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622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90화
31. 가짜 국대(3)
“자. 촬영 들어가기까지 20분 남았습니다.”
“네~”
슛이 들어가기 전.
중계진은 읽고 있던 자료 노트를 접어두고, 긴장을 깨기 위해 서로 잡담을 나눴다.
“잘 지내셨죠? 형님.”
“어. 그래. 잘 있었지?”
중계 때는 서로 존칭을 쓰지만, 김상훈이 한참 연장자이므로 사석에선 편하게 하는 편이었다.
“저도 잘 지냈습니다. 그나저나 오늘 그거 보셨어요?”
“그거……?”
“가짜 국대.”
가짜 국대?
캐스터 김상훈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게 대체 뭐야.
“아니? 뭔데 그게?”
“아니, 아몬드 채널에 이런 게 올라왔어요. 형님. 대회 때 언급하면 좋을 거 같아서요.”
김상훈은 잠시 말없이 킹귤이 내민 휴대폰 화면을 들여다봤다.
“오…… 이거 릴챔스에서도 하는 그런 거 아니냐?”
“맞아요. 이걸 국가 대항전 팀이 하는가 봐요. 첫 방송이라 뭐 대단한 건 없는데. 되게 재밌더라구요.”
김상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어. 링크 줘봐.”
“옙.”
마침 남은 시간이 가짜 국대 시청 시간보다 살짝 여유로운 수준이었다.
영상을 보기 시작한 김상훈은 눈물을 찔끔찔끔 흘리더니 닦아낸다.
“아, 아씨…….”
“형 우세요?”
“얌마! 누가 울어!”
아무래도 이스포츠 업계에 몸담은 지가 오래됐던 김상훈은 생각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하…… 옛날에 리그 처음 창간할 때 생각나네.”
그는 더 이상 못 보겠는지, 한 10분 정도 시청 후에 휴대폰을 내려놓는다.
킹귤은 김상훈이 감상적으로 된 게 웃긴지 싱글벙글 웃으며 물었다.
“그쵸? 이거 괜히 짠하다니까요. 저희들은 특히 공감돼서 그런가.”
아마 킹귤도 처음 영상을 봤을 때 뭔가 밀려오는 감정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때 진짜 다들 고생했지. 지금은 다 자리 잡았지만.”
김상훈도 고개를 끄덕인다.
“여기도 잘될 거야. 내 생각엔. 지금 영상 조회수 추이가 장난이 아닌데.”
“그러니까요. 지금 열기가 아주 장난이 아니에요. 근데…… 조회수 몇인데요?”
“지금 올린 지 반나절도 안 지났는데. 벌써 100만 넘었어.”
“예!?”
대여섯 시간 만에 찍힌 100만 조회수.
킹귤은 자기 채널도 아닌데 신이 나서 엉덩이를 순간 들썩였다.
“아, 아니, 이게 되는 건가!?”
“게임 잘 모르는 소위 머글들도 죄다 유입된 거 같더라고. 왜냐면 시빌 엠파이어가 이게 하기가 어렵지 보는 건 쉽거든. 그냥 창, 칼 들고 서로 싸우는 거니까.”
시빌엠이 보기가 쉬워서 인기가 많아졌다?
킹귤은 고개를 갸우뚱한다.
“그건 그런데. 처음부터 시빌엠은 그런 보기 쉬운 게임이었는데. 왜 그간 인기가 없었죠……?”
“아니, 보기 쉬운 게임이라는 건 포텐이 있었다는 거고. 포텐이 터진 이유는 다르지. 그걸 모르냐?”
대중에겐 친숙한 이미지지만, 상훈은 사실 이스포츠의 태동기부터 함께해온 역사적인 인물.
해설, 중계진들 사이에선 하늘 같은 대선배였다.
이 시장을 창조한 사람 중 한 명이니까.
그렇기에 상훈은 그 이유를 거의 정확히 알고 있었다.
“뭐, 뭔데요? 그간 인기가 없었던 이유. 지금은 인기 많은 이유.”
왜 시빌 엠파이어가 이제서야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되는지.
“내가 전에도 말했잖아. 사람들은 게임을 보길 원하는 게 아니야. 게임을 제대로 볼 줄 아는 사람은 극소수거든.”
