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626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94화
33. 조선의 비밀 병기(1)
모자를 눌러쓴 검은 머리의 여성이 자리를 잡고 앉았다.
주변엔 한창 들뜬 사람들뿐이다만.
“오늘 로마전도 이길까?
“글쎄. 그러면 진짜 대박인데. 솔직히 져도 졌잘싸야. 이 정도면.”
“난 믿는다. 우리 본선 간다고!”
모자를 쓴 여성은 조용히 필드를 내려볼 뿐이었다.
쿵. 쿵. 쿵.
북소리가 들려왔다.
응원단이 울리는 북소리였다.
그녀는 가만히 눈을 감고 옛날의 기억을 되짚어본다.
그때와는 많은 게 달랐다.
그때는 이렇게 가상현실 세계로 직접 관중이 전이되는 기술력도 없었고, 어제 캡슐을 처음 사봤다는 리뷰글이 올라오는 게 이상하지 않은 시대였다.
가상현실이라는 새로운 공간과 세계에 설레고 흥분하고 두려워하던 시절.
그녀는 아무 망설임 없이 첫발을 내디뎠었다.
모두가 반신반의할 때, 그녀는 혼신을 다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약물의 도움 없이 발을 디디고 설 수 있는 곳은 이 세계뿐이었으니까.
어쩌면 그래서 최고가 된 것이다.
다른 어떤 특별한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오히려 남들에겐 당연한 어떤 것이 없어서…….
“야. 자냐?”
“…….”
익숙한 목소리에 사랑은 조용히 눈을 뜬다.
“아니.”
“히야. 여기 분위기 죽인다. 어? 올다이브 시스템. 좋긴 하네. 우리 때도 이런 게 있었으면 좋았겠는데?”
털썩.
침대에 몸을 던지듯이 앉아버리는 그는 사랑의 옛 동료, 팝콘이다.
띠용~
그렇게 몸을 던지면서 앉았음에도, 그의 의자는 마치 물쿠션처럼 일그러졌다가 다시 튕겨 오른다.
“……뭐야. 그건.”
“오. 이거 캐시템이지.”
땅!
팝콘이 손가락을 튕기자, 그의 관중석만 휘황찬란한 빨간색의 명품 의자로 바뀐다.
“!?”
사랑은 그 의자를 알아보고는 눈을 동그랗게 뜨는데.
“호오? 레트로 좀 아는가 보군?”
팝콘은 후후 웃으며 엉덩이를 슬쩍 들어 보인다.
그 엉덩이 밑엔 한 땀 한 땀 자수한 듯한 호랑이의 얼굴이 그려져 있다.
“이거…… NFT야?”
진품이냐는 뜻이다.
“아, 당연하지.”
띵!
그가 진품 문구를 띄워준다.
그 옆엔 진품을 인증하는 QR코드와 생채 인식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한때 모든 컨텐츠 업계를 포식했던 전설의 스트리머가 쓰던 의자. 이후 그는 후대를 이을 스트리머들에게 의자를 넘겨줬는데. 업계엔 ‘이 의자를 가진 자가 올튜브를 지배할 것이다’라는 이야기가 떠돈다.]사랑은 문구를 읽어보고는 그녀가 생각한 그게 맞다는 걸 알았다.
“그게 어떻게 너한테 있는데?”
“왜. 너도 부러운 게 있구나?”
그녀는 어렸을 적 그 스트리머의 팬이었다.
“아니. 너 같은 게 어떻게 이걸 갖고 있냐고!”
냅다 소리를 빽 지르는 사랑을 보며 팝콘은 웃겨 죽겠다는 듯 와하하 웃어댔다.
“그냥 운이 좋아서 얻었다! 꼬우면 네가 사면 되지 인마.”
“…….”
팝콘한테 사기엔 뭔가 자존심이 상한다.
“됐어.”
그녀는 경기나 보겠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이제 경기가 시작되고 있었다.
[로마 vs 조선]이번 조별 예선의 가장 큰 핫이슈.
탄탄한 엘리트의 로마와 언더독의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조선의 싸움.
“근데 너야말로 그 모자는 뭐야?”
팝콘이 사랑의 모자를 툭 치며 물었다.
“?”
경기가 시작되니 옷 설정이 바뀌어버렸는데.
이전에 쓰던 게 그대로였다.
“너…… 그 사람 싫다며?”
