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624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92화
32. 고대의 성벽(2)
맵을 보고 당황한 건 사실 조선만이 아니었다.
로마의 지휘관 안토 역시 한번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래선 조선이 초반에 뭘 할 수가 없는데.’
그는 조선이 준비한 초반 전략을 카운터 칠 생각이었는데.
기다렸다는 듯이 이런 맵이 등장하니, 아이러니하게도 준비한 걸 못 쓸 상황이다.
‘조선이 초반 승부수를 받아치려 했던 것도 무산됐고…….’
맵이 보여진 후, 그에게 주어진 시간 30초.
그 시간 안에 안토는 새로운 전략을 짜내야 했다.
만약 그가 일반적인 지휘관이었다면, 이 맵을 봤을 때 단순히 쾌재를 불러야 맞다.
초반 승부수를 던지기 힘든 맵이라면, 사실 로마에게 있어서 굉장히 유리한 맵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안토의 입가엔 미소라고는 찾아볼 기색이 없다.
‘쿠키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으려나.’
전략과 전술이라는 것은 상대의 존재와 필연적으로 엮이게 된다.
벽을 보고 짜는 전략은 아무런 의미도 없다. 단순히 로마가 유리한 맵이라 해서 정말 로마가 마냥 유리한 게 아니다.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상대 전략과 맞물렸을 때 우리의 것이 얼마나 상성적으로 우월한지에 따라 유리함이 정해지는 거다.
상대는 쿠키였다.
안토는 그를 저평가하지 않는다.
쿠키는 성벽을 보고 뜻을 쉽게 굽힐 자가 아니었다.
‘아마 어떤 변수라도 만들려 하겠지.’
3시대까지 정해진 흐름이 있는 맵이라고 할지라도, 쿠키는 뭐라도 만들어보려 할 것이다.
그는 그런 지휘관이다.
그런데, 어떻게?
이 깎아지른 절벽과 드높은 성벽을 보라.
어디 감히 1, 2시대 병력으로 발을 들일 엄두가 나는가?
대체 어떻게 변수를 만들까?
어떤 대단한 선수를 쓴다고 해도 3시대 이전에 이 공간을 침투하는 건 불가능했다.
‘아무리 그자라고 해도…….’
안토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플레이어 하나가 있었다.
조선을 상대할 때, 지휘관이 아니라 플레이어를 떠올리는 건 간만이다.
그만큼 위협적인 변수다. 아몬드는.
하나 그 변수마저 이 지형적 한계에는 어쩔 수가 없다.
대자연 앞의 인간처럼 무력한 것이 없다.
어느 뛰어난 인재도 지형을 극복할 순 없다.
활용할 뿐.
‘아.’
안토는 그제야 쿠키가 어떻게 나올지 예상할 수 있었다.
‘활용하겠군.’
안토는 좁은 입구를 바라본다.
다시 봐도 참 막기 좋은 곳이다.
‘적의 입장에서도.’
이 입구를 자신만 막을 거라 생각해선 안 된다.
적이 우릴 틀어막고 농성을 칠 수도 있는 곳이다.
[시작]게임이 시작됐다.
안토는 곧바로 평소와는 아주 미세하게 다른 명령을 내린다.
중계진도 미처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그다지 눈에 띄지도 않는다.
그러나 이 작은 날갯짓은 안토의 머릿속에선 이미 폭풍처럼 보였다.
* * *
어느새 게임은 2시대로 접어들었다.
조선은 계속해서 로마 본진을 압박하는 중이었다.
“아니! 조선이 지금 완전 전진 병영으로 제대로 압박하고 있습니다! 이러면 사실 병사들이 여기서 계속 다시 재생산된다는 뜻인데요!?”
[보병 훈련소] [궁병 훈련소] [무기 제련소]쿵! 쿵! 쿵!
상대 본진 입구에 지어올려진 3개의 건물.
이것들만 있다면 여기 모인 200명을 이 자리에서 바로 군대화시킬 수 있었다.