“그……렇죠?”
그랬다. 그러니까 해설이나 분석 데스크 같은 게 필요한 것이다.
릴 챔스만 해도 게임 흐름을 제대로 알고 보는 시청자가 몇이나 될까?
전체의 5%도 안 될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볼까?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게임을?
“영웅을 원하는 거야.”
“!”
영웅.
즉, 선수를 보기 위해 게임을 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선수를 영웅으로 만들어주는 건 무엇인가?
“그러니까 늘 말하잖아. 우리는 게임을 설명하기도 해야 하지만. 서사를 만들어야 되는 거야. 영웅들에게 필요한 대~ 서사시를.”
바로 서사다.
그들이 갖고 있는 이야기.
“어떤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는 거죠?”
“그래. 그리고 말이야─”
그러니까 지금 시빌엠이 뜰 수 있었던 이유는 이렇다.
운 좋게 릴의 하락세와 함께 찾아온 기회.
‘가짜 국대’라는 선수들을 조명하는 컨텐츠.
그리고 결정적으로…….
“지금 시빌엠이 서사시를 써 내려갈 수 있는 이유? 그건 이미 대중들이 아는 이야기를 갖고 있던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아!”
이 안에 있는 ‘진짜 국대’ 한 명.
아니, 진짜 국대를 소망했던 한 명.
그 바로 앞까지 갔었던 사람이 있다.
“그게 아몬드라는 스트리머가 이 시장에서 갖는 힘이지.”
그는 지금 비록 가짜라는 타이틀이 붙었지만, 다시 한번 태극 마크를 두르고 관중들 앞에 섰다.
“사람들이 열광하는 건, 아몬드가 단순히 잘해서가 아니야. 그가 걸어온 길이 가슴을 울리는 거지.”
그랬다.
사람들은 아몬드가 잘하길 바라는 것이지, 그가 잘하기 때문에 좋아하는 게 아니었다.
“그러니까 만약 지더라도. 사람들은 여전히 박수를 쳐주는 거야. 그 길을 봤고, 같이 웃고, 같이 울었으니까. 이미 선물을 받았으니까.”
순간 킹귤의 눈이 흔들렸다.
그가 프로 시절에 느꼈던 그 감정이 관통당하는 느낌.
그는 고개를 위로 휙 돌려 딴청을 피웠다.
“우냐?”
“아, 아뇨!? 저는 태어나서 운 적이 없어요. 전자파한테 개같이 털렸을 때 빼고는.”
“보통 태어날 때 빼고 아니냐?”
“전 그때 다시 태어났습니다. 형님.”
진지하게 받아치는 킹귤의 말에 상훈이 껄껄 웃었다.
“자. 들어갑니다! 5, 4…….”
곧이어, 촬영이 시작됐다.
“안녕하십니까! 시빌 엠파이어를 사랑해 주시는 떠돌이 용병 여러분! 중계의 김상훈.”
“해설의 킹귤입니다.”
“반갑습니다아!”
-ㅎㅇㅎㅇ
-와아아아아
-시하~
-크
-사람 숫자보소 ㄷㄷ
-캬
“이야. 일단. 오늘 진짜 진짜 많은 분들이 보러 와주신 것 같습니다.”
캐스터는 일단 물오른 게임의 인기를 언급하며 운을 떼었다.
“아. 그렇습니다. 심지어 예선인데. 디스월드 티켓이 매진되어 버리는, 그런 현상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킹귤도 데이터를 보며 맞장구를 친다.
“아, 매진이요?! 그럼 관중석 꽉 찹니까?”
“예. 그리고 한국의 응원단이 또 얼마나 왔을지, 기대가 됩니다?”
“아~ 그렇습니다!”
-매진 ㄷㄷ
-와
-벌써?
-예선인데 ㅋㅋㅋ
중계진은 오늘 문명에 대해 준비된 간략한 설명을 더했다.
“아니, 킹귤 님. 오늘 로마 대 조선이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근데 또 제가 헷갈리는 게 있습니다. 이 로마라는 문명이 사실 조선과는 엄청 시간적 차이가 있잖습니까? 동로마 서로마 다 해도요. 이거 어떻게 처리된 겁니까? 게임에선.”
