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625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93화
32. 고대의 성벽(3)
아몬드는 팡어 다음으로 단궁을 받은 채, 방어탑 위로 올라갔다.
궁병인 상태로 방어탑 위로 올라가면 방어탑 안에 무기를 쓰지 않아도 되므로 방어탑의 최대 인원을 넘겨도 된다.
그러니까 쿠키는 방어탑에 거의 6명씩 구겨 넣으려는 생각 같았다.
“이제 곧 나올 거야.”
아몬드 옆에 낑겨 있는 당근이 중얼거렸다.
그녀는 로마가 왜 지금 진출해야 하는지를 알고 있었다.
“음. 좋네.”
아몬드는 역대급 지루한 경기였다고 생각하며 활시위를 튕겨본다.
팅~
‘이제야 쏘겠네.’
그는 굳게 닫혀 있는 로마의 성문을 노려봤다.
언제 나오든 전부 쏴주겠다는 생각으로.
“여기서 막기만 하면 이겨.”
당근의 말대로, 로마가 여기서 진출에 실패하면 희망이 없어져 버린다.
그런데…….
“?”
이내 아몬드의 눈이 물음표로 변해 버린다.
채팅창도 마찬가지.
-?
-뭐여
-??
-!?
그야, 한참을 기다려도 안 나오니까.
“안 나오는데?”
병사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좀 걸리네?”
“뭘 다른 걸 준비하나?”
알다시피 시빌 엠파이어의 대부분의 병사들은 지휘관적 능력도 꽤 준수한 편이었다.
1인칭의 시점으로 사태를 파악하고 움직여주는 게 그냥 머리를 비우고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그렇다 보니 가끔 명령 공백일 때 이렇게 사공이 많을 때가 생기는데.
“이거 뭐야. 뭐가 잘못된 거 아냐?”
“그냥 기다려 봐.”
“이대로 3시대 갈 리는 없는데?”
이때 병력은 가장 혼란스럽고, 가장 약했다.
물론 현재 상황 자체가 혼란스러우니, 이걸 사공이 많은 탓을 할 수는 없으리라.
‘뭐지.’
사공과는 한참 거리가 먼 아몬드 역시 의문스러움에 갸우뚱하고 있었으니.
분명 이 상황이 보통은 아니었다.
그는 성문을 향해 들고 있던 활을 결국 거둬 내렸다.
금방이라도 나올 줄 알았더니, 아예 나올 기미도 안 보이는 상황이니까.
그리고, 잠시 후.
두둥~!
[로마 – 3시대]로마가 3시대로 올라갔다는 소식이 울려 퍼졌다.
“!?”
“뭐?”
“우, 우리보다 빨리?”
“아니, 이건 그거야. 애초에 2시대 병력 하나도 안 뽑은 거라고.”
웅성웅성.
병사들은 더 혼란스러워했다.
로마가 이대로 그냥 3시대로 올라갔다는 건, 애초에 2시대에 진출할 생각이 없었다는 뜻이다.
“쟤네 3시대 가도 뽑을 돈은 있는 거냐? 당근아?”
팡어가 당근을 붙잡고 물어본다.
“……아니. 본진 자원으로는 불가능한데.”
“그, 그럼 뭐야!?”
“아저씨 말로 하자면…….”
당근의 시선이 뒤쪽으로 돌아간다.
“낚인 거지.”
그녀가 바라보는 곳은 저 먼 곳.
조선 몰래 지어진 로마의 멀티가 있을 법한 곳이다.
무슨 명령을 받은 건지, 보조 지휘관과 몇몇 병사들이 부리나케 그쪽으로 뛰어가고 있었다.
“조졌어.”
* * *
옵저버가 전체 시야를 공개한 후.
킹귤은 거의 통곡의 소리를 내질렀다.
“아아아아아!”
믿을 수 없는 현실.
“이, 이게 뭔가요!? 이걸 예상해서 미리 빼뒀다구요!?”
“아니, 믿을 수가 없는데! 지, 지금 그렇게밖에 해석할 수가 없죠!?”
이들이 놀라는 이유.
전체 시야를 통해 보면 확연하게 보였다.
안토는 처음 정찰 때부터 미리 일꾼을 빼뒀던 것이다.
“아니, 일꾼을 미리 빼놓는 일은! 진짜 거의 없거든요!?”
정말 예상하기 힘들었다.