“이제 2시대라서! 병과 전환할 수 있거든요!?”
“쿠키 심지어 멀티까지 짓습니다. 아주 배를 제대로 불리고 있어요!”
멀티.
본진에 있는 금이나, 석재, 나무 등의 자원 외에 다른 지역에 있는 자원을 먹을 수 있는 새로운 베이스를 말한다.
RTS 게임에서는 멀티가 많을수록 이기고 있는 거라고 봐도 무방했다.
어쨌거나 한 지역의 자원엔 한계가 있고, 멀티를 지어야만 더 많은 자원을 캘 수 있으니까.
“실제 전쟁도 그렇지만 RTS 게임에서도 사실상 돈으로 패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그런데 조선은 현재 5시 본진, 그리고 6지역 멀티까지 동시에 먹는 중입니다!? 이때 좀 위험합니다!”
멀티가 많아지면 당연히 좋은 점밖에 없으나.
유일한 단점이 멀티를 짓고 있는 순간이다.
“소위 배를 짼다! 이런 표현을 쓰죠!?”
“맞습니다. 멀티를 늘릴 땐 병력이 취약해지는 경우가 많거든요? 시대 업이랑 비슷한 거예요!”
탈피한 직후가 가장 약해지는 파충류처럼, 멀티를 지은 직후는 취약하다.
그렇기에 3시대까지 멀티를 안 하는 케이스도 많았는데.
“조선은 정확히 알고 있는 거죠! 로마가 지금 나오진 못한다!”
조선은 로마가 일단은 집 안에 박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걸 아는 거다.
여기에 킹귤이 설명을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조선이 멀티를 빨리 가져가는 건, 아마 맵의 특성 때문도 있습니다.”
“아. 그렇죠. 이 맵은 본진 자원이 적다고 했던가요?”
“예! 그걸 미리 대비하는 거죠!”
고대의 성벽 맵은 안정적으로 잘 막혀 있는 대신, 본진에서 얻을 수 있는 자원이 다른 맵보다 적은 곳이다.
조선은 본진의 자원 고갈을 대비해 미리 밖으로 진출해 놓은 셈이다.
“자, 조선 멀티 완성됐습니다! 마을 회관이 지금 2개! 일꾼 나오는 속도도 2배! 이러면 자원 모이는 속도도 2배예요!?”
“반면에 로마는 지금 멀티를 지으러 나갈 수가 없죠!?”
로마는 본진에 있는 자원으로만 해결해야 했다.
일꾼이 밖으로 나가야 뭘 짓든가 하는데.
지금 아무도 11시를 벗어날 수가 없었다.
11시를 벗어난 로마의 유닛이라고는 아까 들어오지 못한 야만 병사들 몇뿐이다.
“RTS의 기본이 땅따먹기 아니겠습니까? 병력이 나와서 땅을 차지하고! 자원을 먹어야죠!”
정확한 표현이었다.
AOS 게임은 상대 건물을 더 빠르게 철거하는 게임이라면, RTS 게임은 상대보다 많은 공간을 차지하는 게임이었다.
“근데! 로마는 지금 멀티는커녕! 병력도 갈려서 한 몇십 명은 아직도 그냥 본진 밖에서 방랑 중이에요! 몽둥이만 들고!?”
그 땅따먹기 게임에서 로마는 완전히 아웃된 것처럼 보였다.
-조선이 이렇게 이긴다고???
-생각보다 ㅈㄴ 유리하네
-로마 어케 된거임ㅋㅋ
-안토 거품이라니깤ㅋㅋ
시청자들도 조선이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했다.
킹귤도 끄덕이며 말을 받는다.
“맞습니다. 저 병력이 완전 바보가 되는 거예요. 3시대 되면 저 몽둥이 들고 뭘 하겠습니…… 어!?”
미니맵을 보다가 갑자기 놀라는 킹귤.
“아, 아니, 왜 갑자기 쿠키 시점으로 시야를 제한했죠?”
중계 옵저버가 쿠키의 시점으로 화면을 돌려 버린 것이다.