“그쵸. 거의 기원전부터 있던 문명이고, 1500년 가까이 차이가 나는데…… 실제로 로마 외에도 연대가 안 맞는 문명은 많거든요.”
“아. 그렇죠. 예.”
“게임사에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3, 4시대가 적용이 안 되는 그전에 없어진 문명들도 있는데. 그 문명들은 미래를 상상하며 팩션을 제작했다구요. 아즈텍 마야 이런 데는 너무 빨리 없어졌잖아요?”
“아 그러니까, 조총, 머스킷 총 쏘고 하는 시기까지 로마가 만약에 존재했다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으로 만든 문명이군요? 일종의 보정이네요?”
“맞습니다. 그리고, 로마는 사실 그런 보정이 없어도 강력한 문명 아닙니까! 우스갯소리로 그렇다고 해도 조선이랑 로마랑 붙었어도 로마가 이겼을 거라 하는 분들도 계세요!”
“아니! 로마는 1500년 전 문명인데도. 조선이 졌다는 건가요!?”
“예. 사실 그렇게 되긴 힘들었겠지만, 그만큼 로마가 강력했다는 거죠.”
-로야호~
-옛날 역사쟁이들 밈인데 ㅋㅋㅋ
-진지 빨면 당연히 조선이 이김……ㅋㅋㅋ
-애초에 비교된다는 거 자체가 로마 승
킹귤이 허허 웃어넘긴다.
이번엔 실제 로마가 아닌, 국가 대항전의 로마 팀에 대해 설명했다.
“그리고! 실제로 이번 국가 대항전 팀도 심상치 않은 폼을 유지 중이라서요. 아마 이번 조별 예선 중 가장 힘든 상대입니다!”
“아…… 그렇죠. 여기 선수들도 좋지만, 지휘관이 또 유명합니다?”
“맞습니다. 안토라고 현재 지휘관 평가로서는 1위를 달리는 사람이죠.”
-ㄷㄷㄷ
-1위??
-헐
-ㅁㅊ
“덕분에 로마를 우승 후보로 거론하는 사람들도 꽤 있습니다.”
“예. 몽골, 중국 다음으로 꼽히는 게 로마죠.”
로마는 이번 파워 랭킹 3대국 중 하나였다.
이에 관해 얘기를 나누던 중, 게임 준비가 끝났다.
“아. 지금 이제 게임 준비가 다 되었다고 합니다!”
캐스터가 인이어를 고쳐 끼며 목을 가다듬었다.
“자, 곧 선수들의 입장이 있겠습니다.”
[현재 시청자: 22.4만]시청자 숫자를 확인한 둘의 표정엔 한껏 긴장감이 깃들었다.
* * *
“형…… 응원단이 이번엔 얼마나 많을까요?”
롸떼가 떨리는 목소리로 아몬드에게 물었다.
“글쎄. 많겠지.”
“그, 그러니까 얼마나요! 처음엔 듬성듬성 있더니. 저번엔 거의 1/4은 우리 관중이던데! 이번엔 대체!? 혹시 절반?”
“무슨 바이러스도 아니고, 두 배씩 불어날 리가…….”
“그럼 얼마나!?”
롸떼는 사활이 걸린 질문인 것마냥 다시 물었다.
“그게 뭐가 중요해. 어차피 너 응원하러 온 거 아냐.”
당근이 조소를 뱉으며 그에게 일침을 가한다.
“……윽! 팩트도 폭력인데!”
롸떼는 몸을 마구 비틀며 고통을 표현했다.
실제로 팩트에 맞아 아프다기보다, 아마 그는 긴장을 풀고 싶은 것이다.
“얌마. 넌 아직도 그렇게 긴장을 하냐? 어?”
팡어가 와서 롸떼의 머리를 한 번 시원하게 튕겨 버렸다.
띠용.
머리의 회전 반경으로 봐선 꽤 아파 보이지만, 가상 세계라 차라리 아까 당근의 말이 더 아팠을 것이다.
“하아…… 아몬드 형. 역시 절 알아주는 건 형뿐이네요.”
