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63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63화
23. 광고(1)
과장 쪽으로 달렸다.
아니, 그러다가 다시 몸을 돌려서 부장실로 갔다. 과장도 김기열과 함께 잘렸었다.
지금 새로 들어온 과장은 아마 사건의 중대함을 잘 체감하지 못할 거다. 뭉그적거리다가 또 보고가 밀릴 수도 있고, 그랬다간 끝장이다.
부사수(였던) 이대수의 머리엔, 저번 사건 이후 부장이 했던 말이 아른 거렸다.
「펑크랑 아몬드 광고 기획 잡혔어. 미팅 몇 번 후에 아마 제의 들어갈 거다.」
아몬드와의 광고 협찬을 기획하고 있었다.
‘이걸 또 덮었다간 X된다.’
이대수는 눈을 질끈 감고 부장실로 향했다.
똑똑.
조심스레 유리문을 두들기고는 들어가 말했다.
“저…… 이런 메일이 왔습니다.”
“?”
부장이 안경을 치켜 올리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딴 걸 왜 나한테 가져와?’라는 표정이다. 예상했던 반응이기에 이대수는 끈덕지게 달라붙었다.
“기획하고 계시는 아몬드 건이라…… 빨리 가져오는 게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몬드? 그쪽에서 이메일이 온 거야?”
그제야 부장은 관심을 보였다.
표정을 보니 좋은 소식으로 오해한 것 같다.
‘이메일 내용이 좋은 건 아닌데.’
이대수는 곤란하여 머리를 긁적이며 패드를 내밀었다.
“음.”
부장은 잠시 안경을 추켜 올리며 읽어 내려갔다.
곧 똥 씹은 표정이 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으…… 으허허허허? 이거 웃긴 놈이네? 우리한테 싹 다 덮어씌우려는 거야?”
부장은 되레 웃었다.
저게 기분 좋은 웃음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최악은 아닌 것 같았다.
“어떻게 할까요.”
부장은 손사래를 치며 이대수의 말은 넘겨 버렸다.
“아몬드 매니저? 이 새끼 누구지? 마음에 드는구만.”
‘대체 어디가……?’
마음에 든다?
이대수는 이해할 수 없었다.
“뭐냐. 그 표정은.”
“아…… 그, 그야 대체 그 메일의 어디가 마음에 드신다는 건지…….”
“아. 꼭 정식 보고서 같이 깔쌈하잖아, 이 대리야. 네가 보내는 문서랑 비교해 보든가.”
이럴 수가. 괜히 물어봐서 상처만 받았다.
‘그냥 일을 잘하는 것 같아서구나.’
이대수는 본전도 못 건지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렇군요.”
“여하튼 이건 호재다, 호재야.”
호재?
또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이다.
저쪽에서 책임 전가를 하려는데, 호재라니?
“이봐, 이 대리야. 내가 쌈박한 아이디어가 하나 생겼다.”
“그렇습니까?”
이대수는 또 되물었다가 본전도 못 건질 것 같아 대충 맞춰주기로 한다.
“레이팅이 너무 높게 나왔다는데. 이거 어차피 인공지능이잖아. 에러 있을 확률 있어?”
“없죠. 플래 3이 될 만하니까 된 겁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만큼은 이대수는 자신 있게 대답했다. 실제로 그건 에러가 있을 수 없는 파트였다.
“근데 왜 이렇게 아우성들이냐?”
“그야…… 그렇게 판정된 사례가 매우 드물기 때문입니다.”
“드물어? 있긴 있었나?”
“예. 덴마크의 어떤 플레이어가 배치 후, 플래 4를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호오…….”
부장은 안경을 바로 잡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우리는 해명 공지만 올리면 클린한 것 같고. 근데 거기서 끝낼 거냐?”
“예?”
여기서 안 끝내면 뭘 어쩌자는 거야?
그냥 정석대로 해명하면 끝날 문제 아닌가?
“광고! 인마! 광고!”