이런 경우가 경기 중에 꽤 있긴 했는데.
보통 이럴 땐 상대가 꾸미고 있는 계략이 있다는 뜻이었다.
즉, 로마가 뭔가를 하고 있다는 거다.
“보시는 분들 재미를 위해서 이렇게 잠시 바꾼 거 같습니다? 이 말은 로마가 뭔가를 꾸미고 있다는 걸까요?”
-와 쿠키 시점으로 보니까 ㄹㅇ 다르네
-숨이 턱!
-ㅈㄴ 막막하누
-ㄷㄷㄷ 이게 지휘관 시점이구나
전 맵이 환하게 밝혀져 있는 걸 보던 시청자들은 쿠키 시점으로 바뀌자 놀라워했다.
생각보다 지휘관은 엄청나게 제한된 정보를 보면서 싸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사실 로마의 지휘관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이번 게임의 경우엔 훨씬 더 심할 것이다.
본진에만 갇혀 있는 형국이니.
그래, 분명 갇혀만 있어야 할 텐데.
조선의 승리를 바라고 있는 킹귤은 계속 불안했다.
‘대체 뭘 보면 안 되길래, 이렇게 제약을 건 거야?’
옵저버가 재미를 위해 숨겨둔 것이 뭔지.
* * *
로마의 본진 입구를 막은 뒤.
쿠키는 생각했다.
‘일단 이 전략은 먹혔군.’
초반 흐름은 확실히 우위를 점했다.
로마는 안팎으로 병력이 나뉘었고, 식량 유입이 차단됐다.
‘됐어.’
쿠키는 만족스러웠다.
상대는 갇혔고, 이쪽은 자유롭다.
자유롭게 멀티를 늘려 폭발적인 자원줄을 만들고 있다.
6시 멀티가 제대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러면 아무리 로마가 성직자 버프로 자원을 빨리 수급한다고 해도, 조선이 훨씬 더 부자가 될 것이다.
‘게다가 언제까지고 안에서 버틸 수는 없지.’
결국 언젠가는 로마는 진출해서 입구를 뚫고 멀티를 먹어야 할 텐데.
그때가 언제인가?
이게 이 게임의 주요 포인트이다.
‘로마가 나올 타이밍은 2시대 후반일 거야.’
로마는 2시대 후반에서야 나올 것이라는 게 쿠키의 예상이었다.
본진의 자원을 있는 대로 끌어모아도 3시대 장비와 팩션을 업그레이드하기엔 부족하다.
차라리 2시대 후반에 병력을 모아서 한 번에 치고 나올 것이다.
멀티가 없다면, 그때가 가장 강할 타이밍이니까.
물론 2시대 병력으로는 이 막힌 출구를 뚫는 게 전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로마의 2시대라면 군단병을 앞장세운…….’
쿠키의 머릿속엔 이미 시나리오가 다 그려지고 있었다.
로마가 2시대 후반에 막힌 출구를 뚫으려 시도하면 쿠키는 그 지역에 방어탑까지 건설하여 완전히 틀어막을 것이다.
그 좁은 통로에 방어탑이 2개 정도 설치되면 2시대 병력으로는 도저히 뚫을 수 없다.
아니, 뚫는다고 해도 엄청난 피해를 봐야 한다.
그 피해 본 자원을 복구하고 있을 때 쿠키는 3시대로 낼름 넘어가서 다시 압박하면 된다.
‘이제 슬슬…….’
곧 2시대 후반이다.
쿠키는 병사들에게 단궁을 보급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방어탑을 지어 올리기 시작한다.
1시대엔 투자를 꺼렸으나, 멀티까지 생긴 지금은 완전히 투자해서 제대로 틀어막는 거다.
‘끝을 보자. 안토.’
여기가 승부가 갈리는 지점이 될 테니까.
* * *
“아. 쿠키! 지금 로마가 곧 나올 거라고 생각하는 거죠!? 병사들에게 단궁을 지급합니다!”
