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627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95화
33. 조선의 비밀 병기(2)
쿠키의 의도를 깨달은 캐스터가 외쳤다.
“아아아! 역으로 로마를 친다?!”
현재 조선의 6시 멀티가 공격받고 있었으나, 조선은 방어보단 공격을 택한 것이다.
최초로 각궁을 받은 10명은 곧바로 2시 멀티로 달렸다.
“그렇죠! 지금 궁병 10명으로 이제 6시로 가서 수비하려고 해도 잘 안 되거든요!”
“그렇죠. 적들이 오히려 더 유리한 위치에서 싸울 겁니다.”
“그러니까 차라리 적진을 쳐들어가서!? 일꾼을 쓸어버린다!? 이건데…… 궁병으로 저 성벽과 입구 막기를 어떻게 뚫나요!”
고대의 성벽이란 맵의 특성 덕에, 2시 멀티도 뚫기 그리 쉬운 편이 아니었다.
“궁병은 불 지르기가 안 되잖아요!?”
심지어 원거리 공격을 하는 병사들은 건물 대상으로 횃불을 사용할 수 없었다.
“애초에 횃불로 지져도 성벽은 돌이라 안 무너집니다! 근데!”
횃불을 쓸 수 있다고 해도 불로 돌을 태운다는 건 어불성설.
그렇다면 이 궁병들은 어떻게 2시 멀티에 피해를 줄 수 있단 말인가?
“조선은 3시대가 되면! 그 자리에서 병사들이 간단한 공성 무기는 그냥 만들거든요!?”
바로 공성 무기였다.
“고, 공성 무기를 바로 만드는군요!?”
조선의 병사들은 3시대가 되면 공성 무기도 즉석에서 제작이 가능했다.
“심지어 공성 무기는 즉석에서 만드는 게 훨씬 빨라요! 단! 스탯이 좀 다른 공성 무기가 나옵니다!”
제작소에서 만든 것보다야 열화판이지만, 시간적으로 훨씬 빠르게 공성 무기를 만들 수 있었다.
“아! 또 삽으로 싸운다는 거군요!”
-이게 K군대 ㅋㅋㅋㅋ
-삽ㅋㅋㅋㅋ
-방산비리 공성무기가 나온다는거?
-가장 강한 병사 = 공병
-행보관님 이제야 깨달아요 시즌2
“지금 만들 수 있는 공성 무기가 공성추, 공성 사다리, 뭐 이런 게 있는데…… 뭘 만들죠!?”
“그거까진 모르겠습니다!”
어떤 공성 무기를 만들지까지는 킹귤이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답은 곧이어 나왔다.
2시 근처에 도착한 궁병들은 적의 시야 밖에 잠시 모여 대기하더니.
[공성 사다리]사다리를 제작한다.
이들은 성벽을 무너뜨리기보다, 타고 올라갈 생각이었다.
“아! 사다리를 만듭니다? 이건 진짜 순식간에 만들어지긴 하거든요!?”
사다리는 공성 무기 중 가장 비살상적인 무기였으니.
제작도 가장 빨랐다.
눈 깜짝하면 하나 만들어지는 수준이다.
“근데 이거 놓을 수 있겠습니까? 성벽에서 걷어차 버리면 난리 나는데!”
사다리는 간편하지만 벽 위에 놓는 것이 문제였다.
적이 제대로 대처하면 사다리에 매달린 병사 전체가 위태로우니까.
“안 들킨다는 확신이 있는 겁니까?”
“어찌 됐든! 사다리 만들어서 점점 접근합니다!”
일단 조선은 사다리를 만드는 걸로 작전을 굳힌 듯했다.
“하지만 감시 병력이 있는데요!?”
성곽 위에는 감시 병력이 하나 돌아다니고 있었다.
조선의 6시 멀티를 치고 있느라, 2시엔 병력이 얼마 없는지 딱 하나뿐이었다.
중계진은 갑자기 본인들이 잠입하는 양 목소리가 작아졌다.
“이거 한 명이라고 해도, 위험합니다.”
“예. 들키면 바로 보고 들어가고! 여기로 병사들 더 소집해 올 수도 있거든요?”