국가 대항전에선 다른 RTS와는 다르게 시작부터 병사가 무려 200이나 있기 때문에 소중한 일꾼 자원을 절대 정찰에 쓰지 않기 때문이었다.
“시빌엠은 정찰 병력이 따로 정해져 있어서! 일꾼 정찰을 할 이유가 없어요!”
“이거 가끔 드래그 실수해서 나오는 우연일 수도 있…… 아, 지금 리플레이 나옵니다?”
중계진은 안토가 이걸 의도했다고 믿기 싫은 듯 우연을 가정해 봤으나.
“리플레이에서 보시면…….”
리플레이를 보니 확실했다.
완전히 의도된 플레이다.
“완벽하게 일꾼을 보호하면서 빼갑니다. 정찰 인력 5인 1조 중의 한 명으로.”
“하…….”
중계진마저 허탈해질 정도로, 완전 안토의 손아귀에서 놀아났다.
일꾼이 빠져나가 있었다는 건, 돈만 모이면 밖에 마을회관을 짓고 멀티를 할 수 있었다는 얘기고.
실제로 안토는 몰래 멀티를 한 곳에 완성시켰다.
이미 멀티가 돌아가기 시작했고, 입구도 막아놨다.
“멀티 이미 가동 중이고. 본진을 돌아가지 못했던 병사들 있죠?”
“아! 예! 미처 못 돌아갔던!?”
“예. 그 병사들이 멀티를 보호하고 있습니다.”
방어 병력까지 배치되어 있었다.
로마의 성벽 맵 특성상 뚫기 상당히 어려울 것이다.
“아아아! 그리고! 이제야 이해가 가네요! 로마가 2시대 유난히 늦었던 이유!”
로마가 2시대가 더 늦어서 의아했던 기억을 떠올린 중계진.
“일꾼 한 마리 차이가 초반엔 커서 그렇군요!?”
“맞습니다! 대신 멀티를 짓고 활성화된 다음은! 지금은 어떻습니까!”
대신 멀티가 활성화된 후부터는 자원 수급이 훨씬 뛰어나진다.
또한 본진의 자원이 고갈된다 해도, 계속해서 자원이 들어올 것이다.
“이러면 로마는 3시대 먼저 갔지만? 자원이 안 부족합니다!”
“반면에 쿠키는 2시대 전투를 준비했어서…… 자원 상황이 밀려요!”
“결국 이게 가운데서 상충되면서 둘의 자원이 같죠? 이러면 출구 막은 게 다 소용이 없습니다?”
실제로 3시대를 먼저 간 로마가 자원 수급이 조선과 동일하게 유지되고 있었다.
“일꾼 단 하나! 단 하나가 나가 있었던 것 때문에! 앞선 전략이 전부 상쇄됩니다!”
이어서 캐스터는 어이가 없다는 듯 물었다.
“아니, 근데 쿠키의 이런 플레이도 예측 불허의 변칙이었는데? 안토는 이걸 또 알고 있었다구요!?”
쿠키가 적의 출구를 막아버리는 플레이를 한 것도 예상하기 힘든 묘수였다.
그런데, 로마는 그걸 예상해 버렸다.
“그러니까요!? 말이 안 돼요! 로마의 성벽 맵이 나올 거라고 미리 알고 있던 것도 아닌데! 안토의 이 머리 회전이! 진짜 감탄이 나옵니다!”
즉흥 전략을 즉흥으로 예상해 버린 것이다.
-ㄹㅇ
-말이 안나오네
-버그급
-괜히 1위가 아니누
캐스터는 애가 탄다는 듯 미니맵을 보며 외쳤다.
“이거 쿠키! 정찰하고 있는데! 발견 안 하나요!?”
“아…… 곧 하겠지만…… 애초에 1시대 때 이미 눈치챘어야 합니다!”
“1시대 때 정찰을 왜! 안 했을까요!?”
-캐스터 통곡중ㅋㅋㅋ
-ㄹㅇ 왜 안함 ㅠ
-아 ㅈㄴ 아쉽다 잘했는데
-그때 못함 알못들아
-뉴비들이 많아서 모르나
-안토 미쳤네
킹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불가능하니까요.”
이미 안토가 예상한 시점부터 이건 못 이긴다.
몇 번을 시뮬레이션 굴려봐도 쿠키가 1시대에 정찰 병력을 빼둔다는 선택지 따위는 없으니.
“소위 가불기라고 하죠? 쿠키는 1시대에 정찰을 보낼 수가 없습니다.”
“예!? 그러니까 왜죠!?”