롸떼는 아몬드에게 달라붙었으나.
아몬드는 사실 그를 알아주는 게 아니라, 누구보다 그의 말을 듣고 있지 않을 뿐이었다.
-롸떼 쉑 ㅋㅋㅋㅋ입 좀 다물어
-쟤 때문에 긴장 되려다가도 안될듯ㅋㅋㅋㅋ
-얘는 궁병대가 아니라 군악대로 갔어야……
-롸떼의 아가리엔 감동이 있다……
-롸떼 신경 좀 써주세요 ㅎ
그래도 아몬드에게 지속적으로 말 걸어주는 사람이 롸떼인지라, 시청자들 중에선 그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자. 곧 입장한다.”
쿠키의 외침에, 파란 텍스트가 번쩍이며 떠올랐다.
슈웅……!
시야가 시퍼렇게 타오른다.
“가자아아아아아!!”
“아자아아아아아!”
선수들은 각자 기합을 넣으며 긴장을 풀었고.
이내 그들 모두는 너른 초원 위에 서 있었다.
[오늘 조선 대 로마! 로마 대 조선! 누가 조 1위를 향한 발걸음을 내딛느냐의 싸움!]중계진의 외침과 함께, 초원의 지평선 위로 관중석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쿵! 쿠웅! 쿠우웅!
[자, 조선의!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선수들입니다!]어느새 필드의 지평선 전체가 관중석이었다.
관중석은 어디 한 군데 빈 곳 없이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경기장의 한 면.
그곳은 붉은 물결이 뒤덮고 있었다.
“!”
선수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미친…….”
“와.”
한 면이 아니었다.
하나 더.
4면의 경기장 중, 2개의 면이 붉은색 물결이었다.
로마의 응원단과 거의 같은 규모.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국가 대항전에선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함성 소리가 울려 퍼졌다. 오로지 한국의 팀을 응원하는 함성.
[엄청난 규모의 응원단입니다! 이탈리아 쪽도 시빌엠이 어지간히 인기 많을 텐데요!]중계진도 깜짝 놀라며 외쳤다.
[그렇습니다! 아시는 분이 드문데! 이탈리아가 RTS 강국이에요!? 이젠 한국보다 더 강국입니다! 그만큼 관심도 많구요! 응원 오시는 분들도 많은데! 거기랑 동수라는 건 의미가 큽니다!] [아니, 어떻게 경쟁률을 뚫고 다들 티켓을 사셨죠!? 이탈리아가 아예 다 차지하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은데!] [저희가 또! 오픈런의 민족 아니겠습니까!? 이탈리아 사람들은 방심했겠죠! 조선전인데 뭐! 어?! 응원단이 와봐야 얼마나 오겠어!? 했다가 지금 응원석 절반 털린 겁니다!] [아아!] [시작부터 이득 보고 들어가는 겁니다!]-와 진짜 ㅈㄴ 쩐다
-스페인전이 ㅈㄴ 인상적이긴했음ㅋㅋㅋㅋ
-이득보고 ㅋㅋㅋ
-무친 논리 ㅋㅋㅋㅋ
-와 부럽다
[자! 조선 대 로마! 한국 대 이탈리아! 경기! 곧 시작됩니다. 지금 잠시 대기 시간이 주어지고 있고요.]경기 시작 전.
선수들은 30초 정도 대기 시간을 갖는다.
선정된 맵을 보고 어떻게 진행할지 감을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로마는 11시. 조선은 5시 지역. 서로 대각선 배치입니다] [아, 그리고…… 맵이 인상적인데요!?]중계진이 맵을 언급한다.
그전에 보지 못한 뭔가 특별한 게 더 있는 것이다.
[자체적으로 성벽과 절벽이 있고! 입구가 굉장히 좁게 되어 있어요!] [고대의 성벽이라는 맵입니다! 고대 유적들이 통행을 방해하는 컨셉이죠!]지형 제약이 큰 곳이다.
뻥 뚫린 개활지에 본진이 놓인 게 아니라, 성벽과 절벽으로 보호받는 요충지에 본진이 놓여 있었다.
즉, 조선이 그간 써왔던 초반 전략은 먹히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환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