갑자기 윽박지르는 부장.
“아!”
이대수는 뭘 말하는지 모르지만 일단 깨달은 척, 놀란 척, 감탄한 척을 연발했다.
“미, 미처 생각 못했군요!”
뭘 미처 생각 못한 건지는, 본인도 모른다.
그런데 부장은 아는 모양인지 만족스럽게 웃는다. ‘그래. 내 말이 그 말이야.’라면서.
“아몬드 섭외 제안 더 당길 수 있겠다. 아몬드가 왜 플래 3일 수밖에 없었는지, 우리가 직접 초대해서 테스트한다고 하고, 동시에 광고도 진행하는 거지. 우리 운영 방식 홍보도 하고. 우리가 억울함을 대신 증명해 준다고 하면 되잖아?”
‘아!’
이번엔 감탄사를 속으로만 삼켰다.
이대수는 그제야 부장의 생각을 읽었다.
‘이걸 자연스러운 광고제의 기회로 본 거구나!’
저번에 우리가 잘못했으니까, 광고 드릴게요…… 보다는 지금처럼 ‘우리가 대신 증명해 드릴게요!’라고 말하는 게 훨씬 모양이 좋다.
그런 김에 우리 시설도 보여주고, 여러 테스트도 진행하면서 광고를 하면 운영진에 대한 신뢰도도 조금은 올라갈 거다.
이대수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어. 그, 신 과장한테도 알려주고.”
“넵!”
“오늘 공지도 제대로 올려라!”
“예!”
* * *
그날 아몬드는 8시까지 무려 4판의 게임을 추가로 진행했다.
결과는 전부 1등이었다.
[아몬드 전부 1등! 파죽지세!!] [아몬드, 진짜 전자파 넘나?] [어쩌면 정말로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거침없는 9연승 ㄷㄷㄷ] [아몬드 무친 실력…….]그 소식은 커뮤니티를 다시 한번 뜨겁게 달궜다.
그도 당연했다.
배치고사 올 1등 정도야, 흔한 것까진 아니더라도 간간이 소식이 들려올 법한 일이지만, 플래티넘 3티어에서 1등으로 4연승을 챙겼다는 건 얘기가 달랐다.
배치고사는 기본적으로 레이팅이 굉장히 낮은 상태로 시작하는 데 반해, 플래티넘 3티어 정도면 게임 꽤나 한다는 사람들이 포진한 곳이니까.
그런 사람들 100명을 모았는데 거기서도 1등을 한다는 건, 그 사람은 분명 뭔가가 다른 인간이라는 뜻이다.
-와, ㄹㅇ 어나더 레벨이다…….
-진짜 레벨이 다르네.
-다른 겜하누 혼자서.
흔히 말하는 어나더 레벨(Another Level).
심지어 아몬드는 총기류를 여전히 사용하지 않고, 활로만 연승을 챙기는 중이었다.
-난 여기까지 와서도 활로 쏠 줄은 ㄹㅇ 몰랐음 ㅋㅋㅋ
-헐 ㅋㅋㅋ
-활 미션금 또 쓸어가셨네.
-대체 오늘 얼마를 버냐.
이러니까 다른 플래 3들과는 궤가 다른 인간으로 보이는 게 당연했다.
와중에 활잡이 컨셉은 미션 수급에도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줬는데…….
“또로로 님 미션 감사합니다. 이번 판 활로 우승 달성 누를게요.”
“날씨아이 님 미션 감사합니다. 활로 10킬 달성했구요.”
“여러분 활로 3연승 미션 감사합니다. 누를게요.”
자연스럽게 활 관련 미션들이 엄청나게 걸리게 됐다.
총으로 싸우는 게 기본인 게임에서 활로 활약을 하다 보니, 미션을 걸고 싶은 충동을 자극하는 것이다. 대체 언제까지 가능한지 궁금하니까.
아몬드는 본의 아니게 배틀 라지에서 ‘활 챌린지’ 같은 걸 하게 된 셈이다.
