿐이었는데. 이내 그의 얼굴을 용케도 인식하고 휴대폰이 켜졌다.
[주혁: 이거 봐] [주혁: 시빌엠 코리아에서 보낸 거]주혁으로부터 메시지가 와 있었다.
“이게 뭐야?”
“우리 어차피 당분간 올튜브에 올릴 영상이 없잖아.”
“어.”
“팀 다큐를 찍는다고 하더라고. 어때?”
“……엥?”
팀 다큐?
양궁에선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기에, 상현으로서는 처음 들어보는 개념이었다.
이에 주혁이 이러쿵저러쿵 설명해 주는데.
“그러니까 선수들 브이로그 같은 거네.”
상현은 그냥 선수들의 브이로그 정도로 생각했다.
“뭐…… 그렇지. 이 팀 다큐는 이제 시빌엠 팀에 대한 호감도를 끌어올리고. 대회 조회수도 뽑기 위한 영상이야. 서로 물고 물리는 식이랄까?”
시빌엠 선수들에 대해 호감이 생기면, 대회도 더 열심히 보게 되고.
대회를 열심히 보게 되면, 선수들에 대한 호기심이 생긴다.
서로 돕는 관계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어떻게 처음에 사람들의 이목을 끌지인데.
“영상 비중은 당연히 ‘우리의 아아몬드’가 젤 높고…….”
시빌엠 코리아의 해결책은 이미 꽤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선수를 필두로 내세우는 것.
“오.”
본인 비중이 높다는 말에 미세하게 좋아하는 상현을 보니, 주혁은 설득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난 이 팀 다큐 자체를 우리 채널에 올리는 거로 얘기 중이야.”
여기까지 들어도 이미 좋은데.
심지어 이 팀 다큐 자체가 우리 채널에 올라간다고?
“팀 다큐를 우리 채널에? 그렇게까지 해준대?”
“물론 수익은 나누고. 제작을 전부 그쪽에서 하니까.”
“아, 어…… 그건 당연한데…….”
제작을 그쪽에서 하는 만큼 본인들 채널에 올리고 싶을 텐데.
“내가 설득 중이야. 왜냐면 이게 서로 엄청 좋거든. 우리는 당연히 구독자가 몰리니까 좋고. 그쪽은 애초에 조회수 잘 나오는 채널에 노출시켜서 돈 많이 버니까 좋고. 심지어 우린 당분간 올릴 영상이 없잖아?”
그렇다. 지아가 편집을 쉬고 있었다.
채널에 올라갈 영상이 없었다.
그런데 주혁의 설득이 먹힌다면?
‘계속 이어질 수 있구나.’
지아가 쉬는 동안에도 채널이 운영될 수 있는 것이다.
“오!”
상현은 말 그대로 자다가도 벌떡 일어났다.
“괜찮은데? 근데…….”
이런 제안을 희철이 승낙할까?
상현이 알고 있는 희철은 굉장히 보수적이다. 이런 팀 다큐는 딱 봐도 게임 수준 향상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스포츠 선수들이 광고만 허구한 날 찍다가 기량이 떨어지는 경우 많이 보지 않았는가?
쿠키는 어지간해선 쉽게 허락하지 않을 거 같다.
“쿠키 님은? 허락 안 하실 거 같은데.”
“아. 쿠키 님도 웬일로 쿨하게 바로 승낙했다더라고. 그러니까 우리한테까지 연락이 온 거고.”
“그래?”
상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의외였다. 이렇게 바로 승낙할 줄이야.
“자기 팀원들 잘 찍어달라는 말까지 했다는데?”
“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더니.
희철이 이렇게 허락할 줄은 전혀 몰랐다.
“그럼 우리도 오케이?”
“당연하지.”
“난 그럼 우리 채널에 올리는 거 계속 얘기해 볼게.”
“어. 그러자.”
만약 아몬드 채널에 이 영상이 올라간다면, 최초의 ‘제작비를 쓴’ 영상이 될 것이다.
‘확장되는구나.’
흔히 올튜브 채널이 더 큰 성장을 노릴 때 쓰는 전략이 있는데.
그건 일종의 블록버스터를 기획하는 것이다.
단순히 채널의 주인장만 등장하는 영상이 아닌, 일종의 기획 예능 같은 걸 만들어 올리는 것.
“이거 거의 될 거 같은데. 여기 담당 피디님이 누군지 알아?”
“……누구?”
“장 피디님.”
“!”
장 피디.
그는 예전에 아몬드가 처음으로 메이저 채널에 진출했을 때 도움 줬던 사람이었다.
“그 사람 방송국 나왔어. 마이너에서 시작해서 메이저로 스스로 간다면서. 나랑 말이 잘 통해서 잘 될 거 같아.”
“아…… 나오셨구나? 어쩐지 잘 안 맞는 거 같더라.”
푸하하.
둘은 그때를 떠올리며 웃었다.
확실히 그런 점잖은 프로를 기획할 위인은 아니었다.
* * *
이후 시간이 흘러, 조선과 로마의 대결이 있는 날이 다가왔다.
이날은 조선이 로마와 맞붙는 날임과 동시에, 아몬드 채널엔 꽤나 역사적인 날이 되었다.
[가짜 국대 ep.1 마음만은 진짜]그의 채널로서는 나름 최초의 블록버스터(?)가 업로드된 날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