“맞습니다. 병영이 있으면 본진에 있는 병사들 소집 해제하고 여기서 다시 소집하면 이동이 되죠.”
-왜 속삭이는거
-공성전 ASMR
-ㅋㅋㅋㅋ킹귤은 자세도 숙임ㅋㅋㅋ
현재 11시 쪽 로마 본진에 병력이 150명가량 배치되어 있는데.
여기 병력 중 [소집 해제] 하고, 다시 2시에 있는 병영에서 [모집]을 누르면 2시에서 재소집된다.
다른 RTS로 따지자면 병사를 죽인 후 재생산하는 것이니만큼 잘 안 쓰는 기능이긴 하지만.
현재 로마가 처한 상황이 특이해서 쓸 가능성이 높았다.
“근데 안 들키고 잘 들어갈 방법이 있을까요!?”
“음…….”
킹귤이 잠시 고민하다가 해법을 말한다.
“보고조차 못 하게 한 방에 죽이면 되긴 합니다.”
“성벽 위에 있는 병사를요!?”
그간 아몬드나 다른 조선 궁병들이 단 한 방에 헤드샷으로 끝내는 경우는 더러 있었지만.
-저걸??
-ㅁㅊㅋㅋ
-너무 높은디
-중갑보병을?
캐스터가 놀라는 이유가 있었다.
성벽이 일단 너무 높고, 지금이 3시대이기 때문이다.
“지금 위에 있는 병사! 저거 로마의 중갑 보병 아닙니까?!”
로마가 3시대에 자랑하는 ‘보병’ 그중에서도 중갑 보병이 가장 악명 높다.
갑옷을 둘둘 둘러 완전히 원거리를 차단하고, 투창과 철퇴를 쓰며, 천천히 나아가지만 확실하게 영역을 사수하는 자들.
그렇다고 기사처럼 생산 가격이 비싸지도 않아서 순식간에 수십 명씩 뽑아댈 수 있는 병과다.
유일한 단점은 기동성인데.
자기 성벽을 지키는 이런 간단한 동선으로 움직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면 어떤가?
사실상 거의 약점이 없을 것이다.
“자, 일단 10인이 접근합니다.”
그 중갑 보병이 지키는 성벽을 향해 병사들은 나아가기 시작했다.
* * *
사라락.
성벽 근처의 숲. 10명의 병사들이 몸을 숙인 채로 움직인다.
궁병 부대의 리더 ‘팡어’는 주먹을 들어 올린다.
척.
모두 멈추라는 사인이다.
“성벽 위에 감시 병력이 있을 수도 있어.”
아무리 인원이 모자라도 감시 병력 한두 명 정도는 배치하는 편이다.
병사들이 저들끼리 웅성거린다.
“저 안에 몇이나 있겠냐?”
“글쎄.”
“나도 모르지…….”
현장에선 추측하기 힘들다. 저 성벽 너머에 병력이 몇이나 될지.
위에서 모든 상황을 내려보는 지휘관 정도나 그나마 추측이 가능할 터.
띠링.
마침 이런 메시지가 온다.
[6시 멀티 공격당하는 중이니, 2시 멀티 추측 인원은 10명 내외다.]쿠키의 의견이 그나마 가장 신빙성 있겠으나, 이 또한 의견일 뿐 완전히 믿을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팡어는 이 데이터를 참고한다.
“10명 내외…… 일단 그렇다면 성곽에 감시 병력이 있을 거야. 사다리가 근처로 접근하면 너무 눈에 띄니까…….”
그는 아몬드를 지목하며 불러내었다.
“나랑 가자.”
아몬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나섰다.
둘은 나머지 인원을 뒤에 두고 성벽에 가장 가까이 접근하기 시작했다.
“저기다.”
가까이 가니까 보였다.
성벽 위로 한 명이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는 모습.
팡어는 마른침을 꿀꺽 삼킨다.
‘미친 중갑 보병이잖아?’
적은 마치 조선이 궁병으로 게릴라전을 펼칠 걸 예상했다는 듯.
성벽에 중갑 보병을 떡하니 배치해 놨다.
보통이라면 원거리 공격도 할 수 있는 석궁병을 놓을 텐데 말이다.
‘이거 한 번에 죽여야 하는데. 곤란한데.’