‘한 판 남았나.’
이제 그는 플래티넘 2까지 단 한 판을 남겨두고 있었다.
플래 2 승급전에서 한 판을 이기고, 이제 한 번만 더 이기면 되는 것이다.
여기서 이긴다의 기준은 10등 안에 드는 것을 뜻한다.
즉, 다음 티어로 넘어가려면 연속된 세 판 중 두 판을 10등 안에 들어야 한다.
난이도가 상당한 편이다.
“나머지 한 판은 다음에 할게요.”
아몬드는 그걸 다음으로 미루기로 했다.
시간을 보니 벌써 8시가 지나고 있었다. 이미 체력도 거의 한계였다.
-아, 이런 거 남겨놓으면 부정 타 형 ㅋㅋㅋ
-남자 아니네~~
-벌써 8시야?!
-헐 ㅠㅠㅠ
-승급할 수 있는지 궁금한데.
-솔직히 지금 기세면 무조건 할 텐데.
-물 들어올 때 노 젓자, 견과류 쉑아…….
-승급전 한 판 남겨두고 나가면 담날 10연패 함 ㅎㅎ
다들 이상한 징크스 같은 걸 잔뜩 말하면서 아몬드를 위협했지만.
징크스의 천국이라고 할 만한 업계에 있었던 아몬드에겐 코웃음이 쳐지는 수준이었다.
방종은 예정대로 진행됐다.
“트바~!”
아웃트로 음악이 나오면서, 아몬드의 얼굴이 서서히 사라졌다.
-ㅠㅠㅠㅠ
-아바 퓨ㅠㅠ
-아바바바바바!
-잘가여!
-빠이!
-낼은 언제 와???
트리비의 시청자들은 그래도 마지막까지 아몬드를 잡진 않았다. 오늘 방송 러닝 타임이 평소의 거의 3~4배였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 * *
치이이익…….
압력이 빠져나가는 소리와 함께 캡슐 뚜껑이 열렸다.
평소보다 몇 배는 더 녹초가 된 듯한 아몬드, 아니, 상현이 몸을 일으켰다.
땀이 주르륵 흐르고 있다 못해, 아예 푹 절여진 상태였다.
“헉. 야, 괜찮냐? 이거 무슨…….”
“아. 너무 오래했나.”
상현은 이마를 짚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럴 때마다 땀방울이 후두둑 떨어진다.
“내일도 해야 하고, 내일 모레도 해야 하는데,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야?”
걱정하는 듯한 주혁의 눈.
어지간하면 주혁에게선 잘 볼 수 없는 표정이다. 녀석도 나름 냉혈한 축에 속하니까.
그런데 지금 그만큼 내 상태가 안 좋다는 거겠지. 상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그런 거 아니고. 약간 탈수가 올 뿐이야. 나 이온 음료 좀 가져다줘라.”
“이온 음료?”
“어. 냉장고에 사다 놨어.”
주혁은 평소에 열어보던 냉장고를 열었는데.
“그거 말고, 음료만 넣는 거 있잖아.”
“그런 게 있었어?”
한 번도 안 써본 냉장고가 그 옆에 있었다. 겉으로 볼 땐 그냥 서랍장 같이 생긴.
끼익.
그 문을 열어본 그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걸 이렇게까지 쟁여놔야 할 정도라고……?’
이온 음료만 냉장고 한가득이었다.
거의 3~4박스 정도 될 법한 양이다.
“자.”
일단 주혁은 아무 말 없이 상현에게 음료수 하나를 건넸다.
탁.
가볍게 캔을 딴 상현은 벌컥벌컥 음료를 들이켰다.
“키야. 야, 이온음료 CF 찍어도 되겠다?”
분위기가 이상해질까 봐 장난스레 말하긴 했지만.
‘정상적이진 않은 것 같은데.’
이 상황이 이상하다고 생각 중이었다.