“일단 일꾼이 나갔을 리가 없다고 생각하니 정찰을 할 이유가 없죠. 근데 그걸 예상했다고 치겠습니다?”
“예.”
“제대로 정찰하려면 여기 입구를 막고 있는 조선 병력 30 정도를 정찰로 흩어지게 해서 써야 하는데. 그 30이 빠지면?”
시빌엠은 가상현실 RTS이다.
건물과 유닛(플레이어)의 비율도 실제 현실과 같기에, 맵의 사이즈가 워낙 클 수밖에 없었다.
1-2명 정도로 제대로 정찰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
최소 2-30명은 흩어져 줘야 가능했다.
“그럼 본대 병력이 줄어들죠? 그럼 로마는 밖에 있는 3-40 병력을 본진으로 불러서 곧바로 샌드위치 시켜서 조선 병사들과 붙었을 수도 있습니다.”
“아……! 양각이 잡혀 버리는군요!?”
정찰 병력을 조금이라도 빼면 로마는 전투를 개시했을 거란 이야기다.
“예. 심지어 최악의 경우엔 정찰 병력이 다 죽을 수도 있거든요?”
조선 정찰 병력이 로마 잔당 3-40명을 만난다면 어떨까?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도망가서 산다고 해도 그냥 틀어막으면 최소 정찰이 불가능하겠죠? 쿠키 입장에선 적의 멀티가 있다고는 생각도 못 할 테니까. 완전히 본진을 확인해야 하는데. 그게 안 돼요.”
“그렇군요…….”
“결과적으로 1시대 정찰은 변수가 너무 많았습니다. 애초에 쿠키는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변수를 만들 이유가 없었습니다.”
이번 경우엔 정찰을 안 하는 게, 정찰을 하는 것보다 변수가 적었다.
변수를 줄이는 건 단 하나.
“그런데 일단 2시대까지 올라가고 그다음 정찰하면 안전하거든요? 로마 잔병들은 1시대 무장일 테니까요.”
2시대에 정찰을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니 쿠키는 2시대에 무장을 갖춘 뒤에야 병사들을 조금씩 다른 곳으로 보내어놨는데.
“실제로 2시대 되고 나서 바로 발견했다면 그나마 괜찮은데……!”
“아…….”
그러나 그게 당연히 쉽지 않았다.
쿠키의 병력들이 지금도 정찰 중이지만, 여전히 발견을 못 한 상태.
“근데 여기서! 또! 안토의 묘수가 돋보이죠?”
“그렇죠…… 위치가…… 멀티가 있다는 걸 알아도 발견하기 어려운 위치입니다.”
몰래 멀티 위치는 2시.
사실 11시에 자리를 잡은 로마의 본진에서 꽤 먼 곳이다.
오히려 조선 쪽에서 더 가까웠다.
등잔 밑이 어두웠다.
“아…… 정찰병들이 2시 쪽으로 갑니다!”
심지어 쿠키는 2시를 가장 늦게 방문하고 만다.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이거 완전히 눈으로 봐야 하는데!”
정찰마저 완벽하게 이뤄질 수 없었다.
로마군이 그걸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중갑 보병] [제노바 석궁병]그것도 3시대 무장을 한 로마 병사들이.
“로마 그 몽둥이만 들고 있던 잔병들이 이제! 3시대 병사예요! 이거…… 무리해서 정찰하다간 다 죽습니다아!”
“하지만 들어가야 돼요! 쿠키 입장에선 어쩔 수가 없습니다!”
쿠키는 그렇다 해도 확인해야만 했고…….
“결국 마주칩니다아!”
묵직한 갑옷과 철퇴를 든 중갑 보병과 제노바 석궁으로 무장한 3시대의 병력이, 2시대 무장을 한 조선과 만났다.
──퍽!
볼트가 날아와 박히자, 조선의 병사가 거의 날다시피 뒤로 넘어졌다.
창병들이 붙어도, 철퇴와 메이스 등에 순식간에 정리되어 버렸다.
궁병들이 활을 쐈으나.
2시대의 단궁으로는 무리다.
중갑 보병은 사실상 기사와 비슷한 중무장을 한 병사였다.
그들이 그냥 맞아주는 사이, 석궁병들이 궁병을 정리해 버린다.
“오히려 멀티에서 지금 병력 관련 건물을 다 지어놔서! 밖에 있는 병사가 더 셉니다! 이것도 안토의 묘수죠!?”