검은색의 세련된 볼캡은 어디 가고, 놀이공원 아이들이나 쓸 법한 아몬드 모양의 모자를 쓰고 있는 사랑.
그녀는 최대한 당황스러움을 감추며 중얼거렸다.
“이런 거 써야 여기선 안 들켜.”
“아. 보호색이다?”
그도 그럴 게 여기에 아몬드 모자를 쓴 사람들이 한참 더 있긴 했다.
“근데 그건 진품?”
“……이건 진품이 없어. 팬메이드야.”
“허? 그 사람 굿즈 안 팔아?”
“응. 그런 거 같던데.”
“왜? 돈 좀 벌 텐데.”
“아직 신경 못 쓰고 있나 보지.”
“아깝네.”
“네 의자나 바꿔. 사람들 쳐다보니까.”
이후 경기가 시작되고 사랑은 한마디도 없이 게임에 집중했다.
그녀는 자신이 필드에 있다고 생각한 채로 머릿속에서 가상 대결을 펼쳐보고 있는 것이다.
“와아아악! 대애애애한! 민! 국!”
팝콘은 처음 조선이 출구를 막았을 땐 방방 뛰고 나팔까지 즉시 구매해서 불어대더니.
“아, 아아아씨! 야! 이거 겁나 불리해진 거 아니냐?!”
로마가 몰래 진행하던 멀티가 밝혀졌을 땐 울상을 지으며 계속 물어봐댔다.
“불리하긴 한데. 좀 더 봐.”
“그러니까 뭘!?”
“조선도 곧 3시대잖아.”
“로마도 3시대인데!?”
“조선의 3시대는 달라.”
사랑은 무슨 믿음이 있다는 듯 그렇게만 말해줬다.
“나왔다.”
그리고, 각궁 생산이 시작됐다.
* * *
각궁(角弓).
조선의 각궁은 물소의 뿔을 주재료로 써 만든 엄청난 장력의 활이다.
현대적 언어로는 리커브드 보우의 일종인데.
일반적인 활은 그 크기가 커야만 장력이 강해지는 반면, 리커브드 보우는 활대 자체에 내재된 장력이 있어 크기가 클 필요가 없었다.
그러니 작은 크기를 유지하면서도 엄청나게 먼 거리로 쏠 수가 있었는데.
한마디로 활이란 무기의 거의 완성형에 가까운 성능이었다.
[각궁 – 100%]그 각궁이 어느새 완전히 만들어져 조선 진영에 모습을 드러냈다.
“각궁! 드디어 등장했습니다!”
“조선의 비밀 병기죠!”
중계진의 말이 과장이 아니라, 실제로 각궁 제조법이나 그 재료들은 항상 극비에 부쳐지던 것들이었다.
“맞습니다. 역사 조금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실 텐데. 예전 그렇게 크던 청나라가! 우리 조선이 각궁을 만드는 게 무서워서 물소 뿔 수출을 안 해줬습니다!”
특히 재료였던 물소 뿔은 다른 나라에서 조선에 주기 가장 꺼리던 물건이었다.
조선엔 물소가 서식하지 않으니, 조선 입장에선 늘 물소 뿔 수입에 큰돈이 들 수밖에 없었고.
이 과거의 역사는 시빌엠에서 ‘금’을 사용해야만 하는 핸디캡으로 남아 있었다.
“그렇죠! 근데 수출 안 해주는 건 이해가 갑니다! 각궁 만들어서 자기들 쏠 테니까요!”
-ㅋㅋㅋㅋㅋㄹㅇ
-왜 해주냐고 ㅋㅋㅋㅋ
-이건 ㅇㅈ이지 ㅅㅂㅋㅋ
-엌ㅋㅋㅋㅋ
-과거 중국이 인정한 활 ㄷㄷ
“요즘 표현으로! 세계가 주목하고! 중국이 경계하고! 일본이 벌벌 떠는 조선의 각궁인 거죠!!”
“그렇죠! 만약에 조선시대에 올튜브가 있었다면 반드시 그런 영상이 올라왔을 겁니다!”
“예!”
-ㅋㅋㅋㅋㅋㅋㄹㅇ
-인정합니다.
-지금도 올라오는데 뭘ㅋㅋㅋ
-크~
“하지만 이건 정말 과장이 아니라! 자랑스러워해도 되는! 그런 역사죠?”