꼭 지금뿐만이 아니라, 이전부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캡슐에선 몸을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 오로지 뇌만 활동한다.
오로지 뇌의 활동만으로 저만큼의 땀이 날 수가 있는 건가?
“난 씻고 온다.”
상현은 일어나서 샤워를 하러 갔다.
주혁은 상현이 앉았던 캡슐 안쪽을 바라봤다.
축축하게 젖어 있을 줄 알았는데, 자가 통풍으로 인해 이미 습기는 싹 다 말라 있는 상태였다.
손을 집어넣어 봤다.
‘덥진 않은데……?’
하긴 애초에 캡슐이란 게 현대 기술력의 집합체인지라 온도 조절 문제 따위의 기초적인 문제가 있을 수는 없었다.
“음…… 모르겠네. 정말로.”
캡슐 관련 문제는 자가 진단으로는 알아내기 힘들다.
제대로 수리할 줄 아는 사람도 몇 없어서 수리비용이 엄청나다.
“그래도 알아보긴 해야겠다.”
아무리 그래도 이런 문제가 있는 걸 그냥 넘어갈 주혁이 아니다.
그간은 긴가민가했었지만, 이번 기회에 제대로 검사를 한번 받아보면 좋을 것 같았다.
어디 전문적인 시설 같은 데서 말이다.
어차피 돈도 많이 들어왔는데, 투자라고 생각하자.
“……어?”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컴퓨터 앞에 앉은 순간.
그는 판타지아에서 올린 공지를 발견했다.
[아몬드님의 랭크 레이팅 정산 방식에 대해서…….]이런 제목의 공지였다.
내용은 대충 이랬다. 인공지능 러비는 단순히 게임의 등수나 승패뿐 아니라, 게임 플레이 내용을 분석해 상위권으로 갈 사람은 최대한 빠르게 올린다고 한다.
아마 아몬드는 전부 활로만 잡은 점, 킬 수가 높았던 점, 파밍이 매우 적었던 점 등을 이유로 소위 ‘양학성 플레이’라고 판단해 빨리 위로 올렸단다.
“크. 종결났구만. 사건.”
주혁은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댓글 반응도 주혁과 다르지 않았다.
-어휴, 루저 새끼들 ㅋㅋㅋㅋ 아몬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니.
-ㅋㅋㅋㅋ판타지아 공식 해명!
-하긴 활로 다 줘 패고 다니는데, 누가 얘를 골드에 냅두고 싶어 함?
-ㅄ들이 진짜로 아몬드가 골드에서 다 패고 다니면 제일 싫어할 놈들이 ㅋㅋㅋㅋ 이거 걸고넘어지네
-기록 세우는 게 꼴 보기 싫었나 봄
-인공지능 피셜) 아몬드는 양학러다.
-키야. 축하드립니다, 형님!
게임사 공식 홈페이지 반응은 아니고, 커뮤니티에 퍼 날라진 기사의 댓글들이지만.
어찌 됐든 결과는 아몬드의 승리 같다.
“메일 보내길 잘했다.”
주혁은 그렇게 생각하며 메일함을 체크했다. 새로운 메일 몇 개가 와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배라 제작사인 판타지아의 답장 메일이다.
[인공지능의 판단에 문제는 없습니다. 다만 아무래도 여론이 시끄러운 것은 사실입니다. 아몬드 님께서도 그런 문제로 골머리를 앓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그래서 자사에선 아몬드 님을 섭외해 여러 가지 테스트(기량 테스트, 메디컬 체크 등)를 진행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확실하게 인증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희 판타지아의 공식 채널에…….]이런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거 광고 제의잖아?”
정확히 광고를 진행한다는 말은 없지만, 본사의 채널에 초대해서 방송을 진행하고 싶다는 말이다.
배틀 라지 제작사인 판타지아 공식 채널의 시청자 수는 말할 것도 없이 업계 탑 중 하나다.
지금 아몬드더러 거기에 나와 달라고 하는 것이다.