막상 로마 본진에 있는 병사들은 아직 무기 보급을 하나도 못 받았지만, 멀티에 있는 병사들은 받았다.
“지금 쿠키는 눈치챘습니다. 로마 잔당들이 왜 무장이 되어 있지? 멀티가 있구나! 일꾼이 나가 있었구나!!”
“쿠키! 2시 근처에 마킹해 놨습니다. 멀티가 있다는 거죠. 지금 표정 상당히 안 좋은데요?”
“반면에 안토 완전히 전략에서 압도하고 있어요!”
-ㄷㄷ
-미쳤네
-와 이미 전략에서 싸먹히고 들어간다는게 이런 느낌이구나 ㅅㅂ
-괜히 1위가 아니누
-어떡하냐 ㅠㅠ
“물론! 아직 끝난 거 아니거든요!?”
이 말이 나오기 무섭게 호재가 울려 퍼진다.
[조선 – 3시대]두둥!
로마에 이어 조선도 3시대로 넘어갔다.
조선이 2시대 전투를 대비하느라 시간 차이가 조금 벌어지긴 했으나.
“조선! 3시대! 이거 아직 모릅니다!”
조선도 온전하게 굴러가는 멀티가 있고, 워낙에 3시대가 센 문명이다.
“그렇죠!? 로마도 몰래 멀티 하느라 허비한 시간과 돈이 좀 있거든요!? 조선도 물론 2시대 장비들 사느라! 돈 시간 좀 날라갔습니다만!”
몰래 멀티라는 전략이 쉽게 쓰이지 않는 이유가 있다.
들키지 않을 만한 곳까지 걸어서 이동하는 시간, 그리고 일꾼 단 하나가 일일이 모든 건물을 짓는 시간.
의외로 변수가 많다.
중계진은 그런 변수를 언급하며 희망을 불어넣고 있는 것이다.
“아…… 로마 지금 정찰을 위한 기마병들…… 맵의 시야를 하나하나 밝힙니다.”
말을 타고 날래게 달리는 기마병들. 이들이 있다면 정찰은 훨씬 수월해진다.
3시대로 먼저 간 로마는 그 덕에 조선의 멀티를 발견해 냈다.
6시에 있는 멀티다.
“자, 발견하자마자 멀티에 있는 30의 병력이! 조선의 6시 멀티로 향합니다!?”
보병이라 느린 속도임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맵을 가로질러 진격하는 수십의 병사들.
킹귤은 마른침을 꿀꺽 삼킨다.
‘이거 진짜 큰일인데.’
안토는 생각보다 전략적으로 많이 앞서 있었다.
벽.
아주 큰 벽에 부딪힌 느낌이다.
이 벽에 부딪혔을 때, 너무 아프고 피가 나는 것도 힘들지만.
정말 힘든 건 그런 신체적 고통이 아니다.
‘넘을 수가 없어…….’
그렇게 피를 흘렸음에도 넘지 못했다는 것.
그것이 진정한 고통일 터다.
“아, 지금! 조선이 멀티를 털어도 모자란데! 멀티가 역으로 털릴 수도 있습니다! 여긴 수비 병력이 없거든요!? 지금 병력 전부 다 11시 적 본진 앞에 있어요!”
조선의 6시 멀티가 위험해지고 있었으나, 지원하려는 움직임은 없었다.
“이거 지원 가기도 애매한 게! 또 본진 앞에 병력 너무 많이 뒤로 물리면 순식간에 밀리거든요!?”
“그나마 지금 조선이 로마 본진 출구 막고 있는 게 유일하게 앞선 부분인데! 그것마저 없어질 수도 있다는 거군요!?”
“맞습니다! 그러니까 많은 수 지원은 어렵고…….”
여기서 조선이 반등할 요소는 어쩌면 딱 한 가지였다.
‘나왔다.’
그 한 가지가 지금 나온다.
“자! 그런데!”
킹귤이 그것이 나올 타이밍임을 알고 목소리에 힘을 빡 주었다.
“각궁이 등장한다면 어떨까아아아?!!”
캉!
[각궁 – 1%]무기 제련소에서 드디어 3시대의 최강 무기.
조선의 각궁이 제조되기 시작했다.
-와 드디어
-이거 나 ㄹㅇ 처음보는거같은데?
-각궁 나왔구나 ㅠㅠ
-왔구나 각태식이!
그리고, 이 각궁을 받을 궁병들이 호명되어 불려나갔다.
그중엔 아몬드도 포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