병사가 지휘관에게 보고할 수 있는 유일한 경우는 타격을 받았을 때뿐인데.
그렇기에 타격과 동시에 일발에 죽인다면 시스템상 보고가 불가능하다.
지휘관이 일부러 신경 써서 이곳을 봐줘야만 알 수 있는 거다.
문제는 중갑보병은 일발에 사살하기가 굉장히 어렵다는 것.
‘그래도 한 명이다.’
그나마 숫자가 적으니 방법이 있긴했다.
“몬드야. 나랑 동시에 쏘자.”
“왜요? 한 명인데.”
“야. 쟤넨 머리를 맞아도 제대로 안 맞으면 대미지가 반밖에 안 박히잖아.”
“아…….”
투구를 맞히면 꽤 많은 대미지가 들어가지만, 그래도 절대 한 방에 쓰러지진 않는다.
제대로 쓰러뜨리기 위해선 투구 사이 눈을 맞혀야 하는데.
여기서부터 저 성벽 위까지 쏘는데 눈을 맞히길 바란다는 건 과한 기대였다.
차라리 둘 다 머리를 맞힌다는 생각으로 쏘는 게 효율적일 터다.
“우리 동시에 머리를 맞히면 한 방에 죽일 수 있다.”
아몬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시위에 화살을 메긴다.
‘각궁…….’
아몬드도 조금은 긴장됐다.
‘처음이다.’
각궁으로 쏘는 첫발이 될 것이다.
스크림 때 많이 당겨봤으나, 대회 실전에선 처음이다.
그래 봐야 같은 활 아니냐 할 수도 있겠으나.
시빌엠은 무기마다 고증이 나름 알차게 되어 있는 편이라, 사용감이 꽤나 달랐다.
각궁은 단궁에 비해 당길 때부터 빤빤한 장력이 느껴진다.
화살촉에서 [집중]의 빛이 타오른다.
팡어가 숫자를 센다.
“자. 내가 셋 하면 쏘는거다? 하나…….”
처음 이 활을 쐈을 때.
그때 기분이 생각난다.
시위를 당기는 소리조차 달랐었지.
마치 맹수가 숨을 고르는 듯, 그르르륵…….
* * *
“상현아. 이거 봐라.”
코치님이다.
흰머리 한 올 보이지 않는 젊은 시절의 모습이다.
그가 둥글게 말려 있는 무언가를 내민다.
언뜻 보면 만들다 만 훌라후프처럼 생긴 물건인데, 꽤나 자랑스러워한다.
“이게 각궁이란 거다.”
“각궁이요?”
무엇이냐 물으니 오히려 되묻는 코치.
“그래. 각궁. 모르냐?”
“양궁은 아는데.”
코치는 황당한 얼굴이 된다.
“아니, 양궁은 네가 양궁부니까 아는 게 당연하지 인마?! 너 역사 수업 때 잤구나!”
“자면 패턴 흐트러져서 수업 시간에 잘 안 자요.”
자지는 않고, 그냥 안 들었다는 말이다.
“……그, 그래 됐다.”
코치는 애써 자랑하려고 꺼내놨던 각궁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소귀에 경을 읽어 말어?
“에휴. 그래. 그래도 기분이니까. 한번 봐라. 어차피 너 보여주려고 꺼내왔다.”
“그러니까 이게 뭔데요.”
“각…… 아니, 이거 활이다. 활.”
“?!”
상현은 놀란 눈으로 가까이 다가왔다.
이제야 좀 호기심이 생긴 모양이다.
“이렇게 동그란데…… 활이에요?”
“이건 처음 힘을 들일 때 이렇게 둥글게 말아놓는 것이고…….”
코치는 테이블 위에 놓인 화로에 각궁을 올려 열을 가하기 시작했다.
그 후 모양을 내기 위한 틀에 활대를 한쪽만 집어넣고, 지긋이 민다.
“이 둥글게 말린 방향의 반대로 펴주는 것이다.”
본래 ‘C’ 모양으로 되어 있던 활이 반대로 펴지며 ‘}’ 형태가 되었다.
기이이익…….
이내 완벽히 자리를 잡으니, 그것은 상현이 사극 따위에서 보았던 그 활의 모양이 되었다.