혹여나 요즘 올라오는 과장된 올튜브 역사 스토리와 각궁을 오해할까 캐스터가 강조한다.
그야 각궁의 위력은 그 어느 무기보다 진짜였으니.
“그럼요! 실제로 벌벌 떨었어요! 제가 봤다니까요!?”
이렇게, 목격자 킹귤도 아직 살아있다.
-???: 나리! 지가 두 눈으로 똑똑이 봤구만유!
-1798년생 김킹귤ㄷㄷ
-ㅋㅋㅋㅋㅋㅋ아니 어케 봤냐구
-엌ㅋㅋㅋㅋㅋ
“자, 여튼! 이 무기를 누가 먼저 받느냐? 이런 것도 조금 중요하거든요~?”
킹귤이 또 장난스러운 웃음을 머금으며 농담을 던졌다.
“아, 예! 그렇죠!? 자존심의 문제! 에이스 중의 에이스가 누구냐! 뭐 이런 거죠!?”
“맞습니다. 이게 또 제가 프로 선수 생활 해봤잖습니까. 어깨에 힘이 장난 아니게 들어가요!”
“그동안은 계속 팡어가 먼저 받았거든요?”
“그렇죠.”
킹귤이 말하는 어깨에 힘이 들어갈, 첫 번째 각궁 수여자의 정체.
그가 하얀빛을 받으며 지명되었다.
[팡어] [각궁병]이번에 처음으로 받게 된 건 역시나 팡어였다.
“아. 역시 팡어죠?”
“그렇습니다. 그간 국가 대항전 궁병 부대에서 계속해서 리더 역할을 해왔고, 저번 두 경기에서도 활약했죠. 쿠키가 신뢰하는 궁병! 팡어!”
팡어의 병과 역시 전환되면서, 최초로 3시대 무장을 갖추게 되었다.
뒤이어서 아몬드와 롸떼 등이 각궁을 받게 됐다.
“자! 여튼! 조선이 드디어! 각궁을 든 겁니다? 이제부터 좀 반등해야 돼요!”
드디어 조선이 각궁을 들게 됐다. 이는 국가 대항전에선 최초였다.
-코리안 시크릿 웨폰 등장
-크 다 뒤졌다
-근데 상황이 영 ㅠㅠ
그러나 상황이 좋진 못했다.
“쿠키는! 조선은! 여기서 뭔가 묘수를 보여주지 못하면! 그냥 게임 휘말립니다!?”
조선은 여기서 반격의 불씨를 지펴야만 했다.
사실상 조선이 이 게임에서 가장 강력한 타이밍이었으니.
“말씀하는 중에! 지금 로마 군대는 이미 조선 6시 멀티 도착!”
로마의 잔병들이 3시대 무장을 마치고, 조선의 6시 멀티를 침략했다.
6시를 지키는 조선 병력은 전무했다.
“이거 지원 병력 안 오나요?”
“간다면…… 아마 각궁 받은 인원들이 가지 않을까요? 지금 10명 정도가 각궁을 받았거든요?”
총 10인의 각궁병이 되어 만들어졌는데.
그들에게 드디어 명령이 떨어졌다.
그런데─
[일꾼 척결]내려진 명령은 수비가 아니었다.
공격이다.
* * *
“자아! 가자!”
이번에 리더로 팡어가 가장 먼저 앞서갔다.
피잉……! 핑……!
이번에 핑이 찍힌 곳은 맵상으로는 2시.
조선의 멀티가 아닌 로마의 멀티다.
즉, 수비 작전이 아니라 공격 작전인 셈이다.
“어떻게 된 거야. 왜 갑자기 우리 이동하는데? 이거 더 압박해야 하는 거 아냐?!”
아몬드 뒤로 따라오는 궁병들이 묻는다.
그들은 상황을 위에서 보고 있던 게 아니라, 로마가 멀티가 있을 거란 생각은 추호도 못 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쟤네 나올 때 싹 다 죽이면 이기는 거 아니었어!?”
이상하게 아몬드에게 쏟아지는 질문들.
아무래도 위치상 팡어가 가장 앞이고, 아몬드가 그 바로 뒤에서 다른 궁병들과 뛰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니 얘한테 물으면 알겠냐곸ㅋㅋ
-이걸 왜 아몬드한테 ㅋㅋㅋ
-대답하나?
-걍 아몬드가 젤 유명해서?ㅋㅋㅋ
“아. 그건…….”