“예! 궁병 리더인 팡어 선수를 필두로! 아몬드 선수! 당근 선수! 다 차례로 단궁을 보급받고 있습니다!”
이에 킹귤이 심술 궂게 히죽거리며 덧붙인다.
“제가 알기론 이 활을 누가 먼저 받느냐로 또 선수들끼리 약간 어깨 힘 들어가고 그런다고 알고 있어요.”
-또또 이간질하누
-얘 이런거 ㅈㄹ 좋아함ㅋㅋ
-킹귤 특) 선수 시절 얘기 좋아함
그다지 중요한 얘기는 아니지만, 대치 구도가 길어지니 재밌는 썰 정도를 잠시 푸는 격이다.
“아, 그렇죠! 조선에선 궁병이 최고니까! 궁병들 중에서 또 누가 먼저 활을 받느냐도 중요하겠네요!?”
“예. 에이스 중의 에이스가 받는 느낌이랄까요? 지금까지는 팡어 선수가 계속해서 먼저 받았거든요? 이런 걸 지켜보는 것도 재밌습니다.”
-ㅋㅋㅋ신경전ㅋㅋ
-ㄹㅇ 그런거 있음
-젤 잘하는 사람을 젤 먼저주니까 ㅇㅇ
-팩트) 감귤은 선수시절 서열 최하위여서 정글몹을 미드에 다 헌납했다
-쿠키는 아몬드한테 먼저 주진 않던데
-팡어가 에이스구나
조선은 궁병들에 이어서 창병들까지 무장한 뒤 입구를 제대로 틀어막았다.
“아. 방어탑 2개에 궁병들은 물론이고, 지금 창병들까지 무장했어요!?”
“예. 이건 뭐 너 그냥 나오지 마라! 3시대에 공성 병기 뽑아서 나와! 이거죠!?”
쿠키는 절대 로마의 출구에서 물러설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근데 2시대에 돈을 이렇게 쓰면 쿠키는 3시대 느려지는 거 아닙니까?”
“그거보다 로마가 못 나오게 하는 게 훨씬 중요하다는 거죠. 로마가 못 나오면 3시대 올라가도 장비를 뽑을 돈이 없어서 결국 gg거든요!?”
-걍 말려죽이겠다느거지
-근데 시야 제한 언제 풀리냐???
-아 뭔가 불안해. 시야 때문에
-조선이 너무 유리한데? 멀티 하나 더 지음 3시대도 그렇게 느리지 않을듯?
-이것도 이긴다고?
그랬다.
조선이 비록 2시대에 자원을 좀 소비해서 3시대가 늦어진다고 해도.
2시대에 이만한 이득을 볼 수 있다면, 3시대가 몇 분이고 늦어져도 상관없었다.
“아니. 이렇게까지 압도할 줄은 몰랐는데요?”
킹귤도 조선의 재정 상황이 너무 좋은 것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안토도 분명히 엄청난 지휘관이고…… 아니, 안토도가 아니라 사실 객관적으로는 안토가 월드클래스거든요.”
“아. 그렇죠. 안토가 무려 1위예요! 1위!”
-ㄷㄷ
-그걸 압도하는 쿠키는 대체……
-ㄹㅇ? 대체 어케 된거지.
“자. 안토 뭔가 보여주겠죠?”
“예. 이제 로마 나오겠죠! 제 생각엔 로마 진출 타이밍 때문에 옵저버님이 가려놓으신 거 같은데. 뭔가 특별하게 준비해서 나옵니까? 더 이상 미루면 안 되거든요?”
이제 곧 2시대 후반기다.
로마는 나와서 싸우지 않으면 안에서 말라 죽는 것뿐이었다.
“자…… 로마……?”
이제 곧 저 위의 성문이 열릴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중계진이 집중하고 있는데.
“로마? 계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킹귤 또 틀렸냐?
-아니 왜 안나옴ㅋㅋㅋ
-아 답답해 시야 ㅋㅋㅋ
“뭐, 뭐죠?”
그리고 이때─
중계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
옵저버가 가렸던 시야를 밝혀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