“이걸 각궁을 ‘올린다’라고 표현하지.”
“……오.”
“원래 이쪽으로 이렇게 말려 있던 것을 억지로 반대로 당겨서 사용하는 것이니, 장력이 얼마나 세겠냐?”
앞으로 말렸던 것을 다시 뒤로 당기며 완성하는 활.
그래서 영어식 분류로도 명명하길 리커브드 보우(Recurved Bow)이다.
“어떠냐.”
팅~
코치는 씩 웃으며 완성된 활에 시위를 걸고, 튕겨본다.
튕겨지는 소리가 꼭 현악기처럼 청아하다.
아무래도 전통 방식대로 동물의 힘줄을 써 만든 현이기 때문이다.
“쏴보고 싶으냐?”
당시 상현은 어려서 미처 몰랐으나, 코치님조차 각궁을 구매하고 한 번도 쏴보지 않았었다.
그는 그저 잠시 홀린 듯 고개를 끄덕였을 뿐이었다.
“좋다.”
코치는 씩 웃으며 그에게 활을 쥐여주었다.
“양궁이랑은 조금 달라.”
마치 처음 양궁을 배울 때처럼, 코치는 그의 양손을 쥐고 하나하나 자세를 알려주었다.
“왼손은 여기쯤…… 그리고 양궁처럼 현을 입에 붙이는 자세는 좋지 않다. 크기도 너무 다르니…….”
자세만 툭툭 치듯 교정한 뒤, 코치는 뒤로 물러난다.
상현에게 더 이상 시위를 당기고 놓는 건 가르칠 필요조차 없으니까.
“자, 이제부턴 당기면 된다.”
상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시위를 슥 당겨본다.
그르르륵…….
‘뭐야.’
현대의 기술력으로 만들어진 깔끔한 시위와는 느낌이 달랐다.
나무와 마찰하며 당겨져 나오는 거친 감각이 자신이 어디까지 당기고 있는지, 힘을 어디까지 쓰는 건지 적나라하게 피부로 전달됐다.
‘이쯤이다.’
상현은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장력을 최대로 당겼음을 인지했다.
팽팽하게 시위와 활대가 줄다리기를 하는, 풀드로우 상태.
‘그런데 어디로 쏘지.’
다만 여기는 실내였다.
“코치님…….”
상현은 코치에게 어디로 쏘느냐 물으려 돌아본다.
“이, 이놈아! 나한테 조준하지 마! 여기다! 여기!”
드르륵.
코치가 급하게 창문을 열었다.
한 뼘 정도 열린 창문 틈으로 차가운 겨울 공기가 스며들었다.
그래, 이때도 겨울이었다.
창문 너머에 보이는 3색의 원들, 과녁이다.
사람 팔 하나 나갈 수 있을 정도의 틈을 통과해 저 멀리 있는 과녁의 중앙을 맞히는 건 전혀 쉽지 않지만.
이 방의 누구도 의심치 않았다.
“자. 여기로 쏴 보거─”
상현의 오른손이 화살을 이만 떠나보내는 그 순간.
파아아앙!
화살이 저 과녁에 꽂혀 있으리라는 걸.
──퍽!
“야 이놈아! 누가 쫓아오냐!? 활쟁이가 뭐 이리 마음이 급해?”
* * *
“둘…… 뭐야 인마! 왜 먼저 쏴!?”
파아앙!
팡어가 미처 쏘기도 전에 날아간 화살.
타이밍은 맞지 않았다만.
푹!
과녁은 정확하게 명중했다.
중갑 보병이 눈을 짚으며 뒤로 넘어간다.
“방금 쐈어야 맞는 각이라…….”
콰당!
성벽 아래로 묵직한 것이 떨어지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오……!?”
팡어는 잠시 놀라더니, 뒤를 보며 손짓한다.
“그래! 뭐 빨리 쏘면 더 좋지! 야! 전부 와라! 감시하는 놈 죽었다!”
아몬드는 코치님이 생각나서인지, 입꼬리가 슬쩍 올라간다.
‘보시진 않겠지.’
코치님이 게임을 볼 리가 만무하지만, 궁금하다. 빨리 쏘면 칭찬받는 광경을 보시면 뭐라 하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