아몬드가 대답을 안 했다면 모를까, 뭔가 대답하기 위해 뜸을 들이는 모습.
아무것도 모를 거라고 생각했던 시청자들은 긴장했다.
-??
-안 돼 닫아.
-응 아냐
-왜 대답하냐 ㅠ
혹시 아몬드가 이 상황을 이해할 정도로 성장했나? 라는 기대감도 잠시.
아몬드는 심각한 표정이 되더니, 옆에서 뛰고 있는 당근을 툭 친다.
“당근. 브리핑 좀.”
-???: 전혀 성장하지 않았어……
-아성에서 배운 전무 말투 그대로 따라 하는 중입니다~ 글 내려주세요~
-ㅁㅊㅋㅋㅋㅋ
-앜ㅋㅋㅋㅋㅋ이게 맞지
사실 아몬드가 당근에게 부탁한 건 올바른 선택이었다.
그녀만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으니까.
“지금 우리가 가는 곳이 로마 멀티일 거야.”
“머, 멀티!?”
앞서가던 팡어가 깜짝 놀라며 뒤돌아본다.
“아니, 멀티가 있다고!? 이런 쒸벌 그게 무슨 소리야? 아까 네가 조졌다고 한 게 이거냐?”
“응. 완전 낚인 거야. 로마는 미리 일꾼을 빼둔 거라고. 이미 정찰 때부터.”
순간 뛰고 있는 10명 사이에서 정적이 흘렀다.
충격을 먹은 것이다.
그들이 입을 열었을 땐 모두 거친 욕설을 담아 뱉고 있었다.
“……미친.”
“씨…… 씨발…….”
일꾼을 빼놓았다는 거부터가 이미 정상적인 흐름이 아니었다는 걸 아는 거다.
“실화야? 완전 갖고 놀았다는 거잖아?”
즉, 완전 당했다는 것.
아몬드도 따라서 대충 중얼거렸다.
“허얼. 미친.”
당근이 피식 웃으며 묻는다.
“오빠. 이해 못 했죠.”
“……크흠.”
-??
-연기 톤 뭔데 ㅋㅋㅋㅋ
-견과류쉑 ㅋㅋㅋ 속이려고 별 노력도 안하는게 개킹받음ㅋㅋㅋ
-(대충 맞장구 칠 테니까 물어보지 마)
-아닠ㅋㅋㅋ 연기 제대로 좀 하라고 ㅋㅋ
-바로 들킴ㅋㅋㅋ
“야. 넌 애한테 왜 그런 걸 묻냐?”
그래도 팡어가 쉴드(?)를 쳐준다.
-ㅁㅊㅋㅋㅋㅋ
-치킨으로 맺어진 우정ㄷㄷ
-이게 도와주는거 맞냐고 ㅋㅋ
물론 아몬드도 주요한 상황은 알고 있었다.
“알거든. 상대 몰래 멀티에 피해를 못 주면 우리가 엄청 손해라는 거잖아. 그래서 우리가 가는 거고.”
그가 직감적으로 인지한 것이 사실 결론에 가까웠다.
지금 이 10인대가 2시 멀티에 일꾼 피해를 주지 못하면, 게임이 완전 산으로 간다.
“오……!”
뒤에서 듣던 다른 멤버들이 감탄한다.
기준이 높은 당근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지만.
“대충 결론만 맞네.”
팡어와 스팸 등 다른 동료들은 쉽게 인정해 줬다.
“크~ 많이 컸다. 아아몬드! 대어가 됐구나!”
“아몬드 햄~ 호두 장착이요~”
어찌 됐든 아몬드는 발전 중이다.
잠시 후, 궁병들은 2시의 몰래 멀티 앞에 도착한다.
‘크다…….’
높디높게 솟은 성벽.
막상 앞에 마주하고 보니 이렇게 클 수가 없었다.
그러나, 아몬드는 주눅 들진 않았다.
연습도 많이 했고 무엇보다 그의 손에 들린 것.
‘이거라면…….’
팅.
가볍게 각궁의 활시위를 튕겨보는 그의 눈에 자신감이 깃든다.
「우리나라 것 중에 다른 건 몰라도, 이 각궁은 확실히 자랑스러워해도 된다.」
예전 코치님이 소중히 보관하던 각궁을 꺼내 보여줬을 때.
그 자랑스러워하던 눈빛.
어쩌면 그 눈과 닮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